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그리고 2018

매년 기록을 갱신하듯 올해도 우리가족은 최고로 힘들고, 최고로 많이 성취하고, 최고로 많이 성장했던 한 해를 보냈다. 매년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것들을 다 한거야? 하면서 덜덜덜 떨었는데 그것이 또 반복되었고 이제는 앞으로 매번 반복될 것이라는 것 또한 생각하게 된다. 2018년에는 더욱 힘들겠지만 그 만큼 우리가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2017년 우리집의 10대 뉴스를 정리하자면,

10 정은 옷 구입
조금 웃기지만 정은이의 겨울 패딩 구입이 10위를 차지했다. 평소 짠돌이/구두쇠라 생각하는 본인보다 더 짠순이인 정은이. 짠돌이 남편 만나 옷 한벌 제대로 못사입다가 나의 성화에 겨우 하나를 사게 되었다. 전에 입던 단벌 잠바 역시 10여년전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것.. 이 옷을 계기로 정은이 옷장을 예쁜 옷으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정말 이건 내 책임인것만 같아 속상하다. 패셔니스타가 되자는 계획은 2016년의 계획이었는데…ㅠㅠ

9 부모님 방문
이젠 연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부모님 방문. 처가 식구들이 오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실때 한번이라도 더 방문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 방문 하셨을 때는 예년과 다르게 시차적응이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셔서 조금 걱정도 되었었다. 올해도 방문 계획이 있으신데 운동 열심히 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8 새로운 만남
아이들 학교를 옮기며 새로운 친구들과 그 부모들, 또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은이와 내가 따로 만나게 된 사람들도..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만나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국적과 나이도 다양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소중한 인연들을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7 아이들의 성장
세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빠르지만 2017년에는 특히 대단했던것 같다. 지우는 피아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작해 2달만에 성공적으로 연주회에 올랐고 이사 뒤에는 바이올린도 배우고 최근 피아노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공부나 본인의 책임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늘 그렇듯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고 있다. 마음에 딱! 맞는 단짝 친구를 찾지 못한게 조금 아쉽지만 그게 아니라도 지우는 너무 바쁘다. 호야는 까탈스러운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까탈스러운 성격이 호야 본인에게는 행복을 주는 기반이 되는것 같아 나쁘게 보고 있는건 아니다. 전학와서도 아이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고 덩치가 크지도 않으면서 여러 아이들을 리드하는게 보인다(성격이…). 쇼맨쉽도 있고 원하는게 뚜렸하니 2학년들 사이에서 주도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사람을 녹이는 표정이나 목소리는 후에 나쁜남자로 활약하게 해주겠지.. 따로 시키는것도 별로 없는데 독어든 한글이든 읽고 쓰는것에 재능을 보이고 마테에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두려움이 많지만 자신의 몸이 생각보다 잘 움직인다는걸 알고 여러 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호야 성장의 원천인것 같다. 여전히 머리를 많이 부딪히고 이마도 크게 다쳤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집 귀염둥이 시우는 귀여움을 졸업하는가 했는데 오히려 업그레이드 시켰던 한 해였다. 정말 귀여울 수 있는 아이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형과 누나의 모든 것을 따라하면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8월부터는 유치원에도 다니며 독일어도 많이 늘었다. 생각하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든 독일어든 쉬지 않고 말하고, 언어가 늘어나는게 하루하루 다르다. 부끄럼도 타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사랑받는것 같다. 아이들 모두 힘든 상황에서 잘 해준 한 해였다. 감정 조절도 모두 훨씬 잘하게 되었고 여러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하던 상황들이 많이 개선 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하루하루 조금씩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이 여유를 다시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기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니 오전에 조금 여유가 생긴 정은이가 독일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정은이의 대단한 노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이다..

