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모두의 기억 속에 여러 의미로 오래 기억될 2020년이 이제 다 끝나가고 있다. 코로나라는 전 지구적인 이슈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와 별개로 역시나 올해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의미로, 약간은 스스로 성장을 많이 경험한 한 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 과연 올 한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중학생이 된 지우

우리의 사랑스러운 딸, 지우가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그룬트슐레 전학 후 마음이 맞는 친구도 없고 선생님들도 계속 바뀌는 과정에 속상해하며 3년을 보냈는데.. 김나지움에 들어가서 원래의 씩씩하고 에너지 넘치는 지우의 모습을 연속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오직 30명 만이 뽑는 학교에 이런저런 시험을 치르고 들어간 학교.. 결과가 나오기 가지 두 달이 넘도록 속으로 긴장해 있는 지우를 보면서 잘 될 거라 말을 해 줬지만, 우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면 속상해 울음이 날 정도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어쩜 그렇게 예의 바르고 착하고 예쁜지.. 우리도 덕분에 지우 친구 부모님들과 친해지고 한집과는 굉장히 친해져 즐겁게 서로 만나며 지내고 있다. 지우는 부쩍 커서 이제 손, 발은 엄마보다 더 크고 키는 3㎝ 정도 차이가 나는데 내년엔 엄마보다 더 크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매일 보고 있지만, 적응이 안 되는데…. 내년에 정은이보다 더 크면 어떻게 될는지… 사춘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힘들게 하지 않고 늘 엄마·아빠 동생들 생각에 무엇이든 즐기고 열심히 하는 지우가 진심으로 고맙고 부럽기만 하다. 내년엔 또 얼마나 즐겁게 보낼지 내가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이직, 반 프리랜서로의 삶 시작

AAI 에서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구현해 가는 과정들은 즐거웠으나 경영진의 의사결정을(대부분 부정적인) 내 의견으로 포장하여 전달하는 일들이나 이런 식의 구세대적인 경영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나는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 일을 그만둔 것만으로도 굉장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 이스라엘의 최대 모바일 퍼블리싱 회사에 독립된 랩을 차려 그곳의 개발 책임이지 메인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원하던 리모트 포지션에 내가 독일에 있는 관계로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하게 되어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회사생활의 안정성과 프리랜서로서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얻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는 업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골라서 하니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거의 제로에 수렴한 일 년이었다. 유니티와 모바일 게임 전반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배우게 되었고 똑똑한 개발자 한 명을 채용해 역시 스트레스 제로 레벨로 같이 일하고 있다. 네이버에 있을 때도 느꼈고 AAI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여러 사람과 일할 때도 느꼈지만 개발은 사람이 많다고 잘 되기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내년엔 조금 더 확실한 방향이 정해지겠지만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실된 관계에 대한 고민

독일에 오기 전부터 많은 관계를 정리하고 가능한 진실한 관계만 맺으려 노력해왔다. 독일에 와서는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지만, 그만큼 진실하기는 어려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약간 이러한 부분에 극단적으로 예민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끊어버린 관계도 많다. 물론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이건 우리가 잘나고 그들이 못난 것이 아닌, 우리가 잘하고 그들이 못한 것도 아니기에 우리 입장에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냥 우리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을 챙기고 그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기에 그런 관계는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끊어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있겠지만 우리 주변엔 늘 보고 싶고 만나서 배울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가족을 빼고 손에 꼽을 만큼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진실하지 못한 사람,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고 늘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폴란드 여행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남부 유럽이나 비슷한 곳으로 놀러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제한이 완화된 기간에 폴란드에 다녀오기로 했다. 관광보다는 약간 먹거리 투어의 느낌으로 바르샤바로 600km 넘는 길을 다녀왔다.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냥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바로 이웃 나라 치고는 달라 보이는 여러 풍경과 문화 그리고 음식을 경험하는데에도 즐거웠었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해 본 첫 여행이라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린 그냥 뭘 해도 재밌는 건지도..

정원가꾸기

코로나로 집에 있는 동안에도, 일로 바쁜 와중에도 약 4-5개월을 하루 한 시간 이상씩 정원 관리에 쓴 것 같다. 여러 시행착오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잡초제거, 죽은 잔디/이끼 긁어내기, 흙 보충, 잔디 심기, 스프링클러 설치, 파빌리온 설치, 창고 만들기 등으로 쉴 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이끼가 많고 잔디가 빽빽이 자라지 않았다. 이건 내년 봄부터 올해 알게 된 노하우로 쉽게 개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엔 어닝 설치와 정원에 전기설치가 아마도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홈오토메이션

날이 추워져서 정원일 하기가 어려워져서 그간 미뤄두었던 홈오토메이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였다. 거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전구를 다 교체하고 통일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난방 조절을 위한 조절기 설치 및 조명을 위한 스마트 스위치까지, 새로운 스마트 도어록까지.. 그리고 끝판왕으로는 이 모든 별개의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라즈베리파이에 홈어시스턴트를 설치하여 연동했다는 것.. 예전에 애들이랑 레트로파이하다 처박아 놓은 3 모델에 무려 도커까지 올려 홈어시스턴트와 홈매틱 CCU까지 돌리고 있다. 이 또 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시행착오로 정은이한테 대체 돈 들여 왜 자꾸 불편하게 만드냐는 불평을 들었지만, 묵묵히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거실/부엌 조명인데 아직 우리 집 거실 인테리어가 완성되지 않은 관계로…. (3년이 넘었는데) 2021년 목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hochulsong.com

형과 조그마한 프로젝트를 하나 한 것을 계기로 내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구매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나만의 포트폴리오/프로젝트 사이트를 만들기로 하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곳은 가족이 아닌 나의 관심사만을 한정하여 꾸미고 싶다. 지금은 주로 ThreeJS 나 웹 접근성이 강한 기술 위주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흐지부지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다.

상태회복 선언 2020년.

블로그에 써 놓은 것처럼 이제야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변화를 어떻게 정의하겠냐마는 그 글 하나를 계기로 많은 후회를 떨쳐낼 수 있었고 내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불과 몇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생각도 행동도 많은 것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동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겠지만 홈오피스+코로나의 영향으로 움직임이 없이 먹기만 하니 몸무게가 78킬로를 찍게 되었다. 같은 키에 68킬로 몸무게로 살았었는데 +10킬로가 되어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기에 미루고 미루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 종목은 조깅으로 아직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긴 부끄럽지만 그래도 조금씩 열심히 하고 있다. 4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4킬로 정도 빠지고 체력이나 몸도 많이 좋아진 걸 느끼고 있다. 2021년에는 조금 더 정기적으로 하며 다른 근육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정은이도 그 전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근육이 많이 붙는 게 보인다.

쓰고보니 나 스스로가 많은 여유를 찾은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일하며 정은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집안일도 많은 부분을 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 올해도 힘들었다’라는 느낌이 없고 ‘아 올해는 재밌었다’라는 생각이 가득하다는 것이 놀랍다. 호야가 태어나서 6개월 정도 매일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행복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2020년이 그것을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2021년에는 더욱더 행복하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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