독일에 사업 비자로 블루카드 획득 후 영주권

“독일로 이민을 가고 싶은데 이민 대행 하는 곳에서 사업비자로 온 다음 2년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요즘에 가장 많이 받는 메일이라 답변에 양해를 구하고 블로그에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꼭 알아야 할 부분은 ‘독일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는 것이다. 모든 일들이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처리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나도 될것이라는 기대를 하는것은 매우 위험하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 일처리가 저렇게 마음대로라고?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처리 된 사람들이 운이 좋았던 것이다. 대부분 담당자의 ‘실수’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을 일반화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나중에 전해 들은 사람은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과 이주에 관계된 것이라면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독일로의 이민을 간다는 말은 최소 영주권, 이후 시민권 획득을 하겠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독일과 EU국가들은 타 국가에서 이민이 쉬운 나라는 아니다. 이민(영주권 획득)을 위해 몇 가지 일반적인 방법이 있는데 모든 방법을 떠나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 60개월 이상 연금납부 실적이 있을것
    • 60개월 이상 소득세 납부 실적, 건강보험이 있을것(이건 확실하지 않다)
  • 가족을 부양할 만한 적당한 크기의 집에 살고 있을것
  • 가족을 부양할 만한 수입이 있을것
  • 모두 독일에서 인정하는 건강보험에 들어있을것

대충 이런 식이다. 여기서 상황에 따라 예외가 생긴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 유학생활 후 독일 거주자에게는 저 기간을 줄여 준다던가.. 말하고자 하는건 바로 저것이 독일에서 일반적인 한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획득이 아님)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우리가 비자로 통칭하는 거주허가가 있는데, 60개월을 소득세를 내고 싶다고 해도 거주허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거주 허가를 획득하는게 최우선이다.

영주권도 거주 허가의 일종이다. 사업비자, 프리랜서비자, 블루카드 모두 거주허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이점은 각 거주허가가 명시하고 있는 취직 가능 여부, 배우자 소득활동 여부와 거주 허가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 위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60개월이나 60개월까지 갱신 가능한 거주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갱신여부는 외국인청에서 판단하게되며 대부분 거주 허가 신청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한다.

이 중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기는 거주 허가가 블루카드이다. 블루카드는 21개월동안 해당 자격을 유지하고 독일어 B1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독일어 자격증이 없더라도 33개월이 지나면 역시 동일하게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모든 거주허가를 포함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겼다고 영주권을 발급해 주는 것은 아니다. 수입, 생활, 범죄 경력등을 따져 심사 후 영주권이 발급된다. 나도 아직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사소한 법규 위반이나 범죄 사실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거주 허가로 체류하는 동안에는 법규위반이나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독일에서 대부분의 공공업무는 사람에 의해 처리되고 그 사람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한 번 담당자가 배정되면 다른 사람과 협상의 여지도 없어지는게 일반적이다.

정리하자면 공무원도 사람이라 기분에 따라 혹은 실수로 중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100%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실수 혹은 아주 드물게 있는 일이며 만약 내가 정식으로 진지하게 일을 요청하면 그들도 원리원칙에 따라 1%의 봐줌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독일에 와서 운전면허를 교환하러 시청에 갔는데 나보고 이것저것 서류로 트집을 잡더니 내가 가져간 증명사진이 2년이 넘었으므로 다시 찍어오라고 퇴짜를 놓았다. 내 눈에는 트집잡기로 보였지만 그것이 원칙인것이다. 2년도 더 된 내 여권에 붙어있는 사진을 가져갔으니 변명도 핑계도 댈 수 없었다.

반면 와이프가 면허 교환을 하러 갔을땐 이런 경우를 대비해 사진을 새로 찍어서 집에서 인쇄해 갔는데 다른 담당자가 이 사진(새로 찍은)은 너무 누렇다면서 여권에 있는 사진과 같은 사진을 쓰자고 했다(역시 당연히 2년이 넘었지만..)

이런 식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동일한 조건으로 비자를 받고, 영주권을 받고 누군가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원칙적으로 되어야 할 사람이 안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원칙에 기대는게 나중에 뒷탈이 없고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도 이러한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업비자로 2년 뒤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모른다… 이민 업체에서 말하는 사업비자가 진짜 사업비자라면 저건 거짓말이다. 사업비자로는 60개월이후에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고 사업비자는 1,2년 마다 갱신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마 지사설립 형식을 통해 해당 지사에 취업하는 식으로 블루카드를 신청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내가 작년에 시도해 보려 했던 방법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바깥에서 보기에 나는 직원이고 독일에 취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사히 블루카드를 받고 열심히 독일어공부해서 자격증을 따면 영주권도 따고 모든게 행복할까?

아니다.

블루카드를 받는것도 확실치 않다. 사업체에 대한 조사도 할 것이고 여러가지로 독일에서도 이런 경우를 걸러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카드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사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취업은 했지만 실은 본인의 회사이기 때문에 본인의 급여를 본인이 주어야 한다. 블루카드를 받기 위한 연봉 하한선이 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4만 유로였던것 같다. 월 급여로 3000유로라고 한다면 사실 4대 보험의 회사 부담금까지 해서 4000유로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내 돈 4000유로를 다시 나한테 주는데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2000유로 남짓이다(세금, 보험 때고).

