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업 비자로 블루카드 획득 후 영주권

“독일로 이민을 가고 싶은데 이민 대행 하는 곳에서 사업비자로 온 다음 2년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요즘에 가장 많이 받는 메일이라 답변에 양해를 구하고 블로그에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꼭 알아야 할 부분은 ‘독일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는 것이다. 모든 일들이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처리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나도 될것이라는 기대를 하는것은 매우 위험하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 일처리가 저렇게 마음대로라고?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처리 된 사람들이 운이 좋았던 것이다. 대부분 담당자의 ‘실수’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을 일반화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나중에 전해 들은 사람은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과 이주에 관계된 것이라면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독일로의 이민을 간다는 말은 최소 영주권, 이후 시민권 획득을 하겠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독일과 EU국가들은 타 국가에서 이민이 쉬운 나라는 아니다. 이민(영주권 획득)을 위해 몇 가지 일반적인 방법이 있는데 모든 방법을 떠나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 60개월 이상 연금납부 실적이 있을것
    • 60개월 이상 소득세 납부 실적, 건강보험이 있을것(이건 확실하지 않다)
  • 가족을 부양할 만한 적당한 크기의 집에 살고 있을것
  • 가족을 부양할 만한 수입이 있을것
  • 모두 독일에서 인정하는 건강보험에 들어있을것

대충 이런 식이다. 여기서 상황에 따라 예외가 생긴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 유학생활 후 독일 거주자에게는 저 기간을 줄여 준다던가.. 말하고자 하는건 바로 저것이 독일에서 일반적인 한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획득이 아님)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우리가 비자로 통칭하는 거주허가가 있는데, 60개월을 소득세를 내고 싶다고 해도 거주허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거주 허가를 획득하는게 최우선이다.

영주권도 거주 허가의 일종이다. 사업비자, 프리랜서비자, 블루카드 모두 거주허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이점은 각 거주허가가 명시하고 있는 취직 가능 여부, 배우자 소득활동 여부와 거주 허가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 위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60개월이나 60개월까지 갱신 가능한 거주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갱신여부는 외국인청에서 판단하게되며 대부분 거주 허가 신청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한다.

이 중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기는 거주 허가가 블루카드이다. 블루카드는 21개월동안 해당 자격을 유지하고 독일어 B1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독일어 자격증이 없더라도 33개월이 지나면 역시 동일하게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모든 거주허가를 포함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겼다고 영주권을 발급해 주는 것은 아니다. 수입, 생활, 범죄 경력등을 따져 심사 후 영주권이 발급된다. 나도 아직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사소한 법규 위반이나 범죄 사실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거주 허가로 체류하는 동안에는 법규위반이나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독일에서 대부분의 공공업무는 사람에 의해 처리되고 그 사람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한 번 담당자가 배정되면 다른 사람과 협상의 여지도 없어지는게 일반적이다.

정리하자면 공무원도 사람이라 기분에 따라 혹은 실수로 중요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100%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실수 혹은 아주 드물게 있는 일이며 만약 내가 정식으로 진지하게 일을 요청하면 그들도 원리원칙에 따라 1%의 봐줌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독일에 와서 운전면허를 교환하러 시청에 갔는데 나보고 이것저것 서류로 트집을 잡더니 내가 가져간 증명사진이 2년이 넘었으므로 다시 찍어오라고 퇴짜를 놓았다. 내 눈에는 트집잡기로 보였지만 그것이 원칙인것이다. 2년도 더 된 내 여권에 붙어있는 사진을 가져갔으니 변명도 핑계도 댈 수 없었다.

반면 와이프가 면허 교환을 하러 갔을땐 이런 경우를 대비해 사진을 새로 찍어서 집에서 인쇄해 갔는데 다른 담당자가 이 사진(새로 찍은)은 너무 누렇다면서 여권에 있는 사진과 같은 사진을 쓰자고 했다(역시 당연히 2년이 넘었지만..)

