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말고 쉼표 한 번

살면서 인생에 이놈의 쉼표 한 번 찍어보려고 회사도 관뒀는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할 시간도 없이 몸 한 번 아프고 나니 3개월, 아이들 행사니 뭐니 하다보니 또 한 달, 그렇게 2월, 그리고 15일이 되었다.

가시적으로 이룬건 NutSmash 소프트런치를 시작했다는것. 그래서 당분간 마케팅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다음 스텝인데 그 동안 정말 하려고 했던 내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작년 10월에 하려고 했던걸 지금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구체적으로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항목을 만들어 비교하니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형이 베를린을 방문하고 테스트 준비중인 게임에 말도 안되는 버그가 생겨 정신이 없었다.

형의 방문은 오히려 내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지난 3일간 버그고치느라 힘들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이걸 해결해 놓고도 헛웃음만 나왔다. 중요한건 11월부터 만든 게임이 1차 마무리가 그나마 계획대로 되었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는 부분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이번 UA 테스트를 괜찮은 퍼블리셔와 공동으로 진행하게 되어 우리가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UA테스트를 하기로 했고, 결과가 괜찮으면 Co-development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투자자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 자체 타임 스케쥴로 진행되는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돈이 없으니 영원히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여튼 이와 별개로 나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약 한달 반의 시간동안 완성할 수 있는 크기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시도해보겠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이번주는 오전에 정은이랑 같이 나가고 이것저것 물건도 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같이 있지만 이렇게 더 꼭 붙어있으면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렇게 조금 쉬는 시간도 가지고 망가진 스케쥴도 정상으로 돌리고.. 잘 정비해서 잘 시작하는걸로!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우리…

드라마 더 봐도 되냐고 영상통화


둘째 호야가 생기고 인생이 계획처럼 되는 듯, 인생이 완성이 된 듯 한 행복감에 젖은적이 있었다. 아마도 아빠가 되었고 또 익숙해지고 있다는 착각에서 나온, 24개월 전 귀엽기만 한 아이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버틸만 했으니.. 그리고 찾아온 막둥이 시우, 어린 아이 셋을 다 맞춰주기도 힘들었지만 갓 돌지난 시우 정은이 등에 업고 기약도 계획도 없이 독일로 왔다. 독일에 계속 있을지 말지를 독일에 와서 한 달 뒤에 마음먹고 6년만에 직장을, 그것도 독일에서 구하기 시작했으니….

체류 허가도 임시, 집은 에어비엔비,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 난 몇 번의 인터뷰가 끝나고 심하게 앓았고 없던 흰머리가 수북히 생겼다. 그렇게 독일에 적응하랴 일하랴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유치원에 학교에 이사에 우리 둘 다 너무너무 힘들고 정말 다시 돌아가면 할 자신이 없는 엄청난 일들을 해왔다. 그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고생을 죽도록 하고 나니 벌써 9년이 지나고 나는 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업을 한답시고 수억 연봉의 직장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때마침 주식으로 손실도 보고 우울함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에 대해 그리고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간 모으기만 하고 다른건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 이런 기회가 필요했으리라…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고 또 수입이 없더라도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는것에 너무 감사하고, 늦은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행복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가장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이라면 몇 년전부터 부쩍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써봐야 내 자식 자랑이지만, 내 블로그니..

지금 9학년인 지우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감정의 기복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사춘기 10대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좋은것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학년이 지나고 부터 갑자기 모든 일들을 혼자 하기 시작하더니 학교 공부나 악기연습 부터 운동, 요리, 독서, 그림그리기 등 혼자서 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단 한번도 공부해라, 시험이 언제냐,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지 않았지만 성적도 좋고 무엇이든 시작했다하면 실력이 느는게 보일만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한다. 아기 때 부터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던 지우는 요즘 우리 표현으로 하루를 정말 걸레 비틀어 짜듯 마지막 1초까지 즐기고 있다. 하고싶은것도 많고 하고 있는것도 많은 그리고 잘하는 것도 많은 지우… 잠자는 시간에 몰래 일어나 하는 일이라곤 책읽기, 일기쓰기..하루가 지나면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혹은 ‘이번 여행은 너무 즐거웠어’, ‘지난 2022년은 정말 즐거웠던 한 해였어’ 와 같은 말들이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하지만 너무 재밌었어’ 가 학교다녀오면 하는 첫마디, 늘 웃고있는 얼굴..

