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급여 100회 그리고 나

2014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딱 100개월! 오늘 그 100번째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블루카드로 영주권만 받자고 시작했는데, 돌아온걸까 아니면 잘 찾아온걸까? 이 시점이 이런걸 생각하는건 이미 지난일이기에 큰 의미는 없지만 의미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드니까…

계획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숫자가 딱! 떨어지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조금 더 가져보고 싶다. 한 번에 딱 알 수는 없겠지만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나 스스로에 집중하고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한게 2002년 6월이고 중간에 쉬어본 적이 없으니 240번이 넘는 급여를 받은건데.. 독일에서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언제는 하고 싶어서, 언제는 그냥 흐르는대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고 대신 상황에 나를 맞추려 노력했던 시간이 많았다. 또 그런 시간들이 오래 지나다 보니 이젠 상황에 맞추는게 익숙해, 더욱 더 내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다.

물론 나에겐 가족이 늘 우선이지만 나에 대해 알지 못하고는 가족들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관성처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다면서 직장에 매달려 있는 경우처럼…

아무런 약속도 없이 시작하는 이 도전은 마치 독일에 처음 왔던 그 순간처럼 맨땅에 부딪히는 기분, 하지만 내가 겪어야 했고 했어야 했던 일을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닌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그 길을 이어가려 한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15일까지 생각해 보려 했으나 결국 인공호흡기로 수명연장을 하는 것 같아 그냥 그만두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안녕 내 월급… 그래도 한창 사업할 때 만큼 받았는데, 그 한창 사업할 때가 10년전이니 조금 웃기기도 하다. 돈의 액수로만 생각하면 절대 회사를 그만 둘 수 없으니 눈 딱 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어지럽던 머릿속이 한결 정리되어 가벼워지는게 느껴진다. 내가 앞으로 할 일들은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로이와 함께 게임회사를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라팔과 함께 게임 에셋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세 번째는 모바일 앱 개발을 하는 것.

게임회사는 설립과 계획 그리고 투자준비로 바쁘겠지만 꼭 9월에 되어야 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는것이 좋다는 생각인데 외부 투자에 대한 기대보다는 나와 로이가 팀으로 어느 정도 계획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게임에셋프로젝트는 라팔이 아트를, 내가 개발을 맡아 몇가지 에셋을 만들어 보기로 한 프로젝트다. 크게 세 가지 정도 계획이 있고 그 중 2가지를 먼저 같이 해 볼 생각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개발은 이미 시작되었고 다음 주 정식으로 킥오프, 9월 말/10월 중순에 첫 번째 버전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모바일 앱 프로젝트는 나 혼자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기획에서 약간 정체되어 있고 MVP정의를 하지 못해 조금 빙빙도는 기분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여유가 조금 생기면 계획을 조금 더 명확히 해보고 싶다.

늘 가장 어려운 방향으로만 선택했던 내 인생… 이번 결정도 남들이 보면 미쳤다는 말 말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각종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보니, 내가 독일에 와서 받은 급여명세서가 100여장에 달했다. 온갖 어려움과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했으나 그 만큼 성장하고 배우고 느낀걸 생각하면 감사하기도 했다. 오늘의 이 출사표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결정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가자!

네가 내 곁에 있다면

Bist du bei mir, geh ich mit Freuden zum Sterben und zu meiner Ruh.

Ach, wie vergnügt wär so mein Ende, es drückten deine schönen Hände mir die getreuen Augen zu.

It is not over until I win

Nobody believes in you.

You’ve lost again and again and again.

The lights are cut off, but you still looking at your dream, reviewing it everyday and say to yourself, it’s not over until I win.

It’s very important as you hold on to that dream.

The moments when you are going to doubt yourself.

The rough times are going to come.

But They have not come to stay, they have come to pass.

It’s very important for you to know that.

Don’t say I am having a bad day say I am having a character building day.

It’s very important for you to believe that you are the one to make this happen.

호야도 핸델 김나지움으로..

지우에 이어 호야도 핸델 김나지움에 합격했다.

