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 시기, 질투

우월감은 행복일까?

만족스럽기는 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잘 하고 있다는 그 생각. 내가 진짜 잘 하는건지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이루어 진다. 내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고 행복해 하고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불행해진다.

왜 내 자신의 기준으로 행복할 수 없을까…왜 좀 더 어렸을 때 내 감정에 충실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나는 이런 불합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똑같은 현실에서 단 하루사이에 우월감과 시기, 질투를 왔다갔다 하는 이 마음이 참 부끄럽고 속상하다.

합격?

작년과 다르게 서류만 넣으면 인터뷰하자고 난리다. 내 능력이 늘었다기 보다 요즘 구인하는 업체들의 구인조건이 나와 맞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것 같다.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하고 친구들 추가를 엄청했더니 헤드헌터들한테 연락도 많이 온다. 주로 영국에 있는 개발 스튜디오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하는것 같다. 난 일단 베를린을 대상으로 구하는데 베를린은 뻔하다.

그 뻔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자니 두곳은 작년에 넣었던 곳이고 다른 한 곳이 남았는데 살짝 걱정이 요즘 휴가철이라..

구인 조건이 나와 맞는 부분이 많아 지원했더니 전화 인터뷰 없이 면접을 보자고 한다. 작년에 야거도 똑같았다. 필시 좋은 징조일거라 생각하고 면접에 갔는데 지금 회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신들린듯 2시간 반 동안 이야기 하고 나왔더니 개발 테스트를 본다고 한다. 주말에 보기에도 쉬운 문제가 나와서. 너무 오바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만들어서 보냈는데 메일을 못받았다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면접을 보자는데.. 메일을 다시 보내고 보니 뭔가 이상했지만..좋게 생각하고 오늘 2차 면접일이 되었다.

무엇에 대한 면접인지 설명이 없어서 그냥 앉아있는데 기술적인 질문을 폭풍처럼 물어본다. 대부분 내가 아는거라 또 미친듯이 설명하고..뭐 내 영어가 맞는지 안맞는지는 상관없이.. 폭풍 질문 시간이 지나고 높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나와서 또 폭풍 질문..인터뷰가 끝날 쯤에 지금까지 인터뷰 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했고 칭찬 일색이라 사실 개인적으로 내가 궁금했고 꼭 뽑고 싶다고 한다.

HR에 이야기 해서 계약서를 보내겠다고 거기에 오퍼 조건을 넣을테니 꼭 사인하고 같이 일하자고 한다.

보통은 맘에 들어도 나중에 알리겠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맘에 들었나? 여튼 내 입장에선 대단히 좋지만 약간 벙벙한 상태로 집으로 왔다.

이렇게 걸린 시간은 대략 10여일 남짓..아..정말 내가 젊었더라면 해외에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많이 배웠을텐데 여하튼 약간은 싱겁게 끝나버린 두 번째 구직후기이다. 아직 오퍼내용을 못봐서 확정은 아니지만 베를린에 더 좋은 회사가 있는것도 아니고.. 황당한 경우가 아닌이상 이곳으로 갈 것같다.

이제 퇴직 및 이직 절차와 관련 비자정보를 포스팅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말조심

독일로 와서 취직한 회사와의 고용 형태는 ‘종신고용’이다. 그래서 블루카드도 4년짜리를 받았고 33개월 이후 별다른 조건 없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본다면 이미 영주권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

회사에 다니면서 내 사업 준비도 해야지..이것이 나의 작은 계획이었고 회사일도 크게 힘들지 않고 이제 1년이 지나 여러가지로 적응이 많이 되면서 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참이었다.

