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우리…

드라마 더 봐도 되냐고 영상통화


둘째 호야가 생기고 인생이 계획처럼 되는 듯, 인생이 완성이 된 듯 한 행복감에 젖은적이 있었다. 아마도 아빠가 되었고 또 익숙해지고 있다는 착각에서 나온, 24개월 전 귀엽기만 한 아이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버틸만 했으니.. 그리고 찾아온 막둥이 시우, 어린 아이 셋을 다 맞춰주기도 힘들었지만 갓 돌지난 시우 정은이 등에 업고 기약도 계획도 없이 독일로 왔다. 독일에 계속 있을지 말지를 독일에 와서 한 달 뒤에 마음먹고 6년만에 직장을, 그것도 독일에서 구하기 시작했으니….

체류 허가도 임시, 집은 에어비엔비,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 난 몇 번의 인터뷰가 끝나고 심하게 앓았고 없던 흰머리가 수북히 생겼다. 그렇게 독일에 적응하랴 일하랴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유치원에 학교에 이사에 우리 둘 다 너무너무 힘들고 정말 다시 돌아가면 할 자신이 없는 엄청난 일들을 해왔다. 그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생을 죽도록 하고 나니 벌써 9년이 지나고 나는 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업을 한답시고 수억 연봉의 직장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때마침 주식으로 손실도 보고 우울함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에 대해 그리고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간 모으기만 하고 다른건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 이런 기회가 필요했으리라…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고 또 수입이 없더라도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는것에 너무 감사하고, 늦은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행복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가장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이라면 몇 년전부터 부쩍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써봐야 내 자식 자랑이지만, 내 블로그니..

지금 9학년인 지우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감정의 기복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사춘기 10대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좋은것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학년이 지나고 부터 갑자기 모든 일들을 혼자 하기 시작하더니 학교 공부나 악기연습 부터 운동, 요리, 독서, 그림그리기 등 혼자서 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단 한번도 공부해라, 시험이 언제냐,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았지만 성적도 좋고 무엇이든 시작했다하면 실력이 느는게 보일만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한다. 아기 때 부터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던 지우는 요즘 우리 표현으로 하루를 정말 걸레 비틀어 짜듯 마지막 1초까지 즐기고 있다. 하고싶은것도 많고 하고 있는것도 많은 그리고 잘하는 것도 많은 지우… 잠자는 시간에 몰래 일어나 하는 일이라곤 책읽기, 일기쓰기..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혹은 ‘이번 여행은 너무 즐거웠어’, ‘지난 2022년은 정말 즐거웠던 한 해였어’ 와 같은 말들이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하지만 너무 재밌었어’ 가 학교다녀오면 하는 첫마디, 늘 웃고있는 얼굴..

그리고 지금 7학년이 된 호야. 어릴 때 부터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본인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었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을 미치도록 행복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 요즘은 자기 감정을 제어하고 고치려는 노력 중이다. 어른도 하기 힘든것을, 그냥 난 이래 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을 바꾸고 고치려고 하는 노력들.. 본인도 사춘기에 접어들고 거의 방목되다 시피 키워지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울만도 한데 잘못된 것들에는 당당히 아니라고 하는 용기.. 지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느끼려 노력하는게 보여진다. 예전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들에 도전해 보고 또 거기서 얻게 되는 성취에 즐거워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책들은 모든 내용을 다 외울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우리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는 호야..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

이제 갓 10살 하지만 올해 김나지움에 가려고 도전하는 시우. 태어나서 거의 독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지 엉뚱하고 기발한 시우.. 1살 아이 수준으로 그림을 그리다 어느날 엄청난 퀄리티의 그림을 그려오고, 학교에서 책에 대한 발표를 하는데 20분 넘게 내용을 외워서 이야기 한다던가 무언가 시작하면 제일 집요하고 집중해서 파고들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시우. 가장 아이답게 크면서도 가장 성숙해 보이기도.. 8시 반이 되면 양치하고 사랑스럽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서 자고 깨우지 않아도 6시 반이면 일어난다. 재촉한 적도 없지만 지각해 본적도 없고 승부욕이 엄청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다.

