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안녕!

일보고 일처리 못한 찝찝함처럼 남아있던 페북을 정리했다. 최종 단계인 탈퇴는 내 타임라인의 기록을 백업하는대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무의미한 친구리스트도 광고로 도배된 타임라인도 내 인생의 시간낭비도 모두 안녕!

10월

글 자주 써야지 했는데 돌아보면 한 달이 지나있다.

아버님이 아프셔서 입원을 하셨다. 여러가지 생각과 걱정 그리고 고민이 있었는데 정은이만 할까.. 내가 할 수 있는건 내 건강이라도 잘 챙기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오니 다시 독일 분위기가 난다. 이번 주 처음으로 캠핑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기대 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주변사람을 다시 정리 중이다. 옆에 있어 두근거리지 않고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사람과는 1초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내 주변에 배울 수 있는 사람, 존경하고 싶은 사람, 두근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에겐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부족하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너무 소중하니깐.

회사일은 잘 하고 있다. 내가 할 일을 넘어서 팀의 일은 대부분 파악했고 이제는 다른 팀의 일들도 파악 중이다. 이 회사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업무의 반 이상은 알고 있는것 같다. 회사의 모든 업무를 최소한 80%이상 알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아이들에게 배움을 얻는 단계가 되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다짐한 지 1년이 지나 생각해보니 단꿈을 꾼 것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면서 10여년 뒤면 달라질 생활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4년 그리고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우리가 이루어낸 하나하나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이게 정말 우리가 한 것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하고 엄청난 일들을 해왔다. 다시 돌아가면 이것의 반의 반도 이루지 못할게 분명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나와 정은이 그리고 아이들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우리 가족은 최고야! 라고..

부자는 아니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빚도 없이 돈 걱정 없는 편안한 삶이다. 사고싶은 것 언제든지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할 여유는 조금 부족하지만 가족들과 부대끼는 것 말고 딱히 하고 싶은것도 별로 없다. 여유가 있어 행복하고 행복해서 감사하고 우리가 온전히 스스로 이루어 낸 시간들이라 자랑하고 싶다.

우리 둘 다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다. 어디 가서도 당당할 수 있게 발버둥 친 결과다. 남보다 수 배 이상 노력한 결실이다. 어렵지도 않고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똑같이 다시는 못하겠다. 다만 앞으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뿐..

남은 3달, 아이들 생일이 몰려있어 1년 중 가장 바쁘고 즐거운 우리집. 그 어느때 보다 즐거운 가을, 겨울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또 훌쩍 커야지..

9월

지난 한 달 간의 깨달음과 생각 정리.

.자신이 선택한 삶에는 후회가 없다

.깨닫는 것과 성장의 차이는 삶의 뱐화에 있다

.어리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하나씩 자세하게 정리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 프로젝트로 시직한 WebGl에 재미를 붙였다. 간만에 덕업이 일치하는 기분이다. 정은이는 다시 본격적으로 독일어를 시작했다.

유현이가 다시 수술을 해야했는데 다행히 잘되었다고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서 하루하루 안아주기가 바쁘다. 아이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8월이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지 두 달이 되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음악도 듣는다. 뭔가 공부할 거리를 들으며 출퇴근해야겠다 생각했다가 그냥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일은 많고 바쁘고 공부해야할것도 배우는것도 많다. 피곤하다. 다리근육은 엄청 늘었는데 살은 조금 빠지다 말았다. 부모님이 오셨다 가셨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지만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더 생긴것 같다. 나와 정은이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가족이 중심이 되는 시기인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이 시간도 없어지겠지..

자전거 타기가 힘들지만, 특히나 이 여름에, 재미있다. 건강해지는 기분도 흐르는 땀도 오가는 길의 풍경도 좋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부분 부분을 엿보며 지금 내가 가지게 된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돈, 건강 이런건 노력하면 얻을 수 있지만 배우자나 아이들은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베를린엔 멋진 곳과 멋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과 사람들도 많다. 어떤 곳에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 베를린에서의 삶이 달라진다.

열심히 사는 하루로 만족할 수 있다.

결정장애

이사온지 8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냥 두거나 미루자니 집 정리도 안되고 한번에 처리하자니 결정을 못하겠다.

결정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때문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욕심..

그렇게 결정을 미루고 미룬게 너무 오래 되었고, 일들은 줄어들기는 커녕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늘어나 이제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전선에 매달려 있는 전구나 화장실 한켠에 쌓인 수건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이다.