지인들과 대화에서 가끔 ‘여기는 해고 시키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영주권까지 고고씽이야!’ 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였다.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아직 알리지도 않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속해있는 개발스튜디오 프로젝트가 돈줄인 퍼블리셔에 의해 취소되면서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것.. 아직은 고용계약 상태이고 법정관리하는 동안은 급여도 100% 나오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나의 고용계약도 취소가 되기 때문에 블루카드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독일어 B1 증명과 블루카드 상태로 21개월 이상 일했다면 영주권 도전을 하고 조금 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실업급여도 받으면서..) 나는 이제 15개월..(B1증명도 없음)

정확한 절차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엄청난 위기는 아니지만 험난한 구직 과정을 또(?)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래스가 밀려왔다. 더구나 지우는 학교에 엄청 잘 적응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면 그것 또한 스트래스..나 또한 여기서 이사하는게 엄두가 나지 않는데..

상황은 이렇다..7월부터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3개월 동안 관리를 받게 된다. 이 기간동안 회사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새로운 프로젝트 계약 등). 그리고 이 기간동안의 급여는 고용자 조합에서 100% 지급된다. 3개월동안 별 성과가 없으면 회사는 파산하게 되고 성과가 있다면(다른 회사의 인수나 신규 프로젝트) 다시 살아나게 된다. 파산을 하게 되면 고용계약이 취소가 되는데 하루아침에 고용계약이 해지 되는것이 아니라 2달 동안의 알림 기간이 주어진다. 즉 나의 경우 무려(?) 5개월 동안 별 일 없이 고용계약이 유지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내 고용계약은 11월 말일에 종료되고 그 날로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다른 회사에 취직해야 블루카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기간은 내년 2월 말..시간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베를린에 괜찮은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하지만 나에게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베를린에 있는 회사들에 지원해 보고 어려우면 다른 지역에 지원해 볼 생각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내 운명의 결정권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달려있어서 일찍부터 싫어했는데 독일에서 가장 빨리 영주권을 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일들이 생기니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독일은 직장인에게 너무 좋은 나라라는 생각도 든다. 프로젝트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3개월 동안은 놀면서 돈을 받는다(회사에 나와서 논다..). 심지어 내가 가진 휴가를 다 쓰고 하반기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거기서 또 휴가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 45일정도를 올해 휴가로 쓸 수도 있다(–;;;;;;). 말이 45일이지 2달이 넘는 기간인데.. 거의 놀고 먹는다고 봐야할듯..그리고 덕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구직 정보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인가?

하여튼 우리 가족은 참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있는것 같다.

내가 언제나 마음속에 경험으로 믿고 있는 한 가지는 ‘언제나 위기속에 가장 큰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어떤 새로운 기회가 나에게 올지 기대된다(제발 스트래스 받는 상황은 오지 않기를–;).

좋은 선생, 좋은 부모

만약 내 아이가 똑똑하다는 걸 알고(부모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또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고 하려고 노력하는데 선생님이 피하거나 귀찮아 한다면 어떨까?

평소에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이란,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올바른 지식을 잘 전달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님이 저렇게 노력하려고 해도 제도적인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로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선생님과 좋은 제도, 사회 분위기 등이 아이들이 교육 받는데 중요한 요소 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부모로 부터 받는 가정 교육일 것이다.

최근의 나의 모습은 내가 욕하던 선생님들 보다 훨씬 못한다. 아니 최근의 모습이라기 보단 최근에 이런 것을 더 알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 하고도 부족함이 있을 때 환경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텐데 부모로서의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고 환경만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갈수록 부모로서 못하게되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아직 이런 고민이 이른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저번 부터 생각했던 것처럼 좋은 부모가 되기 전에 ‘정상’적인 부모가 되는 것이 먼저니까..그리고 이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애들 옆에 있어주는것, 아이들 말을 들어주는 것 이게 전부인것 같다.

요즘 지우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해 버린다. 한 편으로 기특하면서고 한 편으로는 부모한테 이야기 해 봐야 안되니 그냥 내가 해 버리지..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저렇게 똑똑한 아이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스스로가 앞으로 못나가게 붙잡고 있는것 같고,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인 돈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내 마음을 볼 때, 또 속상하다.

잘 할 필요 없다.

어디나 무엇이나 똑같다. 집도 회사도 일도 가족도..잘 하려고 할 필요 없다. 못하지 말아야지. 다른거 신경 쓸 필요 없다 나 자신이나 잘 해야지.

