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 영주권

독일에서 본인이 영주권을 받으면 동반 가족의 경우, 배우자는 영향없음(계속 동반비자로 갱신), 자녀들은 만 16세까지 유효한 거주허가를 받게 된다. 배우자는 독일에서 5년거주(첫 비자로부터) 후 영주권(EU)을 신청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지우의 16세 생일이 되기 전에 비자를 연장을 하든 뭔가 조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시민권을 받고자 하는 계획이 있어 문의 해 보니.. 시민권을 16세 이하인 경우 부모와 같이 신청해야 하고 16세 이상인 경우는 본인 혼자 신청할 수 있지만 유효한 거주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16세가 지나면 유효한 거주허가가 없어지니 결국 뭔가 거주허가 연장을 해야 하는건가? 이리저리 억지로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시간도 없고 여권마저 새로 발급해야 해서 일단 영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9월부터 이메일을 보낸것 같은데 이 당시 외국인청의 예약 시스템 남용 문제로 예약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서 이메일로만 문의해야 했다. 워낙 설명이 복잡해서 몇번 문의를 했다가 아예 문의 없이 ‘영주권신청’ 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담당부서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 설명과 함께 16세 이상 영주권 신청 관련 서류들을 모두 스캔&첨부해서 보냈다. 당시에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 안멜둥 그리고 지난 모든 성적표, 여권들을 스캔해서 보냈다. 그리고 1-2주 뒤에 12월 외국인청에 오라는 짧은 답변하나를 받았고, 다시 1주일 뒤에 알고보니 그날 외국인청 문이 닫으니 다른날 오라는 메일 하나를 더 받았다.

그 와중에 지우는 생일이 지나 거주허가가 없는 상태가 되었고 마침 학교에서 폴란드로 여행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터민 받은것으로 거주 증명은 할 수 있었지만 독일 바깥으로 여행은 안되다고 알고 있어서 급하게 임시비자 신청을 했다. 긴급 비자 신청 메뉴에 상황을 설명하고 여행가는 스케쥴 등을 첨부하자 며칠사이 외국인청으로 와서 임시비자를 받아가라는 이메일이 왔는데 만약 못오면 편지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편지로 여행가능한 임시비자를 받았다.

이제 영주권으로 방문하는 날이 되어 지우와 함께 방문(부모님 꼭 동반, 나는 정은이의 위임장까지 가져갔는데 확인은 하지 않았다)했고 별다른 질문 없이 가져간 원본서류들 확인 후 내년 2월에 카드 찾으러 오라는 말과 함께 수납을 하고 돌아왔다. 이로서 지우의 영주권 획득! 카드 받을 때 까지의 여행은 지난번 발급받은 임시비자로 가능하다고 했다.

오늘 확인한 서류는, 학교증명서, 성적표들, 지우 구,신 여권, 나와 정은이 여권이었다. 외국인청이 많이 발전해서 사진도 스캔하고 다시 돌려주었다.

베를린 외국인청을 코로나 이후로 장족의 발전을 했고 심지어 이 16세 영주권 신청도 이제는 이메일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10여년전 새벽에 나와 줄서있던 기억, 대기표 뽑아들고 정은이 한테 빨리 애들 데려오라고 난리쳤던 기억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베를린 배우자 영주권 취득!


블루카드 홀더로서 본인의 영주권 취득절차는 비교적 투명하고 정형화 되어있어서 비록 그 형식이 매년 조금 달라질 지언정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취득에 이르기 까지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영주권 취득 후 가족들의 거주허가는 배우자인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4년 연장, 아이들은 영주권에 준하는 16세까지 거주허가를 받게 된다. 당시 외국인청에서 정은이는 1년 뒤 영주권에 지원할 수 있으니 지원하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외국인청에서 구두로 받은 정보는 60개월이상 거주와 언어능력 증명이었다.

