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고민

정은이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인간은 지금 그 어느때 보다도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데(물론 그렇지 않은곳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기준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불행해 보인다고. 이 불행의 모든 시작은 객관적인 풍요로움이 아닌 주관적인 비교로 행복을 찾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생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내 삶에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가지고 이루기위해 스스로 불행해지고 심지어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나부터 내 주변을 둘러본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예전에도 심지어 지금도 얼마나 많은지…

내가 하는 고민이 배부른 고민이라면, 이런 고민들이 내 삶을 깍아 먹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 욕심이라고 부른다. 욕심도 좋지만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노력을 더 해보는건 어떨까 싶다.

요즘 하는 일, 쓰는 기술들 이야기

일단 이 블로그를 오라클클라우드 무료 플랜으로 옮겼는데 속도도 빠르고 좋은것 같다. 물론 독일 기준이니까. 근데 이전 서버도 독일에 있었는데 속도가 훨 빠른걸 보면 잘 옮긴것 같다. 콘타보 안녕. 우분투에 도커로 돌림. 가능하면 워드프레스말고 다른 블로그 솔루션으로 옮기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몰라서 그냥 쓰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하나 만들고 싶다!

게임은 유니티로 만드는데 유니티가 워낙 삽질을 많이 하니 고도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회사에서도 다음 프로젝트는 고도로 할 가능성이 크고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고도로 이것 저것 할 계획이 있음. 백엔드는 수파베이스를 썼는데 파베보다 편하다 모든 면에서. 수파베이스 유니티 SDK가 커뮤니티 버전이라 조금 삽질을 했지만 일단 아주 잘 쓰고 있음

형이랑 하는 프로젝트 웹 버전을 Vue로 다시 만들고 지금은 유니티로 만들었던 앱을 플러터로 다시 만드는 중. 로그인을 붙이면서 백엔드도 파이어베이스에서 수파베이스로 변경하고 있다. 그외 API는 노드js로 만들어서 아마존에 돌리고 있는데 이것도 시간나면 render 로 옮길 예정이다. 메인 데이터 DB는 Neo4j를 쓰는데 사용성이나 속도면에서 아주 만족.

개인적으로 만들 토이 프로젝트를 Babylon.js 와 Vue 혹은 플러터로 만들어 볼까 생각중이다. 웹과 앱에서 접근성이 좋았으면 해서.. 흠.. 플러터를 쓰면 Three.js 를 써야하네. 의외로 3D를 제대로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솔루션이 없다. 플러터 임펠라로 기본적인건 가능해 보이던데.. 너무 기술적인 욕심을 부리는건가 싶다. 그냥 웹GL로 만들고 앱에는 웹뷰로 임베드해도 충분할 프로젝트인데..

그외에 Rive 를 배워서 가능한 UI 에 적용해볼까하는 생각도 있다. 할게 많아서 우선순위는 한참 밀려있는 상황..유료인것도 맘에 안드는데 비슷한 다른 솔루션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나이가 드니 어떤 기술을 깊게 파고싶지가 않고 그냥 원하는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 든데. 맞기도 틀리기도 한 이 생각..근데 딱히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제일 중요한게 동기를 유지하고 의욕을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성장과 성취를 꼭 경험해야 하고 고민은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세상

웹소켓으로 실시간 인터랙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테스트 하려고 로컬 서버에 돌리다가 아마존 ec2로 올려봤다. 소스 리포에 푸시만 하면 로드 밸런서까지 설정해서 바로 배포가 된다. 근데 응답이 살짝 느려서 이것저것 개선을 해 보다가 아마존에 제공하는 메세지 브로커를 이용해보려고 했다. 가격은 조금 나오겠지만 수십만 사용자까지 자동으로 수직/수평 스케일을 지원하고 운영적 측면을 보면 개발 이외에 크게 신경쓸 부분이 없다. 다른 브로커 솔루션이 있나 찾아봤더니 역시 무료티어를 제공하는 솔루션들이 보인다. 사례들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아마존이 아닌 해당 서비스로 사용해 봤는데 너무 쉽고 빠르다. DB또한 무료로 제공되는 그래프 DB 솔루션을 사용해 봤는데 무료 티어에서도 속도도 빠르고 편하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은 AI툴들이 전문가 수준의 도움을 주니 나는 기본적인 플로우를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집중 할 수 있고 프로덕트는 더 안정적으로 구현이 된다.