그리고 지금 7학년이 된 호야. 어릴 때 부터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본인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었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을 미치도록 행복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이.. 요즘은 자기 감정을 제어하고 고치려는 노력 중이다. 어른도 하기 힘든것을, 그냥 난 이래 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을 바꾸고 고치려고 하는 노력들.. 본인도 사춘기에 접어들고 거의 방목되다 시피 키워지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울만도 한데 잘못된 것들에는 당당히 아니라고 하는 용기.. 지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느끼려 노력하는게 보여진다. 예전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들에 도전해 보고 또 거기서 얻게 되는 성취에 즐거워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책들은 모든 내용을 다 외울정도로 읽고 또 읽는다. 우리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는 호야..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

이제 갓 10살 하지만 올해 김나지움에 가려고 도전하는 시우. 태어나서 거의 독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지 엉뚱하고 기발한 시우.. 1살 아이 수준으로 그림을 그리다 어느날 엄청난 퀄리티의 그림을 그려오고, 학교에서 책에 대한 발표를 하는데 20분 넘게 내용을 외워서 이야기 한다던가 무언가 시작하면 제일 집요하고 집중해서 파고들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시우. 가장 아이답게 크면서도 가장 성숙해 보이기도.. 8시 반이 되면 양치하고 사랑스럽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서 자고 깨우지 않아도 6시 반이면 일어난다. 재촉한 적도 없지만 지각해 본적도 없고 승부욕이 엄청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한다.

세 아이들 모두 자기 방도 잘 치우고 빨래는 세탁/건조만 하면 가져가서 정리한다. 셋 다 숙제는 알아서 하고 지금까지 큰 사고친적도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들 좋고 아이들 끼리 티격태격 할지언정 크게 싸우지 않는다. 밥먹는 시간엔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 돌아가며 이야기 하다보면 1시간 2시간은 금방이다. 우리와 늘 친구처럼 재밌게 놀면서도 진지하게 하는 말에는 귀기울여 들어주고, 들으려 노력한다.

나는 절대 하지 못했고 지금도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 아이들은 척척 해낸다. 내가 20살 30살에 알게되고 실천한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벌써 하고 있다. 내가 도와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일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보다 감탄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더 행복해 지고 있다.

백수1달

UI에셋 80%이상 만들었지만 판매를 위해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시간이 걸릴것 같다는 생각.
– 규모를 줄이거나 기능을 나눠 하나씩 판매해 보는 방법
– 실 게임에 적용 해 보고 마무리 해서 패키징 후 판매해 보는 방법
– 조금 작은 기능 레벨의 다른 에셋을 만들어 보는 방법
으로 방향을 다시 정하는 중인데 어찌되었건 개발은 계속 되고 있다! 기본 개념은 구현되었는데 상세 레벨 기능 구현 중.. 이건 실 게임 만들면서 필요한 기능 넣고 개선하면 될듯.

게임은 프로토타입과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레벨에디터를 만들어 게임성 평가 중. 원래 아이디어 구현 후 게임성 검증에 실패해서 다른 아이디어를 붙어여 테스트 중인데 이를 위해 확장된 레벨에디터를 만드는 중. 다른 비슷한 장르 게임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구현 중..

창업은 이스라엘에 회사를 만들기로만 협의, 투자 슬라이드는 거의 제작 완료. 프로토가 어느정도 나오면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 중, 가능하면 11월 중순 이전에..

