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신차 저렴하게 구입하기

작년에 차를 사려고 시승까지 했었는데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이직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올해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2014, 2015년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ㅠㅠ 많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차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냐의 고민을 떠나 최근 우리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즉 별 생각 없이) 작년에 중단했던 자동차 구매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중고차나 전시차를 알아보았었는데 이곳저곳 알아보니 독일의 특이한 차량 판매 방식을 알게되었다. 바로 Tageszulassung 이라는 방식인데 새차를 구매하면서 딜러 앞으로 차량을 등록한 다음 내가 두 번째로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차 가격에서 15%-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사려는 차 가격은 동일한 조건의 중고차 보다 저렴했다.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의 차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상태좋고 내 마음에 드는 중고차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국 같으면 당연히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옵션들이 여기서는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에어컨이라던가..에어컨이라던가 에어컨…..

중고차는 대부분 온라인 자동차 중계 사이트 중에 가장 큰 www.autoscout24.de 를 통해 알아보는 것 같은데 나는 http://www.carworld-24.de/ 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차를 구입했다. 일단 내가 차를 받았으니 사기는 아니고..구매 과정에서도 차량 등록증과 여러가지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사기당할 우려는 별로 크지 않는것 같다(차가 딜러한테 도착하면 비용을 지불한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http://www.carworld-24.de/ 에서 차량 및 옵션 선택 후 전송
  2. 차량 구매 의사 전달(이메일로 가능)
  3. 실제 딜러에 차량 주문 계약
  4. 최종 주문 계약
  5. 기다림…
  6. 차량 출고 연락 받은 후 차량 보험 가입
  7. 딜러 앞으로 차량 등록 후 차량 잔금 지급
  8. 차 받아오기
  9. 내 앞으로 차량 재 등록
  10. 보험 업데이트

이 정도 인것 같다.

적어놓고 보니 간단한데 나는 보험은 언제 들어야 하는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번호판, 등록 세금 등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매 순간마다 굉장히 삽질을 많이 했었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부 중고차를 구입해서 보험이나 차량 등록을 딜러가 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는 도움 따위는 없었다..

각 단계별로 조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독일, 베를린 아이 여권 유효기간 만료 재발급 절차

작년 지우에 이에 올해 호야의 여권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되어 어제 대사관에 들려 재발급 신청을 하고 왔다. 1년 전에 했던 일임에도 처음 하는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다.

대략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대사관에 재발급 신청 – 비용 송금 – 2-3주 후 신 여권 수령 – 거주 허가 변경

유효기간은 내년 3월까지라 아직 시간이 있지만 10월 한국 방문 시 유효기간이 6개월 이내로, 지금 처리하려고 한다. 우선 대사관에 여권 발급 신청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권용 증명사진을 찍는 일이다. 나는 포토프린터가 있어서 집에서 촬영 후 출력했다. 독일 공무원들 중에서는 이 사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암트 앞의 즉석 사진기에서 찍는 것을 권장한다. 나의 경우 운전면허 교환 신청 시 사진이 오래되었으니 나가서 찍어오라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여권 사진의 경우 몇 가지 지켜야 할 사항이 있는데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biometrisches-passbild.net/

사진을 찍었으면 여권 발급 신청서와 법정 대리인 동의서를 작성해 영사관으로 가면 된다.

여권 발급 절차 안내(링크)

여권 발급 신청서(파일)(링크)

법정 대리인 동의서(파일)(링크)

영사관에 서류(사진, 발급신청서, 동의서)를 제출하면 보통 이메일을 물어보는데 영사관에서 한국에 여권 발급신청을 하고 한국에서 여권이 도착하면 이메일로 알려준다. 아이의 여권과 신청하러간 부모(엄마나 아빠)의 여권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류 제출 시 아이의 경우 5년 복수여권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고 10년짜리는 만들 수 없다. 단 24,48매 선택은 가능하다. 우리는 도장찍을 일이 별로 없으니 24매로 신청. 신청 비용은 27유로가 나왔는데 이 돈은 영사관에서 바로 내는게 아니라 영사관에서 안내해준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송금 시 신청인(아이)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송금 내역은 꼭 프린트 해서 나중에 여권 찾으러 갈때 접수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접수에 걸린 시간은 10여분 정도. 부모 여권과 아이 여권은 다시 돌려 받는다.

