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로..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은 조금 길었다. 휴양도 아니고 관광도 아니고..그렇다고 내가 일을 하기도 좀 어려웠다. 그저 맛난거 먹으러 이것저것 돌아다닐 뿐..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쿼터가 초과되어 인터넷 사용이 굉장히 어려웠다.

쿠알라룸푸르는 2-3주정도 있었다면 딱 좋았을 도시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2-3달 정도 있었어도 좋았을 뻔했다.

1월 2일 쿠알라룸프르에 와서 31일까지 세타팍에 있는 아파트에 있다가 airBnB 를 통해 KLCC 근처의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2월6일까지 빌렸는데, 이 때가 음력 설 연휴가 마무리되어 비행기 값들이 굉장히 싸지기 때문이다.

세타팍에 있을 땐 집은 넓고 가구가 하나도 없어서 왕왕 울리는 소리와 바깥 도로에서 들리는 오토바이 굉음, 아파트의 층간소음으로 정말 미칠것 같아서 KLCC의 스튜디오로 가는것을 은근 기대했는데…밤이 되어 자려고 보니 저녁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클럽의 음악소리가 어마어마했다. 쿠알라룸푸르의 강남같은 곳이라 때때로 슈퍼카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건 보너스로…

푸켓으로 갈까 발리로 갈까 페낭으로 갈까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목적지를 발리로 잡고 나서도 숙소를 어디로 정할지..한곳에 계속 있을지..여러곳을 돌아다닐지..부모님을 불러서 같이 있을지.. 2주 정도를 매일 새벽까지 고민했던것 같다.

결국 2월6일부터 9일은 발리 북쪽의 빌라, 9일은 발리 서쪽의 빌라, 10일은 발리 중심의 우붓에서 머물기로 하고 렌트카까지 예약했다. 모든 숙소는 airbnb를 통해서..

2월 6일 아침 9시20분에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 5시에 세계최고 택시브라이버인 데반을 불렀다. 5일과 6일 거의 잠을 못잔 나는 2시간정도 쪽잠을 자고 데반의 전화를 받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 후 발리 덴파사 공항으로 출발! 아이들이 잘거라 생각했는데 세녀석 모두 3시간의 비행동안 한숨도 자지 않았다….

발리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빌렸는데 우핸들..수동..그리고 발리의 엄청난 오토바이와 열악한 도로 ㅠㅠ 네비게이션도 없어서 일단 심카드를 사려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더구나 발리 북쪽과 서쪽은 대형 마트도 없다고 들어서 미리 까르프를 들려서 가려고 하는데 정신없이 가다보니 까르프 간판발견! 겨우 까르프에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보고 심카드까지 사서 출발! 하지만 기름이 없어 현금도 좀 찾고 기름을 넣은 다음 목적지인 북쪽으로 출발했다.

거리상으로는 80키로정도밖에 안되는데 평균 30키로정도로 서행해서 가야만 하는 상황에, 발리 중간에 있는 아궁산을 관통해 가는지라 어마어마한 오르막,내리막,구불구불 코스를 통과하다보니 5시간정도 운전을 해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서 좀 제대로 쉬면서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벌써 눈깜짝할 사이 5일이 지나버렸다.

어제는 컴퓨터가 고장나서 부팅용 USB스틱을 사러 20키로 정도 떨어진 도시에 갔다가 경찰한테 잡히기도 하고..전혀 인터넷카페같지 않은 현지인들이 사용하는(여기는 발리에서도 시골) 피시방에 들려 겨우 컴퓨터를 고치고..오늘은 지우가 호야랑 놀다 처음으로 이빨이 빠졌다. 올해 빠질 이빨이긴 하지만 예고도 없이 이렇게 빠져버리다니…

하여간 이제 정신을 좀 추스렸으니 발리에서 한달간은 알차게 놀고 여러가지 준비도 조금 알차게 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