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민주당은 탄핵을 국민의 힘은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9일 기준 여론조사에서는 75%의 국민만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한다(https://news.nate.com/view/20241210n02633) 내가 어느 당의 지지자이냐를 떠나 너무나 극명한 잘못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작은 수가 아닌 20% 이상의 국민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는 일에도 이렇게 의견이 갈릴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에서도 언제나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정치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언제나 민주당 지지자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치참여를 하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투표에 참여했고 잘못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상식’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했고 어떤 행위들이 우리의 머릿속을 호도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려 노력했다.
나는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나 판단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은 있지만 그들을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려하지는 않았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같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일한 대상에 대해 비판하고(욕하고) 끝내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을 피해왔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사람이 다른것 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정당, 같은 정치인, 같은 공약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방법과 생각으로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사실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으로 서로 다른 많은 사람,상황,이슈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 중 한 분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분노한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세월호, 박근혜 탄핵, 이태원 그리고 이번 계엄 사태 등 많은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이런 변화를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정치참여 측면에서 굉장히 환영할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변화가 있을 때 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려는 모습 또한 보게 된다.
광장에 모인 수 많은 사람들은 그 날의 이슈가 트리거가 되어 모였지만 사실 굉장히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세월호 이슈로 박근혜 탄핵을 논의 할 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민주당 지지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탄핵에 다른 이슈가 딸려 나올 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목격한 것은 그곳에 있는, 그 시간에 존재하는 모두를 하나의 집단으로 정의하고 다른 목소리에 대해 귀기울이기는 커녕 적대시 하고 마치 탄핵을 반대하는 존재 혹은 박근혜와 같은 존재로 밀어넣어버리려는 것들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나 또한 저렇게 되겠구나는 생각에 의견 개진이 어려워지고 목소리 크고 극한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국이라는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분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나는 조국을 나의 대리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조국 본인이 드러난 본인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 억지 수사 이런 것들이 정당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일단 어떤 경로가 되었든 본인의 과오가 드러났고 그 때 조국이 대처한 방법들이 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싸움이나 논쟁은 그냥 상대방의 잘못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경찰이나 판사가 하는 일이다. 정치인은 상대의 잘못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야하고 설득해야 한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정치인의 설득 논리 뿐 아니라 그의 배경과 과거 그리고 행동과 행위등에 이를 지지하고 밑받침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조국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깨끗하게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회피로 일관하거나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조국의 정치인으로서의 힘은 이러한 과거와 배경으로 작아질 수 밖에 없고, 가까운 미래에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이는 다시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줄이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입지가 작거나 줄어들 정치인에게 아무리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나를 대리해달라고 지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조국이 본인에게 의혹이 일어났을 때 그런 잘못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지지자들은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거라면 책임지면 되었을 일이다. 그게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는 행위라고 그렇게 했어야 한다. 조국을 무지성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잃는게 두려워 본인의 정당성을 버리고 주변의 착각속에 시간을 보내봐야 결국 이 상황은 되풀이 되고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힘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할 때 탄핵에 찬성한 김예지의원의 인터뷰를 보았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뿐’ 이라는 그녀의 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나는 그녀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계속할 수 있을 어떤 도움도 주지 않겠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녀를 지지한다. 그녀가 내가 사는 지역구 직선으로 출마한다면 나는 그녀에게 투표할 용의가 있다(민주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김예지를 지지하는 이유도 똑같다. 내가 만약 장애인이라면 내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으로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민주당이 집권하고 이재명이 대권을 잡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건강할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에 문재인, 노무현, 김대중도 있었지만 집권 이후 정치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성장하고 발전한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여러 부분에서 발전했지만 그렇다면 그 이후로 어떻게 박근혜,이명박 그리고 윤석열 같은 사람이 집권할 수 있었을까? 이건 발전인가 퇴보인가?
탄핵이 되고 다시 대선이 치뤄지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나는 이재명의 지지자로서 그 분이 우리 나라를 몇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걱정은 윤석열이 남겨놓은 트라우마와 거기에 대비되는 이재명의 능력으로 한층 더욱 더 견고히 쌓여버릴 ‘우리’ 라는 잘못된 감정에 희생당하고 고통받을 사람들과 소신을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한방향으로 자리 잡혀버린 혐오에 대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은 이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속한 집단의 혐오에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비판적 혐오, 같은편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가 이런 상식적인 판단에 반하는 의견을 표출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도 똑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윤석열은 물러나고 지금 정치판에서 자신의 이익이든 유권자의 이익이든 나라의 이익이든 무언가를 위해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나 또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내 블로그에 내 목소리를 남긴다. 나는 내가 내는 나의 목소리가 하나의 의견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로서 조국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지를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기를 바란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이익을 위해 나를 대신해 준비하고 논쟁하고 지금의 잘못과 방향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