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그림을 보면..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던 때가 있었다.

내가 4-5살때쯤..형이 학교다니기 전이니까..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에 취해있다가..
그림이 나오는 면을 보게되면 그 그림으로 빠져버릴때가
있었다. 사소한 점 하나라도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었다.

캐릭터의 눈이 향하는 방향에서..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한
사선들도 나에겐 하나하나의 의미였다.

동화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나만의 동화가 시작되는것이다.
주인공은 바뀌고 엄마의 책읽어주는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빨리 다음장을 넘겨 다른 그림이 나타나길
기다릴 뿐이다.

상상의 속도는 의외로 빨라 엄마가 한페이지를 다 읽기도
전에 모든 상상을 다끝내고 다음페이지에 나올 그림을
또 상상하며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속도란 이미 한페이지에서 책 한권을 다읽은것 같은
어떤 감정에 충실함을 받을 정도였다.

페이지는 넘어가고 내가 상상해놓은 몇가지의 이야기들과
새로나온 그림을 맞춰보기 시작한다. 대부분 맞는 경우가
없어 그 페이지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지만,
때로 내 상상과 그림이 맞아 떨어질때 나는 내가 어떤
천재 어린이라도 되는양 씩 웃으며 엄마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럴때쯤이면 엄마도 꾸벅 꾸벅 졸때쯤이고 형은 이미
꿈나라로 가버린 뒤였다.

내 상상과 공상은 아마도 이때부터 시작된것 같다.

아빠와의 추억

아버지…아빠와의 많은 추억이 있지만..

오늘 문득 생각나는건..어느 초등학교 방학중 개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있었던 일입니다.

밀린 방학숙제를 해결하기위해 개학을 얼마 남기지 않고 수수깡을
사기위해 마침 집에서 쉬고 계시던 아빠와 함께 문방구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집에오는 길이 반쯤 지났을까..

성격급하고 호기심 많던 저는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수수깡 봉지를
뜯었습니다.

그때 봉지에 박혀있던 호치키스 핀이 손가락에 그만 박혀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지만(후에 저희 형제는 너무나
많이 다쳐서 부모님 걱정을 많이 시켜드렸습니다..특히 형–;)
아빠는 크게 놀라시며 피를 뚝뚝 흘리는 제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셨습니다.
피를 빠는(–;;) 아빠를 보며 내심 속으로 놀란건 아빠의 입속이 정말
따뜻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어린 나이에 느껴지는 아버지라는
존재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독이 있을지도 몰라서 였다는 아빠의 설명을 들으며 글썽이던 눈물은
쏙 들어갔지만 아빠의 걱정스런 눈빛과 따뜻했던 입속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옆에있어 더욱 소흘해 지기 쉬운 가족들..
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역할을 인식하고 또 느낀다면..
정말 가족의 따뜻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인것 같습니다.

라고 언젠가 아빠 홈페이지에 썼더군요..

아부지와 대화

MSN에 형이 접속하길래 형인줄 알았는데
아빠였다.

아빠 노트북에 형 메신저 아이디가 저장되어있어서
가끔 아빠가 로그인 하는데..

어린시절 나한테 워드프로세서(장원)를 가르쳐 주고
매킨토시를 보여주고(대략1987년)
소코반게임과 인디아나 존스 슈퍼맨 게임을 선물해 주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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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4954-one_b+one_g 님의 말:
호철아 잘 있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아빠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빠야?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잘있어요~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집앞 논에 흙들였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들었어~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줄을 번 했지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죽을 번 했지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거기다 이거저거 심을려면 또 힘들겠네~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지금 형도 나와 있닌?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형은 내일 와?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어디 갔는데?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형이 나와있다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추석이라서 안내려가?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추석날 일찍 내려온데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4D4954-one_b+one_g 님의 말:
너 이제가지 누구와 대화했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형이 없었는데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빠가 들어와서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형인줄 알고 말한거지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형은 내일 오냐는 말은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내일 형이 집으로 오냐고

4D4954-one_b+one_g 님의 말:
내가 컴퓨터 켜니 네가 나왔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빠한테 물어본거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ㅋㅋ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그게 아니고 메신저라고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오케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그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된거야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알았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마 형 아이디가 자동으로 저장되어있었던거겠지