집에 와서 정은이의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니 배우자 영주권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 나와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4년의 시간이 있고 언어증명은 해야 하는 것이니 일단 B1 을 취득하자…라고 했던게 2017년.. 이사 정리와 아이들 학교, 나의 이직, 코로나, 지우 김나지움 등 굵직한 이벤트들을 겪고 나니 어느새(?) 4년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일단 다시 연장을 하자고 외국인청 예약 신공을 발휘, 외국인청에 방문했던게 지난 3월… 늘 그랬던 것처럼 블루카드 홀더의 배우자/가족 거주허가 신청으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직원이 첫 마디부터 원래 이곳(블루카드 전용 창구)에 예약하면 안되고 일반 비자 사무실로 예약했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연장을 해주겠다면서 서류를 보다가 ‘응? 너 영주권 자격이 되는데 내가 영주권 되는지 확인해 보고 처리해 줄게!’ 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대기했었는데 결과가 나와 들어가보니, ‘영주권은 서류가 미비해서 일단 6개월 임시 비자를 줄게 어차피 영주권 신청할거면 이게 더 싸니까~’ 하며 여권을 돌려준다.

집에 와서 시간을 계산해 보니 B1시험보고 결과나오는게 한 달 정도 걸리니 최대한 빨리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의외로 완벽주의 정은이가 일단 학원을 다시 다녀보고 싶다고 한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 한국식으로 요령 파악해서 바짝 준비하면 B1정도는 무난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득에 실패.. 일단 VHS로 온라인 코스를 등록하고 광클릭을 통해 8월 외국인청 약속도 예약해 두었다. 그 즈음이면 모든 준비가 되어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우리집이 언제 우리한테 공부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줬던가? 그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은이가 열심히 공부했지만 예약일 전에 시험을 보고 결과를 받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일단 제대로 4년 연장을 하고 영주권을 지원하자는 생각으로 오늘, 예약일이 되어 새벽부터 외국인청으로 출발했다.

대기실에서는 늘 그렇듯 수 많은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불친절한 직원이라 정상적인것도 트집잡아 여러번 헛수고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서류라도 다 못챙겼다면.. 또 임시비자를 준다면.. 연장했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마음은 이미 외국인청의 다음 예약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 차례가 되어 직원을 만나러 갔다.

곰돌이 처럼 푸근한 인상의 직원은 여러가지 질문은 했는데, 일을 하고 있나? 남편이 일하면 서류를 달라. 집은 아파트니? 집을 산거니? 빚은 다 갚았니? 빚이 없음 매달 집 유지비로 얼마를 내니? 오 좀 많이 내는데 집이 커? 집 크기가 얼만데? 오 큰집에 사네 잘했어. (정은이 온라인 코스 증명서를 보더니)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뭐야? 언어증명? 일단 줘봐. 내가 확인해서 부를게 기다려! 까지… 챙겨간 집 계약서와 큰집에 사네 잘했어(왜 이렇게 말했을까?) 라는 말 이후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직원의 태도가 조금 변해보였다. 그렇지 우리가 뭐 빌어먹고 그러지는 않을거야..

다시 결과가 나와 직원과 마주한 우리… 직원 왈, 너한테 영주권을 줄거야, 그러니 지문 찍고 여기 사인하고 어쩌고 저쩌고… 엥? 소득 증빙도 대충 2달치 급여만 보여주고 연금정보는 출력도 하지 않았고 언어 증명도 없는데 이걸로 되는거야?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곰돌이 직원은 이것저것 서류를 정리하고 도장을 찍더니 이제 돈내고 가~ 카드는 곧(8주 뒤에) 갈거야! 한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문을 나온 우리는 꺄하하 웃으며 아무도 없는것 같았던 자동 수납기 근처의 직원이 우릴 보고 웃으면서 ‘그래..거기에 돈 내는거야’ 라고 하기 전까지 두 손을 맞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독일의 공무 처리는 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그 누구의 경험담도 참고만 해야 했는데 우리의 오늘 경험담이야 말로 어디 공유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곰돌이 직원이 우리를 잘 봐준 탓이었겠지… 얼마나 예의 바르게 서있었는데..

영양가 없는 글이지만 이제 온 가족이 거주허가에 문제 없이 독일에 살 수 있게 되었다. 뭐..남들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되는거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쓰이던 문제 중 하나였기에 마음이 굉장히 후련하다. 이제 뭐 열심히 돈 벌고 쓰고 살면 되겠네~

독일, 5년

독일에 온 지 5년이 지나 6년차에 접어들었다.

2014년 3월 7일, 발리에서 베를린으로… 익숙하지 않던 모든것이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지니 어느정도 적응은 했다고 생각해도 좋을것 같다.