신 여권이 도착했다는 메일을 받으면 영사관에 방문해 찾아오면 된다. 이 때 구여권과 부모 여권을 가져가야 하는데, 아이의 구 여권은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구멍을 뚫고 돌려준다. 문제는 신 여권에 각종 비자나 거주허가증이 붙이있지 않기 때문에(우리의 경우 동반 독일 거주 허가) 이를 구여권에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혹시 이 상태로 급하게 출국해야 한다면 구여권과 신여권을 같이 가지고 다니면 문제 없다. 거주허가 변경은 집에서 가까운 암트에서 할 수 있다.

거주 허가 변경 안내(베를린,링크)

만만한 암트에 위 링크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터민을 잡으면 오케이. 그런데 출국 전까지 터민이 꽉 차있다. 참고로 작년에는 터민 없이 쉐네베악 라트하우스로 가서 바로 처리 했었다. 외국인청에서도 가능하다.

집 계약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한국도 아니고 독일에서 집을 계약했다.

독일의 집 계약은 가능한 경우 구매자 권리를, 특히 우리처럼 건축중인 집을 회사와 계약하는 경우 더 많이 고려해 준다.

판매자가 일정 비율로 먼저 건축을 완료하고 해당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일종의 중도금인데 우리나라와 다른건 일정 비율 건축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총 7회로 나누어 지불되며 총액의 5프로는 준공 이후에 지불할 수 있다. 인수인계후 5년간 하자보수 의무가 있으며 소모품이 아닌 설비는 2년을 보장한다.

모든 계약의 중간에 공증인이 있고 구매인은 계약 후 준공까지 공동 소유인이 되어 판매자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대부분 사항에서 큰 사기나 속임수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계약이 진행되고 오늘 계약일에 계약서 전체를 공증인이 모두 읽고 양측이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계약서에 사인했다.

통역은 어머니 친구분이 도와주셨는데, 독일어를 못하면 통역을 필수로, 통역자의 인적과 서명도 계약서에 들어가야한다.

이제 취등록세를 먼저 납부한 후 중도금은 시기에 따라 지불하고 완공이 되면 이사를 하면 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가구, 부엌, 아이들 전학 등 골치아픈 문제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신경쓰면 되는 일이니 즐겁게 정은이랑 같이 고민해 봐야겠다!

보금자리 마련하기

아이들과 소소한 추억 만들기 한답시고 거실에 온 가족이 이불을 펴고 누웠다. 문득, 이 집에서의 첫날밤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정은이는 지하철로, 나는 여행가방 2개로 시작해 조금은 불어난 짐을 택시에 싣고 이사를 했다. 당장 이불과 식기가 없어 급하게 사러 나갔다가 정은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없어 냄비 세트만 사 왔었다. 8월이었지만 저녁에는 추웠던 그 때, 온 가족이 작은 방에 냄비세트 상자를 펴고 우리가 가진 모든 옷들을 깔고 덮고 덜덜 떨며 자던 그 때.

우리의 신혼집도 그랬다. 분당에 전망좋은 복층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계약하고 어느 새벽에(왜 그랬을까?) 둘이 대청소를 하고 둘이 나란히 누워봤는데 이불이 있었음에도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성남으로, 다시 수내동의 오피스텔 두 곳, 용인 동천동, 용인 발트하우스 까지 이사를 다니다 말레이시아와 발리를 거쳐 베를린까지 이사왔으니 결혼생활 9년동안 2년 넘게 살아본 집에 한 곳도 없다. 어쩌면 지금 사는 베를린 집이 처음으로 2년 넘게 사는 집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이사다니기는 힘들고 방이 하나가 더 필요하니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았는데 월세가 너무 비싸다. 지금도 세후 월급의 반 이상이 월세와 유지비로 들어가는데 더 큰집으로 가면 3분의 2를 집에다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결국 많이 올라 비싼감이 있지만 베를린에 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우리 맘에 드는 집이 나오는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소 5년에서 10년간 월세를 낼 생각을 하니 우리가 거주하는 목적이라면 이익은 아니어도 손해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갈 수록 집에 정이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는게 너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적응하기 위해 치던 몸부림과 고민과 상처들 때문에 이 공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베를린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아이가 없을 때 아주아주 매력있는 선택이지만 아이가 있다면(그것도 3명) 조금 달라진다. 학교에도 넘쳐나는 외국인, 너무 다른/많은 문화들 블럭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생활 환경과 수준. 노후된 아파트와 상대적으로 비싼 월세..