4D4954-one_b+one_g 님의 말:
퇴근 하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7시에 하는데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요즘 일도 많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집에가면 공부도 안되고 그래서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남아서 공부할까 생각중이야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정기적인 운동해라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운동하면 공부하라그러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공부하면 운동하라그러고~

4D4954-one_b+one_g 님의 말:
둘다 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일은 언제하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밥먹을 시간도 없어요~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일도 하고

4D4954-one_b+one_g 님의 말:
밥 안먹고 어찌사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그니까 밥도 먹고 할려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전부 다 못한다 이거지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포기할건 포기하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집중할때 집중하고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그래야지 머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시간을 잘 관리하는 자가 승리하는거야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ㅋㅋ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시간관리 잘 할께요~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근데 너무 관리하면 삶이 퍽퍽해지는거 같아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여유롭게 살고 싶어

4D4954-one_b+one_g 님의 말:
논 정리한 것 사진 직어보낼께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적당한 크기로 변환해서..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여유롭게 살되 가느 방향이 있으면 된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알았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빠도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MSN가입해~

4D4954-one_b+one_g 님의 말:
그래 사진 크기를 얼마로 해야 하니?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크기는 너무 크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웹에서 잘 안보이니까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오케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가로가 한 500정도면 될거 같은데?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알았어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아빠도 MSN공부하고 블로그도 공부하세요~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다 나오니깐

4D4954-one_b+one_g 님의 말:
사진 찍으로 갈련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네~

송호철|宋虎哲 님의 말:
그럼 수고하세요~

4D4954-one_b+one_g 님의 말:
그래 수고

_M#]

골프광? Wolfgang

엄마친구의 독일인 남편 골프광..

그당시엔 ‘아..역시 독일이 잘 살아서 워낙 골프를 많이 치니
별명으로 골프광이라고 부르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름이 볼프강(Wolfgang)이었던것이다–;

볼프강 아저씨의 가족은 모두 4명.
아저씨,아줌마(엄마와 친구),야스민과 나타샤 두 딸이 있었다.
야스민은 나와 형의 중간나이. 즉 나보다 한살 많았고
나타샤는 한참 어렸는데 당시로 5-6살인가 그랬다.
(당시 본인 11살–; 나타샤도 이젠 벌써 20대인가? ㅠㅠ)

볼프강 아저씨의 취미는 RC비행기 만들고 날리기.
가끔 아저씨와 아저씨 차를 타고(피아트 였던가..) RC전용 비행장
에 가서 비행기 날리는걸 구경하곤 했다.

아저씨 집의 지하실엔 아저씨의 작업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무를 깍아 직접 비행기를 만들곤 했다.

야스민과 아저씨가 친구처럼 허물없이 이야기 하고 장난도 치는걸 보면서
참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집도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야스민과 아저씨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야스민은 나이가 있어 우리랑 어울리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더구나 남자여자 편가르던 한국 국민학교에서
바로 독일로 온터라 여자들과는 친하고 싶지 않았다.–;

나탸샤는 어려서 그런지 아주 귀여웠는데 금발이었던걸로 기억
(야스민은 갈색?) 집에 어딘가에 사진이 있을건데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 겠다.

11살 꼬마의 이별

경양국민학교 4학년 6반 반장!
1990년 내 나이 11살.

‘독일에 가서 좀 있다가 올까..’

가끔 밥먹을 때 아빠가 하던 이야기는 이로서 2년째다.
예전에도 친구들한테 잔뜩 자랑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어서
별로 믿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언젠간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뿐.

1990년 10월 3일 동서로 분리되어있던 독일이 극적으로 통일되었다.
그와 함께 아빠의 결심도 굳어진것 같았다.

지역개발을 전공하는 아빠로서는 분단국가였던 우리나라와 독일.
특히 통일 이후의 독일을 연구하는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그 길로 4학년 겨울 방학을 1주일도 남겨놓지 않고
독일로 갔다.

서울로 가는 전날. 학교를 나오는 나를 친구들이 교문까지 배웅해
주었다. 물론 남자들만!

당시의 국민학생들은 남자 여자 편가르고 싸운는 일이 많아서
오직 남자애들만 배웅을 나왔던것.

그렇게 교문에서 빠이빠이를 하고 흥분된 마음을 안고 집으로
왔다.

