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을 하였다. 작년에 YAGER 첫 출근날은, HR 직원과 함께 오피스 전체에 인사를 하러 다니고, 마침 전체 회의가 있던 날이라 모든 직원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고(그냥 손만 흔들었어도 되는데 벌떡 일어서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점심을 먹고 파일 싱크와 각종 툴 셋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비슷한 과정이었다. 다만 직원이 더 많은 관계로 그룹 내에서 인사만 나누고 함께 점심을 먹고 두 개의 미팅에 참석해서 분위기 파악도 하고 랩탑 수령 및 각종 툴 셋업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모두 세팅하지는 못했는데 걍 월요일에 해야지..하고 퇴근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아니 참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영어가 딸려서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마치 한국에 있는 듯 여유가 있다. 한국에서도 회사다니거나 사업할때 넉살좋게 지냈었는데 이제 그게 조금 되는것 같다. 일도 모두 파악은 못했지만 뭐 별로 걱정도 안되고, 오히려 이 작은(?)프로젝트에 개발자만 나 포함 4명이 매달려 있다는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왜때문에??
회사는 규모에 비해 약간 허술한 인상이었지만 그 만큼 빨리 성장한다는 좋은 의미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영역이 더 많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예전 같으면 오늘 프로그램 설정을 모두 끝내고 랩탑을 집으로 가져와 일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겠지만… 나는 변했다. 내 일 때문에 가족의 주말을 망치는 것이 아주아주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말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뭔가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닌데 가족의 시간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도 또 느끼는 부분이지만 정말 글로벌하다. 오늘 같이 점심을 먹은 12명 중 1명만이 독일 사람이었다. 일본사람을 만나 일본어로도 이야기 했고 한국 사람도 만났다.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프랑스 등등..이름과 함께 국적을 외우는 것도 일이고 각기 달리 발음되는 이름 외우는 것도 일이다(같은 Simon 이라도 독일은 지몬, 미국은 사이먼..).
그래도 이렇게 수 많은 다양함을 접하는 이곳이 재미있다.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기준 하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크게 가지는 이 다양성이야 말로 어쩌면 내가 독일, 아니 베를린에 와서 느끼는 가장 좋은 점일지도 모른다.
입사와 함께 기존의 회사에 작별인사를 했는데 많은 동료들이 메세지를 남겨줘서 그것 또한 감동이었다. 짧다면 짧은 1년 반 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던것 같다. 회사도 근처고 페북으로 다 연결되어있음에도 맘 한구석이 저려왔다.
최대한 재미있고 알차게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