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구직 후기#1 – 독일에 오기까지

어려운 고비를 넘고 이런 후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행복이다.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난 뒤의 해방감! 물론 그 뒤에는 또 다른 문들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문 밖의 사람들은 이 과정이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나 또한 그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나와 같은 사람들이 헛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이번 구직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직장이라기 보다는 나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인생을 살며 늘 확인하고 있어야 하는데 흘러가며 살다 보면 어지간해서는 알려고 하기 쉽지가 않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나와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이러한 고민만으로도 독일에 온 가치가 충분히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시작은 굉장히 무모했다. 독일로 가고싶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과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독일에 가겠다고 말했던 것이 전부였던 우리 가족. 물론 정은(아내)이와 언젠가는 독일에 가자고 합의만 해 놓은 상황이었다. 둘째가 수유를 끊을 무렵..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2년 4월경.. 이제 정말 준비를 해 볼까? 라고 생각하고 바로 1주일정도 뒤에 셋째의 임신소식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보고 용인 양지로 내려가 12월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셋째임신을 했으니 내가 집에서 회사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도와도 일은 끝이 없었다. 16키로 세탁기를 1주일에 8-10회를 돌려야 했고, 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마당일 까지 추가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전원주택 생활을 했으니 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너무나 행복한 생활과 좋은 이웃에 반해 그나마 약해있던 독일행 결심이 점점 더 흔들리던 시기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던 집에 하자가 너무 심해 약속된 2년 전세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되었는데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른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일단 어디든 해외로 나가서 경험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2013년 10월 경.. 집주인과 이야기를 끝내고 11월 한 달동안 모든 살림살이를 대처분하였다. 나눠주고 버리고 팔고…4월달에 샀던 그랜드 피아노는 샀던 사람한테 헐값에 다시 넘겼다. 5월달에 산 자동차도 팔았고 우리가 아끼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광주의 본가와 서울의 처가에서 얼마씩 지낸 다음 2014년 1월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했다.

이 때에도 독일을 언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겨울은 추우니까 동남아 순회 여행을 하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더 머무르면서 독일에 갈 준비로 영어도 공부하고..뭐 이런 생각이었다. 말레이시아에 한국사람을 통해 한달간 숙소를 구해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보냈다. 그리고 2월달 목적지로 발리에 가는것으로 정하고 세 곳의 숙소를 예약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발리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하고.. 발리에서 신나게 놀다가 마지막 숙소에서, 그러니까 10여일을 남기고 독일로 가보자는 결심을 했다. 이 시기만 해도 독일에 지사를 만드는 식으로 사업비자를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행인데 우리는 독일의 어느 지역에 머물러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에센이나 뮌스터로 가야하나..NRW 창업지원금을 받으려면 이런곳으로 가야하는데 어쩌지..고민을 하다 베를린에 마음이 맞으면 같이 사업을 해볼 수 있을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일단 만나보기로 하고 베를린행 기차표까지 예약을 했다. 마지막 날까지 베를린의 숙소를 알아보다가 발리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겨우 베를린 숙소를 예약하고 독일로 오게 되었다.

3월의 베를린은 추웠다. 2달을 30도가 넘는 동남아에서 매일 수영하고 지내다가 늦가을 옷 한벌씩만 가지고 독일에 도착한 우리 가족..호야(둘째)는 심지어 신발이 크록스..

25년만에 온 독일은 달라진것 없이 그대로 였다. 베를린에 숙소는 7일간 머물 곳(노이퀠른)과 30일간 머물 곳(트렙타워)을 예약했는데 40여시간에 걸친 대 이동 후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 친구분께서 어떻게 알고 나오셔서 첫 번째 숙소를 취소하고 아주머니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주머니 집에서 추위를 이길 옷을 조금 사고 여러 이야기를 하다 동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사설립과 취업을 고민하게 되었다. 7일 후 트렙타워의 숙소로 이동하여 이력서를 적으면서 포트폴리오로 쓸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지사설립과 취직하는 것에 대해 갈팡질팡하였는데 취직을 하면 인생이 거꾸로 가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 사업을 한 시간이 6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다시 취직을 한다는 것이 뭔가 인생을 거꾸로 가는건 아닐까 하는 고민..하지만 결국 취직을 하는것이 독일 정착에 가장 빠른 길이라 판단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마무리를 열심히 했다. 3월 말, 마무리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처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긴장이 풀렸지 평생 가장 지독한 몸살 감기에 걸려 거의 1주일동안 아파서 누워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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