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나..

지호가 안자고 있어서 한 번 재워 보려고 안고 나왔는데..
바락바락 울다가 토까지 했다..

말은 못하지만 엄마를 찾는 게 너무나 분명했다.

난 그냥 지호에게 엄마를 빼앗아 가는 존재 이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호를 정은이한테 넘겨주고 나면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나한테 꼭 안겨 쿨쿨 잘 잤었는데..사리구분을 하면서 엄마한테 매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지우와 소통하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지우가 두 돌 지나고 부터야 나와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소통일 뿐, 마지막에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냥 장난감 처럼..마지막에 엄마랑 자기 전에 같이 있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물론 아주 소중한 장난감 이라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랑 한참 놀던 지우가 이젠 졸립다며 엄마한테 가겠다고 한다..
아빠랑 자자고 하니 싫다고 한다..

‘너도 엄마랑 자면 되잖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한다.

알게 모르게 이런 아쉬움이 많이 쌓여있는것 같다.
유치하지만…

나도 부모로서 받고싶은 보상이 있는데..
그냥 옆에서 지켜보는 존재처럼 이 시간들이 지나간다는 사실이 아쉬웠나보다..

정은이한테도, 지우한테도, 지호한테도..

그냥 이렇게 조용히 퇴장해야 하는걸 알면서도 아쉬움에 뒤돌아 보는 그런 느낌처럼..
우리 아빠…장인어른도 이렇게 조용히 뒤에서 바라봤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난 아버지라면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이런 상황이 되니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자리인건지…
몇년을 바라보다 한번씩 자식이 봐주는 그 순간을 위해 사는 것 같이..
늘 부대끼고 투닥거리는 엄마와 달리 아빠라는 존재는 그렇게 나의 기억속에..
그리고 내 아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야 하는 것일까..?

지우를 데리고 나가 추석 소원도 빌고..잡기 놀이도 하고..먹고 싶다는 우유도 사주고 
너무 즐거워 하는 모습에 내가 정신을 놓을 만큼 기뻤는데..
막상 지금은 아쉽고 허전한 마음 뿐이다..

이것저것 하지마라는 말 하고 혼내다보면..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데 왜 자꾸 못하게 힘들게 만드는 건지 후회되고..
한편으론 이런 아빠 역할 말고 가장으로 역할도 해야 하는데 생각이 들어 맘에 조바심만 생기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왜 자꾸 이렇게 애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넉넉하고 푸근한, 모든 것을 다 이해해 줄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나..
비바람 몰아쳐도 내 옆에만 있으면 안심일것 같은 듬직한 남자, 남편의 모습..
허허벌판에 던져놓아도 웃으며 행복하게 살 것 같은 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자꾸 애들한테..정은이한테..엄마아빠한테 인기가 없어지고..
난 또 거기 집착해서 애처럼 굴고.. 그렇게 되나 보다..

오늘은 정말 ‘나’로서 살아가는게 버거운 하루였다..여러가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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