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입학

호야가 Grundschule 에 들어갔다. 11월 생이라 내년에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유치원에서는 너무 심심해 해서 그냥 올해 보내기로 했다. 정식으로 이번 주 부터 다니고 있는데 아직 초기라 잘 적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2년 전, 지우를 학교에 보낼때는 정말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고 지우도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학교에 밀어넣다시피 했었는데 지우가 너무 적응을 잘 해주어서 지금 지우는 큰 걱정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말 그대로 독일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생각으로 그 시간들을 보내왔었을지..

호야는 유치원을 계속 다녀서 독일어를 조금 하기는 하지만 지우만큼 잘 하지는 못한다. 그나마 이번에 학교가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계속 연습을 해서 훨씬 좋아진게 보인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부모가 관심을 가진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지만 특정한 분야에 부모가 관심을 가져주면 아이들도 그 만큼 더 노력하는것 같다.

사실 호야는 학교에 잘 적응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잘 적응한다기 보다 어딜 가도 비슷하기 때문에 적응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부모로서 호야가 힘든점은, 호야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도 명확해서 자기가 싫은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거꾸로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것만 잡고 늘어진다. 뭔가를 가르쳐 줄려고 하는데 관심이 없으면 이미 듣고 있지 않는게 느껴지지만 본인이 궁금한것들은 끝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특징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인지 제대로 답해주지 못하고 있다. 호야한테는 중요한 시간일텐데..

지우한테 통했던 방법들이 호야한테는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물론 시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셋이지만 공유되는것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가진 우리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다. 누구 하나 소흘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꾸만 호야한테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도 단지 호야가 표현을 해서 그럴 뿐 지우나 시우한테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우리도 아이들도 성장하겠지만 조금은 이런 성장통이 버거울 때가 있다. 언제나 나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을런지..

독일이 문제일까?

시간이 너무나 빠르다. 지우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것 같다. 여전히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또래 아이들은 말로 의사소통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번 주 부터는 가을 방학이 시작되어 2주간 논다. 논다기 보다…학교가 노는 곳인데 못놀게 되어(?) 조금 아쉬워 하는것 같다.

호야도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데 큰 문제 없어 보인다.

시우는 여전히 활발하고 많이 먹고 시끄럽게 잘 크고 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아이들은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사실 그렇다. 문제라기보다는 생각보다 더 잘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것 같다. 문제는 우리들이다. 아직도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다. 정은이는 가끔 왜 우리가 독일에 와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 속상해 한다.

많은 부분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기대했던 것과도 다르다. 직접 겪어보는 생활은 어디에 살던지 비슷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도 있다. 심지어 기후가 다르고 먹거리가 다른것도 큰 스트래스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즐길 수 있었을 부분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애들이 셋이나 있고 아직 어리니 유럽의 중심에 와 있으면서도 베를린 바깥으로 여행이나 나들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멀리 가 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지금 가 봐야 더 고생이라는 걸 아니 늘 집 근처 놀이터나 동물원만 다니고 있다.

더구나 아직도 장만하지 못한 살림살이가 많아 이것도 어마어마한 스트래스다. 특히 우리와 같이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렇게 모든 살림을 장만해야 하는 상황은 어마어마한 스트래스다. 티비를 사야 하는데 티비장을 못골라서 못사고, 티비장을 사야하는데 쇼파가 없으니 컨셉을 못잡아서 못사고 쇼파는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 모든게 멈춰있는 상태다.

신발엔 구멍이 뚤렸지만 아직도 맘에 드는 새 신발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 물건은 그래도 어려움 없이 구입했는데 이것도 애들이 셋이다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금요일이 지우 생일이라 킥보드를 사러 갔다가 이걸 3개를 사야한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보호대도 헬멧도 전부..

그래도 지우가 학교에서 방과후 과정까지 하고 오후 4시에 오고  호야도 다음주 부터는 그 쯤 집에 올 것이다. 그러면 정은이도 조금은 시간이 생기겠지..