웹과 앱 그리고 백엔드를 넘나드는 개발을 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5년, 10년전에 비해 얼마나 개선이 되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한 환경과 더욱 자동화된 툴들을 잘 이용하면 혼자서도 세상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것도 불가능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한건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핵심이 경험에 있다는 건데 이런 환경이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경험 자체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장 아이콘이 왜 디스켓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면서 사용하는 것과 같다. 물론 어느정도까지는 괜찮겠지만 진정한 혁신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이 핵심 경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C의 탄생과 인터넷 그리고 그 발전 과정을 계단 하나하나 오르듯 경험한 70-80년대 생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더욱 가치있는 이유이다.

최근 열정이 있고 기술이 있는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 할 기회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이 그들의 성장을 제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구닥다리 기술이나 꼰대들 이야기에 집중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것들은 도구일 뿐, 핵심은 문제해결에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그 경험에 집중하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기나긴 진화의 과정을 모두 거치고 세상 밖으로 나오듯 말이다

겨울이 지나간다

한 껏 의욕에 사로잡혀 ‘화이팅!’ 하며 시작하는 마음으로 넘치게 마신 술 때문에, 바로 그 다음날 숙취를 느끼며 끓어올랐던 의욕과 긍정적인 마음이 한 번에 사라지는 경험을 한 적이 많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간사한가? 몸의 상태에 휘둘리는게 정신이고 또 그 안에서 맘대로 정의해 버리는게 기분이다.

머릿속의 줄이 탁 끊어지는 느낌, 이건 희망의 동앗줄이었을까? 아님 썩은 동앗줄이었을까?

독일의 겨울은 희망고문하듯 아주 춥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하지만 질퍽거리고 어두운 날씨로 대부분의 사람을 우울속으로 밀어 넣는다. 희망고문. 될것 같으면서 안되는, 포기하기엔 너무 아쉬운 그 기분.

하지만 이런 감각을 수용하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지내다 보니 그 우울한 겨울이 벌써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살짝 즐거워졌다.

답답했던 지난 몇 달을 그냥 답답해 하고 보내지만은 않았다. 돈걱정에서 시작한 돈 생각도 조금은 정리했고(더 벌어야 한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지만) 회사일로 받는 스트래스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냥 이 모든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 내 스스로 해석하는것, 불교에서 이걸 공이라고 한다는데 다시 처음 쓴 문장으로 돌아가자면 역시 인간의 기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내 몸의 상태일 것이다.

몸을 바쁘게 만들고 근육을 더 많이 쓰는게 결국 내 정신건강에 좋을수 밖에.. 2020년부터 4년간 무슨 동굴에 사는것처럼 집에만 박혀있었으니 정신에 그늘이 많이 드리웠던것 같다.

오늘 머릿속의 줄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표현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관리비가 월세야?

해마다 꾸역꾸역 오르는 관리비. 독일에서 관리비라 함은 보통 진짜 집 관리비(집주인/세입자 부담 영역이 다름)와 난방/상하수도/온수 비용을 의미한다. 한국으로 치자면 여기에 전기세 정도가 포함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그렇지 않아도 조금 비싼게 아닌가 생각했던 관리비용이 무지막지하게 올랐다. 그것도 벌써 1년전에..

심지어 이렇게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1년간 오른 관리비를 냈지만 이번달 1년간 사용비용을 정산해 보니 부족한 비용이 있어 추가로 나흐짤룽을 내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에너지를 팍팍쓰냐? 겨울엔 춥다고 난리 샤워 빨리하라고 난리치고 전기 아끼라고 1년내내 잔소리를 하고 불편을 겪은 대가가 전기세 포함 한 달에 1000유로가 넘어가는 관리비이다.

한화로 약 150만원을 관리비로 쓰는 셈인데 여기에 각종 보험과 세금 그리고 고정비용을 더하면 우리 생활비를 빼고도 엄청난 돈이 매달 나가게 된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도 해지했는데 이번에 보니 소소하게 빠져나가는 돈들이 엄청나다. 아이들 교육도 악기+운동 이렇게 하는데 3명이라그런지 뮤직슐레에 360유로+악기대여로 100유로. 그리고 주짓수 70유로(엄청 싸게 다니는거다..) 치과보험 2인, 자동차 보험/세금, 티비수신료, 집보험, 책임보험, 인터넷, 휴대폰, 집 세금에 또 정기적으로 나가는 차량 관리비와 시우 치과 교정비용 등이 매달 나가고, 아이들 생일 파티도 15-20유로씩 선물을 사가기 때문에 1년동안 3명이 쓰는 비용도 엄청나다.