세 아이들 모두 자기 방도 잘 치우고 빨래는 세탁/건조만 하면 가져가서 정리한다. 셋 다 숙제는 알아서 하고 지금까지 큰 사고친적도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들 좋고 아이들 끼리 티격태격 할지언정 크게 싸우지 않는다. 밥먹는 시간엔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 돌아가며 이야기 하다보면 1시간 2시간은 금방이다. 우리와 늘 친구처럼 재밌게 놀면서도 진지하게 하는 말에는 귀기울여 들어주고, 들으려 노력한다.

나는 절대 하지 못했고 지금도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 아이들은 척척 해낸다. 내가 20살 30살에 알게되고 실천한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벌써 하고 있다. 내가 도와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일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보다 감탄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더 행복해 지고 있다.

지우의 성취,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지우 학교에서 9학년이 되면 오케스트라를 하던 아이들은 상급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본다. 딱히 차별을 두는건 아니지만 오케스트라는 아무나 갈 수 없기 때문에(악기를 다루어야 하므로), 입학 때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들어가는것은 아주 어렵다.

5,6,7,8 학년 동안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9-12학년동안 상급 오케스트라를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시험을 봐야 하고 여기서 떨어지면 합창단이나 실용음악을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오늘 있었던 그 시험에 지우는 당당히 합격하고 왔다. 그것도 1st 바이올린으로!

처음 이 학교에 올 때만 해도 바이올린 초보 티를 벗지 못해서 2nd 바이올린으로 시작했는데 상급 오케스트라 합격 뿐 아니라 1st바이올린, 그리고 전에 악장하던 아이와 단 1점 차이로.. 9학년 이후로 열심히 하면 악장도 노려 볼 수 있게 되었다. 실력이 비슷했던 한 친구는 상급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내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것은, 나와 정은이는 단 한 번도 지우한테 바이올린 연습을 하라는 말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스스로 연습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다. 물론 공부도 마찬가지다. 반에서 아마도 1,2등을 다투는 듯 한데, 우리는 지우가 언제 시험을 보는지 뭘 하는지도 잘 모른다. 혼자 공부하고 결과만 듣는 경우가 많다. 어느 순간 부터 너무 바빠져 버린 지우.. 무엇을 하나 보면 독서, 뜨개질, 공부, 운동, 바이올린, 핸드폰 영화 감상 등 정말 단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꽉 채워 보내고 있다.

어릴 때 부터도 에너지가 넘쳐서 감당이 안되었는데 그 에너지를 이렇게 올바른 방향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본인 스스로 많은 것들을 성취하고 있으니, 바로 이 부분이 너무 너무 자랑스러운 것이다.

지우 뿐 아니라 호야와 시우도 학교에 다녀오면 자기 자랑 하기 바쁘다. 세 아이들이 이루는 작고 큰 성취들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우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있었을까? 지금 처럼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옆에서 지켜봐 줄 수 있었을까? 아이들이 잘 하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너무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우 학교에..

엄마 등에 엎혀 독일 땅을 밟은게 엊그제 같은데.. 그 때만 해도 한참 말 배우고, 기저귀하고 아장아장 걸었었는데.. 그 막둥이가 학교에 들어갔다. 누나 형에 비해 사실 1년 늦게 들어간 샘이지만(늦었다기 보다 누나 형이 1년 일찍 학교에..) 막내라 그런지 더 어리게만 보인다.

동네 유치원에서 동네 학교로 가서 그런가 같은반에 유치원 동기들이 많고, 형 누나 따라 학교 구경도 많이 다녀서 인지 본인은 학교에 가는것에 아무런 차이를 못느끼는 것 같다. 오히려 유치원때처럼 노는 시간은 언제인지, 무슨 장난감을 가져갈지에 대해 머릿속에 가득해 보인다.

학교에서 뭐 배웠냐 그러면 아무것도 기억못하고 오로지 쉬는시간과 노는시간에 했던 일들만 말해준다. 매일 아침 아슬아슬하게 교실에 들어가지만 내가 마음이 급하지 본인은 지각하는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급한 마음도 없다.

지우랑 호야는 긴장도 하고 그런게 보였는데 이 놈은 천하 태평에 아직도 아기 같으니 걱정이 되다가도 하는걸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뭘 해도 귀여운 막내.. 너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 지금처럼 늘 씩씩하게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자!

