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이 끝나면 시우가 벌써 3학년이 된다. 막둥이라 아직도 아기같은 시우.. 우리 눈에는 귀엽게만 보이는 막둥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이들 중 가장 터프하고 과격한 아이인것도 사실이다. 머릿속에 생각과 감정이 바로 표정과 말로 나오는 성격이라 기쁠때나 슬플때 자기 감정에 굉장히 솔직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조금 참거나 숨기면 다행인 감정들 까지도 바로 나와 불필요한 시비나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스스로를 컨트롤 하기 어려웠던 유치원 시절엔 소리도 많이 지르고 그랬지만 이제는 많은 부분 컨트롤이 되는것 처럼 보인다. 치고받고 싸우면 안된다는 것은 유치원 부터, 소리지르고 화내는건 그룬트슐레부터 바꾸려고 했던 부분인데 지금은 화내야 할 때가 아니면 화를 내지 않을 정도이고 대신 즐겁고 기쁜 감정은 예전 처럼 잘 표현하기 때문에 친구들도 많고 어디에 있든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얼마전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차에서 시우가 고백하듯 몇가지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우리에게 말한적은 없었는데 자신이 1학년때 많이 싸우고 다녔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는데 이미 같은 반에서 유치원 대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몇몇 다른 유치원 출신을 제외하고 시우를 건드는 아이는 없었는데, 같은 반도 아닌, 같은 학년도 아닌 상급생이 시우를 괴롭히는 일이 종종 있었다.
독일에선 이렇게 하급생들을 그냥 아무 이유없이 괴롭히는 경우가 있는데 호야의 경우 이를 목격한 지우가 여럿을 응징하였고 이후엔 호야반 친구들이 똘똘 뭉쳐 서로를 보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우가 두 동생을 모두 챙길수는 없었겠지… 결국 2학년 몇놈들이 시우를 괴롭혔는데 울거나 찌그러져야 할 시우가 오히려 달려들고 반격을 하니 이 괴롭힘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나 보다. 더구나 상대 중 한 놈은 시우 담임선생님의 아들!
2-3 명이 몰려와 시우를 괴롭히는 탓에 시우도 친구들을 끌고 같이 싸웠다는데 다른 친구들은 시우같지 않으니 나가 떨어졌을 테고 시우만 몇번 같이 싸웠다고 한다. 시우 말로는 대부분 자기가 이겼다고 하는데, 이 말이 거짓말 같지 않은게 시우가 때릴땐 보통 아이들처럼 팔을 휘두르는게 아니라 한주먹 한주먹 정확히 코를 노려 뻗기 때문에 어린 애들 싸움에 시우가 지는 경우는 보통 없다(대부분 코피를 흘리며 패배하는것 같다). 12월 생이라 동급생 중에 나이가 많은 편이고 법이 안바뀌었다면 사실 같은 학년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형과 누나는 1년씩 일찍 학교에…)
유치원때도 몇번 싸운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애들을 때려주고 선생님 처럼 굴어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건 맞는데 때리면 안된다…근데 그 아이는 자꾸 시우를 때린다… 그래서 참다가 코를 한대 때렸더니 코피가 나더라.. 이런 식으로..
하루는 그 2학년 아이들 셋이 등굣길에 시우한테 또 시비를 걸어서 운동장에서 다툼이 있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루치아가 그 상황을 보고 갑자기 달려와 2학년들 중 가장 작은 아이의 배를 퍽! 때리고 으악! 하면서 다시 교실로 도망쳤다고 한다.
우리 루치아로 말할것 같으면 시우의 유치원 동창이자 지금도 같은 반인 시우의 가장 친한 여자(사람)친구로, 그 나이때의 지우 못지않게 야무진 아이다. 시우가 처음 유치원에 간 날부터 정은이한테 유치원에 대해 설명해주고 늘 시우가 더 잘할 수 있게 가르쳐 주는 똑순이! 여자친구이지만 시우랑 노는것도 너무 잘 맞고 재밌어해서 우리집에서 자고 간 적도 있었다.
이 단짝친구 루치아가 보기에 시우가 큰 아이들한테 당하고 있으니 자기 딴엔 용기를 내서 한 명을 처리하고 다시 도망간 것이다. 2학년으로 올라가서는 선생님한테 이야기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이제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는듯 하다.
방학이 1주일 남은 오늘, 루치아가 말도 없이 놀러왔다. 지우는 캠프에 가고 없는데 호야랑 시우랑 루치아 깔깔거리는 소리가 온 동네를 채운다. 볼수록 이쁜 루치아! 우리 아이들이랑 이렇게 계속 친하게 크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