1년이 넘게 집을 알아보고 딱 맘에 드는 집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미 예약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자로 올려달라고 했더니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올려달라고 하니 사실 다른 한 명이 대기자로 더 있다고 하는 것이다. 정말 가능성이 없어 보았지만 다음 대기자로 예약을 하고 집으로 온 것이 작년 12월 초.. 그 뒤로도 괜찮은 집들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이 집이 안된다면 베를린을 떠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쩐지 그 집이 우리집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우리 앞의 두 사람은 모두 계약을 취소하였고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그 사이 약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우리 기준에 좋은 조건이라 지금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내년 지금 쯤이면 새 집에 있게 될 것 같다. 초등학교/유치원도 바로 옆이고 S반과 큰 공원이 걸어서 10-15분 거리, 상가 자체가 하나도 없고 물로 고립된 위치에 있어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 소음이 거의 없고 빈 공터가 없어 더 이상 건물을 만들기 어려운 동네, 신설되는 고속도로 입구가 근처에 생기고 도심지 옆이라 자전거로 이동도 용이한 곳, 생활에 여유있고 가족 중심의 가구들로 이루어진 동네이다. 베를린에서 찾아낸 흙속의 진주 같은 지역에 적당한 가격의, 우리 마음에 드는 위치에 넓은 개인 정원까지 있는 어쩌면 완벽한 조건의 집! 또 하나의 큰 라이프 이벤트로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꿔줄지 정말 이번엔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싶다.

나와 정은이, 우리 가족의 첫 보금자리..

미친걸까?

자꾸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건이 나쁜것도 아니고 인정을 못받는 것도 아닌데…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걸까?
근 한달을 고민하다 오늘 결론을 내렸다. 일단 다른곳에 지원해 보기로..
왜 사서 이 고생을 또 하는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잘 결정한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일단 이력서를 정비 해 봐야겠다.

첫 출근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을 하였다. 작년에 YAGER 첫 출근날은, HR 직원과 함께 오피스 전체에 인사를 하러 다니고, 마침 전체 회의가 있던 날이라 모든 직원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고(그냥 손만 흔들었어도 되는데 벌떡 일어서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점심을 먹고 파일 싱크와 각종 툴 셋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비슷한 과정이었다. 다만 직원이 더 많은 관계로 그룹 내에서 인사만 나누고 함께 점심을 먹고 두 개의 미팅에 참석해서 분위기 파악도 하고 랩탑 수령 및 각종 툴 셋업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모두 세팅하지는 못했는데 걍 월요일에 해야지..하고 퇴근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아니 참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영어가 딸려서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마치 한국에 있는 듯 여유가 있다. 한국에서도 회사다니거나 사업할때 넉살좋게 지냈었는데 이제 그게 조금 되는것 같다. 일도 모두 파악은 못했지만 뭐 별로 걱정도 안되고, 오히려 이 작은(?)프로젝트에 개발자만 나 포함 4명이 매달려 있다는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왜때문에??

회사는 규모에 비해 약간 허술한 인상이었지만 그 만큼 빨리 성장한다는 좋은 의미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영역이 더 많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예전 같으면 오늘 프로그램 설정을 모두 끝내고 랩탑을 집으로 가져와 일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겠지만… 나는 변했다. 내 일 때문에 가족의 주말을 망치는 것이 아주아주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말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뭔가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닌데 가족의 시간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도 또 느끼는 부분이지만 정말 글로벌하다. 오늘 같이 점심을 먹은 12명 중 1명만이 독일 사람이었다. 일본사람을 만나 일본어로도 이야기 했고 한국 사람도 만났다.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프랑스 등등..이름과 함께 국적을 외우는 것도 일이고 각기 달리 발음되는 이름 외우는 것도 일이다(같은 Simon 이라도 독일은 지몬, 미국은 사이먼..).

