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온 지 5년이 지나 6년차에 접어들었다.
2014년 3월 7일, 발리에서 베를린으로… 익숙하지 않던 모든것이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지니 어느정도 적응은 했다고 생각해도 좋을것 같다.
그야말로 울고 웃던 나날들, 단 하루도 나태하거나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20대였다면 많이 성장했다고 추억하겠지만 지금은 어쩐지 더 늙어버린것 같다는 마음에 기쁘지만은 않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독일에 와서 적응하고 보니 30대가 다 지나버렸구나.. 꿈꿔왔던 다른 인생의 선택지들도 이젠 주머니 속을 뒤져야 나오는 작은 부스러기처럼 얼마 남지 않아보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은 무엇이든 끝내야 한다는 오기로 남았다.
하지만 이 5년은 독일에 처음왔을 때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기간으로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사업을 하고 60개월동안 연금과 세금을 내고 나서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그 선택지의 나는 지금의 나 보다 행복할까? 가끔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이 얼마나 단순한 동기로 결정되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낭떠러지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듯 아찔하다.
정은이와 몇 번을 되새기며 돌이켜본 지난 5년은, 우리는 잘 선택했고, 어쩔 수 없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 했고, 그리고 행복했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이들어 가는 지금 오늘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