여기에 아이들 수학여행이나 학교 행사로 여행가면 그것도 몇백유로씩.. 외식은 잘 하지도 않는데 매 주 장보는 비용도 엄청나고 물가도 전에비해 많이 올라서 이렇게 꼭 써야 할 비용만 쓰고 나도 월급의 반이 사라져있다. 세금에서 이미 1/3이 사라졌는데 월초가 시작하자마자 1/3이 사라지고 킨더겔트를 매달 750유로를 받지만 이건 정말 있는건지 없는건지..

남은 돈 또한 아이들 옷사고 학용품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면 운좋게 조금 남는 경우가 다반사… 스스로 생각할 때 내가 버는 돈이 엄청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버는 돈도 아닌것 같은데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1년 내내 이곳저곳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비싼 식당에 다니고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특히 한국을 보면 다들 생활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내가 버는 돈이 사실은 물가상승보다 한참 뒤쳐져서 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혼자 착각을 하고 있는건지 남들은 아이도 없거나 하나고 벌이는 둘이 벌어서 저렇게 잘들 사는건지, 어디 물려받을것이 있어서 여유가 있는건지…

아이들 셋,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하나인 집과 비교하면 풍족하고 걱정없게 키우는건 쉽지 않은것 같다. 물질적인게 전부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이런 우울함이 나를 건드리는 순간이 있다.

그래도 월세 내지 않고(월세 만큼이지만), 빚내지 않고, 마이너스 아닌 가계를 운영한 다는것에 감사해야 할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모든게 욕심이지 싶고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진 행복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건지 또 생각하게 된다.

돈이 없진 않지만 부족하다 생각해서 속상하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는 식의 반복이랄까? 근데 왜 돈은 항상 부족하게 느껴질까… 역시 욕심이 많아서 그럴까? 아마도 모두들 비슷한 생각이겠지… 이번주는 로또라도 하나 사 봐야겠다.

성장

사람은 죽는 날까지 성장하겠지? 어떤 의미로든 어떤 방향으로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크는데, 어른이 되어가며 잠시 잊었다가 자신이 부모가 되어 그 결핍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받지 않고 의식적으로 주어야 하는 삶. 나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있는것 같은데 이녀석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일하기 싫어

어떤 일은 잠도 안자고 하고 싶지만 어떤 일은 생각만해도 한숨이 나온다.

생각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에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의외로 그 시작은 단순한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본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올까?

몸을 쓰는 일이라 싫을까? 그건 아니다. 청소도 재밌고 정원일도 재밌다. 성취감으로 보자면 사실 몸을 움직여 눈에 보이는 일을 하는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냥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 그러니까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지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 혹은 하기 싫어 질 때 혹은 내가 싫어 하는 상황
– 하는 이유를 모르고 하는 일
– 나중에 다시 해야할 거라는 걸 알고 하는 일
– 비슷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나를 더 힘들게 할거라는걸 알고 하는 일
– 이 일을 끝내고 별로 성장하는것 같지 않은 일
– 시켜서 하는 일
– 즐겁지 않은 일
– 즐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하는 일
– 내 기분이 안좋을 때 하는 일
– 지적당하는 것
– 목표가 불분명
– 반복되는 실패
– 끝내야 하지만 끝내고 의미가 있을까 싶을때(실패를 예감)
– 같이 일하는 사람과 시너지가 나지 않을 때
– 터무니 없는 보상
–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 프로세스로 개선 가능한 일을 그냥 로봇처럼 처리하는 경우
– 실용적이지 못한 의사결정

대략 생각의 흐름대로 적어보니 겹치는 부분도 있는것 같고 모호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것 같다. 일단 각 항목을 조금 더 구체화 해서 적어보자.

– 하는 이유를 모르고 하는 일
— 목적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는 사실이 거부감을 느끼게 함.
– 나중에 다시 해야할 거라는 걸 알고 하는 일
— 내 노력이 의미없이 사라진다는 생각
—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싫다
— 구체적으로 나는 늘 효율적으로 일하려 노력했는데 여기서 비효율적이면 상대적으로 그 노력들이 더 헛되게 생각됨
– 비슷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나를 더 힘들게 할거라는걸 알고 하는 일
– 이 일을 끝내고 별로 성장하는것 같지 않은 일
— 시간 낭비, 의미가 있나?
– 시켜서 하는 일
— 시켜서 하는 일이라도 납득이 간다면 할 수 있다. 고로 이건 하는 이유를 모르고 하는 일의 경우와 비슷
– 즐겁지 않은 일
— 이건 조금 애매… 지금 생각을 정리하는 이유
– 즐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하는 일
— 있던 의욕이 사라짐
– 내 기분이 안좋을 때 하는 일
– 지적당하는 것
— 인정받지 못한다는 답답함?
— 내가 보는 큰 그림을 상대방이 동의하지 못한다는 생각?
– 목표가 불분명
– 반복되는 실패
— 나 스스로가 동기를 깍아내리게 되는 이유가 됨
– 끝내야 하지만 끝내고 의미가 있을까 싶을때(실패를 예감)
– 같이 일하는 사람과 시너지가 나지 않을 때
– 터무니 없는 보상
— 보상이 커도 정말 못하겠는 경우도 있다.
— 이런 일은 하지 않을 수 있다.
–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껴진다.
— 일에 끌려가는 느낌이 싫다.
– 프로세스로 개선 가능한 일을 그냥 로봇처럼 처리하는 경우
— 내가 아낀 시간이 낭비되는 기분
– 실용적이지 못한 의사결정
—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이 빠짐, 이걸 또 설득해야 함