2000 유로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송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21개월을 버티고 영주권 신청을 했다고 하자.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왜냐면 심지어 시민권을 준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한국에서 돈을 보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독일에서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결국 독일에서 제시하는 영주권 신청 자격은 어떻게 보면 신청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민 업체에서 말하는 이런 장밋빛 조건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에게 내는 수수료, 독일에 2중으로 내는 세금, 지내온 시간들을 돌이켜 볼때 단순히 ‘어? 이게 아니네?’ 하고 돌아서기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황이 될 것이다.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저렇게 들어가는 돈이 최소 2-3억이다. 2-3억을 쓰고도 아무런 수익이 없다면 과연 독일 영주권이 가치가 있을까?

원래 사업 계획이 있다거나, 한국에서 수익모델이 있다거나, 돈이 많다면 사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시도하기엔 너무 위험이 크다. 지속적인 수입이나 특별한 계획, 기회가 있지 않다면 블루카드를 통한 취업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비자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생활이 너무 불안하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다가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자가 해결되면 이젠 돈이다. 월세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저축하며 돈을 모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른다(가족과 함께).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이곳에서 한국인 부부가 모두 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직장이 안정되고 수입이 안정되고 나서야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 할 수 있다. 비로소 한국에 있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된 것이다.

돌려 말하면 수입과 비자는 독일 이민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가족 전체의 삶이 불안할 수 있다. 싱글이야 무엇이든 경험이고 배우는 것이니 무엇이라도 좋다. 하지만 가족은 조금 다른것 같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는 분들은 무엇이든 직접 확인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독일 구직 후기#3 – 마무리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의감이 밀려왔다. 비자를 받는 것이 우선이기도 하지만 연봉을 떠나서 내가 취직을 하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 보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좋은 회사가면 재밌는일 하겠지..이런 생각이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냥 시키는 일만 하고 발전도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돈 주는 어학원 다니는 셈 치고 다닐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내 인생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90일 무비자 기간이 한달하고 몇주 남아있는 상황이고 독일 구인 프로세스를 보니 어디든 한 달만에 입사가 확정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함부르크의 D 회사는 면접일정 자체가 늦게 잡혔기 때문에 이 곳 또한 불안했다. 결국 구직비자를 신청하기로 하고 부족한 서류를 한국에 주문한 후 이번에는 크고 유명한 회사보다는 내가 하고싶은 일이 있는 회사를 찾아보았다.

3차로 이력서를 넣게 된 회사는 베를린의 게임회사 두 곳(I,J), 슈투트가르트의 회사(K), 헤드헌터의 모집공고(L) 이었다. 이 중 I와 K의 업무는 UI 개발과 디자인 쪽의 업무가 혼합되어 있었다. 내가 창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환경도 새로운 부분이 많아 많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이력서를 넣자마자 헤드헌터 L 로부터 바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런 전화라 당황했는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잘 대답했다. 헤드헌터는 내 조건이 좋다면서 자신의 클라이언트에게 이야기 한 뒤 다시 연락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3-4일 후 I에서 1차 면접을 바로 보자는 메일이 왔고 J에서는 내 기술분야에 대해 적어 제출하라는 메일, K에서 전화인터뷰 메일이 왔다. K와의 전화인터뷰는 여러명과 스피커 폰으로 이루어졌는데(1시간) 가고 싶다는 욕심이 컸는지 평소보다 더 긴장해서 제대로 못봤다는 느낌이 컸다.

이후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와서 또 다른 전화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고되어 보이지만 회사 자체가 젋고 재밌어 보이는 회사였다. 약 한시간 반 정도 인터뷰했고 잘 이야기 한 것 같았지만 아마도 내 생각에 헤드헌터를 통한 연봉의 압박때문인지 탈락했다. 이 회사는 돈을 많이 주지 않으면 갈 의미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베를린의 J회사에서도 전화 인터뷰 제안이 왔고 K회사에서 의외로 면접 제안 메일이 왔다. 많이 지쳐있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은 회사의 인터뷰를 보는 것도 힘든것 같아서 함부르크D 회사의 최종면접과 베를린 J 회사의 인터뷰는 취소하였다. 베를인 I 회사의 1차면접은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다. 원래는 전화인터뷰를 보는데 내가 베를린에 있어서 바로 불렀다고 한다. 즐겁게 이야기하고 바로 다음날 2차 면접 제의가 왔다. 6시간동안 점심식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면접이었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즐겁게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오피스 투어를 한 뒤 면접을 끝냈다. 역시 바로 다음날 합격 통보와 함께 잡 오퍼를 받았다. 그리고 K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였고, 회사 규모가 작은 반면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실력있는 팀원들과 안정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지원한 포지션이 지금까지의 내 경력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분야여서 많이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하면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결국 베를린I회사의 제안 기간이 다 되어서 나는 베를린 회사를 선택했고, 바로 다음날 K회사의 오퍼를 받았지만 선택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약 한 달 반에 걸친 구직기간동안 많은것을 느꼈다. 일단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하지 않던 내가 정리되지 않는 경력으로 어필하기 매우 어려웠다는 것. 사람들은 내 사업 경험에  그 긴 시간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나 또한 6년의 시간동안 어마어마한 경험을 했지만 너무 다향한 일들이라 내가 무엇을 했다라고 요약해서 전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해 10%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가 많이 아쉬웠다. 한국에서 전화영어라도 해서 약간 준비를 했더라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된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영어권 나라의 구직 프로세스에 대한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커버레터와 이력서, 레퍼런스 레터까지..익숙하지 않은 인터뷰 문화와 분위기들은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다만 초기에 전화 인터뷰 경험과 커버레터를 반복해서 쓰면서 구직 요령(?)이 많이 생긴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으로 지원한 회사들에서 좋은 반응들이 왔고 무리없이 인터뷰를 했던것 같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를 하는 경우 처음에는 무작정 두서없이 이야기 했는데 나의 백그라운드, 경험, 기술 이런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눠서 소개하니 더 반응이 좋았고 이후 인터뷰도 내 소개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사회 생활한지 10년도 넘었고 내 사업이라고 시작한게 6년이 넘었지만 독일에서의 구직 경험은, 특히 나처럼 무대포식의 경험은 대졸 신입의 구직 경험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알량한 자존심에 이런 구직 경험에 대해 숨기고도 싶었고(어디 떨어졌다는게 창피해서), 구직을 한다는 자체가 뭔가 패배스러운 상황으로 생각되었지만 이렇게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나 스스로 세계 어디에서든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독일에 어떻게 적응을 할지, 회사생활을 잘 할지, 내 사업은 어떻게 할 지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늘 배우는게 있다면 나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니까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어쩌면 과대평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사회에서 다시 나에대한 평가를 해 주겠지..여기서도 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에 있었어도 실패할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