실업급여는 6주 동안 받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음. 딱히 이유를 적어놓지는 않았는데 자진 퇴사의 경우(그리고 남은 휴가를 돈으로 받은 경우) 보통 12주까지는 실업급여를 주지 않음. 나도 자진퇴사에 남은 휴가를 돈으로 받아서 걱정했는데 그나마 6주로 줄어서 다행… 실업급여를 받지 않아도 건강보험은 커버됨. 연금은 실업급여 받는 기간부터 커버. 실업급여 비용은 실업급여 상한선에 걸려서 월 약 3천유로 조금 못되는 금액(세후, 보험 연금 빼고 실제 수령액). 원래 자기 급여 수령액의 67%정도 받는데(아이 있는 경우), 첨에 이것만 받아도 좋네 했다가 상한에 걸려서 살짝 우울… 그래도 보험/연금 커버되고 이게 어디냐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

10월은 사실 한국에서 너무 보고싶었던 손님도 오시고(1주), 그 이후 이가 아파 거의 쓰러져있었다(약 10일..). 2주 남짓한 기간에 이룬 성과 치고는 눈부실 정도. 그리고 시간 날때마다 정은이랑 산책하고 돌아다녔던 것도 좋았다.

11월 목표는
– 프로토 완성
— 만들고 있는 UI에셋 적용
— 범용 2D 타일 에디터 적용
– 투자슬라이드 공유
– UI 에셋 완성도 90% 이상 높이기
– 2021 세금 정산(추가로 납부한 세금이 너무 많아 꼭 해야한다!)
– 그리고 운동!

백수?

백수라기엔 조금 애매한 지금이다.

2002년 일을 시작한 뒤로 딱히 일을 쉬어보지 않았고, 지난 달로 퇴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은 무언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다르지만…

일단 로이와 회사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동시에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아웃소싱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있다. 유니티 에셋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너무 큰 주제를 잡은걸까? 어디까지 하고 끝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에셋 만드는 목표와 내가 사용하기 위한 목표가 공존하니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는 그냥 이유없이 불안해 하고 있다. 조울증 환자 처럼, 어느날은 세상을 다 씹어먹을 듯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가도 어느 날은 이미 실패해버린 인생처럼 우울하게… 이건 딱히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기는 감정 기복 같다. 얼마전 감기 비슷하게 걸린 뒤로 뭔가 몸이 이상한데 아무래도 두 번째 코로나가 아니었나 싶다. 날이 갈 수 록 좋아지고 있으니 시간에 기대본다.

책상을 살짝 옮겨 방 중간을 바라보게 했다. 공간적으로 활용도는 떨어지지만 내가 더 중심이 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독일 급여 100회 그리고 나

2014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딱 100개월! 오늘 그 100번째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블루카드로 영주권만 받자고 시작했는데, 돌아온걸까 아니면 잘 찾아온걸까? 이 시점이 이런걸 생각하는건 이미 지난일이기에 큰 의미는 없지만 의미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드니까…

계획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숫자가 딱! 떨어지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조금 더 가져보고 싶다. 한 번에 딱 알 수는 없겠지만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나 스스로에 집중하고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한게 2002년 6월이고 중간에 쉬어본 적이 없으니 240번이 넘는 급여를 받은건데.. 독일에서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언제는 하고 싶어서, 언제는 그냥 흐르는대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고 대신 상황에 나를 맞추려 노력했던 시간이 많았다. 또 그런 시간들이 오래 지나다 보니 이젠 상황에 맞추는게 익숙해, 더욱 더 내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다.

물론 나에겐 가족이 늘 우선이지만 나에 대해 알지 못하고는 가족들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관성처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다면서 직장에 매달려 있는 경우처럼…

아무런 약속도 없이 시작하는 이 도전은 마치 독일에 처음 왔던 그 순간처럼 맨땅에 부딪히는 기분, 하지만 내가 겪어야 했고 했어야 했던 일을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닌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그 길을 이어가려 한다.

착각과 기대

기대는 그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결과를 내려고 하거나 기다리는 것이고, 착각은,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상태를 말한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가상세계에 살고 있으면서 그것이 진짜 삶이라 믿는 착각. 영원히 깨지 않는 다면 좋을까? 어쩌면 매트릭스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언젠가 진실의 순간을 마주해야 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린시절, 모든게 가능해 보였던 학교안 울타리에서의 생활, 승승장구하며 인정받고 끝없이 올라갈 것만 같았던 직장생활. 하지만 이런것들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나와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 낸 가상세계일 뿐 진실은 담겨있지 않다.