이런 식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동일한 조건으로 비자를 받고, 영주권을 받고 누군가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원칙적으로 되어야 할 사람이 안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원칙에 기대는게 나중에 뒷탈이 없고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도 이러한 사고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업비자로 2년 뒤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모른다… 이민 업체에서 말하는 사업비자가 진짜 사업비자라면 저건 거짓말이다. 사업비자로는 60개월이후에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고 사업비자는 1,2년 마다 갱신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마 지사설립 형식을 통해 해당 지사에 취업하는 식으로 블루카드를 신청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내가 작년에 시도해 보려 했던 방법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바깥에서 보기에 나는 직원이고 독일에 취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사히 블루카드를 받고 열심히 독일어공부해서 자격증을 따면 영주권도 따고 모든게 행복할까?

아니다.

블루카드를 받는것도 확실치 않다. 사업체에 대한 조사도 할 것이고 여러가지로 독일에서도 이런 경우를 걸러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카드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사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취업은 했지만 실은 본인의 회사이기 때문에 본인의 급여를 본인이 주어야 한다. 블루카드를 받기 위한 연봉 하한선이 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4만 유로였던것 같다. 월 급여로 3000유로라고 한다면 사실 4대 보험의 회사 부담금까지 해서 4000유로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내 돈 4000유로를 다시 나한테 주는데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2000유로 남짓이다(세금, 보험 때고).

2000 유로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송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21개월을 버티고 영주권 신청을 했다고 하자.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왜냐면 심지어 시민권을 준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한국에서 돈을 보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독일에서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결국 독일에서 제시하는 영주권 신청 자격은 어떻게 보면 신청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민 업체에서 말하는 이런 장밋빛 조건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에게 내는 수수료, 독일에 2중으로 내는 세금, 지내온 시간들을 돌이켜 볼때 단순히 ‘어? 이게 아니네?’ 하고 돌아서기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상황이 될 것이다.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저렇게 들어가는 돈이 최소 2-3억이다. 2-3억을 쓰고도 아무런 수익이 없다면 과연 독일 영주권이 가치가 있을까?

원래 사업 계획이 있다거나, 한국에서 수익모델이 있다거나, 돈이 많다면 사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시도하기엔 너무 위험이 크다. 지속적인 수입이나 특별한 계획, 기회가 있지 않다면 블루카드를 통한 취업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비자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생활이 너무 불안하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다가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자가 해결되면 이젠 돈이다. 월세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저축하며 돈을 모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른다(가족과 함께).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이곳에서 한국인 부부가 모두 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직장이 안정되고 수입이 안정되고 나서야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 할 수 있다. 비로소 한국에 있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된 것이다.

돌려 말하면 수입과 비자는 독일 이민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가족 전체의 삶이 불안할 수 있다. 싱글이야 무엇이든 경험이고 배우는 것이니 무엇이라도 좋다. 하지만 가족은 조금 다른것 같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는 분들은 무엇이든 직접 확인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2번째 잡 오퍼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베를린회사에 합격한 상태로 슈투트가르트 회사에 면접을 보았는데 베를린 회사에 가기로 하고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베를린 회사는 독일 회사답지 않게 일을 굉장히 빨리 처리하고, 슈트트가르트 회사의 면접이 조금 늦게 있어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둘 다 조건은 비슷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회사가 조금 더 많이 도전하고 배울 수 있는 분야이고, 새롭지만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분야였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컸고 또 그 회사에 많이 미안했다.

베를린 회사는 1,2차 면접 이후 바로 다음날 오전에 합격여부를 알려주었는데 느낌상 1차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슈투트가르트는 전화면접후 면접이었는데 내가 전화면접에서 많이 버벅거렸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면접 기회를 주었고, 면접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버벅거렸지만..

베를린의 제안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베를린을 선택했고 바로 다음날 슈투트가르트에서 연락이 왔다. 딱 1주일..일반적인 독일 회사가 고려하는 시간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일은 개발 능력도 중요하고 디자인 센스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전 영어 경력이 한두달 밖에 안되는 내가 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내 의견을 주장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파고들어 보완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분명히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서 일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베를린

독일에 온지 벌써 한 달 하고도 5일이 지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정신없고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말레이시아와 발리의 따뜻한 날씨에 적응해 있다가 0~10도 정도 되는 이곳 날씨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더구나 겨울옷은 한국에서 출국할때 입었던 옷 하나씩..애들 점퍼는 비행기 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주고 온 상황이라 옷이 문제였다.

