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크게 바뀐 게 있다면 각종 집안 행사에 왠지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기도하고..안좋기도 한데..
어른들 뵙고 인사드리고 하는건 좋은데 결국 두 집 행사를 다니다 보면 한달에 2회 정도는
양가를 방문해야 한다는 것..
지금은 조금 익숙해 져서 빼먹기도 하고 몰아가기도 하면서 조절할 수 있지만,
결혼 초창기엔 특별행사와 제사등이 겹치고 친척들 인사까지 다니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매 주말마다 인사다니고 주중에 제사도 있고..담양으로 서울로 평택으로..
그리고 그 당시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아주 바쁜 일정이었는데..
결국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몸이 좀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초인적으로 바쁘다가 결국 회사를 나와 창업까지 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별개지만..)
작년은 뭔가..바쁘고 속은 빈..그런 한 해 였던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형식적인 관행을 탈피하고자 부모님께 이런 저런 부탁을 드린 결과..
제사 1회로 통합, 설,추석은 새해,추석 1주전 모임으로 변경하는 우리 부모님 세대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설 추석때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 대신 처가에 더 잘하라는..그리고 제사는 한번 주말에 할테니
같이 모여 즐겁게 보내자는 부모님의 배려였다.
처가는 집안행사로 애초에 뭔가 강요하는게 없었으니..
양가에서 이렇게 우리를 위해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편하다.
그만큼 더 잘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추석엔 처가에 가기로 하고 지난주 주말엔 담양에 다녀왔다.
정말 지난 설에 보고 처음보는 우리 친형–; 과 함께 간만에 저녁도 먹고 같이 차를 타고 내려왔다.
정은이 만나고 몇 년 동안은 형이랑 셋이서 정말 많이 놀았었는데..
집에서 크게 한 일도 없이 그냥 뒹굴거리고..일 조금 하고..각종 맛있는거 먹고..이야기도 하고
낮잠도 자다가 일요일날 올라왔다.
올라오면서 엄마가 국도 구경하고 가라고 해서 전주까지 2시간에 걸쳐..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왔다.
항상 올라오면서, 처가에 다녀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조금 더 잘하고 올걸..하는 후회가 든다..
이젠 정은이 배가 불러서 아기 나올때 까지는 담양에 가지도 못할것 같다..
그전에 부모님이 올라오시면 보는거고 아님 아기 낳고서나 보겠지..
형은 또 언제나 만날지 모르겠다.
처가는 가깝다고 안가고 울집은 멀다고 안가고..
이제 결혼 2년차… 하나에서 열까지 다 부족한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 잘하는것 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기가 생기면..정은이한테..우리 부모님 형한테.. 처가에도 잘 못하는데 아기한테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생각없이 사는건지..자꾸만 이런게 자신이 없어진다.
큰소리만 뻥뻥치고 처가에 아버님 큰아버님한테도 우리 엄마아빠한테도 정은이한테도 아기한테도
섭섭함만 안겨주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