그렇게 다음 단계라고 믿었던 계단을 차곡차곡 오르다 보면,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게된다. 다행히 현실은 매트릭스에 나오는 진실처럼 시궁창은 아니다. 다만 내가 올라온, 그리고 믿었던 그 계단들이 그 만큼의 의미가 없었다는 자괴감이 내 현실을 시궁창으로 만들 뿐이다.

선택의 순간은 늘 있어왔다. 나에게 계단을 내려갈 기회, 그리고 그 진실에 마주한 적도 있었다. 다시 진실의 문을 여는 것은 내가 가상세계에 쏟아부었던 시간만큼 어려워지고, 그 만큼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실 뿐, 가상의 세계를 버릴 이유도 없다. 진실을 보고 나아갈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내가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경험과 시련일 뿐이라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어지럽다. 마주해야할 진실을 보는 댓가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나를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는 나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 어렵다. 이렇게 다시 다짐하는 글과, 얼마간의 시간이 이 어지러움을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나는 착각속에 살고 싶지 않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15일까지 생각해 보려 했으나 결국 인공호흡기로 수명연장을 하는 것 같아 그냥 그만두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안녕 내 월급… 그래도 한창 사업할 때 만큼 받았는데, 그 한창 사업할 때가 10년전이니 조금 웃기기도 하다. 돈의 액수로만 생각하면 절대 회사를 그만 둘 수 없으니 눈 딱 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어지럽던 머릿속이 한결 정리되어 가벼워지는게 느껴진다. 내가 앞으로 할 일들은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로이와 함께 게임회사를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라팔과 함께 게임 에셋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세 번째는 모바일 앱 개발을 하는 것.

게임회사는 설립과 계획 그리고 투자준비로 바쁘겠지만 꼭 9월에 되어야 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는것이 좋다는 생각인데 외부 투자에 대한 기대보다는 나와 로이가 팀으로 어느 정도 계획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게임에셋프로젝트는 라팔이 아트를, 내가 개발을 맡아 몇가지 에셋을 만들어 보기로 한 프로젝트다. 크게 세 가지 정도 계획이 있고 그 중 2가지를 먼저 같이 해 볼 생각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개발은 이미 시작되었고 다음 주 정식으로 킥오프, 9월 말/10월 중순에 첫 번째 버전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모바일 앱 프로젝트는 나 혼자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기획에서 약간 정체되어 있고 MVP정의를 하지 못해 조금 빙빙도는 기분이다. 마음이 안정되고 여유가 조금 생기면 계획을 조금 더 명확히 해보고 싶다.

늘 가장 어려운 방향으로만 선택했던 내 인생… 이번 결정도 남들이 보면 미쳤다는 말 말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각종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보니, 내가 독일에 와서 받은 급여명세서가 100여장에 달했다. 온갖 어려움과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했으나 그 만큼 성장하고 배우고 느낀걸 생각하면 감사하기도 했다. 오늘의 이 출사표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결정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가자!

사표

오늘 사직서를 냈다. 2002년 병특으로 시작하고 20년 동안 몇 군대의 회사를 다니고 몇 번의 사표를 냈을까?

2002년 6월 가민정보 병특 시작
2004년 11월 사표내고 NHN(중간 NHN Japan 파견)
2008년 2월 사표내고 IAMG 창업
2014년 6월 독일에서 Yager
2015년 9월 사표내고 Aeria games
2017년 1월 사표내고 스마일게이트 유럽
2018년 5월 사표내고 AAI
2020년 2월 사표내고 CrazyLabs
2022년 9월 말로 퇴사 예정…

7개 회사 1번의 창업.

로이랑 크레이지랩스에서 만들던 게임을 마무리하고나서 지친건지 다른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었다. 뒤돌아 보면 영주권을 따기 위해 취직을 했다가 스마일게이트 때 영주권 따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사업을 해 볼까 했는데, 그냥 한 번 다녀보자고 생각했던 AAI에서 2년정도를 보내고 나니 많이 지쳐있었던것 같다.