발리에서 겨우 GAP 매장을 찾아 두꺼운 후드티와 청바지를 사고 말레이시아로 온 다음 공항에서 여러시간을 기다려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가 셋에 비행기는 만석..막내는 이제 14개월이니 13시간의 비행을 잘 견뎌줄지 걱정이었다. 더구나 이미 3시간 비행에 공항에서 6시간정도를 보낸 뒤라…그리고 그 전에는 죽음같았던 발리 우붓-덴파사 구간의 운전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비행기에서 참 얌전했다..잠을 자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여튼 조용히.. 문제는 뒷열에 앉은 독일 아이였는데 호야정도 또래에 아주 13시간 내내 울고 소리지르고..

독일의 아이 교육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부모는 말 몇마디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덕분에 주변의 모든 승객들이 어마어마한 피로를 느끼고 독일까지..

겨우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24년전 이곳을 통해 한국으로 떠나왔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는 s반을 타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겨우겨우 중앙역으로 와서 맥도날드에 짐을 풀고 심카드를 샀으나 인터넷 활성화가 안되어 일단 베를린에 가는 ICE 열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또다시 베를린으로..발리 우붓에서 베를린까지 총 이동/대기시간을 합하면 약 40여시간..나와 정은이도 피곤하지만 아이들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해서 airbnb로 예약한 숙소(5일간 임시로 묵을..그 이후는 다른 곳에 1달을 예약했다)로 갔다. 노이퀠른이라는 지역인데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아 동네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다고 한다.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좋은 분위기..어찌어찌 거리 이름과 번지수를 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너 호철이 아니니?’ 하며 왠 아주머니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려서 독일에 있을 때 베를린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아빠가 공부하던 70-80년대 같이 공부하셨던 친구분이 계셔서 그곳에 놀러갔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나와계신게 아닌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해 있었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뵈어서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일단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해 보니..아빠가 아주머니한테 우리가 베를린에 간다고 이야기 했고 아주머니가 숙소를 물어보니 내가 보내준 숙소 주소를 보내주셨던 것이다.

아줌마는 나랑 통화도 안된 상태에서 그냥 그 거리에 나오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정말 헉 소리 나는 상황이었지만..일단 아주머니와 함께 숙소를 보는데 아주머니는 여기서 우리를 두고 갈 수 없으니 아주머니 댁으로 가자고 하신다. 결국 숙소는 취소하고 아주머니 댁으로…

아주머니는 엄마처럼 간호사로 독일에 오셔서 파란만장한 독일생활..베를린에서 40여년째 계신 분이다. 아저씨가 몇년전 돌아가시고 내 또래인 아이들도 독립해서 혼자 살고 계신데 아직도 일을 하시는…그것도 메르켈 총리한테 상까지 받으신 아주 유명하신 분이다.

아주머니 댁에서 정신없이 5일을 보냈다. 기본적인 생활정보를 아주머니가 다 알려주시고 차로 여기저기 데려다 주셔서 아주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옷도 조금 샀지만 여전히 온가족이 거지꼴로..다음 숙소로 갔다.

3월 11일부터 4월 11일까지 예약한 숙소는 집주인이 아르헨티나로 여행가면서 내놓은 곳이다. Treptow 라는 곳인데 이곳에 terptow 공원이 바로 앞에 있고 주변에 마트도 많아 생활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리고 지난 한달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곳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급하게(?)이력서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그리고 첫 두 회사에 이력서를 보낸 후 긴장이 풀렸는지 몸살 감기에 걸려 꼬박 일주일을 누워있었다. 

정신을 조금 차린 뒤 함부르크에 있는 회사 두 곳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그 중 한곳에서 전화인터뷰 요청이 왔다. IT 쪽이라 모든 일들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말하기에 영..자신이 없었던 나..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2달간의 동남아 생활이 나의 영어 말하기 자신감을 어마어마하게 키워줬던것 같다. 

알수없는 자신감으로 전화인터뷰의 ‘영어’는 무리없이 진행했지만 인터뷰 내용은 너무 아쉬웠다. 회사 인터뷰라 당연히 팀단위 작업이나 협업에 대한 질문이 많았었는데 나는 혼자 일한지 3년정도 되었고 그 전에도 혼자 일하는게 익숙해서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던것 같다.

질문:팀단위 작업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나요?

답변:저는 요즘 혼자 일해서요..