형, 누나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다시 2년 정도는 아빠랑 늘 같이 학교에 갈테니 그 짧은 시간이라도 아빠랑 단 둘이 매일 붙어서 가자 🙂

4월 근황

1-3월은 정리도 못하겠다.. 4월만큼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젠 보통 1년에 일어날 일들이 한 달동안 일어나는것 같다

  • 부활절 방학에 옷장 2개 만들기
  • 외국인청 가족비자 연장
  • 다니던 회사 철수 통보
  • 새로운 회사 계약
  • 사이드프로젝트 팀 조직 및 프로토타이핑
  • 또 다른 팀 조직 및 기획
  • 스마트홈 구현
  • 치과치료 후 2주간의 지옥, 그리고 신경치료 시작

다음 포스팅에 조금 상세하게 적는걸로..

2017 그리고 2018

매년 기록을 갱신하듯 올해도 우리가족은 최고로 힘들고, 최고로 많이 성취하고, 최고로 많이 성장했던 한 해를 보냈다. 매년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것들을 다 한거야? 하면서 덜덜덜 떨었는데 그것이 또 반복되었고 이제는 앞으로 매번 반복될 것이라는 것 또한 생각하게 된다. 2018년에는 더욱 힘들겠지만 그 만큼 우리가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2017년 우리집의 10대 뉴스를 정리하자면,

10 정은 옷 구입
조금 웃기지만 정은이의 겨울 패딩 구입이 10위를 차지했다. 평소 짠돌이/구두쇠라 생각하는 본인보다 더 짠순이인 정은이. 짠돌이 남편 만나 옷 한벌 제대로 못사입다가 나의 성화에 겨우 하나를 사게 되었다. 전에 입던 단벌 잠바 역시 10여년전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것.. 이 옷을 계기로 정은이 옷장을 예쁜 옷으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정말 이건 내 책임인것만 같아 속상하다. 패셔니스타가 되자는 계획은 2016년의 계획이었는데…ㅠㅠ

9 부모님 방문
이젠 연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부모님 방문. 처가 식구들이 오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실때 한번이라도 더 방문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 방문 하셨을 때는 예년과 다르게 시차적응이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셔서 조금 걱정도 되었었다. 올해도 방문 계획이 있으신데 운동 열심히 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8 새로운 만남
아이들 학교를 옮기며 새로운 친구들과 그 부모들, 또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은이와 내가 따로 만나게 된 사람들도..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만나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국적과 나이도 다양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소중한 인연들을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7 아이들의 성장
세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빠르지만 2017년에는 특히 대단했던것 같다. 지우는 피아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작해 2달만에 성공적으로 연주회에 올랐고 이사 뒤에는 바이올린도 배우고 최근 피아노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공부나 본인의 책임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늘 그렇듯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고 있다. 마음에 딱! 맞는 단짝 친구를 찾지 못한게 조금 아쉽지만 그게 아니라도 지우는 너무 바쁘다. 호야는 까탈스러운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까탈스러운 성격이 호야 본인에게는 행복을 주는 기반이 되는것 같아 나쁘게 보고 있는건 아니다. 전학와서도 아이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고 덩치가 크지도 않으면서 여러 아이들을 리드하는게 보인다(성격이…). 쇼맨쉽도 있고 원하는게 뚜렸하니 2학년들 사이에서 주도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사람을 녹이는 표정이나 목소리는 후에 나쁜남자로 활약하게 해주겠지.. 따로 시키는것도 별로 없는데 독어든 한글이든 읽고 쓰는것에 재능을 보이고 마테에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두려움이 많지만 자신의 몸이 생각보다 잘 움직인다는걸 알고 여러 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호야 성장의 원천인것 같다. 여전히 머리를 많이 부딪히고 이마도 크게 다쳤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집 귀염둥이 시우는 귀여움을 졸업하는가 했는데 오히려 업그레이드 시켰던 한 해였다. 정말 귀여울 수 있는 아이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형과 누나의 모든 것을 따라하면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8월부터는 유치원에도 다니며 독일어도 많이 늘었다. 생각하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든 독일어든 쉬지 않고 말하고, 언어가 늘어나는게 하루하루 다르다. 부끄럼도 타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사랑받는것 같다. 아이들 모두 힘든 상황에서 잘 해준 한 해였다. 감정 조절도 모두 훨씬 잘하게 되었고 여러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하던 상황들이 많이 개선 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하루하루 조금씩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이 여유를 다시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기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니 오전에 조금 여유가 생긴 정은이가 독일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정은이의 대단한 노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이다..

