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암트

image

작년에 엄마아빠가 배로 보낸 소포가 쫄에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한 1년 안걸리다가 오래간만에 걸린것 같은데 아예 내야할 세금이 30유로 정도로 계산되어 왔다. 회사가 끝나고 세관에 들렀더니 박스를 열어보라고 하는데 역시나 별게 없었다. 세금은 내지 않고 무거운 박스를 들고 집에 오는데 너무 힘들었다. 차가 있었으면 아무 부담 없을 일인데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이 상황도, 차를 사지 않고 이유없이 미루는 내 자신도.. 반면에 요즘 운동을 하려 노력하는데 이것처럼 좋은 운동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또 사야할 물건들이 밀려간다. 물건 구매가 두근두근 기대로 다가오는건 언제쯤일까? 우리한테 소비는 쌓인 빨래더미같이 어서 처리해야 할 또 다른 일로만 느껴진다.

주말 일기

image

토요일
지우가 프란치스카 생일 파티에 가는 관계로 부득이 외출을 해야했다.
아침으로 빵과 만두를 준비하고 점심에는 미트볼로 먹었다. 밀린 빨래/건조를 마치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제인을 만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밀라는 프란찌네 고양이가 무서워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선머슴처럼 남자애들 하는것만 좋아하는 애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다니…
집에와서 쥬라기 공원을 함께 보고 공룡 놀이와 간지럼 놀이를 하였다.
시우가 장난기가 어찌나 넘치는지 울면서도 끝없이 놀려고 한다. 내가 그간 이렇게 놀아주지 못해서 더 재밌어 하는것 같다.
시우가 재미있으니 호야도 덩달아 신났다. 한참 놀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다. 점심에 먹니 마니 하더니 둘 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다.
실제로 키를 잰 다음부터는 부쩍 키를 의식하며 밥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웃는 것도 힘이 들었는지 시우는 쥬라기 공원 보는 도중에 잠시 졸았다. 재미가 없었는지 애들이 나중에는 계속 장난을 걸어서 또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었다. 지우는 프란치 엄마한테 이야기 해서 1시간 더 놀고오는걸로 해서 밤 늦게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호야가 자꾸 안나가려고 해서 자전거 라이트를 가지고 나가자고 하니 신이 났다. 프란치 엄마가 풍선도 챙겨주고 기분좋게 나왔다. 고양이 때문인지 지우가 눈이가려워 비볐는데 눈이 퉁퉁 부었다. 애들 씻기고 양치하고 눕히니 9시 반..

image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유부초밥과 주먹밥을 만들어서 애들에게 주었다.
시우가 제일 빨리 먹었고 호야는 제일 많이 먹었다. 어쩐일로 지우가 가장 늦게 먹었다. 어제 생일파티에서 받아온 과자를 동생들과 먹겠다고 하길래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껌도 씹었다고 카라멜도 먹었다가 하는걸 보니 귀엽다. 바깥에 눈이 많이 와서 나가 놀자고 하니 다들 반응에 시큰둥이다.. 독일 애들은 이런 날씨에 더 나가 노는데..게으른 아빠가 될 수 없어 수영장을 가자고 하니 다들 신났다. 애들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 동안 집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1주일 간 쌓인 빨래도 다 정리하고 울빨래도 한 번 돌렸다. 집을 출발하니 12시 50분.. 꼬맹이들 추울까봐 트레일러에 태웠다. 지우는 가는 도중에도 눈사람을 만들고 난리다. 수영장 가는 길에 있는 큰 공원에 썰매타고 눈놀이 하는 가족들로 바글바글하다. 겨울이라 수영장이 열었을지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지우는 혼자서 씻고 들어가보겠다고 난리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지우,호야,시우 모두 즐겁다. 어찌나 잘 노는지 정신이 없다. 야외로 연결된 수영장도 계속 운영중이라 모두 다같이 나가서 시원한 바람도 맞고 신이 났다. 그렇게 2시간 반을 쉬지않고 노니 모두들 입술이 파랗고 지쳤다. 애들 씻기고 옷 입고 나오는 것만 30분이 걸렸다. 또 눈밭을 걸어서 집에 가는 도중에 모두들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지우는 저번에 지나친 되너집이 아쉬웠는지 그 곳을 콕 찝어서 이야기 하길래 되너와 감자튀김을 샀다. 감자튀김은 가면서 먹으라고 트레일러에 넣어주니 호야랑 시우는 또 신났다. 나랑 지우도 걸어가면서 하나씩 빼 먹으니 더 맛있었다. 그 와중에 엘라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애 셋 데리고 수영장 다녀왔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자전거 끌고 가는 뒷모습이 좀 쓸쓸해보인다. 모두를 끌고 집으로 와서 남은 되너와 빵으로 밥을 먹으니 벌써 6시.. 수영복을 빨아 널어 놓고 집 정리하고 양치시키고 눕히니 8시다. 예상했지만 10분만에 모두 꿈나라로..

