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조심

독일로 와서 취직한 회사와의 고용 형태는 ‘종신고용’이다. 그래서 블루카드도 4년짜리를 받았고 33개월 이후 별다른 조건 없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본다면 이미 영주권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

회사에 다니면서 내 사업 준비도 해야지..이것이 나의 작은 계획이었고 회사일도 크게 힘들지 않고 이제 1년이 지나 여러가지로 적응이 많이 되면서 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참이었다.

지인들과 대화에서 가끔 ‘여기는 해고 시키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영주권까지 고고씽이야!’ 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였다.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아직 알리지도 않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속해있는 개발스튜디오 프로젝트가 돈줄인 퍼블리셔에 의해 취소되면서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것.. 아직은 고용계약 상태이고 법정관리하는 동안은 급여도 100% 나오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나의 고용계약도 취소가 되기 때문에 블루카드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독일어 B1 증명과 블루카드 상태로 21개월 이상 일했다면 영주권 도전을 하고 조금 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실업급여도 받으면서..) 나는 이제 15개월..(B1증명도 없음)

정확한 절차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엄청난 위기는 아니지만 험난한 구직 과정을 또(?)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래스가 밀려왔다. 더구나 지우는 학교에 엄청 잘 적응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면 그것 또한 스트래스..나 또한 여기서 이사하는게 엄두가 나지 않는데..

상황은 이렇다..7월부터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 관리를 받게 된다. 이 기간동안 회사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새로운 프로젝트 계약 등). 그리고 이 기간동안의 급여는 고용자 조합에서 100% 지급된다. 3개월동안 별 성과가 없으면 회사는 파산하게 되고 성과가 있다면(다른 회사의 인수나 신규 프로젝트) 다시 살아나게 된다. 파산을 하게 되면 고용계약이 취소가 되는데 하루아침에 고용계약이 해지 되는것이 아니라 2달 동안의 알림 기간이 주어진다. 즉 나의 경우 무려(?) 5개월 동안 별 일 없이 고용계약이 유지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내 고용계약은 11월 말일에 종료되고 그 날로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다른 회사에 취직해야 블루카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기간은 내년 2월 말..시간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베를린에 괜찮은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하지만 나에게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베를린에 있는 회사들에 지원해 보고 어려우면 다른 지역에 지원해 볼 생각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내 운명의 결정권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달려있어서 일찍부터 싫어했는데 독일에서 가장 빨리 영주권을 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일들이 생기니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독일은 직장인에게 너무 좋은 나라라는 생각도 든다. 프로젝트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3개월 동안은 놀면서 돈을 받는다(회사에 나와서 논다..). 심지어 내가 가진 휴가를 다 쓰고 하반기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거기서 또 휴가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 45일정도를 올해 휴가로 쓸 수도 있다(–;;;;;;). 말이 45일이지 2달이 넘는 기간인데.. 거의 놀고 먹는다고 봐야할듯..그리고 덕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구직 정보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인가?

하여튼 우리 가족은 참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있는것 같다.

내가 언제나 마음속에 경험으로 믿고 있는 한 가지는 ‘언제나 위기속에 가장 큰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어떤 새로운 기회가 나에게 올지 기대된다(제발 스트래스 받는 상황은 오지 않기를–;).

9 Replies to “말조심”

  1. 타국에서 고군분투 하시는 모습이 많은 자극이 되고 반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도전하고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시고, 개척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전 아직 용기가 없어서, 위기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 새기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 안녕하세요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궁금한점이 있는데 혹시 이메일로 여쭤봐도 될까요..

  3. 안녕하세요!! 저는 현제 미국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있는 박지윤이라고 합니다. 제가 어렵게도 (?) 우연히도 송호철?님의 싸이트를 알게되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따로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으로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찾을수가 없어서요.. 제가 미국에서 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현재 미국에서 animated marketing 회사 에서 일을하고 있는데요, 제가 독일 베르린으로 가야하는 상황속에서, 그곳의 잡을 알아보고 조금씩 조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독일에서 일하고 계신 분을 찾고있던중에 송호철님 싸이트를 알게되고 또 게임쪽에 일하시는거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현지에 계신 분의 조언을 얻고싶어서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이메일이 편하시면 이메일로 연락주시고 편하시다면 카카오톡 아이디 jiyoon724로 연락 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

  4. 안녕하세요. 수능을 100일도 채 남기지 않은 고3문과생입니다.
    반드시 이 나라를 떠야겠다는 결심을 한지 4년 정도가 지났고
    수능 후부터 천천히 영어부터 해서 독일어 등을 공부하며 이민을 준비하려합니다..
    너무 막연한 질문입니다만, 무엇부터 준비하는 것이 옳을까요?
    다른 포스트에서 신체적 발달에 비해 정신적 성숙도가 떨어진다는 말씀을 하신 것을 읽었습니다.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교육대상자의 일원으로서, 또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사람으로서
    저희 세대가 나이에 비해 참 미숙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현재 입시 성적은 물론 수능미만 잡이지만, 서성한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1. 제가 무어라고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것 같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에 독일에와서 새롭게 느끼는 거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과정과 받아온 교육들이 이곳을 기준으로 굉장히 비 정상적이고 불합리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입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경쟁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보니 정작 나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쩌면 평생을 불행과 열등감 속에 살아야 하는 정신적인 결함이 생겨버린것 같습니다.

        더 이야기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은 나중에 블로그에 또 정리할 기회가 있을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김다훈님의 상황에서 조급해 하지 마시고 먼저 여러가지 경험을 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획일화 되고 경쟁 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창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기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모르고 다른 사람에 휩쓸려 진로를 정하게 됩니다. 결국 다른 사람과 비슷비슷한 삶을 살고 자신이 행복을 다른사람과 비교에서 찾는 악순환이 되는거죠.

        김다훈님은 아직 결혼을 한 것도, 생계를 책임져야할 큰 부담도(있을 수도 있지만) 있을 시기가 아니므로 자신을 찾는데 온 힘을 쏟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저는 아직도 못찾았고 찾고있지만 힘들답니다..해 본것이 없으니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거죠.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잘 해 놓으시라는 겁니다. 영어가 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다른 기술, 준비는 그 때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땐 독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을지도 모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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