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질렀다.

지난 주, 직장에 사표를 냈다.

우리는 큰 시리즈 투자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거의 99% 확율로 투자를 받을 것이며 마무리만 남아있는 시점이다.

회사는 지금도 괜찮은 샐러리를 주고 있고, 투자를 받게 되면 어느 정도의 쉐어도 약속한 상태이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니 여러가지 급한 압박으로 부터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좋은일만 남은 이 때, 나는 왜 이 회사를 떠나려고 노력하는 걸까…

사표를 낸 날, 회사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라고 한다. 당장 철회하라고도 한다. 언제든 철회를 해도 괜찮다고 한다.

다음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고 사표부터 냈다. 많이 배웠고 성장했던 회사였고 다른 창업자들과의 관계도 너무 좋았고 직원들과도 좋았다.

이유는 하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난 바보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려 한다. 얼마 되지 않는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프로젝트는 괜찮다. 도전하고 싶은 의욕을 만들어준다. 돈이나 포지션도 괜찮다. 마음이 맞다면 늦게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뢰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아주 작은 일로부터 믿음에 금이 가고, 그 믿음을 회복하기 전에 다른 생체기가 나고, 이러한 일들이 쌓여 결국 관계가 틀어지게 되는것이다. 그 시간은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 한 번 상대방의 진심을 보면 쉽사리 다른 방향으로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애초에 믿음을 져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부부사이인 나와 정은이도 이런 경험을 많이 겪으며 가까울 수록 서로 존중하고 조심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데,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도 그 행위에 대한 결과로 내 마음이 움직이는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회사에서…

단순히 신뢰를 잃은 관계라면 아마도 괜찮을 지 모르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그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난 사람을 자원 취급하며 계산기 두드리는것도 싫고 상대방의 말을 듣지도 않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내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게 통하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상황이든 미련없이 일어서왔던, 나에겐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즐거움’의 가치를 찾고자 찾은 회사였다. 그러기엔 조금 깊이 들어온 감도 없지 않지만, 지난 시간 정말 감사하게도 많이 배우고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나를 바꾸어 가면서 까지 더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건 성공이라고 하기도 힘들것 같다.

다음 도전이 무엇이 될 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것과 내가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을 할 것이다. 지금 생각으론 그냥 쉬는게 딱 그건데…

휴가

3일부터 20일까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원래 계획은 10일정도 어느 따뜻한 나라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우아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지만 비용과 날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베를린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뒹굴거리고 있다기에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서 지난 8일간의 기억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단 그 동안 고생한 정은이를 대신해 집안일을 전담하기로 하였다. 물론 나 혼자만 한 것은 아니지만..아들들 방을 다시 각자 쓸 수 있도록 정리.. 대청소.. 그리고 매일 2회 이상의 빨래와 5인 3식 준비와 정리가 기본이다. 늘 휴가때 그렇듯 미뤄두었던 가구를 샀다. 이번엔 지난 번 보다 더 비싸게..거실장과 침대를 구경하고 결제했다. 슈틸베악에서 늘 둘러본 것들이라 큰 시간 쓰지않고 바로 질러 버렸다. 중고차 한 대 가격의 침대라니 두근두근..

아이들과 미니골프, 스파이 박물관, 푸투리움, 마크트할레에 다녀왔다. 침실 책상을 처음으로 제대로 정리했다. 아이들 머리도 깍아주었고 잔디도 깍고 잡초들도 정리했다. 1테라에 가까운 사진과 개인 자료들을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백업했다. 장보고 이것저것 아이쇼핑하고 아이들이랑 프로젝터로 영화도 같이보고 늦잠도 잤다.

이제 겨우 8일 동안이었는데 왜 이렇게 할 일들이 많은건지..그 동안 정은이 혼자(내가 도와주긴했지만..) 이 일들을, 아니 방학 중이 아니었으니 이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 왔다고 생각하니 미안할 따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3일 째 부터는 정은이 피부가 좋아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더라..

앞으로 10일, 내일은 트로피칼 아일랜드에 놀러가기로 하였고, 토일월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어딜 가도 좋을것 같다. 2,3일은 어디든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수요일 치과 약속이 있으니 다음주 목금토일까지 다녀오는게 좋으려나 아니면 날씨 좋은 이번 주말에 다녀오는게 좋을지 고민이다.

가을 방학이 끝나면 바로 지우 생일, 할로윈, 호야 생일에..12월이 되면 이런 저런 행사로 바쁘겠지.. 이렇게 또 1년이 지나겠구나.. 올해 말에는 또 우리 삶에 한 가지 변화가 있을것 같으니 이걸 기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여튼 앞으로 10일간 머릿속을 비우는데 집중하고 싶다.