아이들 적응은..?

지우야 오늘 가져가는 과자 친구들한테 나눠주고 다른 친구들이 또 달라고 하면 다음에 주겠다고 해. 다음에 또 줄게는 독일말로 어떻게 하는거야?

Morgen vielleicht! (Maybe tomorrow!)

적응 못할까봐 1년 늦게 학교를 보낼까 고민했던 것도 잠시..독일어 아는 단어는 오직 구텐탁,츄스,당케,피피막헨 4가지였는데(안녕,빠이,고마워,쉬마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이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선생님 말씀도 전달하고 읽기 쓰기도 제법 한다. 한국이었으면 올해 학교 갈 나이이고 생일이 늦어 사실 2년 일찍 학교에 간건데 학교에 가면 여기 저기 인사하고 아는 친구들 찾느라 바쁘고 여기저기 초대받아 놀러다니고 또 초대하고.. 숙제 더 하고 싶다고 미리 공부 다 해놓고 피아노 연습도 혼자 하고 정말 대단하다. 나는 8살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학교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끝나면 동네에서 노는게 고작이었는데 지우는 할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누나와 달리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호야…

유치원에 가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많이 논다. 아드리안이라는 단짝 친구가 생긴 뒤로는 부쩍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자기들 끼리는 간단한 독일어를 한다. 이리와..같은거.. 선생님이 물어봐도 언제나 고개만 끄떡이는데 옆에서 보면 조금은 알아듣기는 하는것 같다. 예를 들어 차마실래 쥬스 마실래? 하면 쥬스를 가르킨다던가.. 호야는 어리고 부끄럼이 많으니까..하면서 별 기대 없이 있었는데..어느날 호야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우 만큼은 아니지만 유치원 다닌지 오래도 아니고 호야 성격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 일이다. 대부분의 단어도 다 알고 있고..그 날 이후로는 자기가 궁금한거는 어떻게 이야기 하냐고 물어보고 적극적이 되었다. 호야도 이런 식이면 문제 없을 듯..

시우..

시우는 요즘 부쩍 말이 늘었다. 한참 말을 배우는 시기라 그런지 말이 많고 쫑알쫑알 시끄럽다. 독일어는 접할 기회가 없지만 기본적인 인사같은건 따라한다..누나 형이 있어 전혀 걱정은 안된다..성격도 젤 강해보이고–;

 

정말 다행이다..이 모든 것들이..

나한테 먼저..

뭔가 기대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만큼 행동했는지 생각 해 보자.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기대하는 마음은 똑같다. 나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언제나 남들에게 보다 관대하다.

내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잘못된 기준에서 부터 시작된다. 아니 애초에 아쉽다는 생각 부터가 잘못된 출발이다.

모든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한건데 남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고, 주위의 사람들이 나만을 위해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다 자신을 위해 각자 생각하고 살아가니 내가 기대하면 내가 아쉬운 것이 정상이다.

나를 위한 것은 그렇다고 인정하고 싫은 것은 억지로 하지 말자. 거짓을 걷어내고 내 감정 앞에 먼저 진실되어야 내 주변에도 진실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된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즐겁게 살 생각 도 잠시, 임신을 하고 부터는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지만 왜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대답할 수는 없다. 가끔은 부정적일 때도 많다. 요즘은 더욱 힘들다. 새로운 환경이나 독일에 살고있는건 별로 문제가 없는것 같다. 임신해서 출산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클 때까지 손이 많이 가고 우리가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이라도 조금 더 자면 좋겠다는게 우리의 바램이었으니까… 그런데 육체적으로 사람을 만드는 건 이렇게 육체노동으로 가능하다지만 정신적으로 사람을 만드는 건 정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적절하게 움직여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금새 길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부모의 하루하루를 그대로 보고 배우는 것도 큰 부담이다. 나 스스로가 완전하게 도덕적이거나 모범적이지 않은데 아이를 위해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 보면 아이들을 위해 내 행동을 제한해야 하는 것에서 스트래스를 받거나 내가 이렇게 의식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만큼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에 또 스트래스를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스트래스 만 받고 결국 똑같이 행동하지만…