image

아이들이 많이 커서 이제 같이 놀아주는 것도 힘들지 않고 재밌다. 무엇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그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바깥에 나가도 말을 잘 들으니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다. 1년전에 나 혼자 아이들 본다는게 얼마나 어려웠는지..시우가 어리고 말을 막 배울 시기에 엄마만을 찾아서 정말 힘들었다. 요즘은 잘 때 엄마 없이도 자고 밥도 잘 먹고 나랑 노는걸 즐거워 하니 어려움이 없다. 이번 주말은 나도 아이들도 재밌게 잘 보냈다. 주중에는 어렵지만 주말에는 꼭 이렇게 몸도 부비고 함께 있어야겠다. 길어봐야 저녁 8시까지인데 오늘은 조금 아쉽기 까지 하다.
날이 안풀리면 수영장, 풀리면 공원..할 일이 참 많은데 그 동안은 너무 힘들게만 생각했던것 같다. 주말동안 혼나는 아이들도 없었고 애들한테 짜증도 부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지우의 ‘이번 주말은 최고였어!’ 라는 칭찬에 지친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었다.

2016

image

2016년도 우리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큰 계획 없이도 작은 계획들 소소하게 이루고 더 성숙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요즘들어 정은이와 내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 부부가 비슷한 걸로 보아 어쩌면 아빠와 엄마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차이의 근본은 결국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인가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알고, 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면 다음은 노력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지는 자신이 얼만큼 행복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은 성인이 되기 전에 부모로서 우리가 깨우쳐줘야 한다. 방향을 잡는 것은 아이의 몫이고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얼핏 간단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 많은 편견과 싸워야 하고 부모로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무엇이든 넘쳐나는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이라고 불리는 것들로 채우는 것과 이는 아주 다른 문제이다. 때로는 부족함이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한다. 중요한것은 이러한 눈에 보이는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진짜 환경일 것이다. 부모가 세운 목표에 아이를 맞추려 하면 아이가 생각하는 가치와 부모가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게 된다.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쓸데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결국 ‘다양한’ 경험은 부모의 기준에서 끝나게 될 확율이 높다.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은 더 어렵다. 처음에는 느리게 보일지라도 그 느림 속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아이의 노력이 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니 정말 아무 생각이 없더라도 설령 부모가 시켜서 한다고 그게 정말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즐겁게 공부 했던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단 1년 뿐이었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나 스스로 했기에 즐거웠고 잘 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가진 능력도 비슷하다. 시작은 단 6개월이었다. 병특시작하고 회사일과도 관계없었지만 너무 재밌어서 6개월을 거의 밤샘하다시피 공부한 것으로 지금 15년을 먹고 살고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책 읽기를 좋아해서 국민학교때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누가 나에게 시키는 것은 강하게 거부했고, 내가 하고싶은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했던 기억이 난다. 즉 엄마아빠가 나한테 그렇게 노력하고 시키려 했던 모든 것들은 나에게 철저히 무시당했고, 서로의 시간만 낭비시켰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독일에 왔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부부를 위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그 무엇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알려주고 싶다. 무엇이 있는지를.. 한국에서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모두 어딘가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늘 그랬었다. 하지만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뛰는것은 너무 힘들었고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방향은, 때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그 방향을 정하고 거리를 가늠해 보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왜냐면 언젠가는 ‘스스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도와주면 나중에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더 실망스러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부모로 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독립해서도 스스로 잘 판단하도록 키우고 싶다. 사립학교, 과외, 명문대..겉으로 보기에 행복하기 위한 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을것 같다. 스스로 사고 하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그저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내 자신도 때때로 마음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식은 내가 낳은 존재이면서 남인 존재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생각이겠지만 부모의 기준으로는 자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너의 인생을 살게 해 주는 것, 이게 부모로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사고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이제 자식을 남으로, 나와는 가장 가까운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자. 내가 너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고 조언해 주고 도와줄 수 있지만 내가 너를 무엇으로 만들 수는 없다. 네가 정한 의지에 나는 따라가고 도와줄 수 있지만 너를 내 의지에 맞춰 끌고갈 수는 없다. 길고 넓게 생각해야 아이의 시야도 따라온다. 목표도 방향도 없이 좋다는 것만 다 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베를린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내가 얼마나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지와 의무교육이 인간의 일생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5년 뒤를 상상하기 어렵다. 다양한 언어 구사능력과 사회적인 교류 말고 과연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일지..내가 부모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우월감, 시기, 질투

우월감은 행복일까?

만족스럽기는 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잘 하고 있다는 그 생각. 내가 진짜 잘 하는건지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이루어 진다. 내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고 행복해 하고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불행해진다.

왜 내 자신의 기준으로 행복할 수 없을까…왜 좀 더 어렸을 때 내 감정에 충실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나는 이런 불합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똑같은 현실에서 단 하루사이에 우월감과 시기, 질투를 왔다갔다 하는 이 마음이 참 부끄럽고 속상하다.