그야말로 울고 웃던 나날들, 단 하루도 나태하거나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20대였다면 많이 성장했다고 추억하겠지만 지금은 어쩐지 더 늙어버린것 같다는 마음에 기쁘지만은 않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독일에 와서 적응하고 보니 30대가 다 지나버렸구나.. 꿈꿔왔던 다른 인생의 선택지들도 이젠 주머니 속을 뒤져야 나오는 작은 부스러기처럼 얼마 남지 않아보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은 무엇이든 끝내야 한다는 오기로 남았다.

하지만 이 5년은 독일에 처음왔을 때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기간으로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사업을 하고 60개월동안 연금과 세금을 내고 나서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그 선택지의 나는 지금의 나 보다 행복할까? 가끔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이 얼마나 단순한 동기로 결정되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낭떠러지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듯 아찔하다.

정은이와 몇 번을 되새기며 돌이켜본 지난 5년은, 우리는 잘 선택했고, 어쩔 수 없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 했고, 그리고 행복했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이들어 가는 지금 오늘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주권

올해 계획하고 있던 일들 중 남아있던 큼지막한 한가지, 바로 영주권. 독일에 와서 가지게 되었던 단 하나의 목표이자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목표.. 그 목표를 달성했다.

실제 영주권 발급은 조금 허무하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영주권 발급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 블루카드 소지자로서 영주권 발급 조건을 충족하는지 자체 심사
  • 외국인청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발급/스캔해서 홈페이지의 문의 페이지를 통해 접수
  • 차례가 되면 외국인청에서 연락
  • 외국인청 방문 / 영주권 수령

나는 중간에 외국인청에서 연락이 안올까봐 이메일로 추가서류 접수와 함께 빨리 초대해달라고 이메일을 한 번 보냈었다. 외국인청에서는 최초 접수 후 약 3달정도 소요된다고 처음에 안내했었는데 나의 경우 4월 말에 접수해서 6월 말에 받았으니 2달이 걸리지 않았다.

블루카드를 수거해 가고 내 여권에 영주권 딱지를 붙여주었다. 실제 외국인청 방문 시간은 15분 정도.. 아무런 질문도, 설명도 없었다. 동반인의 비자는 현재 동반비자를 갱신해야 할 때 갱신하면 된다.

가장 간절히 기다려왔던 순간인데 종이딱지 하나 바뀐것 말고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보니 실감이 나지도 않고 아무것도 바뀐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늘 마음속 한 구석에 있었던 고민과 걱정이 사리지며, 주거의 안정이라는 원래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권리를 다시 되찾았다는 안도가 비로소 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해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주권이 생겼다고 내 주변에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바쁘고 정신없는 많은 일들로 부터 나 자신을 조금 분리시키고, 영주권 획득을 계기로 나 스스로와 우리 가족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직 몇가지 신경쓰이는 일들이 남이있긴 하지만 모두 잘 해결될 것이다.

그동안 내 옆에서 고생 많이 한 나의 사랑하는 아내 정은아 정말 수고했다. 그리고 우리 이쁜이들도..
이제 비로소 ‘독일정착’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

끝없는 집정리

집을 장만하고 새로운 물건을 채워넣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신혼때 하지 못했던 이런 일들을 결혼 10년차가 되어서야 하고 있는데, 아이들도 있고 외국이라 그런지 물건 하나하나를 장만할 때마다 여간 힘이 드는것이 아니다.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10년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래 너희들 제발 돈생각 말고 좋은 물건으로 사라’ 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성이 자린고비인것을…크게 쓴다고 쓴 돈도 막상 비싼 물건 앞에 보면 싸구려일 뿐이었다. 물론 정말 싸구려를 산 것은 아니지만..비싸고 싸고를 떠나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련한 것들은 대부분 두고두고 보아도 미소가 나올만큼 잘 선택한 것 같다. 이사온지 한달이 넘어서도 아직 50%정도밖에 정리하지 못한 기분인데 5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다음 포스팅은 완성된 집 사진을 올려보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2017년 첫 포스팅

더 자주 글을 써야지..라고 마음 먹었던 작년 말.. 하지만 정말 너무너무 바뻤던 나머지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것 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릴것 같은 불안함에 또 지난 3달..도 아닌 4달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야겠다.