이로서 독일에서의 구직 경험에 대한 정리는 끝!

 

 

 

독일 구직 후기#2 – 본격적인 구직

처음에 이력서를 넣은 회사는 모두 세 곳.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곳들인데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들로만 골라 넣었다. 함부르크에 한 곳(A ), 그리고 마침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베를린에 지사를 만든다고 하여 보니 나와 업무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이력서를 넣었다(B). 또 다른곳도 베를린에서 가장 뜨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인데, 여긴 특별히 오픈된 포지션은 없고 이력서를 등록하는 시스템인데 이곳에도 이력서를 넣었다(C). 지금 생각하면 이 두 곳은 애초에 지원할 필요가 없었던 곳이었다. 1주일 뒤 A에서 전화 인터뷰 제안이 왔고 B에서는 탈락 메일이 왔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회사는 jobvite 를 이용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linkedin 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의 이력과 인맥을 관리하고 있다면 굉장히 편하게 지원할 수 있다.

달랑 세 곳에, 그것도 두 곳은 뽑을지 안뽑을지도 모르는 곳에 지원해 두고 1주일을 기다렸다니..당시에는 처음이라 그냥 막연했던것 같다. 그래도 운좋게 A 회사와 전화인터뷰를 하였는데 영어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 책을 세 권이나 번역했지만 전문서, 그것도 프로그래밍 분야였고 내가 직접 영어로 누군가와 대화해 본 기억은 2001년 캐나다에서 엄마아빠랑 민박집에 자면서 아침에 집주인 할머니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가 끝이였다. 12년 만에 영어회화를..그것도 전화로 하려니.. 인터넷을 뒤져 여러 예상 질문을 보고 스크립트도 작성해보았다. 그리고 전화면접..다행인지 상대방이 독일사람이어서인지 오히려 영어는 알아듣기 편했고 상대방도 내 말을 알아듣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일반적인 질문에는 대비했던 반면 어떻게 팀으로 일을 할것인가와 같은 질문에는 생각한 바가 없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 나중에 생각해보니 팀 플레이에 맞지 않은 사람으로 판단된것 같았다. 30분 정도 통화했지만 결국 전화 인터뷰는 낙방..

이렇게 되기 까지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결과와 관계없이 이력서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번째로 이력서를 낸 곳은 함부르크의 다른 회사(D), 1차에 지원했던 B 사의 영국 본사(E),  뒤셀도르프의 게임회사(F), 내 포지션과 맞지 않지만 괜찮아 보이던 회사(G) 이렇게 이력서를 냈다.

E 회사와 G에서 약 4일만에 연락이 왔다. E는 전화 인터뷰 제의를..G는 바로 탈락. E 회사는 B 의 본사인데 포지션이 나와 맞았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지원했는데 전화 인터뷰 제의가 왔다. 근무처는 영국 런던..그러니까 영국사람과 전화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절망감에 빠져있을때 독일이 아니어도 좋으니 함 도전해보자 하고 지원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보자고 하니 겁이났다. 전화인터뷰는 약 25분정도 였고 영국 발음에 말이 엄청 빠르고 더듬기까지 해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핵심 내용은 알아듣고 어찌어찌 대답은 잘 했다. 통과하면 메일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ㅠㅠ 이후 F 회사에서 탈락 소식이 전해지고 D 회사에서는 특이하게 연봉부터 물어보았다. 결국 자신들이 줄 수 있는 연봉은 이정도라면서 기술 테스트를 보자고 한다. 이 와중에 스웨덴에 있는 회사에 혹시나 하고 이력서를 보냈다(H) 이건 그냥 재미로…포지션도 완전히 다른데 혹시나 하고 보내보았고 지금까지 아무 답이 없다. D 회사와 기술테스트를 봤는데 구글 독스로 문제를 내고 2시간 안에 전송하라는 조건이었다. 플래시 일반에 대한 문제였는데 실제 업무와 연관은 없어보였지만 겨우겨우 답을 써서 보냈다. 이후 D 회사에서는 면접제의가 왔는데 낮은 연봉을 제안하고 거기에 만족하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조건이었다. 자존심도 상했지만 일단 면접을 보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기분이 많이 우울해졌다. 독일에 블루카드 발급으로 이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인력들이 독일로 몰려들고 있었다. 나같은 10년 이상 경력자 뿐만 아니라 3-5년 경력자 그리고 대부분 싱글에 인도출신 개발자들이 몰리는 통에 블루카드 발급이 허용되는 수준의 연봉에도 만족할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즉 IT 쪽의 취업 시장은 독일 기업들이 이미 이런 사정을 알고 나와같은 인력은 높은 연봉을 제안하지 않고 낮은 연봉에 오면 좋고 아니면 다른 사람 많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취업도 사업도 답이 아니라면 독일은 나를 환영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 가족이 여기 살 운명이 아니라는 걸까? 100번 양보해서 영주권 받을 때 까지 저 회사에 다니면서 적자 가계부는 한국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메꾸더라도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계속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갈지, 그 사이 뭔가 아이템을 개발해 사업을 할지..한국에서 사업을 더 준비해서 다시 나올지…

