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의 스승의 날이었던걸로 기억난다.
반장들 엄마가 학교에 와서 선생님 대신 한시간씩 맡아서 수업을 해주기로 하셨는데,
난 3학년때 2학기 반장이었고 1학기엔 반장이 아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지만 몇몇 아줌마들의 아줌마틱한 별로 도움안되는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엄마가 교실에 들어왔다.
‘난 반장도 아닌데..’라는 생각과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얼굴을 붉혔다.
엄마가 왜 저기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 이유에 대한 타당한 해답도 찾지 못했지만
엄마의 한시간 수업은 시작되었다.
그 한시간 동안 기억나는건 엄마의 가지런한 이가 보이는 환한 웃음과, 엄마의 말 한마디였다.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여러분의 10년 뒤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었다.
막연히 대통령,사장 이런식의 장래희망을 적고,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슈퍼맨도 되고
배트맨도 되고 큰 트럭의 운전수가 되는 꿈도 꾸던 그 시절 나에게 10년은 아주아주 크고
긴 시간이었고 머리속으로 상상하는것이 우스울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로부터 약 17년이 흐른 지금..나는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렇게 된것도 아닌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내가 원하는 길로..
오늘로 부터 10년 뒤의 나는 상상할 수 있을까..
그때는 이런 직업이 있는 줄도, 이렇게 될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도 1년 1년..한달 한달..하루..하루..한시간씩이 모여 지나간것이다.
페이첵이란 영화에서 미래를 보는 기계를 만든 주인공이 ‘어떤 사람의 미래를 알게 되면
그 사람에게 그 순간부터 미래는 없어진다.’ 라고 했다.
사실 미래는 볼 수 없고 나한테도 미래는 없다. 과거는 내 머리속에, 그리고 현실의 ‘나’로
분명히 존재한다.
현실을 살자..지금을 느끼자..이 시간 이 기분 이 감정들 나한테는 너무 소중하고 모두
잊기 싫은 대단한 경험들이다. 지금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