지난 4달동안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사..
4월 9일 공식적으로 이사했지만 3월 말부터 이삿짐을 차에 실어 나르고 4월 10일 트럭을 불러 큰 짐을 나르며 일단 짐 옮기는것은 마무리했다. 그리고 전 집을 청소한 다음 4월 12일 집주인에게 열쇠 반납..

변경된 주소 때문에 회사/보험/자동차/은행 등 12곳에 이 사실을 편지/전화/이메일로 알려야 했고,
때마침 은행 계좌도 바꿔야 했기에 이를 14곳에 알리고 바꿔야했다. 말이 쉽지..대부분 편지+독일어로 했어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기존 인터넷 이전이 안되어 새로운 인터넷을 신청하고 연결하고 또 기존 인터넷을 해지하고 기존 인터넷에 물려있던 핸드폰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핸드폰 계약하고 번호이동까지 하는것이 또 큰 일이었다.

물론 기존에 사용했던 전기도 해지하고 새롭게 신청했으며 집 관리비 정산을 위해 관리 업체와 새로운 계약도 했다.

이사 자체도 힘들었지만 우리가 더욱 힘들었던건, 그리고 지금도 진행중인것은 바로 가구 문제였다. 일단 부엌이 없었기 때문에 이직 과정에서 생겼던 20여일을 부엌 디자인하고 업체를 만나는데 거의 사용했다. 부엌 욕심이 있어서 지금 부엌은 설치된 상태지만 상판은 따로 주문한 상황..앞으로 4주정도 더 기다려야 상판이 배달된다..덕분에 난 유리 상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케아 옷장은 지우꺼 2미터, 호야꺼 1미터를 이케아 PAX로 이미 구매/나르기/조립까지 끝냈다. 이번 주말에 현관용 1미터 짜리 조립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매트리스를 샀고 우리 옷장은 무려 3미터나 되었고 이케아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배달/조립까지 모두 맡겼고 오늘! 배송/조립이 되었다. 부엌에 들어갈 모든 전자제품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인덕션을 고르고 주문해야 했으며 배송이 올때마다 직접 받아서 집까지 올렸다(냉장고는 한 번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ㅠㅠ). 건조기 또한 새로 구매해서 집어 넣었고 그 와중에 난장판이 된 마당의 잔디를 2번(실제로는 4회)이나 깍았다. 조명은 이제야 겨우 2개를 달았고 앞으로 15개를 더 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 벽 뚫는 드릴까지 구입했다. 커튼은 겨우 알아보고 이제 주문을 앞두고 있는데 역시 10여개가 넘는 커튼을 모두 사야 한다. 이와 함께 지우 방에 들어갈 새로운 가구들을 주문하고 마당에 놓을 가구들을 주문하면 대략 사람 사는 집의 구성이 될 것 같다. 예상 일정은 무려 5월 말…한 달 이상 시간이 있지만 결코 여유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입신고와 외국인청 방문은 이미 3달전에 예약을 잡아놓았었고 이번에 영주권 신청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 모레 독일어 시험을 앞두고 있다.

4달동안 단 한 번 다른 가족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나머지 날들은 대부분 이사 준비를 위해 보냈던것 같다. 짐을 나르고 정리하고 이것저것 조립하느라 손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힌게 벌써 2주일정도 된것 같다..

이사와 함께 따라온것은 아이들의 전학. 아이들 새 학교로 전학과 새로운 호아트 계약을 했고 막둥이 유치원 자리를 수십군대 알아보았다. 결국 막둥이는 유치원 자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놀며 대기중이다.

그리고 이직..그래 맞아..회사를 옮겼었지… 1월 말로 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벌써 3달이 다 되어간다. 회사에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언급하기도 귀찮을 정도이다.

이케아는 거의 1주일에 2회 방문해서 이것저것 사오고 있고 바우하우스나 바우마크트도 여러번 다녀왔다. 쓴 돈이 어마어마함은 말할것도 없다.. 또 다시 이렇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정말 힘들것 같다. 심지어 이번 이사는 1주일이 넘는 아이들 부활절 방학을 끼고 했음에도 지금 반도 끝내지 못했다. 겨우겨우 잘 공간만 만들어 놓은 상태로..커튼도 조명도 부엌 상판도 없는 상태로 지내는 중이다. 식기세척기는 돌아가지만 큰 설거지는 욕조에서 해야 하는 상태로..좋은 인덕션 사놓고 휴대용 인덕션을 써야 한다.

