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지 두 달이 되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음악도 듣는다. 뭔가 공부할 거리를 들으며 출퇴근해야겠다 생각했다가 그냥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일은 많고 바쁘고 공부해야할것도 배우는것도 많다. 피곤하다. 다리근육은 엄청 늘었는데 살은 조금 빠지다 말았다. 부모님이 오셨다 가셨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지만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더 생긴것 같다. 나와 정은이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가족이 중심이 되는 시기인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이 시간도 없어지겠지..

자전거 타기가 힘들지만, 특히나 이 여름에, 재미있다. 건강해지는 기분도 흐르는 땀도 오가는 길의 풍경도 좋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부분 부분을 엿보며 지금 내가 가지게 된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돈, 건강 이런건 노력하면 얻을 수 있지만 배우자나 아이들은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베를린엔 멋진 곳과 멋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과 사람들도 많다. 어떤 곳에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 베를린에서의 삶이 달라진다.

열심히 사는 하루로 만족할 수 있다.

결정장애

이사온지 8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냥 두거나 미루자니 집 정리도 안되고 한번에 처리하자니 결정을 못하겠다.

결정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때문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욕심..

그렇게 결정을 미루고 미룬게 너무 오래 되었고, 일들은 줄어들기는 커녕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늘어나 이제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전선에 매달려 있는 전구나 화장실 한켠에 쌓인 수건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이다.

그 동안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여러 갈등과 고민을 겪어 왔으나, 나는 어제 결정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물론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희생하는 것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오늘부터 나는 우선순위를 정해 모든 일을 척척척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내가 기본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수 많은 일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오늘은 퇴근후 가구점에 들려 복도에 놓을 신발장, 화장실에 놓은 선반 및 가구, 호야 책상 등을 볼 예정이다. 이케아에서 상품권 구매시 10% 추가 증정 행사가 있으니 이케아에 들려서 미리 상품권도 좀 사 두어야 겠다. 그리고 Zigbee 통신으로 롤라덴 셔터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결론 내려야 한다. 아일랜드 식탁 위 전선 마감하는 것도, 거실 등도 빨리 처리하고 싶다. 정은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티비장도 바꾸고 시우 방에 있는 예전 이케아 책장도 다른 이쁜걸로 바꾸고 싶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제품들도 처리해야 하고 이불도 새로 사고 싶다. 애들 방에 꾸며주기로 했던 것들도..정원 용품도.. 창고와 지하실 정리도..

바꾸고 싶다는 것..

한 달 넘게 아이들한테 화내지도 짜증내지도 않았다가 호야 생일날 저녁에 또 화를 내고 말았다.
감기에 걸려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 회사에서도 스트래스가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었다.
바로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결국 화를 내지 않고 싶다는건 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말과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의 감정이 정상적이기는 어려울것 같다. 화를 내고 싶지 않다면 화를 참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여유를 찾도록 노력해야한다.

지난 시간동안의 경험으로 시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감정과 스트래스가 결국은 내 신체적인 컨디션으로부터 나온다. 잠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바로 감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다. 나는 몸이 육체적으로 충분히 건강하고 피곤이 없는 상태를 여유가 있는 상태라 생각하고 싶다.

요즘은 몸이 안좋아서인지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입맛도 별로 없다. 맥주도 커피도 마시지 않고 좋아하던 고기도 별로 먹지 않게 된다.

이번 감기가 좋아지면 다시 자전거 운동을 시작해야 겠다.

가을방학

아이들 가을 방학을 맞이하며 조금이나마 휴가를 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막내가 열이 심한 관계로 오늘은 1,2번만 데리고 외출했다.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지난주 지우가 선물로 받은 롱보드도 개시하고 호야 인라인 연습도 할 겸 템펠호프로 갔다.

지우는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게 타고 호야는 한 번 넘어지더니 급 흥미를 잃고 가만히 서 있는다. 인라인을 타는게 아니라 주변의 까마귀나 다른걸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주차해 놓은 차에 들락날락거리며 템펠호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야가 가고 싶어했던 수영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늘 손님이 많고 평도 좋은 되너집으로 갔는데 되너 먹자고 노래부르던 두 녀석은 반도 못먹고 포기..