독일 구직 후기#1 – 독일에 오기까지

어려운 고비를 넘고 이런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행복이다.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난 뒤의 해방감! 물론 그 뒤에는 또 다른 문들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문 밖의 사람들은 이 과정이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나 또한 그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나와 같은 사람들이 헛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이번 구직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직장이라기 보다는 나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인생을 살며 늘 확인하고 있어야 하는데 흘러가며 살다 보면 어지간해서는 알려고 하기 쉽지가 않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나와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이러한 고민만으로도 독일에 온 가치가 충분히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시작은 굉장히 무모했다. 독일로 가고싶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과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독일에 가겠다고 말했던 것이 전부였던 우리 가족. 물론 정은(아내)이와 언젠가는 독일에 가자고 합의만 해 놓은 상황이었다. 둘째가 수유를 끊을 무렵..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2년 4월경.. 이제 정말 준비를 해 볼까? 라고 생각하고 바로 1주일정도 뒤에 셋째의 임신소식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보고 용인 양지로 내려가 12월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셋째임신을 했으니 내가 집에서 회사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도와도 일은 끝이 없었다. 16키로 세탁기를 1주일에 8-10회를 돌려야 했고, 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마당일 까지 추가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전원주택 생활을 했으니 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너무나 행복한 생활과 좋은 이웃에 반해 그나마 약해있던 독일행 결심이 점점 더 흔들리던 시기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던 집에 하자가 너무 심해 약속된 2년 전세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되었는데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른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일단 어디든 해외로 나가서 경험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2013년 10월 경.. 집주인과 이야기를 끝내고 11월 한 달동안 모든 살림살이를 대처분하였다. 나눠주고 버리고 팔고…4월달에 샀던 그랜드 피아노는 샀던 사람한테 헐값에 다시 넘겼다. 5월달에 산 자동차도 팔았고 우리가 아끼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광주의 본가와 서울의 처가에서 얼마씩 지낸 다음 2014년 1월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했다.

이 때에도 독일을 언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겨울은 추우니까 동남아 순회 여행을 하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더 머무르면서 독일에 갈 준비로 영어도 공부하고..뭐 이런 생각이었다. 말레이시아에 한국사람을 통해 한달간 숙소를 구해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보냈다. 그리고 2월달 목적지로 발리에 가는것으로 정하고 세 곳의 숙소를 예약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발리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하고.. 발리에서 신나게 놀다가 마지막 숙소에서, 그러니까 10여일을 남기고 독일로 가보자는 결심을 했다. 이 시기만 해도 독일에 지사를 만드는 식으로 사업비자를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행인데 우리는 독일의 어느 지역에 머물러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에센이나 뮌스터로 가야하나..NRW 창업지원금을 받으려면 이런곳으로 가야하는데 어쩌지..고민을 하다 베를린에 마음이 맞으면 같이 사업을 해볼 수 있을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일단 만나보기로 하고 베를린행 기차표까지 예약을 했다. 마지막 날까지 베를린의 숙소를 알아보다가 발리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겨우 베를린 숙소를 예약하고 독일로 오게 되었다.

3월의 베를린은 추웠다. 2달을 30도가 넘는 동남아에서 매일 수영하고 지내다가 늦가을 옷 한벌씩만 가지고 독일에 도착한 우리 가족..호야(둘째)는 심지어 신발이 크록스..

25년만에 온 독일은 달라진것 없이 그대로 였다. 베를린에 숙소는 7일간 머물 곳(노이퀠른)과 30일간 머물 곳(트렙타워)을 예약했는데 40여시간에 걸친 대 이동 후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 친구분께서 어떻게 알고 나오셔서 첫 번째 숙소를 취소하고 아주머니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주머니 집에서 추위를 이길 옷을 조금 사고 여러 이야기를 하다 동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사설립과 취업을 고민하게 되었다. 7일 후 트렙타워의 숙소로 이동하여 이력서를 적으면서 포트폴리오로 쓸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지사설립과 취직하는 것에 대해 갈팡질팡하였는데 취직을 하면 인생이 거꾸로 가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 사업을 한 시간이 6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다시 취직을 한다는 것이 뭔가 인생을 거꾸로 가는건 아닐까 하는 고민..하지만 결국 취직을 하는것이 독일 정착에 가장 빠른 길이라 판단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마무리를 열심히 했다. 3월 말, 마무리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처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긴장이 풀렸지 평생 가장 지독한 몸살 감기에 걸려 거의 1주일동안 아파서 누워있게 되었다.