6 이직
내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더 높은 연봉에 더 낮은 업무라…독일에서도 이정도 업무 강도라면 정말 축복받은 수준이다. 단 나 스스로 목표점을 찾지 못해 상반기에 조금 방황하고 스트래스를 많이 받았다. 10월정도부터 마음이 잡히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

5 아이들 파티
독일와서 처음으로 아이들 생일파티를 했다. 물론 가족끼리는 매년 했지만 친구들을 불러서 크게 파티를 한 건 처음이었다. 핑계지만 바쁘고, 말이 안통하고 해서 미뤄왔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좋았다. 아이가 셋이고 가족 생일파티를 같이 하다보니 무려 6번의 파티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대부분의 준비를 정은이가 하기 때문에 정은이 한테는 많이 다르게 느껴질것 같다. 올해는 내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어딜 데려가던지..

4 전학
입학해서 졸업까지 선생님과 반이 바뀌지 않는 독일 학교, 그리고 처음 다니고 있던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좋았기에..아이들에게 전학은 재앙 그 자체였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진것을 빼고는 단 하나의 장점..그러니까 전 학교와 비교해서 좋아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학교. 거기에 지우,호야 선생님들 모두 학교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 선생님..다행히(?) 지우 선생님은 은퇴를 해서 지금은 만족스러운 선생님으로 바뀌었고 호야 선생님은 학부모의 성화에 3학년부터 교체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리라.. 다만 우리 가족은 이 상황을 계기로 만들어, 어차피 공교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크지 않다는 명제 + 아이는 부모와 같이하는 것에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늘 그렇게 하고 있었던 정은이보다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결심이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방향성을 알게된 느낌이랄까..아이들도 잘 따라와주고 더 행복해하는걸 보니 우리가 고민끝에 좋은 결론을 내린것 같았다. 올해는 이 방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려고 한다.

3 인테리어
새집으로 이사는 곧 빈집으로의 이사를 뜻한다. 전에 살던 곳에 가구가 대부분 있었기에 부엌과 모든 전구를 포함한 가구들은 모두 고르고, 주문하고, 조립해야 했다. 이케아는 한달에도 수십번씩..바우하우스와 베를린의 가구 전문점을 대부분 찾아다니며 노력한 결과 부엌과 우리방 옷장은 맘에 드는것으로..나머지는 이케아로 채웠다. 아이들 방이야 이케아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부엌과 거실 등 공용 공간과 우리 방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가구로 꾸미기로 결심하고 아직도 고르는 중이다. 아마 올해에는 우리 맘에 드는 가구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제발..

2 영주권
독일에 와서 세운 몇가지 단기 목표중 마지막 목표가 달성되었다. 예상보다 싱겁게(?) 영주권이 나와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거주에 대한 불안감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실직을 해도 쫓겨나지는 않아! 물론 돈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있어야겠지만.. 영주권 취득은 거주에 대한 불안 해결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영원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고 또 그것을 바라고 독일에 온것이 아닌 만큼 올해는 정은이와 진지하게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

1 이사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진 이사. 집을 사면서 부터 돈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문제들(심지어 경찰과 관련된..) 부터 은행, 하자보수, 실질적 이사, 적응, 인테리어 등등..아직도 화장실은 손도 못대고 복도에 줄을 못맞춰 단 등도 다시 못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집이 생겨서 좋다는 생각과, 예상하지도 못했던 집에서 바라보는 일출 그리고 뻥 뚫린 경치, 좋은 이웃들..많은 것들이 정리 되고 마무리 되었던 한해였다. 우리는 이제 이 집을 베이스 캠프로 또 많은 꿈을 펼쳐 나가겠지..아이들은 10대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금은 늙어가겠지만 우리 가족 모두 이 집에서 꿈을 품고 노력하고 또 이루어낸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2018년에 예상되는 계획은 별로 없다. 좋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그만큼 안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거금을 들여 마음에 드는(그래봐야 우리 입장에서 거금이지..) 가구를 장만하고 마당을 정비해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들과 가능한 최대한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독일을 벗어나 유럽에서 가보고 싶었던 나라에 가 볼수도 있을것 같다. 무엇보다 나 개인적으로는 내 체력을 높일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물론 정은이와 함께 우리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발동이 걸릴듯 움직이고 있는 개인프로젝트도 정기적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것이다. 부족한 영어도 많이 보충하고 기본적인 독일어도 시작할 것이다. 12월부터 우리에게 늘 햇빛이 비추더니 이렇게 새해에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실감할 수 있는것이 신기하다. 정말 올해는 나 스스로가 기대된다.