조직관리

70명 회사의 이해관계, 50명 개발자의 성장.. 보다 더 어려웠던건 내 자신이 어떻게 포지셔닝해야하는가와 스스로 채워넣어야 할 나의 목표였다. 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고 그들과 동등한 레벨에서 의사소통해야하는, 준비가 되어있다 않다면 실패만이 결과인, 포기의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매 순간들이 더 버겁다.

하지만 나도 성장하고 있으니까, 나 하나로 얼마나 바뀔수 있을지 또 생각해 본다.

Director of Software Development

지난 1년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여러 케이스와 상황으로 부터, 인사이트 있는 창업자들로 부터, 열정있는 동료들로 부터..

팀을 세팅하고 초기 회사 구조를 만드는 일은 내 회사를 가졌을때에도 가장 즐거웠던 경험중에 하나였는데 조금씩 시작한 그 일들이 인정을 받아 이제는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라는 멍석이 깔리기에 이르렀다.

이젠 헤드가 아니라 헤드를 관리하는..직간접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이 60여명에 달하는 약간은 부담되지만 즐거운 도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힘들고 거대해 보이지만 내 사업을 할 때 부족했던 모든 부분을 채워줄 동료들이 있으니 사실 그 때보다 훨씬 쉬울것이다. 그 땐 내가 잘하든 못하든 모든걸 혼자 했어야 했으니..

내 눈에 얼기설기 지어진것 처럼 보이는 이곳 저곳을 모두 덜어내고 뒤집어 엎고 하나하나 줄을 맞춰 늘어놓듯 정리할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람있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다. 나 또한 그런곳에서 일하고 싶으니까..

3달 뒤, 반년 뒤 이곳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6월 웃음과 한숨

한숨이 나오는건 힘이 든다는 뜻이지만 웃고있다는것은 지금 행복하기 때문이기도, 혹은 행복하고 싶다는 바램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나 스스로에게 나는 언제나 웃는 사람이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살고싶은..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이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늘 행복하고 늘 긍정하며 늘 이상적으로 행동하는건 아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나의 힘듦으로 주목받아본 적이 없고 그런 상황을 불편해하는게 마음 편한채로 지내다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신경쓰는 일이 다반사다.

가끔 마음이 정말 힘들어질때면 나 스스로를 속이는것 같고 내 마음속에 가면이 있는것 같은 괴리감에 작은 화가 나기도, 조그마한 힘듦을 더 보태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다독여 달래고 얼러, 무엇이 되었든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배움으로, 때로는 거짓이지만 나만의 만족으로 포장해서 그렇게라도 나는 나를 아꼈어야 했다.

오늘은 지금 회사에서 일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독일에 직장을 잡고 일한지 딱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길게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7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년 그리고 5년간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많이 힘들기도 했다. 지난 17년간의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단 하루도 나의 휴식이나 즐거움을 위해 쉬어본적도 취미나 별다른 여유를 가져보지도 않았다. 수 많은 시간을 그 시간의 가치에 부족할 돈으로 바꿔왔지만 그 가치마저 희석되어 이젠 나의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것에 누구도 즐거워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며 이사람 저사람한테 그들의 잣대로 평가받아가며 바꿔온 나의 가치들, 나의 노력들 그리고 나의 시간들.. 그렇게 내 가정을 꾸릴 연료를 만들고 열거할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잡다한 집안일로 기름칠해가며 나는 또 다시 오늘을 맞이했다.

나님, 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5월, WP를 Docker로…

보안 때문인지..오래된 PHP때문인지..한시간이 멀다하고 서버의 CPU점유율이 100%로에..DB가 계속 죽어서 가벼운 블로그 솔루션을 찾다가 일단 OS를 초기화 하고 도커로 워드프레스를 띄웠다. 백업하고 리스토어 한 김에 고장난 URL들도 고치고 하다보니 새벽이 되어버렸다.