 

2번째 잡 오퍼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베를린회사에 합격한 상태로 슈투트가르트 회사에 면접을 보았는데 베를린 회사에 가기로 하고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베를린 회사는 독일 회사답지 않게 일을 굉장히 빨리 처리하고, 슈트트가르트 회사의 면접이 조금 늦게 있어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둘 다 조건은 비슷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회사가 조금 더 많이 도전하고 배울 수 있는 분야이고, 새롭지만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분야였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컸고 또 그 회사에 많이 미안했다.

베를린 회사는 1,2차 면접 이후 바로 다음날 오전에 합격여부를 알려주었는데 느낌상 1차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슈투트가르트는 전화면접후 면접이었는데 내가 전화면접에서 많이 버벅거렸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면접 기회를 주었고, 면접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버벅거렸지만..

베를린의 제안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베를린을 선택했고 바로 다음날 슈투트가르트에서 연락이 왔다. 딱 1주일..일반적인 독일 회사가 고려하는 시간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일은 개발 능력도 중요하고 디자인 센스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전 영어 경력이 한두달 밖에 안되는 내가 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내 의견을 주장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파고들어 보완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분명히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서 일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에 와서 가족과 함께 구직비자 받기

독일은 EU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들, 즉 대한민국 국민이 독일에 와서 구직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6개월 동안의 구직비자를 발급한다.

독일에 무비자로 입국하면 독일을 포함한 EU 국가에 90일간 머무를 수 있는 쉥겐비자를 자동으로 취득하게 되는데, 독일 구인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느리고 길어서 한국에서 잡오퍼를 받고 들어오는것이 아니라면 이 기간은 상당히 짧다고 볼 수 있다.

이력서 확인에 1-2주, 전화 면접에 1-2주, 1차에서 수 차례까지 보는 온사이트 면접 일정을 생각하면 6개월도 짧을 수 있다. 더구나 입국 초기에는 주거지 확보, 전입신고, 은행계좌 개설 등 여러가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6개월의 시간을 주는 구직비자를 받는게 좋은데, 구직비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목적의 비자로 변경 발급이 불가능하다. 즉, 6개월간 구직에 성공하지 못하면 바로 출국해야 하는 조건이다.

이런 내용은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막상 구직비자를 신청하려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구직비자를 받았다는 기록이 전무했다..더구나 독일에 와서, 가족과 함께..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하고 여러 방향으로 검색을 해 보니 주로 인도애들이 구직비자를 많이 신청한다는 정보만 얻을 수 있었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찾기 어려웠다. 구직비자에 필요한 서류는 대학 졸업 증명, 여권, 사진, 6개월간의 보험증명, 6개월간의 재정증명, 비자신청서, 비자신청비이다.

나는 베를린에서 비자를 받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요구 서류가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동반 비자가 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서 그냥 검색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챙겼다. 가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혼인증명서, 가족의 건강보험 증명,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재정증명, 여권, 사진, 비자 신청서..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증명서는 한국에서 발급받아서 아포스티유 스티커를 붙여와야 한다. 나는 물론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에서 한국의 대행업체에 신청해서 우편으로 받았다. 우편요금과 수수료까지 8만원정도 나온것 같고 3-4일 만에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하면 우편요금 2-3만원정도면 받을 수 있을듯.. 그리고 아포스티유를 붙인 원본 서류는 독일에서 알아볼 수 없으니 이 서류들을 번역하여 영사관에서 공증을 받으면 된다. 번역은 영사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쉽게 스스로 할 수 있다.

애가 셋이라 이런저런 서류를 뽑아보니 책 한권정도의 분량이 되었다.

일단 서류는 준비했는데 베를린에는 외국인청이 한 곳밖에 없고, 예약은 가능하지만 이미 7월까지 예약이 다 되어버린 상태라 나는 아침일찍가서 줄을 서야할 판이었다.

베를린 외국인청에서 예약자가 아닌 일반 민원을 처리하는 날짜는 월화목요일 뿐이고 월화는 아침7시부터 목요일은 10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늦게가면 번호표조차도 받을 수 없어 헛걸음을 해야 한다니.. 그리고 동반비자를 받는 경우 6세이하 아이들은 데리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애를 맡길곳이 없으니 조금 난감했다.

결국 내가 먼저 새벽에 가서 번호표를 받고, 시간에 맞춰 정은이가 애들을 데리고 오는것으로 이야기 하고, 나는 밤을 새우고 새벽 4시에 출발해 5시부터 줄을섰다. 와서보니 내 앞으로 20명정도밖에 없어서 급하게 정은이보고 가능한 문여는 시간인 7시까지 도착하도록 서두르라고 이야기 했다. 6시 반쯤 되니 바깥 게이트를 열어주고 안쪽으로 이동했는데 내 뒤로도 사람이 많았다.

베를린 외국인청은 A,B,C 세 건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 처리하는 업무가 다르다. 바깥의 줄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모두 A건물 앞으로 섰다. 저기서 번호표를 받는건가..생각하는데 직원이 학생들은 여기 서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학생이 아니라고 했더니 C건물로 가라고 한다. C건물로 가보니 문은 잠겨있고 2명정도가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데…그렇다..새벽 부터 그 난리를 피우지 않았어도 ..줄을 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베를린 외국인청의 업무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어학원생이나 유학생..상대적으로 나와같이 일반 비자업무를 보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ASIA를 처리하는 C건물에서 7시가 되어 입장했다. 하지만 번호표를 어디서 받는지 몰라 조금 해매다가 last name 기준으로 번호표를 나눠준다는 문구를 보고 2번째로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번호표를 받을땐 기계가 아니라 직원이 서류를 받고 검토한 다음 번호표를 주는데, 내가 가족비자도 같이 받고 싶다고 하니 구직비자는 가족들 비자가 안나온다고 하며 서류를 전달할때 직원에게 이야기 해 놓겠다고 한다.