그 동안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여러 갈등과 고민을 겪어 왔으나, 나는 어제 결정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물론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희생하는 것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오늘부터 나는 우선순위를 정해 모든 일을 척척척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내가 기본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수 많은 일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오늘은 퇴근후 가구점에 들려 복도에 놓을 신발장, 화장실에 놓은 선반 및 가구, 호야 책상 등을 볼 예정이다. 이케아에서 상품권 구매시 10% 추가 증정 행사가 있으니 이케아에 들려서 미리 상품권도 좀 사 두어야 겠다. 그리고 Zigbee 통신으로 롤라덴 셔터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결론 내려야 한다. 아일랜드 식탁 위 전선 마감하는 것도, 거실 등도 빨리 처리하고 싶다. 정은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티비장도 바꾸고 시우 방에 있는 예전 이케아 책장도 다른 이쁜걸로 바꾸고 싶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제품들도 처리해야 하고 이불도 새로 사고 싶다. 애들 방에 꾸며주기로 했던 것들도..정원 용품도.. 창고와 지하실 정리도..

바꾸고 싶다는 것..

한 달 넘게 아이들한테 화내지도 짜증내지도 않았다가 호야 생일날 저녁에 또 화를 내고 말았다.
감기에 걸려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 회사에서도 스트래스가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었다.
바로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결국 화를 내지 않고 싶다는건 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말과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의 감정이 정상적이기는 어려울것 같다. 화를 내고 싶지 않다면 화를 참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여유를 찾도록 노력해야한다.

지난 시간동안의 경험으로 시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감정과 스트래스가 결국은 내 신체적인 컨디션으로부터 나온다. 잠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바로 감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다. 나는 몸이 육체적으로 충분히 건강하고 피곤이 없는 상태를 여유가 있는 상태라 생각하고 싶다.

요즘은 몸이 안좋아서인지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입맛도 별로 없다. 맥주도 커피도 마시지 않고 좋아하던 고기도 별로 먹지 않게 된다.

이번 감기가 좋아지면 다시 자전거 운동을 시작해야 겠다.

가을방학

아이들 가을 방학을 맞이하며 조금이나마 휴가를 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막내가 열이 심한 관계로 오늘은 1,2번만 데리고 외출했다.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지난주 지우가 선물로 받은 롱보드도 개시하고 호야 인라인 연습도 할 겸 템펠호프로 갔다.

지우는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게 타고 호야는 한 번 넘어지더니 급 흥미를 잃고 가만히 서 있는다. 인라인을 타는게 아니라 주변의 까마귀나 다른걸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주차해 놓은 차에 들락날락거리며 템펠호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야가 가고 싶어했던 수영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늘 손님이 많고 평도 좋은 되너집으로 갔는데 되너 먹자고 노래부르던 두 녀석은 반도 못먹고 포기..

다음으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쉐네베악 로젠탈 수영장에 갔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는데 호야가 재밌게 놀아서 덩달아 신났다. 도전을 좋아하는 지우는 3미터 다이빙도 하고 50미터 수영장을 세번을 혼자 왕복했다. 지우는 제대로 가르쳐준게 하나도 없는것 같은데 하는것 마다 잘하고 재밌어하니 정말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지우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가는길에 차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놀고 같이 불렀다. 집에와서는 영화로 마무리..

피곤해서 조금 짜증은 냈지만 종일 싸우지도 않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아 주어서 나도 종일 행복했다. 간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있었던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도 오늘 하루는 최고였다고! 시우가 열이 내려야 할텐데..

다시 태어나기

대학교때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날..

무언가 바꾸고 싶었던 날..

나는 정은이한테 ‘오늘부터 난 다시 태어날거야’ 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크게 바뀌는것도 없었다. 늘 말로만..

최근 2-3달 동안 많이 무기력하게 지냈다. 무기력하다고 해서 회사나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굴러다녔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의욕만 없었지 수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어쩌면 그 ‘수 많은’ 일들 때문에 의욕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기력했던 건지도.. 나한테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졸업이나 입학, 이직과 같은 하나의 이벤트 처럼 내 마음을 다잡을 계기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이런 일이 생기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억지로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바꿀 필요도 없으니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는 결국 ‘다시 태어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 오늘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 보자. 다시 태어난 삶이 이전과 똑같더라도 내가 손해볼건 없으니..적어도 오늘 아침에 이 선언을 함으로 정은이가 웃을 수 있었으니..

어제까지의 나야..고생만 죽도록 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부터의 나는 마음껏 즐기고 열심히 살게! 수고했다!

성장

계획했던(?) 큰 목표들을 달성한 지난 3년간 우리 부부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 독일에 처음 왔을 때가 수십년 전 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젠 아기가 아닌 막둥이 시우.. 모든일에 자신감을 찾아가는 지호.. 여전히 뭔가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지우..

지우는 이제 안아주기도 힘들 만큼 커버렸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