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려는 이유 중의 반은 한국에서의 문제점 때문이다. 즉, 독일이 좋아서 가는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살기 어려운 점이 많이서 이기도 하다.
이전의 글을 보고 독일 이민을 희망하는 몇몇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다들 비슷한 이유였고,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내가 독일에 가고 싶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가 사랑하는 와이프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이다.
한국에 살면 ‘대입’이라는 주제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나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럴수록 아이들 스스로가 힘들어진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해 오는것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대입에 성공한 뒤에는 ‘독립’의 문제가 따라온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미숙한 상태로 성인이 되어버리는 우리나라 교욱제도때문에(개인적으로 입시경쟁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으로 생각), 실질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가 25세~30세 전후로 늦춰져버린다. 이는 그 개인에게도 굉장히 아쉬운 일이지만 몸만 어른이고 정신은 미성년인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의 인생에도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많으면 35살까지 아이들 데리고 있어야 한다니…
지금 내가 34살이고 막둥이가 2살인데 33년뒤면 67세까지 자식 뒷바라지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물론 대학 등록금과, 어쩌면 대학원이나 유학비용, 결혼 비용까지 생각하면..(심지어 나 본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앞날이 너무 막막하다(내 노후 준비는??)
더 황당한건 그렇게 키워봐야 잘하면 서울대쯤이나 나와서 의사나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노력과 비용이면 미국에서 MIT 나 하버드 쯤은 껌먹기로 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대학을 나오면 못해도 세계를 움직이는 무언가를 해낼수도 있을것 같은데 말이다.(못해도 서울대 나온것 보다는 잘 할것 같다. 같은 노력을 한 경우에..)
그러고 나면 내 자식들은 기본으로 몇 억씩 하는 집(그것도 닭장같은)을 사기위해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이나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작은 톱니바퀴로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성취나 행복,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지도자들이 나와서 국가가 발전해 간다면 조금의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을것 같은데, 이 부분은 거꾸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니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내 자식들에게 일어날 이 모든 불행한 일들이, 그나마 나와 와이프가 우리의 모든 인생을 희생하는 조건으로 만들어 진, 그나마 최선이라는 것이.. 정말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그다지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공교육만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이 가능했으면 좋겠고,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부모가 이런 교육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교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할 수 있도록 모두가 배려해주고 응원해주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우리, 부모의 삶을 찾을 수 있다. 자식이 중심이 되어 굴러가는 가정이 아니라 미성년인 자식을 보호하고 있는 가정의 부모가 중심인(당연하지만) 가정,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그것을 도와주는 가정말이다.
글을 쓰다보니 자식교육을 위해 독일에 가고싶다는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한국의 교육이 굉장히 과열되어 있고 그로인해 나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것에 절대적인 위협을 느낀다. 내가 아이들의 학교교육이 아닌 가정교육과 아이들과의 교감에만 신경쓸 수 있다면(이는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내 삶의 질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물론 사교육에 들어가는 경제적인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아이들의 독립에 들어가는 비용(대학 등록금과 결혼비용, 결혼전까지 부양비용)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러한 부담을 나에게서 벗겨준다면? 심지어 아이들이 질적으로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된다면?
그렇다면 내가 독일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는게 글을 쓰기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6년전..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약간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는, 그 테두리에 서 있는 나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닭장같은 아파트, 외할머니가 키워주는 자식, 맞벌이로 얼굴보기 힘든 가족, 연간 700여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출퇴근(말이 700시간이지 거의 1년에 20일을 풀타임으로 버리는거다..자는 시간 빼고 하루가 16시간이라면 정확히 1년 중 한달을 출퇴근 시간으로 사용하는거다.), 자식 교육에 집착하는(대부분 돈으로만 집착) 부모, 모든것을 경쟁으로만 알고 이기려고만 하는 아이들….
그리고 전원주택에 와서 살아보고 확신했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