그리고 정은이가 초인적인 힘들 발휘해서 애 셋을 데리고 도착했다. 고생한 보람도 없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지만.. 아마도 예약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중간중간 번호표 받은 사람을 부르는것 같은데 30분정도 기다리자 나를 불렀다. 들어가 보니 이미 내 여권이 구직비자가 뙇!! 돈내고 비자 가져가라고 설명하는 직원한테 내 가족은 어쩌냐? 하고 물었더니(뒤에 줄줄이 서 있었음) 가족들은 거주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이해했지만 구직비자에 거주허가가 딸려나오는건 조금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관련 서류들을 모두 가져오면 내 비자기간까지 같이 있어도 문제없는 페이퍼를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임시비자로 부르는 것이었다. 바빠서 나를 빨리 내보내려고 하는 직원 앞에 모든 서류가 준비되어 있다며 서류를 내밀었더니 ‘제길..’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간이 조금 걸리니 다시 나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가족이 많아서 그런지 바빠서 그런지 2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더니 정은이와 애들 앞으로 6개월간의 임시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내 비자 비용과 4명의 임시비자 비용은 총 100유로.

이제 독일에서 6개월을 더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비자 기간은 신청한 날 기준으로 시작되니까 입국후 2개월 정도에 신청하는것이 좋을것 같다. 단 가족의 임시비자를 가지고는 다른 쉥겐협약 국가로 이동할 수 없다(독일에서 90일 체류한 이후 다른 나라로 이동은 쉥겐 비자 기간이 초과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가입한 보험 : 케어컨셉
아쉬웠던 점 1: 관련 서류를 한국에서 미리 챙겨오지 못한것(아포스티유는 서울 광화문에서만 붙일 수 있다)
아쉬웠던 점 2: 독일 입국하자마자 외국인청 예약을 잡아놓지 못한것

독일에서 구직활동

개인적인 생각과 기록, 다짐을 적어가는 블로그인데 최근의 주제인 독일 이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고, 나와 내 가족의 삶에서도 어쩌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라 바쁜 와중에도 조금씩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 온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발리에서 독일로 가자라고 결정하고 바로 10일 뒤에 비행기표만 예약했다. 그리고 10일동안 어느 지역으로 갈지, 어디서 지낼지를 결정하고 급하게 베를린으로.. 회사를 만들지 고민하다가 여러가지로 준비가 안되어있다고 판단하고 구직을 하기로 결정.. 급하게 이력서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좋아보이는 회사 몇곳에 이력서 제출, 그리고 그 중 한 곳과 전화 인터뷰, 하지만 탈락.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몇 곳에 이력서를 더 넣어보고 또 몇 번의 전화 인터뷰 제의를 받고 여러가지로 고민해보니 내가 가려는 회사들이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하는 일들은 어떨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것 같다.

NHN에 다니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회사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정적으로 살고 조금은 편하게 살고 싶었을 때의 이야기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도전하고 더 새롭고 싶었던 나는 그런 프로세스가 싫었고 결국 뛰쳐나와 내 회사를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왜 처음에 독일에 회사를 만들려고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고민..나의 발전과 가족의 안정을 동시에 만족시킬수는 없을까? 그리고는 주제를 달리해서 구인 공고를 찾아보았고 겉으로 보기에 좋은 회사가 아닌 작으면서도 실력있고 내 능력을 많이 발휘할 수 있으면서도 도전할 거리가 많은 회사를 찾았다. 바로 이력서와 레터를 보냈고 전화인터뷰를 거쳐 조만간 최종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력서를 보낼 당시 이 회사를 마지막으로 구직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무비자 90일 기간이 끝나가기도 하고 구직비자로 기간은 연장할 생각이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이런 상태로 가족을 방치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떠돌이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만약 떨어지면 구직비자로 있는 동안 유럽과 독일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면접을 앞두고 있고, 이 회사 전에 보냈던 이력서들도 반응이 좋아 다른 회사와도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고 몇 군데 더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원래 어제로 예정되어 있던 함부르크의 회사 최종 면접은 고심하다 거절하였다. 그야말로 부품처럼 일할게 확실한 회사라 애초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요즘에 절실히 느끼는 거지만, 결국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내 삶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구직을 한다는 것..다른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고 알리는 방법 자체도 어렵지만, 스스로를 막연히 좋은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어떤 부분이 좋은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야지..기회가 오기 전에 준비해야지 라는 생각은 많이 해 보았지만 기회를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은 많이 못해본것 같다. 아직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자체가 요즘의 나를 들뜨게 만든다. 아..내 삶의 기회를 내가 만들 수 있구나. 기회의 크기와 관계없이 말이다.

비행기 예약

3월 6일 쿠알라룸푸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말레이시아에어라인 예약.