스스로에게 칭찬

다시 태어나기 결심 후, 바램처럼 하루만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힘들고 피곤하고 무기력했는데, 그 시간들을 모아놓고 보니 ‘이게 다 내가 한거야?’ 싶을 만큼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오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정은이도..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것 조차 버릇이 되어버린건지, 내가 무기력해 있던 부분은 단지 직장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니..직장이라기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다시 찾은 방법들은 이미 2년전부터 해오던 일들이라 역시 그 때도 방향설정이나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독일에 온지 3년 하고도 반. 아이들 학교/유치원. 이직. 집 매매. 이사. 등등..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루어온 일들도 많지만 스스로 성장했다는 기분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없을 정도이다. 엘론머스크가 내 상황에 있었어도, 스티브 잡스가 내 상황에 있었어도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지 못했을거라 확신한다.

잘했어. 잘하고 있다고 꼭 안아주고 칭찬해주고 싶다.

보금자리 마련하기

아이들과 소소한 추억 만들기 한답시고 거실에 온 가족이 이불을 펴고 누웠다. 문득, 이 집에서의 첫날밤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정은이는 지하철로, 나는 여행가방 2개로 시작해 조금은 불어난 짐을 택시에 싣고 이사를 했다. 당장 이불과 식기가 없어 급하게 사러 나갔다가 정은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없어 냄비 세트만 사 왔었다. 8월이었지만 저녁에는 추웠던 그 때, 온 가족이 작은 방에 냄비세트 상자를 펴고 우리가 가진 모든 옷들을 깔고 덮고 덜덜 떨며 자던 그 때.

우리의 신혼집도 그랬다. 분당에 전망좋은 복층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계약하고 어느 새벽에(왜 그랬을까?) 둘이 대청소를 하고 둘이 나란히 누워봤는데 이불이 있었음에도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성남으로, 다시 수내동의 오피스텔 두 곳, 용인 동천동, 용인 발트하우스 까지 이사를 다니다 말레이시아와 발리를 거쳐 베를린까지 이사왔으니 결혼생활 9년동안 2년 넘게 살아본 집에 한 곳도 없다. 어쩌면 지금 사는 베를린 집이 처음으로 2년 넘게 사는 집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이사다니기는 힘들고 방이 하나가 더 필요하니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았는데 월세가 너무 비싸다. 지금도 세후 월급의 반 이상이 월세와 유지비로 들어가는데 더 큰집으로 가면 3분의 2를 집에다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결국 많이 올라 비싼감이 있지만 베를린에 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우리 맘에 드는 집이 나오는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소 5년에서 10년간 월세를 낼 생각을 하니 우리가 거주하는 목적이라면 이익은 아니어도 손해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갈 수록 집에 정이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는게 너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적응하기 위해 치던 몸부림과 고민과 상처들 때문에 이 공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베를린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아이가 없을 때 아주아주 매력있는 선택이지만 아이가 있다면(그것도 3명) 조금 달라진다. 학교에도 넘쳐나는 외국인, 너무 다른/많은 문화들 블럭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생활 환경과 수준. 노후된 아파트와 상대적으로 비싼 월세..