그래도 이렇게 수 많은 다양함을 접하는 이곳이 재미있다.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기준 하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크게 가지는 이 다양성이야 말로 어쩌면 내가 독일, 아니 베를린에 와서 느끼는 가장 좋은 점일지도 모른다.

입사와 함께 기존의 회사에 작별인사를 했는데 많은 동료들이 메세지를 남겨줘서 그것 또한 감동이었다. 짧다면 짧은 1년 반 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던것 같다. 회사도 근처고 페북으로 다 연결되어있음에도 맘 한구석이 저려왔다.

최대한 재미있고 알차게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이직 관련 외국인청 방문

블루카드 소지자가 블루카드 발급 후 18개월 이내에 직장을 옮기는 경우 외국인청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새로 다니게 될 회사의 HR과 연락하여 외국인청에 관련 예약을 잡고 회사에서는 계약서 사본과 관련 정보를 외국인청의 담당자에게 알려주었다.

준비해 갈 서류로는,

– 새로운 회사와의 계약서

– 기존 회사 계약 해지 서류

– 전자 거주 증

– 여권

– Zusatzblatt

라고 안내 받았는데 막상 가보니 여권,블루카드,Zusatzblatt 만 확인했다.

그리고 새로운 job title 이 적힌 Zusatzblatt 를 다시 발급해 주고 끝났다.

총 소요시간은 10분 정도..비용은 없었다.

 

이제 오늘까지 긴 휴가가 끝났다. 더불어 독일에서의 첫 직장 생활도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는 깜짝 뉴스 이후로 약 두 달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늘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관련 분야의 공부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집안일과 아이들보기 그리고 이제서야 동네도 조금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우는 이번 주부터 2학년이 되어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고, 내가 회사를 다시 나가면 조금은 더 빡빡해지겠지만 이게 모두 우리가 독일에 정착하는 과정이 될테니 열심히 생활해야 겠다.

 

합격?

작년과 다르게 서류만 넣으면 인터뷰하자고 난리다. 내 능력이 늘었다기 보다 요즘 구인하는 업체들의 구인조건이 나와 맞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것 같다.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하고 친구들 추가를 엄청했더니 헤드헌터들한테 연락도 많이 온다. 주로 영국에 있는 개발 스튜디오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하는것 같다. 난 일단 베를린을 대상으로 구하는데 베를린은 뻔하다.

그 뻔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자니 두곳은 작년에 넣었던 곳이고 다른 한 곳이 남았는데 살짝 걱정이 요즘 휴가철이라..

구인 조건이 나와 맞는 부분이 많아 지원했더니 전화 인터뷰 없이 면접을 보자고 한다. 작년에 야거도 똑같았다. 필시 좋은 징조일거라 생각하고 면접에 갔는데 지금 회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신들린듯 2시간 반 동안 이야기 하고 나왔더니 개발 테스트를 본다고 한다. 주말에 보기에도 쉬운 문제가 나와서. 너무 오바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만들어서 보냈는데 메일을 못받았다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면접을 보자는데.. 메일을 다시 보내고 보니 뭔가 이상했지만..좋게 생각하고 오늘 2차 면접일이 되었다.

무엇에 대한 면접인지 설명이 없어서 그냥 앉아있는데 기술적인 질문을 폭풍처럼 물어본다. 대부분 내가 아는거라 또 미친듯이 설명하고..뭐 내 영어가 맞는지 안맞는지는 상관없이.. 폭풍 질문 시간이 지나고 높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나와서 또 폭풍 질문..인터뷰가 끝날 쯤에 지금까지 인터뷰 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했고 칭찬 일색이라 사실 개인적으로 내가 궁금했고 꼭 뽑고 싶다고 한다.

