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에 다닐때 굉장히 많이 맞았다.
특히 맞은 대수의 98%를 1학년때 맞았는데 그 이유도 다양했다.
일단 성적. 오르면 맞고 떨어져도 맞고 그대로여도 맞는다.
심화반(이런게 있다)이라서 위 과정이 한차례 더 반복된다.
특별관리 대상이어서 매일 그냥 맞았다.
담임선생님이 수학인데 수학 점수가 제일 안좋아서 더 맞았다.
그 외 여러가지 이유로..
부위도 다양했는데.. 종아리는 맞으면 너무 아파서 잘 생각을 못하게 된다.
엉덩이를 맞으면 맞을때는 정신이 멍하고 맞고나면 뜨뜻해서 그냥 허허..거리면서 지나간다.
허벅지를 골고루 맞을 때가 정말 아프면서도 참기힘든데(다른건 참고 말고 할것도 없음) 그래서
맞기가 정말 힘들었다.
이런식으로 맞고 나면 내가 맞은 이유가 뭐가 되었건 마음속 뭔가 후련함을 느꼈다.
고해성사와 같은 느낌이랄까..다른 잘못도 이러한 체벌로 용서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그 이후로 이런 느낌은 받을 일이 없었다.
딱히 잘못한 일도 후회할 일도 없이 살았던것 같다.
그러던 중 최근 정신이 번쩍 드는 사건이 있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정신도 없고 멍..하게 흘러가는것 같은 느낌이 참 기분나빴는데,
결국 사건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몰려오는 후회와 아쉬움 속상함..이런 기분들이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맞고나서의 그 기분이 내 머리속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 10여년간의 모든 잘못과 지금까지 생각없이 행동했던 일들의 대가로,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내가 다시금 되씹어보게되었다는 것..
이제 마치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기분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왜 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지.. 요즘 왜이리 슬슬 흘러가는 기분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기분이 좋고 착한 아이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예전의 나는…’ 이런 생각이 있었지만 이젠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다시 정말 ‘내’가 된 기분이다.
이제 다시 계획을 세우고 나를 새롭게 디자인 하고 싶다.
기남형은 ‘액땜’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는데, 정말이지 액땜이라는게 큰 불행을 막기위한 조그만 불행이라기보다
지금처럼 큰 불행도 막고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고 느껴졌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던 그 때가 있었듯이 다시 그러한 한 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