핸델 김나지움의 특징은 학교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음악에 특성화 된 학교이다. 모든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혹은 실용음악과 같은 음악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때때로 이 음악활동이 학업보다 우선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학업 성적이 뒤쳐지는건 아니다. 늘 베를린 아비투어 성적에서 최상위권에 들어있는 학교 중 하나이다.

그럼 학교에서 ‘특별히’ 뭔가를 더 가르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그냥 그런 분위기 일 수 밖에 없는게 어려서부터 이런 저런 악기를 시키는/좋아하는 집에서 자란 학생들이 모였으니 그 분위기가 다른것 같다.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가정도 많지만 여유있게 삶을 즐기고자 하는 가정도 많다. 여느 10대 아이들 처럼 일탈도 하고 방황도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는것 같다.

나와 정은이한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음악도,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세상의 전부 혹은 대부분으로 느끼는 가정과 학교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자신의 기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같이 시작했지만 1-2년이 지나 굉장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이 보인다. 처음의 그 작은 차이는 아마도 가족과의 관계나 관심의 차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우는 이 학교에서 더 얻을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잘 하고 있다. 호야 또한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마아빠한테 먹이만 받아먹던 아기새에서 이제 자신이 날 수 있을지 시험해 보는 작은새로 성장한 호야. 무엇이든 다 경험해 보고 즐기고 도전하고 또 실패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학기 끝, 방학 시작

오늘 부로 1학기가 마무리 되고 1주일 간의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우리 귀염둥이들도 각자 성적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김나지움에 진학해야 하는 호야가 헉헉거리며 집으로 제일 먼저 뛰어왔다. 미리 선생님들한테 물어봐서 대충의 성적은 알고 있었는데 한 과목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며 난리다. 5학년2학기와 6학년1학기 성적을 평균한 점수가 적용되는 김나지움 입시… 마찬가지로 3학년2학기와 4학년 1학기 성적으로 5학년부터 시작하는 김나지움에도 지원했었는데 그 나이의 아이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밀어붙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당시 선생님, 친구들이 너무 좋았기에 적극적으로 다른곳들에 지원하지 않았었다. 그 땐 모든 과목 평균이 1점(최고점)이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후 코로나 시대와 약간 이른 사춘기인지 호야가 엄청 방황하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집에 있으면서 우리가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것도 사실이다. 닌텐도를 사서 온 가족이 동물의 숲은 하느라 몇시간씩 서로 게임을 하고, 학교의 원격 수업 초기에 엉망인 프로세스를 보고 금방 다시 학교에 가려니 하고 내버려 둔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들도 지나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약속과 다르게 호야가 있던 반이 사라져 버려서 친구들과 선생님과도 헤어져야 했고 갑자기 바뀐 선생님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록다운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가면서 조금씩 마음이 잡히는 듯 하다가도, 이미 공부는 포기한 몇몇 친구들이 집요하게 호야와 놀자고 하고 장난을 거는 통에 학교에서 이것 저것 놓치는게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동네 김나지움 컷트라인이 높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호야는 1점을 맞을 수도 있는 과목을 어이없는 실수나 귀찮음(?)으로 2점을 받아오는 날이 많았다. 길고도 길었던 잔소리와 설득의 시간을 지나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결과, 본인이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아서 기뻐하고 안도하는걸 보니 이녀석이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나가 다니는 학교는 입학시험이 따로 있는데 그 시험도 봐 둔 상태고, 시험 결과에 따라 어느 학교를 지원할 지 결정하면 될 것 같다.

호야가 신나서 떠들과 있을 때 시우가 집에 들어왔다. 3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점수가 나온 성적표를 받는 시우는 1점 받는게 당연한거 아니냐면서 목에 힘을 잔뜩 주었다. 더구나 자신은 ‘똑똑한 아이’상과 ‘빠른 아이’상, 두 개를 받았다며 반에 상장을 받은 아이는 4명인데 두 명만 두개의 상장을 받았다며 또 자랑이다. 더구나 이번 학기 반장으로 대 활약을 한 터라(더 하고 싶다고 아쉬워 함) 높아진 콧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

마지막으로 지우가 2점이 몇개 안된다는 자랑을 하며 들어왔다. 그게 무슨 자랑이냐는 내 농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번보다 잘했다며 깔깔거린다. 지우는 최근에 사춘기를 보내며 무슨 바람인지 바이올린과 공부에 굉장히 시간을 쏟더니 어려운 과목들은 모두 1점을 받아왔다.