HR에 이야기 해서 계약서를 보내겠다고 거기에 오퍼 조건을 넣을테니 꼭 사인하고 같이 일하자고 한다.

보통은 맘에 들어도 나중에 알리겠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맘에 들었나? 여튼 내 입장에선 대단히 좋지만 약간 벙벙한 상태로 집으로 왔다.

이렇게 걸린 시간은 대략 10여일 남짓..아..정말 내가 젊었더라면 해외에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많이 배웠을텐데 여하튼 약간은 싱겁게 끝나버린 두 번째 구직후기이다. 아직 오퍼내용을 못봐서 확정은 아니지만 베를린에 더 좋은 회사가 있는것도 아니고.. 황당한 경우가 아닌이상 이곳으로 갈 것같다.

이제 퇴직 및 이직 절차와 관련 비자정보를 포스팅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말조심

독일로 와서 취직한 회사와의 고용 형태는 ‘종신고용’이다. 그래서 블루카드도 4년짜리를 받았고 33개월 이후 별다른 조건 없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본다면 이미 영주권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

회사에 다니면서 내 사업 준비도 해야지..이것이 나의 작은 계획이었고 회사일도 크게 힘들지 않고 이제 1년이 지나 여러가지로 적응이 많이 되면서 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참이었다.

지인들과 대화에서 가끔 ‘여기는 해고 시키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영주권까지 고고씽이야!’ 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였다.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아직 알리지도 않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속해있는 개발스튜디오 프로젝트가 돈줄인 퍼블리셔에 의해 취소되면서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것.. 아직은 고용계약 상태이고 법정관리하는 동안은 급여도 100% 나오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나의 고용계약도 취소가 되기 때문에 블루카드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독일어 B1 증명과 블루카드 상태로 21개월 이상 일했다면 영주권 도전을 하고 조금 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실업급여도 받으면서..) 나는 이제 15개월..(B1증명도 없음)

정확한 절차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엄청난 위기는 아니지만 험난한 구직 과정을 또(?)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래스가 밀려왔다. 더구나 지우는 학교에 엄청 잘 적응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면 그것 또한 스트래스..나 또한 여기서 이사하는게 엄두가 나지 않는데..

상황은 이렇다..7월부터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 관리를 받게 된다. 이 기간동안 회사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새로운 프로젝트 계약 등). 그리고 이 기간동안의 급여는 고용자 조합에서 100% 지급된다. 3개월동안 별 성과가 없으면 회사는 파산하게 되고 성과가 있다면(다른 회사의 인수나 신규 프로젝트) 다시 살아나게 된다. 파산을 하게 되면 고용계약이 취소가 되는데 하루아침에 고용계약이 해지 되는것이 아니라 2달 동안의 알림 기간이 주어진다. 즉 나의 경우 무려(?) 5개월 동안 별 일 없이 고용계약이 유지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내 고용계약은 11월 말일에 종료되고 그 날로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다른 회사에 취직해야 블루카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기간은 내년 2월 말..시간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베를린에 괜찮은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하지만 나에게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베를린에 있는 회사들에 지원해 보고 어려우면 다른 지역에 지원해 볼 생각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내 운명의 결정권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달려있어서 일찍부터 싫어했는데 독일에서 가장 빨리 영주권을 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일들이 생기니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독일은 직장인에게 너무 좋은 나라라는 생각도 든다. 프로젝트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3개월 동안은 놀면서 돈을 받는다(회사에 나와서 논다..). 심지어 내가 가진 휴가를 다 쓰고 하반기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거기서 또 휴가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 45일정도를 올해 휴가로 쓸 수도 있다(–;;;;;;). 말이 45일이지 2달이 넘는 기간인데.. 거의 놀고 먹는다고 봐야할듯..그리고 덕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구직 정보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인가?

하여튼 우리 가족은 참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있는것 같다.

내가 언제나 마음속에 경험으로 믿고 있는 한 가지는 ‘언제나 위기속에 가장 큰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어떤 새로운 기회가 나에게 올지 기대된다(제발 스트래스 받는 상황은 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