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비자, 집, 아이들 학교, 유치원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신없이 지내왔다. 남은 일들이 아직도 많지만 모두 우리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일들 뿐이라 부담이 덜하다. 답답한 일처리와 달라진 환경에 좌절하고 조금은 우울했었던 이곳 독일.. 20년 전의 좋았던 점에 비해 너무나 그대로 인 독일에 실망까지 했던 나. 한국에서 환상적인 전원 주택 생활을 하다 50-100년된 허름만 집에, 그것도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답답함.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많이 힘들게 했다. 어제 저녁 처음으로 정은이와 이 곳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당연하게 생각되어지는 그 장점들을 한 번 적어보려 한다.

– 보행자/자전거 천국
한국에서는 차가 없이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 차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주변 국가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기가 올 때까지 과연 차를 사는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있으면 편하겠지만 없어도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대중교통은 물론 카 쉐어링도 잘 되어 있고 언덕이 없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무리가 없다. 대부분의 인도는 자전거 도로와 함께 어마어마한 폭으로 만들어져있고, 노점이나 인도위 주차, 불법 간판같은것이 없어 더욱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물론 유모차라면 최 우선 순위로 배려해 주는 사람들의 의식도 너무 좋다.

– 공동체 의식
서양인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했던가.. 물론 작은 단체의 소속감은 한국이 엄청나게 강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작은 단체끼리의 개인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가족, 우리회사, 우리 아파트, 우리 지역… 하지만 이 곳은 모든 사람이 한 공동체에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개개인은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모든 집단에 대해 평등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 같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외국인 입장에서 굉장한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차별이 조만간 큰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 같다.

– 자연
베를린 도심의 공기가 용인 양지 전원 주택의 공기보다 좋다. 비도 그냥 맞고 다니고 마당에 오래 둔 물건들에 쌓이는 먼지도 깨끗하다.

– 교육
말할 필요도 없음. 교육을 딱히 잘 시킨다기 보다 모두 다 같이 경쟁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좋다. 나도 맘 편하게 애들 놀릴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도 학생들의 성취도가 높다니 우리 나라에서는 참으로 억울할 일이다. 이곳 초등 1학년 지우는 학교에서 두 달동안 1부터 7까지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알파벳은 아직 모두 배우지 않은것 같다–; 학교 수업은 독어/수학/음악/미술/체육/종교 과목이 있다. 유치원은 무엇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애를 봐주는 곳이다…..–; 뭐가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보면 작은 것들인데 이런 부분들이 내 삶의 질을 높여준다. 한국에서 운전하고 차 관리하는 스트래스가 없으니 비용적인 부분을 떠나 속이 다 후련할 정도이다. 이젠 살림살이 장만이 남았다. 살림이야 욕심부리자면 끝이 없지만 우린 아직 티비도 없는 상황이라… 추운 겨울이 다가오지만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사서 출퇴근해보려 한다. 당장 다음주에 주문해볼까 하는데 베를린은 자전거 도둑이 극성이라니 이것도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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