2주정도 전부터는 엄마한테 독일어를 배웠었다.
유일하게 할수있는건 알파벳을 쓰는것과 읽는 법 정도였다.
다행히 독일어는 읽기가 아주 쉬워서 뭔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 였다.

형과 나의 짐속엔 당시 유행했던 용소야 만화책도 들어있었다.
권법소년 용소야에서 좀 발전한 축구 소년 용소야..

김포로 가는 광주공항에서 대낮에 형이랑 아주 큰 유성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태어나고 3개월정도 있다 비행기는 타봤다지만 전혀 기억에 없고,
떨리는 맘으로 김포행 비행기를 탔으나 비행시간이 짧고 너무
흥분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 김포에 도착했다.

그렇게 서울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엄마아빠가 뭔가 하러갔었나..
나와 형은 호텔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용소야 만화책을 봤다.

다음날 독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국내선과 비교도 안되는 점보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풍경에 넋을 잃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독일 프랑크 프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그때부턴 아주 정신이 없었다.

아빠 후배라는 분과 엄마 친구 남편이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우리가 갈곳은 프랑크 프르트에서 2시간(기억잘 안남)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도르트문트라는 곳이었다.

축구 팬이라면 이 마크를 기억할것이다.
도르트 문트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암튼 당시 듣기로 “골프광” 이라는 사람과 아빠 후배라는 사람의
BMW를 타고 도르트문트의 아빠 후배 집으로 향하였다.

아우토반의 엄청난 속도와 우리가 타고있는 BMW의 엄청난 속도에
놀라면서..

나의 독일 이야기.

독일과 나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엄마 아빠가 결혼한 곳.
내가 태어난 곳이 독일.
그리고 나의 12살을 보낸 곳.

어찌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내 어린시절의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게 독일 생활이다.

나이가 들어 다 까먹기 전에 기억나는대로 적어볼 생각이다.

돌이켜 보면 벌써 15년이나 지났는데 우리나라는 그 당시의
독일 문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나름대로 색이 있어 1:1로 비교할 수 는 없겠지만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생각나는대로 조금씩이라도 내 기억을 기록해 보자.

Bubba Gump

도쿄돔 시티에 있는 새우 요리집.

포레스트 검프에 나왔다는데..

각종 기념품도 같이 판다.

홍기형..

영화에 빠져있는 정환

가게 입구

가게 입구2

이렇게 두면 그냥.

이렇게 하면 점원이 온다-_-

탁구채 메뉴

귀여운 디자인의 설탕

새우!

새우!

새우!!!
배터지게 새우를 먹었다.

가게 바깥의 기념촬영장소.

TOKYO DOME

그 유명한 도쿄돔에 가보기로 했다.

집앞 가로등

정환이가 머리를 깎았다.

언제나 정겨운 토고시 긴자. 우리는 토고시 역으로 가고있다.

토고시 역.

홍기형은 왠지 들떠있다.

시바공원. 공원이름이 맘에 들었다.

도쿄돔시티 도착.

나가는길.

일본 학교 축구분데..한국말로 유니폼을 만들어 입었다–;

공포의 놀이기구들.

도쿄돔이다!

건물을 통과하는 롤러코스터..아찔하다.

이쁘다.

이 분수는 시간별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레일 형식의 대관람차.

쇼핑몰.

놀이기구 전경

스타벅스

다시 도쿄돔 앞으로.

도쿄돔의 지붕이다.

관광객처럼..

제이피팀

다시 집으로..

富士山 대장정 #4

분화구는 너무 추워 구경도 못하고 바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신주쿠행 버스를 못탈지도 못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난 서둘렀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이따위 산에서 죽고싶지는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
산이 아름다운건 전혀 아니었지만 구름이..

낮에올라 저녁에 내려갔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여행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많은 사진으로 대신 이야기.
직접 느껴보셈

집에오는길에 지하철에서 본 노무현 아저씨.

사진은 잘 안나왔지만 정말 똑같았다.

고생했다 내 발..

화산재가 장난 아니었음..

이로서 나의 후지산 대 장정이 끝났다.
1주일을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했지만 많은 보람이 있었다.

일본에서의 첫 여행. 내 인생에서 첫 혼자 여행이었다.

정확히 24시간이 걸렸던 여행이었다.
혼자 떠나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혼자 여행을 떠나는것도 아주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보고..많이 느끼고..많이 생각하고..많이 고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