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 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치우지 못한 마음 속의 일들이 쌓여간다. 지금 처리하지도 못할일들, 실현 가능하지 않은 기대들도 함께 쌓여 하루 하루 나의 시간을 다시금 낭비하게 만든다. 그래 치우자, 아니 버리자. 버리지 않고 치운다는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눈을 감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어지러워진 머릿속을 둘러본다.
가족을 위한 일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사야할 물건들 해주고 싶은것들 못해줬던 것들 요구하고 싶은 것들… 일단 과거는 버린다. 못해줬던 것들, 부족했던 것들, 후회되는 일들.. 그래 인정한다. 나는 부족한 아빠, 부족한 남편, 부족한 아들이라는 것을. 후회되는 일들로 더 노력했으니 조금은 더 좋아졌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저 후회들로 부터 내가 더 좋아질 일은 없을것 같으니 제일 먼저 가져다 버리자. 자, 이제 후회했던 것들은 다 버렸다. 해주고 싶은것, 요구하고 싶은건 솔직히 내 욕심 아닌가? 해달라고 안했는데 먼저 해 주면 잘해야 본전이다. 그거말고 해달라고 하는거나 먼저 잘 해주면 될것 같다. 요구하는거는 줄이고 있는데 이참에 다 버려버리자. 해주고 싶은거, 요구하고 싶은거 이제 없다. 이래라 저래라 말고 ‘나나 잘하자’는 생각으로 살자. 사야하는거 해야하는일들은 늘 있고 끝이 없는데 한 번에 여러개를 할 수는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것과 잘하는것 만이라도 확실하게 하자. 사야하는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게 있나? 없으면 정은이한테 맡기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건 빨리 결정해서 사자. 이렇게 보니 딱히 많은것 같지 않은데?
내 인생에 대한 걱정으로 쌓아둔 것들도 많이 보인다.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그러기 위해 만들려고 했던 것들, 시도하고 싶은 비지니스들 등등. 좋은 아이디어라면 또 생각나겠지?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것들만 빼고 다 버리자. 상가구매, nocnoc 서비스 그리고 게임에셋 만드는것 정도가 남았네? 다른건 다 버려..nocnoc도 프로필 기능으로만 제한하자. 아휴..속이 다 시원하네..
또 뭐가 남았지? 운동은 자전거 타는거로 마무리 하고…참 독일어 + 시민권이 남았구나. 음..이건 정리하기가 조금 힘든데.. 일단 어디 서랍에 처박아둬야겠다 ㅎㅎ
본의 아니게 한국 정치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것같다. 이것도 다 내다 버리자. 올해 투표하게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도 되겠지.
회사일은 그냥 회사에서만 생각하고 끝내자. 아니 가능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도 최대한 줄여봐야겠다. 이건 어느정도 잘 하고 있는것 같으니 다행.
이정도만 해도 머릿속이 조금 정리된 기분이다. 이 상태로 며칠 지내보고 또 버릴게 있다면 과감히 버려야지. 속이 다 시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