이런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ㅠㅠ

영어에 너무 긴장하느라 영어 대비만 했지 이런 전화 인터뷰에 나올 기본적인 내용은 전혀 숙지하지 못했다…그래도 뭐 지난 일이고 말은 최소한 통했으니 기다려 보는 수 밖에..

내가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추운날씨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박혀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조금씩 나가곤 했는데 내가 아프고 이력서, 포폴, 전화면접 준비하는 동안은 그냥 타블랫과 함께 내버려두었다.

정은이는 매일 음식하고 장보고 정리하느라 바쁘고..오랜 방랑 생활에 매일 시우를 업고 다녀서 그런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바깥활동을 별로 안좋아하는 호야도 맨날 자신의 한계를 넘어 걸어다니고 꼭 자야하는 낮잠도 안재우니 나가기만 하면 픽픽 쓰러져 자다가 이젠 짜증을 부리는데 온 가족이 이녀석 짜증 때문에 또 스트래스를 받는다.

결국 유모차를 하나 사서 시우도 아닌 호야를 태우고 다니기로 했다. 시우는 업고 호야는 유모차에… 유모차 산지 1주일이 되어가는데 너무너무 잘 샀다고 정은이랑 매일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호야가 유모차에만 들어가면 쥐죽은듯 조용히 있고 거기서 자고 얌전히…ㅠㅠ

포트폴리오용으로 게임 두개를 만들고 한국 지인들한테 레퍼런스 레터 요청하고 이력서 보내고 각 회사 인사팀 사람들과 이메일로 부족한 자료를 보내고 하다보니 오늘이 되었다.

맨 처음 이력서 보낸 두 곳 중 한 곳은 내가 지원한 포지션과 맞지 않다며 바로 거부 메일이 왔고 다른 한 곳은 이력서가 많아 시간이 걸린다며 기다려 달라는 메일이 왔다.

두 번째 보낸 두 곳 중 한 곳은 전화 인터뷰 후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대기중이고, 다른 한 곳은 희망연봉을 꼭 보내줘야 한다며 나한테 희망연봉을 달라는 메일을 오늘 보내온 상태이다.

세 번째로 보낸 곳이 있는데 여긴 회사가 좋아서 내 업무와 다른 부분임에도 혹시나..하고 보냈더니 역시나 거부 메일이 왔다.

그리고 엄마 친구분 아주머니 딸이 소개시켜준 회사로 이력서가 들어가 있는데 여긴 일단 기다려 보라는 회신 후 대기중이고 형의 지인을 통해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서는 정식으로 지원하라는 메일이 와서 지난 수요일에 정식으로 다른 서류를 접수시켰다.

전화 인터뷰를 본 회사를 제외하고는 서류전형에서 합격여부를 기다리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이곳의 집주인과 협의해서 5월 12일까지 다시 한달을 연장한 상태인데..과연 그 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나온다고 하면 어떻게 다시 집을 구할지,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구직비자를 받아 계속 구직활동을 해야 할지.. 그런건 아직 모르겠다.

이력서를 준비하면서 한숨만 나오고 절망적인 생각만 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떠올린건 ‘난 지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으니 내가 시도할 수 있는 모든걸 시도해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구직활동도 미리 안될꺼야..이런 생각보다는 정말 밑져야 본전이니까 내가 여기저기 이력서 더 낸다고 한들 금전적으로 손해보는것도 아니니 할 수 있는 모든걸 해 본다음에 절망해도 늦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소하게 이러저러한일도 많았는데 한 달동안의 일을 한 번에 정리하려니 너무 힘이든다.

다음주가 되면 전화인터뷰 결과도 알 수 있고 몇몇 회사의 서류전형에 대한 답도 올것이다. 나의 영원한 목표가 ‘취업’자체가 아닌 만큼 어떠한 결과도 수용할 수 있고, 또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지 나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독일에서 취업을 포기해야 한다면..그 다음은 꼭 독일이어야 할까? 그런것만도 아니다. 처음에는 독일의 문화, 교육등이 부러워 독일로 왔다면 한국을 떠난지 100여일이 되는 지금의 생각은 ‘글로벌’하게 살 수 있다면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나라에도 기회가 있겠지..나를 원하는 곳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조금 더 방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잡고 싶다. 내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겠지만 왠지 그렇게 할 수 있을것 같다.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될건 되고 안될건 안되는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