남들은 그냥 가는 유럽여행 준비도 몇달씩 한다는데..나는 아직 어디에 살아야 할지도 정하지 않았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가서 엄청나게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준비 없이 가는것이 맞는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나에게 독일로 가기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이  3개월,6개월, 1년이 있다면 나는 무슨 준비를 했을까? 거기다 아이들이나 집안일, 돈버는 일에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아마도 기간이 1년정도로 길었다면 어학공부를 했을테다.

기간이 6개월 정도였다면 역시 어학공부를 하면서 여러 준비를 했을것 같고.

기간이 3개월 정도였다면 어학은 시간날때 하고 다른 준비를 했을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기간에는 가족,친지,친구와 이별하고 하는 시간도 포함되었을테지..

그리고 집을 구할 준비를 했을까? 집은 사실상 가서 직접 보고 구하는게 좋기 때문에 시간이 많아도 준비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는 집을 구한 다음에 고민할 일이다.

차를 미리 구매할수도 없다.

계좌 개설이나 비자신청, 회사설립 또한 집을 구한 다음에 할 일이다.

결국 준비기간이 길었어도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리 많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준비한답시고 또 1년이라는 시간을 미루었을테고..결과적으로 그 기간에 우리가족은 더 힘들었겠지..(집안일도 안돕고 돈도 안벌고 어학비용에 한국에서 생활비 등..)

어찌보면 가장 무모해 보이지만 독일 가는 준비라는게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 싶다.

물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 정도는 생각해야겠지만..

지역은 뮌스터나 에센을 생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NRW 주에 위치하고 있어서 창업시 NRW 주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세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뮌스터는 가본적도 없고 에센은 가본적이 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하기가 힘들다.

예전에 용인 동천동에서 살다가 이사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 직장위치나 아이들 학교와 관계없이 이사가 가능했던 우리는 어디로 이사할지 정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말 그대로 아무곳이나 살아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을 후보지로 놓고 이사갈곳을 정해야 한다는것…그곳에 살아본적도 없는 경우..구경하러 갈 엄두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우리는 ‘전원주택’이라는 키워드로 이사갈 곳을 알아보았고, 단지형으로 이쁘게 지어진 발트하우스로 이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독일 전역을 대상으로 살아갈 곳을 찾아야 한다니 이건뭐…

그래서 일단 회사 설립시 지원이 되는 NRW 주로 범위를 좁혔고, 그 중 집세가 싸고 자연환경이 좋은(독일은 다 좋아 보이지만) 뮌스터 + 에센 두 도시로 압축했다.

하지만 역시나 감이 오지 않는다. 에센은 확실히 집세가 싸 보이는데 뮌스터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정착할 집을 찾기전에 한두달정도 머물 임시 숙소를 먼저 구하려 하는데 단기로 집 찾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독일에 들어갈 날이 9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ㅎㅎㅎ

그래도 독일 변호사에 보낸 메일에 답신도 오고 사보험 가입 관련된 견적도 받아보았다.

비자 발급이나 회사설립에 대한 절차, 비용, 기간은 NRW 투자공사를 통해 들었던 내용과 비슷했고, 관광비자로 입국 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사업계획서 작성을 맡기는 만큼(기본 틀은 직접 제작) 비용이 추가될것 같다..

사보험은 5인 가족 기준으로 1000~1500유로를 매달 내야할것 같다.

물론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가입할 수 있을것 같은데..어디까지 커버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1500유로면 집세보다 더 비싸고 사실 어마어마한 비용인데, 대체 독일에서 식구가 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을 할 수 없다는건가? 아니면 다들 이 비용을 내고 자영업을 한다는건지..

건강보험 내다가 망하게 생겼다.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싼 보험을 들던가..

아니면 자기부담금을 높이던가 하는 방법으로 보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부담금을 높이면 죽는 병이 아닌이상 보험을 들지 않은것과 같은 병원 비용을 내야할수도 있다.. 아이들은 좋게 우리는 안좋게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한국에서는 자기부담금 = 회사부담금까지 했을때에도 36만원 정도였는데, 물론 한국은 자기부담금 비율이 조금 있지만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부분이다. 뭐..이거야 돈을 벌면 해결 될 수 있는 일이고 돈을 못벌면 건강보험료 못내는것과 관계없이 독일에서 쫓겨나게 되겠지..

중요한건 비행기표를 사버렸다는 것..

독일에서 당분간 이동을 위해 푸조리스나 렌트카를 이용할까 했는데 차라리 차를 사버리는게 좋을것 같기도 하다. 관광비자 상태로 차를 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정되어버린거다..이제 임시숙소를 빨리 구하고..못구하면 호텔로. 참..우리는 여름옷밖에 없구나..독일 가기전에 공항에서라도 옷을 사야겠다..

인원수가 많으니 뭘 해도 돈이다 ㅠㅠ 그래도 잘 될거야라고 생각해야지 별수없다.

독일 법인 설립절차

독일에 사업체를 만들어 적법한 비자를 받는 대략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1관광비자입국-2거주지임대-3사업거주허가(비자)신청-4사무실임대-5사업자등록

4,5번은 하나로 묶어서 보아도 무방할듯하다.

참고로 국내에서의 법인 설립절차는 법무사를 통해 대행하지만 독일은 변호사를 통해 대행할 수 있다. 관련 변호사를 선임 후 권한을 위임하여 법인설립 업무와 비자 신청업무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른 변호사 수임료가 대략 비자관련하여 2500유로, 법인(GmbH)설립시  2000유로정도가 소요된다.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본금이 납입되어야 하는데, GmbH 설립시 최소 자본금은 25,000 유로이다.