이제 추상적인 이유는 지워버리고 이유들을 그룹화 해 보자.

비효율
– 하는 이유를 모르고 하는 일
– 나중에 다시 해야할 거라는 걸 알고 하는 일
– 비슷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나를 더 힘들게 할거라는걸 알고 하는 일
– 목표가 불분명
– 프로세스로 개선 가능한 일을 그냥 로봇처럼 처리하는 경우
– 실용적이지 못한 의사결정
기분
– 내 기분이 안좋을 때 하는 일
– 즐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하는 일
통제력
–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 내 기분이 안좋을 때 하는 일
– 지적당하는 것
– 같이 일하는 사람과 시너지가 나지 않을 때
동기, 의욕
– 반복되는 실패
– 끝내야 하지만 끝내고 의미가 있을까 싶을때(실패를 예감)

이렇게 정리를 해 놓고 보니, 기분이나 동기, 의욕의 문제는 일반론적인 문제이고 비효율과 통제력은 나에게 조금 더 특화된 문제로 보여진다. 비효율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시간과 관계가 있다. 효율을 생각해 열심히 아껴놓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만큼 낭비되는 시간을 보는것도 어려워 하는것 같다. 통제력은 결국 내가 어디까지 행동범위를 예측할 수 있느냐와 연결된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되면 스트래스를 받는다.

지금 회사는 보상면에서 좋은 편이지만 비효율과 통제력에서 나에게 엄청난 스트래스를 주고 있다. 계획은 수시로 변경되고 내가 어제까지 하던 일을 휴짓조작으로 만드는 일이 계속 일어난다. 재치가 번득이는 해결책 보다는 노가다식의 해결책을 제공해야 하며 그 마저도 모두가 미봉책임을 알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니까 일단 이번엔 이렇게 해 놓자는 식이다. 오랜 경력으로 쌓인 인사이트나 경험은 절대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그렇게 해야 한다.

사실 월급쟁이로서 실패에 대한 공포는 크지 않다. 다만 이 비효율적인 프로세스가 주는 스트래스가 내 기분을 다운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일도 없고 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만 가득이다.

물론 이걸 예상하지 못한것도 아니라 이런저런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체력도 부족하고 특히 조급해지는 마음이 의욕을 깍아먹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이렇게 약 3가지 일을 동시에 몇달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집안일을 더하면 나에게 ‘쉬는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양이 문제일까? 스트래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일들같다. 형이랑 하는 일은 그래도 스트래스가 거의 없고, 내 프로젝트는 성공에 대한 기대만 아니면 다른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결국 회사일이 주는 스트래스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일단 회사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꾸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므로 월 급여일 20일로 나누어 매일 얼마를 버는지, 시간당 얼마를 버는지 시각화 해서 철저히 보상을 생각하고 진행할 것이다. 결국 회사일이란 효율적이던 비효율적이던 시간당 비용으로 계약된거니까… 나한테 할당 된 업무는 최대한 집중해서 2배의 효율로 끝내는걸 목표로 한다. 1일 4시간 일하고 업무종료하는걸 목표로.

그리고 모든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성격을 바꿔야 겠다. 애초에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것 같다. 조금 무책임 해지면 어떻고 조금 망가지면 어때? 내가 예상한 상황이 아니고 기대에 벗어나도 피식 웃고 넘길 수 있는 멘탈이 되면 좋겠다.

가족과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 운동, 독일어, 취미 등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누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절대적인 약속을 만들어 억지로라도 시작해야 겠다. 다만 의욕만 앞서면 또 실패를 경험할테니 꼭 성공할 수 있는 목표들만 세우도록..

