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아 지우야 지호야 시우야

대학에 가지 않아도 좋다.아니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좋다. 건강하게 너희들만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를 떠나 자립한 다음에는 우리가 부모라는 굴레로 너희를 얽매지 않도록 노력할게.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즐겨라. 우리가 해 줄 수 있는건 너희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 밖에 없는것 같다.

지우는 벌써 엄마아빠랑 티격태격하는 나이가 되었고 하루하루 의젓해지는 호야는 벌써 멋진 남자같다. 막둥이 시우도 이제 제법 이것저것 말을 하니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데 엄마아빠는 많이 지쳤는지 매일 짜증에 한숨이니 미안하다. 아빠는 많이 반성하고 있다.

좋은 아빠 흉내내고 행복한척 하기 전에 짜증내지 않고 화내지 않는 평범한 아빠부터 될게. 이게 어쩌면 아빠 욕심인지 아빠가 가자는 길에 엄마와 온 가족이 힘든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남들과 다른 삶이어서 어쩌면 더 힘들겠지만 더욱 의미있는 삶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아빠도..아직 아빠 스스로 아빠라는 호칭이 부끄럽지만 더 노력할게.

사랑하는 정은이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사랑해..

호야 추락..

오늘 호야가..말 그대로 추락했다.

유모차를 세워뒀는데..바람이 불어서..유모차가 움지였고..
그게 계단으로 움직여서 계단에서 유모차가 180도 뒤집에 지는 대형사고 였다.
안전밸트도 안해뒀고…

정은이 비명에 정신없이 뛰어가서 지호를 안았다..
왜 내가 뛰어갈때까지 지호를 못꺼냈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뒤집어진 유모차 속의 지호는 괜찮아보였지만…
유모차가 거꾸로 뒤집어진 마당에 그 안에 있던 아기가 괜찮을리 없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머리가 하얗게 변한다음..브레이크를 채워놓지 않는 내가 원망스러워 졌다..
나때문에 이렇게 된거라..

다행인지 크게 다치지는 않은거 같고..
다쳤다면 머리는 둘째치고 목뼈나 척추인데..잘 가누는걸로 봐서 괜찮아 보인다.
놀라서 계속 우는데.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후벼파는거 같다..

오늘 만나기로 한 일본 사람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걸 보니 벌써 출발한거 같다.

겨우 지호도 달래고 정은이도 달래고 덩달아 우는 지우도…

이게 뭔가 싶다..

내가 왜 이랬나 싶다..

모든걸 다 떠나서 이건 내 잘못이다..
일반 밸트를 안했다..밸트를 했으면 유모차가 뒤집어졌어도 매달려 있을것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안잡았다. 내가 유모차를 가져와서 다른곳이로 이동할때 그냥 가버렸다..

브레이크만 잡았어도 당연히 이런일은 없었을 건데..

지호를 안고 이곳저곳 주물러 봤다….특별히 반응하는 부위는 없었지만 굉장히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게 느껴졌다..

지우가 의자에서 떨어졌을때에도..내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못막았다..

다행히..정말 다행히 그때나 오늘..이렇게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내가 모르고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손길이 미치는 거리에..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늘은 세상이 나에게 준 큰 경고라 생각한다.
정말 앞으로 하나라도 허투로 생각하고 쉽게 넘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누군가 나를 챙겨주던 시기는 지난지 오래다..이젠 내가 모든걸 다 확인하고 챙겨야 한다..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