법인 설립과 운영에 대한 부분은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법인의 성격을 잘 모르고 납입한 자본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것은 횡령등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비자 발급만을 위해 자본금 납입 후 개인 용도로 사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것이 좋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사업거주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 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독일에서 어떠한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비자 발급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부분은 아직 진행중인 사안이 아니므로 추후 실제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면 다시 정리해볼까 한다.

법인 설립시 변호사 수임료와 공증,번역료등 대략 4500유로~5000유로가 소요될 것 같다. 이는 초기 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고,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사무실 임대료, 유지 운영비용, 인건비, 세무비용 등이 고정적으로 지출될 비용이 될 것이다. 항목은 우리나라와 똑같지만 금액의 단위가 커질수밖에 없을것 같다. 대략 1000유로를 우리나라 100만원정도로 생각하면 지출의 규모가 비슷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에서 주거 및 생활비용과 한국의 4대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소득세등의 지출이 예상된다. 독일은 소득세율도 높지만 법인의 법인세율과 부가세율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단순히 사업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해서 독일에 정착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료 조사 중 한 가지 모르고 있던 부분이 건강보험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독일의 건강보험은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구분된다. 사보험이 좀 더 좋지만 그만큼 비싸고 가족단위로 가입이 불가해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보험에 들어야 한다. 이 보험가입은 아마 비자 발급시 의무적으로 필요한 사항일 것이다. 꼭 나가야 하는 돈인데, 사업체의 대표인 경우 공보험 가입이 불가해서 무조건 사보험으로 가입해야한다. 월 보험료가 3인 가족기준으로 900유로 전후라고 들었는데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이게 회사 부담금을 포함한 금액인지 개인 부담금만 나오는 금액인지를 더 알아봐야 하는데 애가 셋인 나로서는 주거비용과 함께 굉장히 부담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회사부담금을 포함하는 금액이라면 어느정도 독일 물가를 감안해 인정할 수 있을듯..

독일의 연방주 중에서 NRW 주가 외국인 직접 투자유치에 적극적인데, 이곳에 회사를 설립하면 NRW 투자공사로부터 초기 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비용 규모는 3000유로이다. 초기 회사 설립비용 5000유로에서 2000유로정도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NRW 주의 유명한 도시는 뒤셀도르프,본,쾰른,에센,도르트문트,뮌스터,아헨,레버쿠젠 등이 있다. 주로 쾰른이나 뒤셀도르프에 기업들이 많이 있는듯하다. 내가 어릴때 잠시 살았던 곳도 도르트문트이고 주변 도시들도 몇번 가본적이 있어 조금은 친숙하다.

회사를 만든다면 NRW 주의 한 도시나 외국인이 많은 베를린쪽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NRW 투자공사 한국지사를 통해 독일의 변호사를 소개받은 상태이고 이번 주 중으로 변호사에게 여러가지 문의를 해보려 준비중이다.

베이스캠프가 가지는 의미

올해 7월까지 전세계약기간이었는데 집의 하자로 일찍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마침 추운 겨울인지라 따뜻한 나라에서 독일가는 준비를 하기로 하고 급하게 정해서 나온 말레이시아.

어제는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KLCC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에 다녀왔다.
그러니까, 관광을 하고 온 셈인데, 숙소에 돌아오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전에 일본에서 1년여간 회사를 다녔을때도 그랬지만, 여행으로 어딘가를 갈 때와, 실제로 살아보기 위해 갈 때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이 곳 말레이시아도 단지 여행으로만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아주 복잡하다.

여행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끼기도하고, 모든 스케쥴이나 생활 리듬이 기존과는 다르게 변하지만, 생활이라면 생존을 위한 고민을 멈출수가 없다.

이곳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마트에 간 것이다. 마트에 가서 아이들 해 먹일 식사 재료를 사고, 그 비용을 파악하고, 숙소 근처의 식당과 편의시설 등을 숙지했다.

여행이라면 그냥 맛집 찾아다니고 쉬고 있었을텐데, 지금은 다르다..

만약 지금이 봄이나 여름이었다면 아마도 독일에 관광비자나 구직 비자로 바로 들어갔었을텐데, 그랬다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러한 시행착오나 어지러운 생각들로 초기 적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것 같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가장이 겪는 시행착오는 가족의 입장에서 고통이 될 수 밖에 없다.

임시 숙소의 위치, 숙소의 규모, 적응때까지 필요한 물건, 마음가짐, 비용 등.. KL 에 와서 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이제 독일에 간다면 이러한 부분은 미리 준비해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곳에 와서 느끼게된 좋은점 하나는 결국 저질러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이들 일로, 회사 업무로, 집안일로, 기타 여러가지 일로 독일로 가겠다는 계획의 우선순위가 미뤄졌을텐데..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독일로 가기 위해 해야할 일들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떠돌며 살 수는 없으니까..

미루고 미루던 프로젝트 마무리부터 이력서 작성, 언어공부까지..이제는 우선순위를 낮춰 미룰 이유가 없어진것이다. 지금 하려고 보니 이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인데 한국에 있으면서 언어공부도 하고 취직준비, 혹은 사업준비를 하고, 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도 하려고 했었다니..

이번주와 다음주는 조금 집중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한달이 넘게 손을 놓고 있었더니 다시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고 초기에 세웠던 설계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아졌는데 일단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