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급여 100회 그리고 나

2014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딱 100개월! 오늘 그 100번째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블루카드로 영주권만 받자고 시작했는데, 돌아온걸까 아니면 잘 찾아온걸까? 이 시점이 이런걸 생각하는건 이미 지난일이기에 큰 의미는 없지만 의미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드니까…

계획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숫자가 딱! 떨어지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조금 더 가져보고 싶다. 한 번에 딱 알 수는 없겠지만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나 스스로에 집중하고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한게 2002년 6월이고 중간에 쉬어본 적이 없으니 240번이 넘는 급여를 받은건데.. 독일에서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언제는 하고 싶어서, 언제는 그냥 흐르는대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고 대신 상황에 나를 맞추려 노력했던 시간이 많았다. 또 그런 시간들이 오래 지나다 보니 이젠 상황에 맞추는게 익숙해, 더욱 더 내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다.

물론 나에겐 가족이 늘 우선이지만 나에 대해 알지 못하고는 가족들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관성처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다면서 직장에 매달려 있는 경우처럼…

아무런 약속도 없이 시작하는 이 도전은 마치 독일에 처음 왔던 그 순간처럼 맨땅에 부딪히는 기분, 하지만 내가 겪어야 했고 했어야 했던 일을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닌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그 길을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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