6 이직
내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더 높은 연봉에 더 낮은 업무라…독일에서도 이정도 업무 강도라면 정말 축복받은 수준이다. 단 나 스스로 목표점을 찾지 못해 상반기에 조금 방황하고 스트래스를 많이 받았다. 10월정도부터 마음이 잡히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

5 아이들 파티
독일와서 처음으로 아이들 생일파티를 했다. 물론 가족끼리는 매년 했지만 친구들을 불러서 크게 파티를 한 건 처음이었다. 핑계지만 바쁘고, 말이 안통하고 해서 미뤄왔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좋았다. 아이가 셋이고 가족 생일파티를 같이 하다보니 무려 6번의 파티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대부분의 준비를 정은이가 하기 때문에 정은이 한테는 많이 다르게 느껴질것 같다. 올해는 내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어딜 데려가던지..

4 전학
입학해서 졸업까지 선생님과 반이 바뀌지 않는 독일 학교, 그리고 처음 다니고 있던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좋았기에..아이들에게 전학은 재앙 그 자체였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진것을 빼고는 단 하나의 장점..그러니까 전 학교와 비교해서 좋아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학교. 거기에 지우,호야 선생님들 모두 학교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 선생님..다행히(?) 지우 선생님은 은퇴를 해서 지금은 만족스러운 선생님으로 바뀌었고 호야 선생님은 학부모의 성화에 3학년부터 교체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리라.. 다만 우리 가족은 이 상황을 계기로 만들어, 어차피 공교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크지 않다는 명제 + 아이는 부모와 같이하는 것에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늘 그렇게 하고 있었던 정은이보다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결심이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방향성을 알게된 느낌이랄까..아이들도 잘 따라와주고 더 행복해하는걸 보니 우리가 고민끝에 좋은 결론을 내린것 같았다. 올해는 이 방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려고 한다.

3 인테리어
새집으로 이사는 곧 빈집으로의 이사를 뜻한다. 전에 살던 곳에 가구가 대부분 있었기에 부엌과 모든 전구를 포함한 가구들은 모두 고르고, 주문하고, 조립해야 했다. 이케아는 한달에도 수십번씩..바우하우스와 베를린의 가구 전문점을 대부분 찾아다니며 노력한 결과 부엌과 우리방 옷장은 맘에 드는것으로..나머지는 이케아로 채웠다. 아이들 방이야 이케아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부엌과 거실 등 공용 공간과 우리 방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가구로 꾸미기로 결심하고 아직도 고르는 중이다. 아마 올해에는 우리 맘에 드는 가구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제발..

2 영주권
독일에 와서 세운 몇가지 단기 목표중 마지막 목표가 달성되었다. 예상보다 싱겁게(?) 영주권이 나와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거주에 대한 불안감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실직을 해도 쫓겨나지는 않아! 물론 돈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있어야겠지만.. 영주권 취득은 거주에 대한 불안 해결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영원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고 또 그것을 바라고 독일에 온것이 아닌 만큼 올해는 정은이와 진지하게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

1 이사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진 이사. 집을 사면서 부터 돈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문제들(심지어 경찰과 관련된..) 부터 은행, 하자보수, 실질적 이사, 적응, 인테리어 등등..아직도 화장실은 손도 못대고 복도에 줄을 못맞춰 단 등도 다시 못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집이 생겨서 좋다는 생각과, 예상하지도 못했던 집에서 바라보는 일출 그리고 뻥 뚫린 경치, 좋은 이웃들..많은 것들이 정리 되고 마무리 되었던 한해였다. 우리는 이제 이 집을 베이스 캠프로 또 많은 꿈을 펼쳐 나가겠지..아이들은 10대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금은 늙어가겠지만 우리 가족 모두 이 집에서 꿈을 품고 노력하고 또 이루어낸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2018년에 예상되는 계획은 별로 없다. 좋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그만큼 안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거금을 들여 마음에 드는(그래봐야 우리 입장에서 거금이지..) 가구를 장만하고 마당을 정비해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들과 가능한 최대한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독일을 벗어나 유럽에서 가보고 싶었던 나라에 가 볼수도 있을것 같다. 무엇보다 나 개인적으로는 내 체력을 높일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물론 정은이와 함께 우리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발동이 걸릴듯 움직이고 있는 개인프로젝트도 정기적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것이다. 부족한 영어도 많이 보충하고 기본적인 독일어도 시작할 것이다. 12월부터 우리에게 늘 햇빛이 비추더니 이렇게 새해에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실감할 수 있는것이 신기하다. 정말 올해는 나 스스로가 기대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