가족이든 회사든 절대 시키지 않은 일, 부탁받지 않은 일을 먼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꼭 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어설프게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핑계로 뭔가를 하면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 다른 말고 ‘내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힘내고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적었지만 정말 스트래스 관리가 안된다. 아침 저녁으로 꼭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싶다. 취미도 하나 쯤 가지고 싶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싶다. 내 미래와 가족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 그것으로 두근거리고 싶다. 매일 웃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잠들고 싶다.

문제라는 것은

무엇이 문제라고 인지한 순간 문제가 된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내가 모르면 그건 문제가 안된다는거지.. 이웃집이 아무리 밤에 음악을 틀고 소리를 질러도 내가 그 날 여행중이었다면 이 사건은 없는 일이다.

나의 문제를 보는 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로에게 자신의 문제를 숨기고 행복을 과장해서 사는가 보다. 나는 그런걸 잘 몰라서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꾸미지 못하곤 했는데 딱히 상대방을 신경쓰는건 아니지만 때로 나 스스로가 피곤해지는 상황이 온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지적질 하는 다른 사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건 오로지 내가 문제라고 느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것인만큼 내 입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로 바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고 내 가족은 물론 나 자신 조차 바꾸는게 어려우니 내가 해야할 일은 말은 삼키고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데 노력하는거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욕을 먹고 나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까? 말을 하면 바뀔것 같지만 바뀌는건 내 감정 뿐 변하는건 없다.

그러니 문제와 함께 말은 삼키는 걸로…

마침표 말고 쉼표 한 번

살면서 인생에 이놈의 쉼표 한 번 찍어보려고 회사도 관뒀는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할 시간도 없이 몸 한 번 아프고 나니 3개월, 아이들 행사니 뭐니 하다보니 또 한 달, 그렇게 2월, 그리고 15일이 되었다.

가시적으로 이룬건 NutSmash 소프트런치를 시작했다는것. 그래서 당분간 마케팅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다음 스텝인데 그 동안 정말 하려고 했던 내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작년 10월에 하려고 했던걸 지금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구체적으로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항목을 만들어 비교하니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형이 베를린을 방문하고 테스트 준비중인 게임에 말도 안되는 버그가 생겨 정신이 없었다.

형의 방문은 오히려 내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지난 3일간 버그고치느라 힘들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이걸 해결해 놓고도 헛웃음만 나왔다. 중요한건 11월부터 만든 게임이 1차 마무리가 그나마 계획대로 되었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는 부분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이번 UA 테스트를 괜찮은 퍼블리셔와 공동으로 진행하게 되어 우리가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UA테스트를 하기로 했고, 결과가 괜찮으면 Co-development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투자자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 자체 타임 스케쥴로 진행되는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돈이 없으니 영원히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여튼 이와 별개로 나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약 한달 반의 시간동안 완성할 수 있는 크기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시도해보겠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이번주는 오전에 정은이랑 같이 나가고 이것저것 물건도 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같이 있지만 이렇게 더 꼭 붙어있으면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렇게 조금 쉬는 시간도 가지고 망가진 스케쥴도 정상으로 돌리고.. 잘 정비해서 잘 시작하는걸로!

착각과 기대

기대는 그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결과를 내려고 하거나 기다리는 것이고, 착각은,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상태를 말한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가상세계에 살고 있으면서 그것이 진짜 삶이라 믿는 착각. 영원히 깨지 않는 다면 좋을까? 어쩌면 매트릭스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언젠가 진실의 순간을 마주해야 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린시절, 모든게 가능해 보였던 학교안 울타리에서의 생활, 승승장구하며 인정받고 끝없이 올라갈 것만 같았던 직장생활. 하지만 이런것들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나와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 낸 가상세계일 뿐 진실은 담겨있지 않다.

그렇게 다음 단계라고 믿었던 계단을 차곡차곡 오르다 보면,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게된다. 다행히 현실은 매트릭스에 나오는 진실처럼 시궁창은 아니다. 다만 내가 올라온, 그리고 믿었던 그 계단들이 그 만큼의 의미가 없었다는 자괴감이 내 현실을 시궁창으로 만들 뿐이다.

선택의 순간은 늘 있어왔다. 나에게 계단을 내려갈 기회, 그리고 그 진실에 마주한 적도 있었다. 다시 진실의 문을 여는 것은 내가 가상세계에 쏟아부었던 시간만큼 어려워지고, 그 만큼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실 뿐, 가상의 세계를 버릴 이유도 없다. 진실을 보고 나아갈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내가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경험과 시련일 뿐이라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어지럽다. 마주해야할 진실을 보는 댓가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나를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는 나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 어렵다. 이렇게 다시 다짐하는 글과, 얼마간의 시간이 이 어지러움을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나는 착각속에 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