이번 주말에는 독일어 시험을 보고, 빌려온 아이스박스를 돌려주고, 겨울타이어를 여름타이어로 교체하고, 현관 옷장을 조립하고, 커튼을 주문하고, 임시 상판으로 싱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고, 세탁실에 넣을 가구를 설계하고, 또 잔디를 깍아야 하며 늘 하던 집안일을 계속 하는것이 최소한 내가 해야할 일이다.

그러면…그렇게 4월이 다 지나가겠지..그래도 오늘 우리 옷장이 왔으니..우리 옷이라도 조금 정리할 수 있을것 같다..정은이가 벌써 다 해 놨을것 같다. 부엌이 미완성이라 엄청 고생하는 정은아..조금만 참자! 내가 주말에 싱크대 꼭 연결해놓을게!

2016년을 보내며..

올해의 마지막 포스팅..

2017년에는,

온 가족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또 앞으로 더욱 건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다.
새로운 회사에서 더욱 인정받고 성장하며 성취할 것이다.
새로운 집으로 즐겁게 이사하고 멋지게 꾸밀 것이다.
바뀐 환경에서 아이들과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더 행복할 것이다.
정은이와 내가 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들이 구체화 되고 발전될 것이다.
영주권을 받아 거주허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무수히 많은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직

올해 초 큰 이유는 아니었지만 회사업무가 너무 쉽고 지루해서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미 만으로는 이직을 할 수 없는 법..그리고 베를린에는 이제 게임 회사가 뻔하기 때문에 옮길 곳도 많지 않았다. 지금 받는 연봉도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회사에 연봉 차이로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 다닌 회사에 감원과 구조조정, 합병 등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그 와중에 회사 분위기는 더 나빠져갔다. 물론 내 기준으로 나빠진건데, 사실 회사 재정은 더욱 튼튼해지고 업무 부담까지 줄어드는..어찌보면 이게 일터인지 노는곳인지 모를 ‘천국’? 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속에서 무언가 해보고 배우려 노력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스트래스였고 다행히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조그만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회사에서 똑똑하고 열정적이라 느꼈던 사람들이 대거 이동한 회사로부터 최근 오퍼를 받아 이직까지 결정하게 되었다. 뭐랄까..지금 회사에서도 직접적으로 일을 같이 하진 않았지만 누가봐도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이곳과 비교해 더 바빠질것을 알면서도 옮기기로 하였다.

급여도 조금이지만 올리고 팀에서의 역할도 더 비중있고 책임도 더하게 되었다.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늘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성장하게 되었던 큰 계기가 되었던 지금의 회사 생활을 잊을 수 없을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노는 시간이 많아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하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포함해서..

나는 무려 3개월의 사직 통지 기간(notice perio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제 사직서를 냈지만 실제로 퇴사일은 내년 3월 31일이다. 따라서 입사일을 4월1일로 조정했는데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정말 긴 시간이 아닐수 없다. 물론 조만간 사장과 면담해서 이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결론을 낼 생각이다. 지금 회사 입장에서도 나를 3개월 잡아두는것이 크게 이익은 될 것 같지 않다.

Yager 그리고 Aeria 이제 새로운 회사로..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는 방향과 병행할 수 있고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꼭 나쁜것만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올 한해 질리도록 느꼈지만 시간은 내가 만들어 내는 거지 바빠서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욕없이 고민만 하는 동안에 시간이 남아돌았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한 정신을 따라 몸 컨디션도 나빠져 집안일도 많이 돕지 못했고 아이들한테 집중하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의욕과 의지에 대해 무섭게 느꼈던 지난 몇개월..이직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삶의 전환 포인트로 만들어야겠다.

2016년

내 인생이 해가 지날수록 스펙타클하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같으면 연중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사건으로 등극할 일들은 이제 순위에 끼지도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이 이젠 너무 많아 순위를 두는 것 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예전에는 이사를 가거나 차를 샀다면 그런 일들이 그 해의 가장 큰 일이었겠지.. 올해도 최근 몇년간의 트렌드에 맞추어 정말 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부디 앞으로로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12월이 벌서 30%나 지나버렸고 1달에 1번 정도 블로그에 글을 썼다는 것을 보면 오늘 쓰는 글이 올해의 마지막 글이 될 것같은 느낌이 든다.