사진 확인차 슬쩍 읽어본 15년전 일상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금도 바쁘게… 무언가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다. 이제 자야지..고쳐놨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

추가..그럼에도 불구하고 DB가 계속 죽어서 더 확인해 보니 결국 메모리 이슈..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 🙁

3월

같이 일할 사람을 모셨다. 계약은 끝난것 같고 지리한 비자 프로세스가 남아있다. 데브옵스 한분..그리고 PO 한 분.. 이 분은 IAMG 때 부터 인연이 있었다. 빨리 즐겁게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회사에서는 큰 조직개편이 있었다. 작은 팀이나 업무로 가지고 있던 프로덕트를 팀으로 만들어 4개의 팀을 관리하게 되었다. 이 회사의 모든것을 다 알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는데..이 회사의 모든것을 다 하는 포지션으로 가는것 같아 걱정이다. 급한 불들만 끄고 모두에게 새로운 목표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4명정도를 더 채용해야 하는데 롤도 제각각이라 좋은 사람을 모셔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사온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드디어 식탁과 쇼파를 새로 장만했다. 평일 휴가내고 놀러간 Stilwerk에서 맘에 꼭 들었던 쇼파! 색상과 천 정하러 간 두 번째 방문에 꼭 맘에 들었던 식탁과 의자! 그리고 큰 고민없이 결제! 이제 독일이 그러하듯 6주만 기다리면 집으로 배달되어 올것이다. 이제 몇몇 조명과 몇몇? 부분 개선만 하면 적어도 조금 꾸며놓은 집 같아 보이겠지..

올해 첫 자전거를 탄 다음날 바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나와 정은이것 두 대.. 보험에 보상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다음주면 4월이다.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바깥에 더 많이 나갈 수 있을것 같다. 바베큐도 개시하고..마당에서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어야겠다.

내 딸 지우

이것 저것 심부름 하고 모은 돈을 아껴다가 아빠한테 용돈으로 주는 지우..
아빠가 출장가기 앞서 1분이라도 더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는 지우..
아빠가 휴가를 내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아빠와 같이 있을거라는 지우..
나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는 지우..

자기는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데 그에 비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면서 이제는 노력을 할거라고 말하며, 남자아이들이 자기를 놀리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게 인기 있다는게 아닐까? 하며 깔깔 웃기도 하고, 지나간 선생님들에게 정을 주고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자주 바뀌는 선생님 때문에 아이들을 선동해 교장 선생님한테 편지를 쓰기도 하는 지우..

운동이 좋아 늘 호들갑 떨며 뛰어다니고 음악이 좋다며 하루 종일 콧노래에 춤추기 먹는 것은 나보다 더 먹고 이 일 저 일 관심은 얼마나 많은지..

핸드폰도 해야 하고 자기 공부도 해야 하고 엄마아빠 참견에 동생들 놀아주기 공부 도와주기 시키지도 부탁하지도 않은 수 많은 일과 걱정들.. 그렇게 우리 딸은 늘 바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네 덕북에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너와 같은 딸이 있다는 것이 기적보다도 더 어려운, 나에겐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다.

우리의 복덩이, 우리 딸, 내 딸 지우!
모자란 아빠 밑에서 이렇게 잘 자라주어 너무 고마워.. 사랑해..!!

집으로

한 달만에 집에 왔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도 그렇지만 앞 뒤로 가족과 1주일씩 도합 2주를 헤어져 있었던것이 너무 힘들었다. 나의 이쁜이들…

아이들도 아빠와 헤어지는건 처음이라 공항에서 여러번 울음바다를 만들었다. 가족의 소중함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오래간만에 한국에, 그리고 출장으로 중국에 가서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 된 가족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그 전에 이러한 가족을 꾸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과 글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다.

올 한해는 어떻게 즐거울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말 알차게 행복해야지!!

12월

정기 릴리즈와 회사의 중요 발표가 겹쳐 눈코뜰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라고 과거형으로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새로 맡은 팀에 2명의 팀원이 합류했고 파키스탄 지사의 우리팀 맴버 3명이 트레이닝 차 방문해 와서 더욱 바빴다(역시 과거!). 그리고 2019년에 마무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이곳은 지금 한국..2014년 출국 후 2번째 방문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한국행은 아버님의 건강이 주된 이유였다. 공교롭게 엄마도 발목이 부러져 입원해 있는 상황.. 1주일 전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2주간 학교도 빠지고 나도 3주간의 휴가! 맘 편하게 놀러온 휴가는 아니지만 회사를 옮기고 처음으로 쉴 수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 출장과 워크샵까지 겹쳐 사무실 출근은 무려 28일이 되어야 가능한데, 그 간의 계획을 짜서 공유하느라 힘들었다.

1주일(6일)만에 본 아이들은 훌쩍 커 있었고 정은이는 더 피곤해 보였다. 가장 스트래스를 많이 받고 있는 정은이..

2년 조금 넘어 방문한 한국은 익숙하면서도 많이 낯설다. 오늘부터 아이들 데리고 조금 돌아다녀보면 어떨런지.. 2019년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넘치는 에너지를 나누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에너지가 있다면). 액션아이템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