그래봐야 우리는 아직 독일어 공부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독일에 온지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스트래스들이 독일에 와서 신난다는 기분보다는 우울한 기분을 많이 느끼게 한다. 그리고는 모든 원망이 독일에 집중되어 버린다. 물론 독일 생활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다. 느린 일처리, 우울한 날씨, 맛없는 음식..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가족의 삶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우가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호야가 유치원을 옮겼다. 사실 이것만 해도 한국에 있었더라도 어마어마한 변화이고 스트래스였을 것이다. 더구나 매일 집에 있던 내가 회사를 다시 다니기 시작한 것도 엄청난 변화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들을 일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2014년의 어마어마한 하루 하루들이 지나고 있다. 단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었고 머리가 터지고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고민했던 하루 하루들…

아직도 사야할 물건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이다. 언젠가는 이런것들이 다 없어질 날이 올까…?

두 번째 전화 인터뷰

첫 번째 전화인터뷰의 결과는 낙방.

그리고 맨 처음 이력서를 넣고 포지션이 맞지 않아 반려된 곳(영국에 본사가 있는 독일 지사)의 본사에 내 포지션에 해당하는 자리가 나와서 이력서를 넣어봤다. 베를린에 넣었는데 떨어졌었다는 말과 함께…

어쩐 일인지 바로 전화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이 왔고 그것이 바로 오늘..

부모님도 놀러오셨는데 마음에 부담만 생기고 영 의욕이 안생긴다. 이러다 인터뷰가 끝나면 또 후회 하려나..

이력서를 받자마자 희망연봉을 먼저 협상하던 함부르크의 회사에서도 내일 테스트를 보자는 연락이 왔다. 뭐..내가 생각하기에도 연봉-기술-인간의 순서대로 채용하는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심지어 연봉은 계약직전에 다시 협상할수도 있으니… 하지만 채용을 희망하는 입장에서는 약간 마음이..아무튼 내일 원격으로 기술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평소 괜찮게 생각했던 회사..하지만 핀란드에 있고 내 포지션은 뽑지도 않는 곳에도 이력서를 넣었다. 그것도 아주 뻔뻔스럽게..나 잘하니까 뽑아라 내 포지션은 아니지만 나 똑똑하니까 배워서 잘할게..이렇게..–;

작년부터 느낀거지만 세상의 기회는 나에게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면 수 많은 기회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번 영국 본사 인터뷰도 그렇고..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이력서 넣는데 돈드는것도 아니고 약간의 마음의 상처만 감수하면 뭐..

지인 소개로 대기중인 두 곳은 아직도 아무 연락이 없고 3월에 맨 처음 이력서를 넣었던 곳도 뭔 말이 없다. 그리고 뒤셀도르프에 있는 다국적 게임회사에(있는줄도 몰랐는데 아주 괜찮은!)도 이력서를 넣었고 지금 리뷰 상태이다(여긴 지원 사이트에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구직활동을 하며 느낀건..내가 잡 마켓에서 오랜시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라던가 준비가 많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기 때문에 커리어가 많이 지저분하다는것(ㅠㅠ 장점으로 승화시킬수도 있지만 너무 구차하다). 그리고 대부분 독립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팀단위 개발에 대한 최근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점. 개발 10년차가 넘어 득도한 부분들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 등이 아쉽다.

무엇보다 구직이라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스트래스를 주고 자존감을 좀먹는 상태인것 같다.

이번 전화인터뷰에는 지난번 인터뷰 경험으로 영어에 좀 자신을 가져볼까 했는데 영국 본사라니..본토 네이티브와 이야기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어 부담감은 더하다..ㅠㅠ 더구나 영국발음.

그래도 이번엔 그들이 원하는 답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물론 거짓말은 안되겠지만 위에 적어놓은 어쩔 수 없는 단점, 그리고 금방 극복가능한 부분에 대해 어필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력서를 넣은 회사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들인데 높은 비율로 인터뷰 요청이 오는걸 보면 서류상으로도 내가 쓸만한가보구나 싶으면서도..나도 그들과 같은 프로덕트를 얼마든지 만들수 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라지만 벌려놓은 사업에 작은 성과라도 더 이루고 싶은 욕심이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오히려 내 마음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도 큰 소득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일용직 노가다 체험과 새벽시장 풍경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랄까.. 나라는 인간은 하여튼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독일로 가는 이유, 한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

독일에 가려는 이유 중의 반은 한국에서의 문제점 때문이다. 즉, 독일이 좋아서 가는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살기 어려운 점이 많이서 이기도 하다.