다음으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쉐네베악 로젠탈 수영장에 갔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는데 호야가 재밌게 놀아서 덩달아 신났다. 도전을 좋아하는 지우는 3미터 다이빙도 하고 50미터 수영장을 세번을 혼자 왕복했다. 지우는 제대로 가르쳐준게 하나도 없는것 같은데 하는것 마다 잘하고 재밌어하니 정말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지우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가는길에 차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놀고 같이 불렀다. 집에와서는 영화로 마무리..

피곤해서 조금 짜증은 냈지만 종일 싸우지도 않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아 주어서 나도 종일 행복했다. 간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있었던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도 오늘 하루는 최고였다고! 시우가 열이 내려야 할텐데..

다시 태어나기

대학교때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날..

무언가 바꾸고 싶었던 날..

나는 정은이한테 ‘오늘부터 난 다시 태어날거야’ 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크게 바뀌는것도 없었다. 늘 말로만..

최근 2-3달 동안 많이 무기력하게 지냈다. 무기력하다고 해서 회사나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굴러다녔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의욕만 없었지 수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어쩌면 그 ‘수 많은’ 일들 때문에 의욕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기력했던 건지도.. 나한테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졸업이나 입학, 이직과 같은 하나의 이벤트 처럼 내 마음을 다잡을 계기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이런 일이 생기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억지로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바꿀 필요도 없으니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는 결국 ‘다시 태어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 오늘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 보자. 다시 태어난 삶이 이전과 똑같더라도 내가 손해볼건 없으니..적어도 오늘 아침에 이 선언을 함으로 정은이가 웃을 수 있었으니..

어제까지의 나야..고생만 죽도록 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부터의 나는 마음껏 즐기고 열심히 살게! 수고했다!

성장

계획했던(?) 큰 목표들을 달성한 지난 3년간 우리 부부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 독일에 처음 왔을 때가 수십년 전 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젠 아기가 아닌 막둥이 시우.. 모든일에 자신감을 찾아가는 지호.. 여전히 뭔가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지우..

지우는 이제 안아주기도 힘들 만큼 커버렸다.

흠.

한국 방문

14년 1월 한국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2주가 조금 넘는 기간이라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유럽여행을 1-2주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으므로 만날 사람도 최소한으로 하고 양가 부모님들 뵙고 아이들 챙기는 것에 집중했다. 부모님이 매년 독일로 오셔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반면에 처가 어르신들은 그렇게 못해서 가능한 처가에 오래 머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결혼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처가에서 보낸것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서로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그 결과로 조금은 더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은이가 자라온 환경을 직접 경험 하면서 정은이에 대해서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냥 정은이를 따라가서 도와주고 어르신들 뵙는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기대 없이 갔기 때문에 큰 설레임도, 무언가 하려는 의지도 많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독일과 비교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좁은 인도나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여러 가지는 금새 적응 하여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공격적이고 그러한 자세로 마주친다는 부분은 조금 힘들었다. 내가 이 나라에 오래 살았고 또 나도 그들 중 하나인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처음 느꼈던 여러가지 불편한 부분들에 금새 적응해 버리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가치를 깍아내려 이 불합리한 상황들에 맞춰버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합리화가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 만큼 낮은 질의 삶과 형편없는 자존감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고, 비단 나 뿐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적인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얼마나 낮고, 따라서 내가 2주간 느꼈던,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것 같았던 사람들의 마음이나 공격적인 자세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지 또 그 반대급부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뒤로 밀리게 되는 불합리는 감수해야 하는지.. 최순실처럼 큰 권력형 비리에는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어째서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불합리와 위법 상황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합정동 공항버스 정류장을 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은 너무 위험하다였다. 중앙차로에 정차한 버스가 우릴 내려준 곳은 차가 무섭게 달리는 8차선 도로 한복판이었고 이 좁고 긴 버스 정류장에는 자신이 탈 곳을 찾아 것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횡단보도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고 아이들이나 노약자가 밀려 도로로 넘어져 다치거나 죽어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것 같은, 마치 공포를 체험하기 위한 놀이시설과 같은 장소였다. 물론 휠체어가 지나다는것은 불가능 하고 아이들과 케리어를 끌고 그 인파를 지나는 우리들은 마치 내가 죄인인 마냥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합정역 로타리를 건너는 3개의 신호등 중 하나가 빨리 바뀌고 도로폭이 좁다는 이유로 너도 나도 할것 없이 빨간불에 건너는 것은 마치 본인의 기준에서 불합리한 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목숨을 걸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였다.