좋은 선생, 좋은 부모

만약 내 아이가 똑똑하다는 걸 알고(부모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또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고 하려고 노력하는데 선생님이 피하거나 귀찮아 한다면 어떨까?

평소에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이란,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올바른 지식을 잘 전달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님이 저렇게 노력하려고 해도 제도적인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로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선생님과 좋은 제도, 사회 분위기 등이 아이들이 교육 받는데 중요한 요소 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부모로 부터 받는 가정 교육일 것이다.

최근의 나의 모습은 내가 욕하던 선생님들 보다 훨씬 못한다. 아니 최근의 모습이라기 보단 최근에 이런 것을 더 알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 하고도 부족함이 있을 때 환경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텐데 부모로서의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고 환경만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갈수록 부모로서 못하게되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아직 이런 고민이 이른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저번 부터 생각했던 것처럼 좋은 부모가 되기 전에 ‘정상’적인 부모가 되는 것이 먼저니까..그리고 이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애들 옆에 있어주는것, 아이들 말을 들어주는 것 이게 전부인것 같다.

요즘 지우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해 버린다. 한 편으로 기특하면서고 한 편으로는 부모한테 이야기 해 봐야 안되니 그냥 내가 해 버리지..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저렇게 똑똑한 아이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스스로가 앞으로 못나가게 붙잡고 있는것 같고, 결국 가장 쉬운 방법인 돈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내 마음을 볼 때, 또 속상하다.

잘 할 필요 없다.

어디나 무엇이나 똑같다. 집도 회사도 일도 가족도..잘 하려고 할 필요 없다. 못하지 말아야지. 다른거 신경 쓸 필요 없다 나 자신이나 잘 해야지.

나한테 먼저..

뭔가 기대하고 싶은게 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만큼 행동했는지 생각 해 보자.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기대하는 마음은 똑같다. 나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언제나 남들에게 보다 관대하다.

내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잘못된 기준에서 부터 시작된다. 아니 애초에 아쉽다는 생각 부터가 잘못된 출발이다.

모든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한건데 남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고, 주위의 사람들이 나만을 위해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다 자신을 위해 각자 생각하고 살아가니 내가 기대하면 내가 아쉬운 것이 정상이다.

나를 위한 것은 그렇다고 인정하고 싫은 것은 억지로 하지 말자. 거짓을 걷어내고 내 감정 앞에 먼저 진실되어야 내 주변에도 진실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된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즐겁게 살 생각 도 잠시, 임신을 하고 부터는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지만 왜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대답할 수는 없다. 가끔은 부정적일 때도 많다. 요즘은 더욱 힘들다. 새로운 환경이나 독일에 살고있는건 별로 문제가 없는것 같다. 임신해서 출산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클 때까지 손이 많이 가고 우리가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이라도 조금 더 자면 좋겠다는게 우리의 바램이었으니까… 그런데 육체적으로 사람을 만드는 건 이렇게 육체노동으로 가능하다지만 정신적으로 사람을 만드는 건 정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적절하게 움직여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금새 길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부모의 하루하루를 그대로 보고 배우는 것도 큰 부담이다. 나 스스로가 완전하게 도덕적이거나 모범적이지 않은데 아이를 위해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 보면 아이들을 위해 내 행동을 제한해야 하는 것에서 스트래스를 받거나 내가 이렇게 의식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만큼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에 또 스트래스를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스트래스 만 받고 결국 똑같이 행동하지만…

완전한,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부족한 부분이 아이들한테 똑같이 보이면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또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인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나도 결국 사람, 그것도 불완전하고 어리게만 느껴지는 사람인데 가끔은 어디에 기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결국 내가 향하는 곳은 정은이 옆인데 정은이 또한 힘든 상황에 있으니 서로를 위로할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그냥 기나긴 전쟁 중에 찾아온 잠깐의 정적 속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서로의 피곤함을 나누는게 전부다.

그래도 희망적이라면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더 여유가 생기고 있다는 것과 부족한 우리를 마주하며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깨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것 같고 나중에 더 큰 문제로 우리는 고민해야 했을것 같다.

지난 주 어느 날 피아노가 배달 오는 날이라 늦게 출근을 했다. 지우와 호야는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와 피아노를 받고 조립을 한 뒤 회사로 향했다. 우반 역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 정은이와 호야와 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으로 호야만 데리고 셋이 걸어본 거리.. 아이가 하나였다면 우린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이내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힘든건 힘든거고 행복한건 행복한거니까..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은건 아니니까..

학교와 유치원에 매일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서도 매일 쑥쑥 자라는 그 뒷모습을 보며, 지금이 힘들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조금 더 늦게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극

사람은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치는것 같다.

무엇을 시작하든, 성격, 생각, 고민..모든것이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끝으로 다가간다.

어떤 관점에서 중간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아주 힘들다..모든것을 매 순간 의식해서 살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