이전의 글을 보고 독일 이민을 희망하는 몇몇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다들 비슷한 이유였고,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내가 독일에 가고 싶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가 사랑하는 와이프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이다. 

한국에 살면 ‘대입’이라는 주제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나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럴수록 아이들 스스로가 힘들어진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해 오는것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대입에 성공한 뒤에는 ‘독립’의 문제가 따라온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미숙한 상태로 성인이 되어버리는 우리나라 교욱제도때문에(개인적으로 입시경쟁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으로 생각), 실질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가 25세~30세 전후로 늦춰져버린다. 이는 그 개인에게도 굉장히 아쉬운 일이지만 몸만 어른이고 정신은 미성년인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의 인생에도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많으면 35살까지 아이들 데리고 있어야 한다니…

지금 내가 34살이고 막둥이가 2살인데 33년뒤면 67세까지 자식 뒷바라지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물론 대학 등록금과, 어쩌면 대학원이나 유학비용, 결혼 비용까지 생각하면..(심지어 나 본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앞날이 너무 막막하다(내 노후 준비는??)

더 황당한건 그렇게 키워봐야  잘하면 서울대쯤이나 나와서 의사나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노력과 비용이면 미국에서 MIT 나 하버드 쯤은 껌먹기로 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대학을 나오면 못해도 세계를 움직이는 무언가를 해낼수도 있을것 같은데 말이다.(못해도 서울대 나온것 보다는 잘 할것 같다. 같은 노력을 한 경우에..)

그러고 나면 내 자식들은 기본으로 몇 억씩 하는 집(그것도 닭장같은)을 사기위해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이나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작은 톱니바퀴로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성취나 행복,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지도자들이 나와서 국가가 발전해 간다면 조금의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을것 같은데, 이 부분은 거꾸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니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내 자식들에게 일어날 이 모든 불행한 일들이, 그나마 나와 와이프가 우리의 모든 인생을 희생하는 조건으로 만들어 진, 그나마 최선이라는 것이.. 정말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그다지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공교육만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이 가능했으면 좋겠고,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부모가 이런 교육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교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할 수 있도록 모두가 배려해주고 응원해주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우리, 부모의 삶을 찾을 수 있다. 자식이 중심이 되어 굴러가는 가정이 아니라 미성년인 자식을 보호하고 있는 가정의 부모가 중심인(당연하지만) 가정,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그것을 도와주는 가정말이다.

글을 쓰다보니 자식교육을 위해 독일에 가고싶다는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한국의 교육이 굉장히 과열되어 있고 그로인해 나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것에 절대적인 위협을 느낀다. 내가 아이들의 학교교육이 아닌 가정교육과 아이들과의 교감에만 신경쓸 수 있다면(이는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내 삶의 질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물론 사교육에 들어가는 경제적인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아이들의 독립에 들어가는 비용(대학 등록금과 결혼비용, 결혼전까지 부양비용)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러한 부담을 나에게서 벗겨준다면? 심지어 아이들이 질적으로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된다면?

그렇다면 내가 독일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는게 글을 쓰기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6년전..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약간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는, 그 테두리에 서 있는 나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닭장같은 아파트, 외할머니가 키워주는 자식, 맞벌이로 얼굴보기 힘든 가족, 연간 700여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출퇴근(말이 700시간이지 거의 1년에 20일을 풀타임으로 버리는거다..자는 시간 빼고 하루가 16시간이라면 정확히 1년 중 한달을 출퇴근 시간으로 사용하는거다.), 자식 교육에 집착하는(대부분 돈으로만 집착) 부모, 모든것을 경쟁으로만 알고 이기려고만 하는 아이들….

그리고 전원주택에 와서 살아보고 확신했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