정말 세 아이 모두 한 달에 10분정도 뭔가 물어보면 대충 알려주는 정도의 신경만 썼는데도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들을 잘 하고 있으니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특히 지우는 우리 입장에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루하루를 알차고 즐겁게 보내고 있다. 부모로서 여러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 할 필요도 없는 말들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배부른 소리들일 것이다.

독일이 학업 성취도가 떨어져서 우리 아이들이 그냥 잘하는 걸까? 그런 아닌것 같다. 한국도 장난 아니지만 여기서 잘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노트 정리부터 수업태도, 발표, 쪽지시험, 정규시험 그리고 실습이나 프레젠테이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하나도 모르고 온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더구나 놀기도 엄청 놀면서!

이번 방학이 지나면 호야는 희망 학교에 원서를 쓰고 6월 말이 되어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이젠 뭐..어떻게든 될것이라 믿고 이제 남은건 시우… 시우는 가능하면 5학년때 김나지움에 보내려고 한다. 지우와 호야 경험상 그룬트슐레에서 5,6학년은 정말 개판인것 같다…

한국의 부모들이 일단 대학만 보내자고 다짐하는 것 처럼, 우리는 일단 김나지움만 보내자고 다짐하고 있다. 김나지움이 대단한건 아니지만 10대의 가장 빛나는 6년을 보내는 곳인 만큼, 그 곳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대학?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결정하겠지… 학비가 있는것도 아니고 여느 독일 가정처럼 만 18세 성인이 되어 가능하다면 독립하게 해 주고 싶다. 대학이 아니라 다른 하고 싶은게 있다면 더 좋고.

예민한 호야와 더불어 가슴졸이던 몇 달의 고생이 이제 공식적으로 끝났다. 이 경험으로 아이들도 많이 배웠고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다행인건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결과를 아이들 스스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저귀 찬 막둥이 업고 춥디 추운 독일에 직장도 집도 아무것도 없이 들어온게 7년전인데 아이들이 이렇게 잘 크고 적응해 주어 너무 감사하고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보람을 느낀다.

Technical softlaunch

지난 주 부터 만들던 게임의 기술적인 오류를 파악하고자 테크니컬 소프트 런치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지원하지 않던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스토어 페이지를 새로 만들어 하루에 2000명 정도의 트래픽을 돌려 게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 중이다.

몇가지 오류가 보이지만 치명적인건 없는것 같은데… 조금 자세한 로그가 필요한데 휴가 시즌이 겹쳐서 1월이 되어야 버전을 올려서 테스트 해 볼 수 있을것 같다. 개발자 하나 자른 뒤로 폭풍 인터뷰를 통해 개발자 1명, QA 4명을 채용했다. 이제 개발자2, 테스터 7명을 관리하게 되었다. 곧 채용할 개발자 1명과 테크아티스트를 포함하면 10여명의 인력을 관리해야 하는데 리드 개발자로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조금 버거운 면이 있다.

팀에서 2022년에 어쩌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거의 비슷한 규모의 개발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 때는 정말 관리만 해야 할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1월 중순 – 말까지 테크니컬 소프트런치를 마무리 하고 2월엔 Monetisation softlaunch 가 계획되어있다. 기능 개발보다 부담이 덜하다면 덜하겠지만 이것저것 대응하는게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편이고 채용한 인력들의 온보딩을 신경쓰려면 여간 골치아픈게 아니다.

그 뒤에는 WW릴리즈가 기다리고 있을까? 2022년의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여름 전에 런칭하고 팀도 안정되어 제대로 된 휴가를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늦어도 1년이면 뭔가 트랙에 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2년이 꼬박 걸리다니 세상에 만만한 일이 없다. 꾸준히 한 걸음씩 나가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고

뽑은지 1년이 안된 개발자 한 명을 해고했다. 팀에서 나는 개발과 테스트를 책임지고 있다. 숫자로 보자면 개발자는 나를 포함 3명, 테스터도 3명인데 4번째 개발자를 뽑는 중이었다. 지난 번 회사와 다르게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프로젝트 특성 상 기술경험은 기본이고 자기주도적인 개발자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뽑았던 첫 번째 개발자는 잘 일하고 있는 반면 두 번째로 뽑은 개발자는 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줬다.