완전한,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부족한 부분이 아이들한테 똑같이 보이면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또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인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나도 결국 사람, 그것도 불완전하고 어리게만 느껴지는 사람인데 가끔은 어디에 기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결국 내가 향하는 곳은 정은이 옆인데 정은이 또한 힘든 상황에 있으니 서로를 위로할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그냥 기나긴 전쟁 중에 찾아온 잠깐의 정적 속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서로의 피곤함을 나누는게 전부다.

그래도 희망적이라면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더 여유가 생기고 있다는 것과 부족한 우리를 마주하며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깨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것 같고 나중에 더 큰 문제로 우리는 고민해야 했을것 같다.

지난 주 어느 날 피아노가 배달 오는 날이라 늦게 출근을 했다. 지우와 호야는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와 피아노를 받고 조립을 한 뒤 회사로 향했다. 우반 역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 정은이와 호야와 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으로 호야만 데리고 셋이 걸어본 거리.. 아이가 하나였다면 우린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이내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힘든건 힘든거고 행복한건 행복한거니까..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은건 아니니까..

학교와 유치원에 매일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서도 매일 쑥쑥 자라는 그 뒷모습을 보며, 지금이 힘들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조금 더 늦게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치는것 같다.

무엇을 시작하든, 성격, 생각, 고민..모든것이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끝으로 다가간다.

어떤 관점에서 중간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아주 힘들다..모든것을 매 순간 의식해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지우/지호

오늘의 지우.

알람이 울리자 혼자 눈을 뜬다. 나한테 먼저 나가서 옷을 입겠다면서 나간다. 스타킹을 신으면서 구멍이 뚫려서 추운 스타킹이지만 이게 제일 이쁘다면서 방실방실 웃는다. 옷을 입으면서 아빠 일 너무 많이 하지 마라는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입었던 잠옷은 예쁘게 개서 놔둔다.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도 아빠한테 참 할 말이 많다. 아침을 먹고 머리를 빗고 도시락에 과자 좀 넣어달라는 부탁도 한다. 양치질을 하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나간다.

학교까지 데려다 주지 말라고 해서 교차로만 건너서 헤어지는데 끝까지 아빠 걱정을 한다. 빨리 일 끝내고 보기로 약속하고 하이파이브를 한 뒤 달려서 학교로 갔다. 오늘은 가방이 더 무거워서 힘들다고 한다. 어제 씽씽이를 오래 타서인지..

 

오늘의 호야.

자고 있는 호야를 들어다 식탁에 앉혔다. 나한테 떨어지기 싫어 징징거리다 컴퓨터로 뭔가 보여준다고 하니 자리에 앉았다. 지우를 데려다 주고 호야와 함께 유치원으로 향한다. 지하철도 타고 좀 걸어야 하는 거리지만 호야는 불평없이 잘 따라온다. 지하철 시간이 급해서 뛰자고 하면 그게 그렇게 신난지 활짝 웃으면서 뛴다. 손은 꼭 제대로 잡아야 마음이 놓인다.

걸을 땐 궁금한게 많다. 왜?왜?왜? 평소 성격 답지 않게 그래도 잘 따라오고 힘들다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유치원에 다가오면 아는 친구, 아는 사람이 누가 있나 궁금해 한다. 그리고 유치원에 들어가면 빨리 놀고 싶은 마음 반, 부끄러운 마음 반으로 늘 조금 망설이지만, 곧 아빠는 보지도 않고 놀러 들어가 버린다.

두 발 자전거를 못타니 씽씽이도 힘들게 타다가 어제 잠시 알려주니 이제 두 발을 씽씽이에 올리고도 중심을 잘 잡는다. 힘이 들지 않으니 더 신나서 한참을 타다가 집에 갈 땐 지쳐서 나보고 밀어달라고 한다. 아직 조그만게 역시 아기는 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