내 사업 반, 취직 반 신분으로 시작한 크레이지랩스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게임 자체의 성과는 크게 좋지 않았다. 어디서든 안배웠을까, 그래도 여기서는 모든 프로젝트 관련 셋업을 바닥부터 다 진행해 본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개발은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핵심이지만 개발을 둘러싼 팀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토양이 되는 만큼, 스스로 첫 시도에 드림팀에 가까운 팀을 꾸렸다는 것은 스스로 만족스럽다.

2020년 부터 끊임없이 두들겨왔던 나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조금 더 구체화 시키고 속도를 붙일 때가 되었다. 아이디어 중 현실적인 것들을 추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 비지니스가 나에게 동작할 수 있는지 검증해 보는것이 첫 번째 단기 목표이다. 그리고 이런 단기 프로젝트를 몇 가지 테스트 해서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아무리 저축해 놓은 돈이 있더라도 고정 급여가 없다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될것 같아 몇가지 옵션을 준비했다. 먼저 9월 말로 퇴사한다고 했지만 회사에서 내가 진행해 줬으면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기술적으로도 배울것이 있고 기간도 적당해 15일 까지 검토 후 내가 진행하겠다고 결정하면 퇴사를 취소하는 옵션이다. 프로젝트 검토 뿐 아니라 지금 계약사항의 변경 또한 포함시켜 합의하기로 했다. 급여로는 많은 액수를 주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오퍼를 받은것이 아니라면 크레이지랩스에 머무는것이 사실 가장 편하고 좋은 선택이다.

다음 옵션은 로이와 함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둘이 같이 회사를 창업해 투자를 받는 방향으로 생각중에 있다. 투자 의향이 있는 몇 회사와 개인이 있는데, 이 방법으로 진행할 경우 창업 초기에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급여는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온전히 나의 사업을 하는것(공동창업이지만)과 레퍼런스 좋은 초기 투자자들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의 리스크도 있는 편..

이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는 내가 홀로서기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내 단기 프로젝트들을 테스트하고 장기 비지니스로 바꾸어 가는 과정은 최대 18개월로 정했다. 이 정도면 3-5가지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1-2개의 게임이나 서비스를 실행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옵션을 선택할 지는 15일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고, 의외로 이 두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처음부터 풀타임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을것 같다. 이제는 딱히 어떤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고 그런 생각 만으로도 답답해진다. 사표를 내고 나니 마음은 조금 더 홀가분해졌지만 급여가 주는 달콤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무거워 지기도 한다.

더 작은 급여일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독일 와서 처음 받은 돈 보다 거의 3배가까이 받는 지금은 그 마음이 더 클 수 밖에 없겠지만 엄청나게 아쉽지도 않다. 중요한것은 내가 사용하는 시간들이 결국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사표를 내고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20여년간 일해 오며 늘 조금만 더 이 순간을 빨리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따고 나서 시작했다면… 아예 독일 오면서 부터 IAMG를 계속 했다면…

하지만 모든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그 만큼 얻은것도 많았으니 후회는 하지 않고 약간의 아쉬움만 느껴보려 한다. 아쉬운건 아쉬운 것이고 홀가분한건 홀가분한 거니까. 이제 15일 까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아주 짧겠지만 1-2주 정도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도 가져보고 싶다. 파일럿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최소 첫 번째 결과가 9월에 완성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일단, 20년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잘했다, 그리고 고생했다! 앞으로도 잘 할거야!

네가 내 곁에 있다면

Bist du bei mir, geh ich mit Freuden zum Sterben und zu meiner Ruh.

Ach, wie vergnügt wär so mein Ende, es drückten deine schönen Hände mir die getreuen Augen zu.

It is not over until I win

Nobody believes in you.

You’ve lost again and again and again.

The lights are cut off, but you still looking at your dream, reviewing it everyday and say to yourself, it’s not over until I win.

It’s very important as you hold on to that dream.

The moments when you are going to doubt yourself.

The rough times are going to come.

But They have not come to stay, they have come to pass.

It’s very important for you to know that.

Don’t say I am having a bad day say I am having a character building day.

It’s very important for you to believe that you are the one to make this hap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