우리 게임의 세부적인 개발 방식은 인터페이스만 공유하고 내부 개발은 죽이되든 밥이되는 본인들이 알아서 개발하는 방식이다. 개발 패턴도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하는 방법은 하지 않으며 필요없는 라이브러리도 일체 쓰지 않는다. 함수형 개발처럼 각자가 모듈식으로 만드는 식이다. 빠른 결과가 나와야 하니 버그가 없고 인터페이스 조건만 만족하면 개발 완료로 생각하고 해당 모듈이 문제가 많다면 내가 다시 그 모듈을 만들어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것 하나가 우리팀에서 일하기 위해 꼭 따라야 할 규칙이다.

개발 퍼포먼스와 별개로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이슈도 있었는데 이건 주로 영어보다는 본인의 자아가 너무 강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에 있었다. 합의를 하고도 하지 않은것 같은 찝찝함… 자신의 결정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하지 않은것 같은 결과물. 결국 오너쉽의 문제이자 소통의 문제였다.

이러한 제반적인 문제는 본인의 퍼포먼스 하락으로 이어졌고 결과물에 문제가 많음은 물론 일정도 늘 딜레이되었다. 본인은 오늘의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속의 뛰어난 개발자 기준으로 기존 코드나 방향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일정 지연과 낮은 퀄리티를 개선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여러 번 주었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었다. 3주전 새로운 스프린트에 들어가며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 스프린트 목표와 작업 리스트를 공유하고 본인이 측정한 예상 작업시간에 대해 이유없이 수락한 다음 모든 미팅과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그 리스트 중 죽어도 2주안에 끝낼 수 있는 작업만 가져도록 하였다. 우리 셋 중 가장 쉽고 작은 업무만 가져간 그 개발자는 역시나 2주 뒤에 그 업무를 끝내지 못했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일정이 딜레이 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매일 업무 공유 시간에 문제없다, 내일 끝난다를 반복하다 데드라인 전날 끝내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끝냈다고 했지만 완성도가 70% 미만인 상황… 1주일의 시간을 더 주고 완성도를 높여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2주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여서 이렇게 시간이 더 필요하냐고 묻자 여러 리스트를 주는데 대부분 본인이 지난 2주동안 완성했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그 중 1주일 치에 대한 업무를 내가 가져오고 새로운 데드라인에 동의했다. 그 1주일 짜리 업무는 내 손에서 반나절이 안되어 사라졌다.

스프린트 시작일로 부터 3주 째, 주말에 일하고 있는 티를 팍팍 내며 나한테 메세지가 온다. 업무하나는 빼고 다 끝낼 수 있다고…그리고 월요일이 되어 결과를 확인했는데 코드에서 일하기 싫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또 똑같은 핑계… 일정 지연에 대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내가 자신이 수립한 일정을 무시하고 더 짧은 일정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것은 원래 일정에 맞춰가는거지 일정 지연이 아니라고 한다. 본인 입으로 말한 메세지들을 보내주니 말이 없다.

갑자기 다른 사람 코드 읽기가 힘들어 일정이 지연되었다고 한다. 이번 스프린트는 개발자 모두가 UI를 개선하는 부분인데 UI는 이 개발자가 조인했을때 만들어서 대부분의 코드가 본인 코드 뿐이다. 나는 어떻게 일했을것 같냐고 묻자 또 말이 없다.