박근혜 탄핵도 빅뉴스지만 올해 2016년 우리 집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빅 뉴스들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보겠다.
– 집 구매 및 관련 절차들..(설명하기도 싫음)
– 호야의 초등학교 입학
– 시우의 유치원 입학
– 한국 방문
– 자동차 구매
– 회사 구조조정 및 합병
– 노안(ㅠㅠ)으로 인한 안경 주문
– 자전거 출퇴근
– 아마도 이직?
– 개인 프로젝트 시작
– 부모님 독일 방문

써 놓고 보니 별일 아닌것 같지만 하나하나 내 흰머리를 늘리는것에 영향을 준 것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하나같이 어찌나 중요한 일들인지…하지만 아이들 학교가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계획한 바 없었다. 심지어 2017년에는 벌써 해야만 할 일들이 몇가지 계획되어 있다.

내년에 예상되는 일로는..
– 이직? 혹은 이직 마무리..
– 영주권 신청 및 발급
– 이사 및 전학..
– 집 인테리어
– 부모님 방문?
– 개인 프로젝트들 마무리와 또 다른 시작들..

당연히 더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지금 상상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면 애들한테 커서 뭐 할지 생각하라던가 계획을 짜라는 그런 말들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말인지..내 하루 앞을 모르는데 말이다.

어찌되었건.. 올해 열심히 산 것으로 나는 스스로 만족한다. 정은이 또한 나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성취를 했으니..아이들도 물론이고. 2016년은 우리 가족 모두 정말 잘 했다. 무엇보다 크게 아프지 않았어..

2017년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큰 일들이 많지만..우린 잘 해낼것이다. 이사도 전학도 부엌 만드는 것도.. 그리고 오늘은 상상도 하지 못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도전하고 또 성취하겠지..

얼핏 힘들것만 같지만 사실 2017년은 처음으로 우리의 집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더이상 이사 걱정이라던가 집의 물건이 부서져서 집주인 눈치볼 걱정이라던가 터무니 없이 지불해야 하는 월세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더 깨끗하고 넓고 좋은 환경으로 이사가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그리고 EU영주권은 아니지만 독일 영주권도 받게 될 것이다. 14년 부터의 수 많은 도전과 걱정과 고민 끝에 드디어 집도 비자도 직장도 안정되는 그 첫번째 해가(통장만 빼고) 될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시간이 생겨 블로그에도 자주 글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더 글을 올릴 좋은 일을 만들 수 있기를..

호야 입학

호야가 Grundschule 에 들어갔다. 11월 생이라 내년에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유치원에서는 너무 심심해 해서 그냥 올해 보내기로 했다. 정식으로 이번 주 부터 다니고 있는데 아직 초기라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2년 전, 지우를 학교에 보낼때는 정말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고 지우도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학교에 밀어넣다시피 했었는데 지우가 너무 적응을 잘 해주어서 지금 지우는 큰 걱정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말 그대로 독일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생각으로 그 시간들을 보내왔었을지..

호야는 유치원을 계속 다녀서 독일어를 조금 하기는 하지만 지우만큼 잘 하지는 못한다. 그나마 이번에 학교가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계속 연습을 해서 훨씬 좋아진게 보인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부모가 관심을 가진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지만 특정한 분야에 부모가 관심을 가져주면 아이들도 그 만큼 더 노력하는것 같다.

사실 호야는 학교에 잘 적응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잘 적응한다기 보다 어딜 가도 비슷하기 때문에 적응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부모로서 호야가 힘든점은, 호야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도 명확해서 자기가 싫은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거꾸로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것만 잡고 늘어진다. 뭔가를 가르쳐 줄려고 하는데 관심이 없으면 이미 듣고 있지 않는게 느껴지지만 본인이 궁금한것들은 끝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특징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인지 제대로 답해주지 못하고 있다. 호야한테는 중요한 시간일텐데..

지우한테 통했던 방법들이 호야한테는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물론 시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셋이지만 공유되는것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가진 우리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다. 누구 하나 소흘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꾸만 호야한테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도 단지 호야가 표현을 해서 그럴 뿐 지우나 시우한테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우리도 아이들도 성장하겠지만 조금은 이런 성장통이 버거울 때가 있다. 언제나 나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