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우리…

드라마 더 봐도 되냐고 영상통화


둘째 호야가 생기고 인생이 계획처럼 되는 듯, 인생이 완성이 된 듯 한 행복감에 젖은적이 있었다. 아마도 아빠가 되었고 또 익숙해지고 있다는 착각에서 나온, 24개월 전 귀엽기만 한 아이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버틸만 했으니.. 그리고 찾아온 막둥이 시우, 어린 아이 셋을 다 맞춰주기도 힘들었지만 갓 돌지난 시우 정은이 등에 업고 기약도 계획도 없이 독일로 왔다. 독일에 계속 있을지 말지를 독일에 와서 한 달 뒤에 마음먹고 6년만에 직장을, 그것도 독일에서 구하기 시작했으니….

체류 허가도 임시, 집은 에어비엔비,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 난 몇 번의 인터뷰가 끝나고 심하게 앓았고 없던 흰머리가 수북히 생겼다. 그렇게 독일에 적응하랴 일하랴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유치원에 학교에 이사에 우리 둘 다 너무너무 힘들고 정말 다시 돌아가면 할 자신이 없는 엄청난 일들을 해왔다. 그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생을 죽도록 하고 나니 벌써 9년이 지나고 나는 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업을 한답시고 수억 연봉의 직장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때마침 주식으로 손실도 보고 우울함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에 대해 그리고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간 모으기만 하고 다른건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 이런 기회가 필요했으리라…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고 또 수입이 없더라도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는것에 너무 감사하고, 늦은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행복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가장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이라면 몇 년전부터 부쩍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써봐야 내 자식 자랑이지만, 내 블로그니..

지금 9학년인 지우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감정의 기복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사춘기 10대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좋은것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학년이 지나고 부터 갑자기 모든 일들을 혼자 하기 시작하더니 학교 공부나 악기연습 부터 운동, 요리, 독서, 그림그리기 등 혼자서 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단 한번도 공부해라, 시험이 언제냐,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았지만 성적도 좋고 무엇이든 시작했다하면 실력이 느는게 보일만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한다. 아기 때 부터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던 지우는 요즘 우리 표현으로 하루를 정말 걸레 비틀어 짜듯 마지막 1초까지 즐기고 있다. 하고싶은것도 많고 하고 있는것도 많은 그리고 잘하는 것도 많은 지우… 잠자는 시간에 몰래 일어나 하는 일이라곤 책읽기, 일기쓰기..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혹은 ‘이번 여행은 너무 즐거웠어’, ‘지난 2022년은 정말 즐거웠던 한 해였어’ 와 같은 말들이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하지만 너무 재밌었어’ 가 학교다녀오면 하는 첫마디, 늘 웃고있는 얼굴..

그리고 지금 7학년이 된 호야. 어릴 때 부터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본인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었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을 미치도록 행복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 요즘은 자기 감정을 제어하고 고치려는 노력 중이다. 어른도 하기 힘든것을, 그냥 난 이래 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을 바꾸고 고치려고 하는 노력들.. 본인도 사춘기에 접어들고 거의 방목되다 시피 키워지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울만도 한데 잘못된 것들에는 당당히 아니라고 하는 용기.. 지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느끼려 노력하는게 보여진다. 예전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들에 도전해 보고 또 거기서 얻게 되는 성취에 즐거워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책들은 모든 내용을 다 외울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우리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는 호야..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

이제 갓 10살 하지만 올해 김나지움에 가려고 도전하는 시우. 태어나서 거의 독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지 엉뚱하고 기발한 시우.. 1살 아이 수준으로 그림을 그리다 어느날 엄청난 퀄리티의 그림을 그려오고, 학교에서 책에 대한 발표를 하는데 20분 넘게 내용을 외워서 이야기 한다던가 무언가 시작하면 제일 집요하고 집중해서 파고들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시우. 가장 아이답게 크면서도 가장 성숙해 보이기도.. 8시 반이 되면 양치하고 사랑스럽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서 자고 깨우지 않아도 6시 반이면 일어난다. 재촉한 적도 없지만 지각해 본적도 없고 승부욕이 엄청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다.

세 아이들 모두 자기 방도 잘 치우고 빨래는 세탁/건조만 하면 가져가서 정리한다. 셋 다 숙제는 알아서 하고 지금까지 큰 사고친적도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들 좋고 아이들 끼리 티격태격 할지언정 크게 싸우지 않는다. 밥먹는 시간엔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 돌아가며 이야기 하다보면 1시간 2시간은 금방이다. 우리와 늘 친구처럼 재밌게 놀면서도 진지하게 하는 말에는 귀기울여 들어주고, 들으려 노력한다.

나는 절대 하지 못했고 지금도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 아이들은 척척 해낸다. 내가 20살 30살에 알게되고 실천한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벌써 하고 있다. 내가 도와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일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보다 감탄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더 행복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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