처가 앞에 세워진 수 많은 불법 주차 차량들로 처가에 출차나 주차가 어려울 때면, 불법주차를 한 장본인이 나와 뭘 이런거 가지고 이러냐며 인상을 쓰거나 혹은 웃으면서 차를 빼는 것을 도와주는데 더 황당한 것은 이런 행위가 마치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웃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내집 앞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자동으로 단속하는 첨단 CCTV를 피하려 주차금지 푯말로 번호판을 가리면서 까지 주차를 해 놓았는데 그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그 불편을 감내한다.

다른 사람의 주차장에 잠시, 혹은 장시간 주차하며 본인이 못 빠져나갈 것을 걱정했는지 주차장 입구에 주차하여 그 곳에 거주하고 주차해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기본이고 차를 빼달라고 시간과 전화비를 들여야 부탁해야 하는 것은 권리를 가진 정당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불법 광고/간판들이 모든 벽면/거리에 부착되어있고 일방통행로 역주행이나 사거리 교차로에서의 불법 주정차 같은것은 애교로 봐 줄 정도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이러할 정도인데 식당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은 어떨까? 과연 수 많은 위생관련 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을지, 음식물 유통,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지..과연 생활의 기본적인 법규도 지키지 않고 타인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자신의 비지니스가 적법하게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나 기업의 상부 권력이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썩어 있는 것은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사회적 공동체의 약속인 모든 법규의 무게가 조금은 다를 수 있겠지만 약속으로 정한 이상 모든 구성원들이 최대한 지키려 노력해야 그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이익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이 당연한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살기에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인생 하나 감당하는 것도 어려울 판에 남들 뒷치닥거리까지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억울함과 어려움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이라고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간은 결국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조금은 다르다. 선진국이라 서로 인격적으로 성숙해서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줄을 서지 않으면 모두 손해본다는 것을 아니까 불만이 있어도 참고 지키려 노력하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동의 이익을 해했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비난하는, 어찌보면 ‘정’없는 나라이다.

결국 누구를 욕할 것도 없이 우리 한 명 한 명이 일상처럼 지키지 않는 수 많은 ‘작은’ 약속들이 그 끝에 기형적인 결과를 만들고 그 공동체가 바로 우리나라인 것이다. 나도 피해자이자 가해자 이며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관계로 엮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독일행을 택했고 이번 한국 방문으로 상대적인 만족감을 더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속상하다.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나의 나라에 사는 것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그냥 속상하고 안타깝다.

독립

나는 2008년에 창업해서 약 4년간 여러가지 일들을 했었다. 2013년에는 남은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하고 나만의 게임도 만들어 보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관리가 자유롭고 직장이라는 시스템에서 벗어남으로서 나와 가족의 삶은 질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 외주에 의존하던 사업을 자체 서비스로 바꿔보려고 시도중에 독일에 오게되었고 다시 들어오기 싫었던 직장이라는 시스템이 어쩔 수 없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그 시스템 안에서만의 가치를 위해 이런 저런 스트래스를 받고 고민하고 또 결심하기를 여러 번.. 이제 조금 구체적으로 독립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신 이번에는 외부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얼마든지 나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마련.. 아직 한국에 있는 법인도 살아있고, 지금 독일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일종의 ‘파견근무’로 생각하고 이곳의 직장생활을 유지해도 될 것같다. 즉, 다시 더욱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기력하고 승진이나 급여, 인간관계로 많은 스트래스를 받겠지만 내 회사의 메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이런 스트래스 없이도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내 개인 프로젝트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니 왜 진작에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최근에 하고싶은 개인 프로젝트들이 몇가지 생겨서 이렇게 결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난 달, 무려 5가지의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나하나 재밌고, 배울 수 있고 또 가능성을 확인 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아직 조금 느리지만 조금씩 진전도 있고 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또 이러한 선순환이 반복되면서 더 큰 동기부여가 되고 개별 프로젝트들의 진행도 조금씩 빨라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꾸준히 가능성을 시도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것이 굉장히 정신건강에 좋을것 같다. 그래서 독립을 선언하기로 했다. 그냥 마음속의 작은 결심이 아닌 멈춰서 있던 내 회사를 다시 굴리는거다. 지금 직장은 외주개념의 메인 프로젝트로, 개인 프로젝트들은 내 회사가 일어서기 위한 기반 프로젝트들로..

