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가 월세야?

해마다 꾸역꾸역 오르는 관리비. 독일에서 관리비라 함은 보통 진짜 집 관리비(집주인/세입자 부담 영역이 다름)와 난방/상하수도/온수 비용을 의미한다. 한국으로 치자면 여기에 전기세 정도가 포함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그렇지 않아도 조금 비싼게 아닌가 생각했던 관리비용이 무지막지하게 올랐다. 그것도 벌써 1년전에..

심지어 이렇게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1년간 오른 관리비를 냈지만 이번달 1년간 사용비용을 정산해 보니 부족한 비용이 있어 추가로 나흐짤룽을 내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에너지를 팍팍쓰냐? 겨울엔 춥다고 난리 샤워 빨리하라고 난리치고 전기 아끼라고 1년내내 잔소리를 하고 불편을 겪은 대가가 전기세 포함 한 달에 1000유로가 넘어가는 관리비이다.

한화로 약 150만원을 관리비로 쓰는 셈인데 여기에 각종 보험과 세금 그리고 고정비용을 더하면 우리 생활비를 빼고도 엄청난 돈이 매달 나가게 된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도 해지했는데 이번에 보니 소소하게 빠져나가는 돈들이 엄청나다. 아이들 교육도 악기+운동 이렇게 하는데 3명이라그런지 뮤직슐레에 360유로+악기대여로 100유로. 그리고 주짓수 70유로(엄청 싸게 다니는거다..) 치과보험 2인, 자동차 보험/세금, 티비수신료, 집보험, 책임보험, 인터넷, 휴대폰, 집 세금에 또 정기적으로 나가는 차량 관리비와 시우 치과 교정비용 등이 매달 나가고, 아이들 생일 파티도 15-20유로씩 선물을 사가기 때문에 1년동안 3명이 쓰는 비용도 엄청나다.

여기에 아이들 수학여행이나 학교 행사로 여행가면 그것도 몇백유로씩.. 외식은 잘 하지도 않는데 매 주 장보는 비용도 엄청나고 물가도 전에비해 많이 올라서 이렇게 꼭 써야 할 비용만 쓰고 나도 월급의 반이 사라져있다. 세금에서 이미 1/3이 사라졌는데 월초가 시작하자마자 1/3이 사라지고 킨더겔트를 매달 750유로를 받지만 이건 정말 있는건지 없는건지..

남은 돈 또한 아이들 옷사고 학용품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면 운좋게 조금 남는 경우가 다반사… 스스로 생각할 때 내가 버는 돈이 엄청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버는 돈도 아닌것 같은데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1년 내내 이곳저곳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비싼 식당에 다니고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특히 한국을 보면 다들 생활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내가 버는 돈이 사실은 물가상승보다 한참 뒤쳐져서 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혼자 착각을 하고 있는건지 남들은 아이도 없거나 하나고 벌이는 둘이 벌어서 저렇게 잘들 사는건지, 어디 물려받을것이 있어서 여유가 있는건지…

아이들 셋,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하나인 집과 비교하면 풍족하고 걱정없게 키우는건 쉽지 않은것 같다. 물질적인게 전부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이런 우울함이 나를 건드리는 순간이 있다.

그래도 월세 내지 않고(월세 만큼이지만), 빚내지 않고, 마이너스 아닌 가계를 운영한 다는것에 감사해야 할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모든게 욕심이지 싶고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진 행복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건지 또 생각하게 된다.

돈이 없진 않지만 부족하다 생각해서 속상하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는 식의 반복이랄까? 근데 왜 돈은 항상 부족하게 느껴질까… 역시 욕심이 많아서 그럴까? 아마도 모두들 비슷한 생각이겠지… 이번주는 로또라도 하나 사 봐야겠다.

2 Replies to “관리비가 월세야?”

  1. 가끔씩 글만 보다가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봅니다.
    작년 초에 가족과 함께 도쿄에서 베를린으로 이사 온 개발자입니다. 2년 전 이맘 때 호철님의 도전기를 보면서 용기를 얻고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그려보곤 했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착해서 다시 글을 읽어보니 더욱 더 공감이 가네요.
    가끔씩 힘드실 때도 있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멋지게 사시는 모습에 한번 더 힘을 얻고 갑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베를린에 같은 개발자시라니 더 반갑습니다. 베를린에 온 지 벌써 10년이 다 되었네요. 가족들과 함께라면 힘들어도 이겨내야 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 조금 힘들어서 블로그에 징징거리는 글을 좀 썼는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니 힘이 납니다. 베를린에 눈이 많이 왔는데 미끄러운 길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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