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말레이시아 최고 택시 드라이버를 만나다.

어딜가든 택시를 타야하니 만만한게 KLCC 라고 오늘도 KLCC 로 갔다. 점심,저녁까지 먹고 시우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서서 집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잡았다.

지난번 집으로 오는 택시에서 어마어마한 나프날렌 냄새 습격을 받았었기 때문에 KLCC 에서 돌아올땐 무조건 모범택시를 타기로 했는데…막상 모범택시들이 줄줄이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망설여진다.

마침 길 너머에 일반 택시 한대가 섰는데 나는 그 앞의 일반택시를 타자고 했고, 정은이는 그나마 차가 좀 좋아보이는 뒷 택시를 타자고 했다. 한국같으면 뒷택시 아저씨가 앞택시를 타라고 했겠지만 여긴 그런것 없다.

뒷 택시를 타려니 문을 안열어주고 창문만 삐죽 연다. 방향이 다르면 안태우겠다는 표시..목적지를 말하지 ‘오케오케’ 하면서 문을 열어주는데 우리가 줄줄이 타니까 웃는다.

나는 살짝 기분이 상해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출발하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의 발음 교정으로 시작했다. 

“setapak 은 세타팍이 아니라 슷타팍으로 말해야 해! 하지만 난 다 알아들었으니 문제없어!”

“브라더, 시스터 너희들은 행운이야. 말레이시아 최고의 택시드라이버를 만났으니까”

“오늘 내가 너희를 태우게 되어 너무 고맙고, 말레이시아에 와 준게 고맙고, 여기서 만나게 된게 고맙고..뭐가 고맙고……..고맙고 고마워. 모든걸 고마워 해야해.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택시 기사라는 사실이 고마워 우리는 우리 삶에 고마워 해야 해”

“우리가 오늘 만난건 우연이 아니야. 신이 정해준거야.”

“난 별명이 많아. 택시킹, 슈퍼택시드라이버, 미스터택시, 전설의 택시기사……..모두 손님들이 지어준 별명이야”

“어젠 어떤 외국인 교수를 태웠는데 그사람이 나같은 사람 처음봤다고 그랬어.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시작부터 끝까지 그 에너지로 이야기 해. 아마도 세계 최고는 모르지만 말레이시아 최고는 확실하다고 했어”

“나는 데이븐이야 그냥 편한대로 불러. 난 벌써 내일 공항만 11번 가야해. 벌써 1000링깃 이상을 벌었어”

“내가 2년간 태운 손님이 수천명이야. 인도,스리랑카,한국,대만,중국,일본……”

“바투케이브 가봤어? 아니라고? 오마이갓..다음주에 거기서 어마어마한 축제를 해! 꼭 가봐”

“날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최고의 택시드라이버, 미스터 데이븐이야”

“무슨일 있으면 연락해 내가 가이드 해 줄게”

“반딧불 투어는 가봤어? 아니라고? 오마이갓..바투케이브 축제가 최고고 이건 그 다음이야 꼭 해봐”

“나무 하나에 반딧불 5000마리가 있어. 이 투어를 하면 네셔널지오그래픽 채널속에 들어있는 기분일거야”

“내 택시를 탄 사람들 모두가 나를 최고의 택시 드라이버라고 했어. 이건 논쟁의 여지도 없어”

“택시계에 오스카상이 있다면 내가 탔을거야”

“얼마뒤엔 내가 최고의 택시 드라이버로 방송도 탈거야”

“택시 드라이버들에게 나처럼 하면 좋겠다고 강연도 했어”

…..

이런 어마어마한 자기 자랑과 뭔가 느낌이 오는 자기 철학을 정말 쉬지 않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처음엔 장난으로 듣다가 계속 감탄만..어쩜 저렇게 말을 잘하고 재밌게 할까..

허풍으로 보이는건 절대 아니고,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정말 신나고 재밌게 일하는 구나..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우가 울자 애들 우유 좀 주라그러고, 우유가 없다고하니 황당해하면서 우리를 또 혼낸다. 우유 꼭 가지고 다니라고. 그러면서 자기가 빨리 운전해서 가야겠다고 한다.

집에 오는 내내 웃으면서 즐겁게 왔는데 집앞에 도착해서 같이 내린다. 11링깃정도가 나왔는데 지갑을 뒤적이다보니 내 손에 12링깃이 들려왔다. 15링깃정도 줘야 하나..아님 20링깃줄까? 하는 생각하는 찰나에 이 아저씨가 자기 지갑을 열더니 우리 애들한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1링깃씩을 준다..헉…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어버버 하고 있는 사이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한다.

그럼 나는 얼마를 줘야 하냐고 하니 이걸로 좋단다..

몇 번이나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도 가는걸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과연 세계 최고의 택시드라이버를 꿈꾸는 남자 다웠다. 더 소름끼쳤던건 꿈만 꾸는게 아니라 이렇게 하루에 조금씩 그 꿈을 향해 다가간다는 것이다.

동시에 나는 어떤가..하는 생각이 몰려왔다. 참 부끄럽고 창피할 정도로 나는 쉽게 쉽게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분야든 세계 최고를 꿈꾸고 그걸 실천하는 사람.. 분명히 몇 년 뒤에는 방송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나오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택시 드라이버가 되어 있을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이용할 장거리 택시와 주변, 커뮤니티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또한 데이븐이 지금까지 만나본 택시 드라이버 중 최고였고, 앞으로도 최고일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4 말레이시아 도착!..오늘까지의 기록..

출국 전 김해공항에서.. 뱅기표 싼거 산다고 부산까지 가느라 출발도 전에 지쳤다..

6시간 20분의 비행은 끝이 없이만 느껴지고..어휴..애들 데리고 유럽은 어떻게 가는건지..ㅠㅠ

지우,호야만 데리고 나가서 첫 식사. 말레이 대표음식인 판미를 먹어봤는데 비려…비린데 응? 맛있네??? 결국 다 먹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온 가족이 마트로 출동! 이 날 비를 쫄딱 맞아서 시우가 감기에 제대로 걸렸다. 호야도 코를 질질…

콘도에 수영장 답사 출발~!

바로 수영복 챙겨와서 수영 시작! 지우야 당연히 좋아할거라 예상했는데 호야도 엄청 좋아한다. 지난번에 나랑 둘이서 놀러갔단 이천 테르메덴에서의 기억이 좋았나보다.. 둘 다 안나오려해서 고생했다.

콘도 근처에 있는 페스트발 몰 방문! 비 쫄딱 맞고 택시타고 다녀온 져스코(AEON으로 바뀜)보다 더 좋았다. 밥은 시크릿레시피에서..

책좀 보라고 했더니 당연한듯 자리잡는 지우..

누나 일어서니까 누나 따라하는 호야.. 둘 다 글자도 모르면서 ㅎㅎ 웃기다.

KLCC 방문. 분수보고 신났다.

맛나다는 마담콴에서 점심. 정말 맛났다~ 메뉴를 잘 골라서 더 잘먹은것 같다.

한없이 화려하기도..한없이 지저분하기도 한 말레이시아. 어디가 평균일까..

현지인 포스로 노상 공연 관람하기.. 무리한 외출로 시우 컨디션이 많이 안좋다.. 돌아오는 길에 잡아탄 택시에서 나프탈렌 냄새가 쩔어…기절시켜서 납치하려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외출시엔 어지간하면 모범택시 타는걸로..

풍문으로만 들어온 바닐라 코크에 도전.. 참 동남아 틱한 바닐라 맛이었다. 콜라의 청량감이 희석되어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