회사로서 내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독립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2017년부터는 작은 성과라도 스스로 증명해보일 수 있도록 하는것이 목표다.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 만큼 작은 좌절은 있어도 결국 이루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상

방학하고 처음으로 Hort 에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지난 2주간 Hort가 방학인줄도 모르고 몇 번 문을 두들겼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심 실망하던 지우였다. 오래간만에 둘이 손을 잡고 걸으니 그 새 지우 손이 커졌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부쩍 자라는 지우가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오늘은 열었을까? 아니면 어떡하지? 나누는 대화 중에 실망스러운 상황을 대비하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그래..너도 조금씩 철이 들었구나.. 이젠 지우도 조금씩 모든것이 다 자기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다행히 오늘은 Hort가 열었다. 한달음에 3층까지 뛰어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다. 대장 선생님과 껴안고 선생님은 지우 얼굴을 감싸고 진심으로 반가워한다. 그 모습에 덩달아 나도 그 손안에 있는 것처럼 웃음이 나온다.

호야는 요즘 부쩍 자기 옆에서 자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지 한참 뒤에는 엄마와 자리를 바꾸라고 이야기 하거나 엄마한테 굴러가 버린다. 엄마가 너무 좋지만 아빠도 좋아..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아빠를 속상하게 할 수도 없고 어쩌지…하는 생각이 보인다.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다.. 나도 어릴 때 마음이 여리여리 하고 딱 호야처럼 내성적이었던것 같다. 호야가 완벽주의자라는 것만 빼고는 성격이 나와 많이 닮았다. 여기 까지 생각하니 혼자 속상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많을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다. 하지만 또 혼자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자라나겠지…생각해본다.

막둥이 시우는 요즘 너무 바쁘다. 형이 하는 말과 행동은 다 따라해야 하고 거기에 또 자기 일 까지 해야 하니 안바쁠 수가 없다. 어제 한참 자는 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리 저리 넘어지면서 화장실에 갔다. 아주 한 참을 그곳에 있다가 (아마도 살짝 잠들었던 것 같다) 침대로 들어와 누웠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대견하다. 셋 중 가장 신경쓰지 않아 기저귀도 늦게 졸업하고 쉬야하는 것도 대충 가르쳤는데 자면서 실수한 적이 거의 없고 셋 중에 가장 적다. 아직도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좋다고, 엄마 얼굴에 수 십번씩 뽀뽀하고 안아주는 막둥이 덕분에 정은이 힘든 일상에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준다.

구입한 차도 도착하고 방학과 부모님 방문 덕에 정신 없이 2달을 보냈다. 2달 전에 살짝 추웠는데 그 사이 한 여름이 다 지나고 다시 추워지고 있는 요즘이다.

처음 독일에 와서 변덕스러운 날씨와 불편한 일상에 속상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한가득인데 지금은 바뀌는 날씨도 너무 좋고 사소한 불편함은 무리없이 잊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하루하루 즐거운일, 속상한일 많은 이벤트로 채워지고 있다.

독일에 왔다는 사실도 한국을 떠나왔다는 사실도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우리는 이제 잘 적응하고 있다. 무려 2년이 넘었음에도 독일어 공부 하나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딱히 걱정은 안된다. 짧고도 긴 이 시간동안 우리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성장한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수 많은 생각들과 다른 환경 속에서 느끼고 바뀌게 된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해 줄 것임은 말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