1년이 넘게 집을 알아보고 딱 맘에 드는 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미 예약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자로 올려달라고 했더니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올려달라고 하니 사실 다른 한 명이 대기자로 더 있다고 하는 것이다. 정말 가능성이 없어 보았지만 다음 대기자로 예약을 하고 집으로 온 것이 작년 12월 초.. 그 뒤로도 괜찮은 집들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이 집이 안된다면 베를린을 떠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쩐지 그 집이 우리집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우리 앞의 두 사람은 모두 계약을 취소하였고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그 사이 약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우리 기준에 좋은 조건이라 지금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내년 지금 쯤이면 새 집에 있게 될 것 같다. 초등학교/유치원도 바로 옆이고 S반과 큰 공원이 걸어서 10-15분 거리, 상가 자체가 하나도 없고 물로 고립된 위치에 있어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 소음이 거의 없고 빈 공터가 없어 더 이상 건물을 만들기 어려운 동네, 신설되는 고속도로 입구가 근처에 생기고 도심지 옆이라 자전거로 이동도 용이한 곳, 생활에 여유있고 가족 중심의 가구들로 이루어진 동네이다. 베를린에서 찾아낸 흙속의 진주 같은 지역에 적당한 가격의, 우리 마음에 드는 위치에 넓은 개인 정원까지 있는 어쩌면 완벽한 조건의 집! 또 하나의 큰 라이프 이벤트로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꿔줄지 정말 이번엔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싶다.

나와 정은이, 우리 가족의 첫 보금자리..

주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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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지우가 프란치스카 생일 파티에 가는 관계로 부득이 외출을 해야했다.
아침으로 빵과 만두를 준비하고 점심에는 미트볼로 먹었다. 밀린 빨래/건조를 마치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제인을 만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밀라는 프란찌네 고양이가 무서워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선머슴처럼 남자애들 하는것만 좋아하는 애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다니…
집에와서 쥬라기 공원을 함께 보고 공룡 놀이와 간지럼 놀이를 하였다.
시우가 장난기가 어찌나 넘치는지 울면서도 끝없이 놀려고 한다. 내가 그간 이렇게 놀아주지 못해서 더 재밌어 하는것 같다.
시우가 재미있으니 호야도 덩달아 신났다. 한참 놀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다. 점심에 먹니 마니 하더니 둘 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다.
실제로 키를 잰 다음부터는 부쩍 키를 의식하며 밥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웃는 것도 힘이 들었는지 시우는 쥬라기 공원 보는 도중에 잠시 졸았다. 재미가 없었는지 애들이 나중에는 계속 장난을 걸어서 또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었다. 지우는 프란치 엄마한테 이야기 해서 1시간 더 놀고오는걸로 해서 밤 늦게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호야가 자꾸 안나가려고 해서 자전거 라이트를 가지고 나가자고 하니 신이 났다. 프란치 엄마가 풍선도 챙겨주고 기분좋게 나왔다. 고양이 때문인지 지우가 눈이가려워 비볐는데 눈이 퉁퉁 부었다. 애들 씻기고 양치하고 눕히니 9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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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유부초밥과 주먹밥을 만들어서 애들에게 주었다.
시우가 제일 빨리 먹었고 호야는 제일 많이 먹었다. 어쩐일로 지우가 가장 늦게 먹었다. 어제 생일파티에서 받아온 과자를 동생들과 먹겠다고 하길래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껌도 씹었다고 카라멜도 먹었다가 하는걸 보니 귀엽다. 바깥에 눈이 많이 와서 나가 놀자고 하니 다들 반응에 시큰둥이다.. 독일 애들은 이런 날씨에 더 나가 노는데..게으른 아빠가 될 수 없어 수영장을 가자고 하니 다들 신났다. 애들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 동안 집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1주일 간 쌓인 빨래도 다 정리하고 울빨래도 한 번 돌렸다. 집을 출발하니 12시 50분.. 꼬맹이들 추울까봐 트레일러에 태웠다. 지우는 가는 도중에도 눈사람을 만들고 난리다. 수영장 가는 길에 있는 큰 공원에 썰매타고 눈놀이 하는 가족들로 바글바글하다. 겨울이라 수영장이 열었을지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지우는 혼자서 씻고 들어가보겠다고 난리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지우,호야,시우 모두 즐겁다. 어찌나 잘 노는지 정신이 없다. 야외로 연결된 수영장도 계속 운영중이라 모두 다같이 나가서 시원한 바람도 맞고 신이 났다. 그렇게 2시간 반을 쉬지않고 노니 모두들 입술이 파랗고 지쳤다. 애들 씻기고 옷 입고 나오는 것만 30분이 걸렸다. 또 눈밭을 걸어서 집에 가는 도중에 모두들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지우는 저번에 지나친 되너집이 아쉬웠는지 그 곳을 콕 찝어서 이야기 하길래 되너와 감자튀김을 샀다. 감자튀김은 가면서 먹으라고 트레일러에 넣어주니 호야랑 시우는 또 신났다. 나랑 지우도 걸어가면서 하나씩 빼 먹으니 더 맛있었다. 그 와중에 엘라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애 셋 데리고 수영장 다녀왔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자전거 끌고 가는 뒷모습이 좀 쓸쓸해보인다. 모두를 끌고 집으로 와서 남은 되너와 빵으로 밥을 먹으니 벌써 6시.. 수영복을 빨아 널어 놓고 집 정리하고 양치시키고 눕히니 8시다. 예상했지만 10분만에 모두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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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많이 커서 이제 같이 놀아주는 것도 힘들지 않고 재밌다. 무엇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그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바깥에 나가도 말을 잘 들으니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다. 1년전에 나 혼자 아이들 본다는게 얼마나 어려웠는지..시우가 어리고 말을 막 배울 시기에 엄마만을 찾아서 정말 힘들었다. 요즘은 잘 때 엄마 없이도 자고 밥도 잘 먹고 나랑 노는걸 즐거워 하니 어려움이 없다. 이번 주말은 나도 아이들도 재밌게 잘 보냈다. 주중에는 어렵지만 주말에는 꼭 이렇게 몸도 부비고 함께 있어야겠다. 길어봐야 저녁 8시까지인데 오늘은 조금 아쉽기 까지 하다.
날이 안풀리면 수영장, 풀리면 공원..할 일이 참 많은데 그 동안은 너무 힘들게만 생각했던것 같다. 주말동안 혼나는 아이들도 없었고 애들한테 짜증도 부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지우의 ‘이번 주말은 최고였어!’ 라는 칭찬에 지친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었다.