이러한 경험은 익숙하다. 처음 조인 했을 땐 모두가 의욕적이지.. 그래서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도 하고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시간이 지나면 진짜 그 사람이 보인다. 나는 왜 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동물적으로 이 변화를 잘 감지하는것 같다. 지난 회사에서 내가 해고했던 몇몇 개발자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초반에 오바하기, 빨리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본인의 성장 욕구에 우선한다는 것. 닫혀있는 귀. 객관적인 자기 평가 부족 등…

결국 문제를 본인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을 접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용형태가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외주 업체 형태로 되어있어서 당일 해고가 가능했다. 월급을 더 받든 말든 그것은 모르겠지만…그리고 모든 똥들은 지금 내 앞에 쌓여있다. 짜증이 나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이 똥들은 언젠가 누군가 치워야 하고 결국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까.

사람은 많다고 절대로 좋지 않다. 사람이 적으면 느린것 같지만 제대로된 사람과 함께 일하면 결국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다음 개발자는 더 신중하게 채용해야겠다. 개인적으로 한 가정의 가장의 직장을 잃게 한 것에 불편한 마음이 있지만 본인 표현만큼 대단한 개발자라면 곧 더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대표가 이야기 해 준 바에 따르면 동유럽에서 채용했던 몇몇 개발자들은 회사 몰래 투잡을 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퍼포먼스가 급격히 떨어지고 일정을 계속 딜레이 한다면 그 부분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이 개발자도 아마 그런 경우일지 모른다. 난 개인적으로 본인이 2잡을 하던 3잡을 하던 상관없다. 자신이 스스로 약속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40살 그리고 20년

10월 28일은 우리가 만난 날이다. 때는 무려 2000년으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 날이 올 때마다 블로그에 여러 번 썼던 것 같다.

매 년 이렇게 그 때를 추억하고는 하는데 그 숫자가 더해갈 수록 기분이 이상해 진다. 이렇게 긴 시간을 같이 있다니… 사랑과 좋아하는 감정과 함께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상대로, 나의 삶이 우리의 삶으로 느껴지는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우리 둘 다 올해 만으로 40이 되었으니 그 시간의 반 만큼을 서로의 옆에서 함께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뭔가 뿌듯함이 몰려온다.

아직도 매일 둘이서 수다 떨고, 재택 근무 시작한 이후로 꼭 붙어있는것도 너무 좋다. 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아이들이 잘 커주었는지 매일 매일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잘 살고 있다고 서로 이야기 하고 있다.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건강도 챙기고 서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여전히 답은 없지만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 요즈음의 시간들이 참 좋다.

마당 관리

지난 해, 지우 방 쪽 마당에 조금씩 이끼가 보여서 겨울에 한 번 긁어 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봄을 맞이 해 정원 관리를 하려고 보니 이끼가 잔디보다 더 많다. 그 곳 뿐 만이 아니라 마당에 전체적으로 이끼가…ㅠㅠ 부랴부랴 이끼 제거제와 살포기 그리고 이끼를 긁어내는 갈퀴를 주문했다.

2주일에 걸쳐 약을 뿌리고 갈퀴로 긁고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고 그리고 또 반복 반복.. 놀랍게도 땅에서 긁어내고 뽑은 이끼와 잡초가 큰 통으로 8통이 넘었다. 이는 우리 건물 전체가 쓰는 유기농 쓰레기통을 4번 정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인데 이 후에 우리 마당이 얼마나 휑 해 보이던지..

이후 잔디 씨앗을 골고루 뿌려 준 뒤, 잔디용 흙을 고르게 덮어 주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있다. 오늘이 4일째 인데 벌써 조금씩 새 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나올 줄 알았더니 어느 순간 2-3센치 미터씩 확 확 올라오니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영양이 가득한 흙을 덮고 물을 뿌려주니 잔디 뿐 아니라 온갖 잡초들도 같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또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 또한 미친듯이 뽑아주고 있으니… 1주일정도 지켜보고 잔디가 잘 나오지 않는 곳은 새롭게 씨앗과 흙을 사서 또 다시 뿌려줄 계획이다.

얼마 안되는 정원의 잔디 관리마저도 이렇게 어렵다. 작년, 갑자기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어려 가능성을 알아보았는데 이러한 동물들 키우기가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지.. 그렇게 보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직까지도 엄마아빠 말이 세상에서 제일 옳은 말이고 맞는 말이라고 믿는 우리 아이들.. 아침 저녁으로 엄마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모든 일을 힘내서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주에는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 사진을 올릴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