같이 산다는 것

부부가 되어 같이 산다는 것..

내 것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힘들지만 내가 받는 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내가 다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지만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사실 부부 생활은 서로 손해 볼 것이 없는 관계다. 어차피 혼자 살았다면 모두 혼자 했을 일들을 나눠서 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자꾸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감정에는 기복이 있고 그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다.

생전 모르는 사람도 서로 돕는데 사랑을 맹세한 배우자를 위해 조금 더, 아니 무엇이든 못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원래는 혼자 사는 것이다. 원래는 모두 혼자 해야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옆에서 나눠주니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세상을 다 줄것처럼 이야기 하던 그 마음의 조금만이라도 실천하려 한다면 부족함이 없울 것이다.

보물찾기

지우가 첫 유치원에 갔을 때 유치원 앞에 깔린 자갈같은 돌을 무슨 보물처럼 주워서 엄마에게 매일 가져다 주던 때가 있었다. 유치원 버스를 타려다가도 얼른 뒤돌아 주저앉아 그 수 많은 돌들 중에 하나를 골라내어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었다가 집에 돌아와 환한 미소와 함께 엄마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매일 여러개도 아니고 하나씩..

지우는 이런 것들에 아주 관심이 많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꽃, 돌맹이, 껍질, 열매, 나뭇가지, 낙엽을 가리지 않고 모은다. 때로는 엄마아빠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때로는 만들기 재료로 활용한다. 요즘은 밤이 떨어지는데 학교가는 길에 바닥을 살피며 예쁜 밤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등굣길에 아무리 지각을 했어도, 다른 친구들은 장난치고 노느라 정신이 없어도 지우는 사뿐사뿐 걸어다니며 밤을 줍는다. 아빠와 인사하고 학교 쪽으로 가며 두리번 두리번..그러다 내가 있는지 확인하러 한 번 뒤돌아 보고, 또 웃으며 인사하고, 그리고 다시 두리번.. 그러다 또 인사.. 이렇게 세 네번은 해야 교실까지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이런 지우를 지켜보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무엇을 만들지, 누구에게 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밤톨을 찾아 줍는 아이를 보며, 그리고 아빠가 인사하고 벌써 가버렸는지 확인하고 또 안심하며 웃는 아이를 보며 내가 저렇게 이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격하고 행복해 한다.

집안 곳곳에 지우가 주워온 여러가지 물건들을 발견할 때, 유모차 주머니나 가방속의 습득물들을 발견할 때도 그 마음이 귀여워 웃음이 나온다.

늘 봐도 부쩍 커버리는 지우가 너무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늘 지우가 주변을 살피고 무엇이든 보물로 만들 수 있게 여유롭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