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

아이들 가을 방학을 맞이하며 조금이나마 휴가를 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막내가 열이 심한 관계로 오늘은 1,2번만 데리고 외출했다.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지난주 지우가 선물로 받은 롱보드도 개시하고 호야 인라인 연습도 할 겸 템펠호프로 갔다.

지우는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게 타고 호야는 한 번 넘어지더니 급 흥미를 잃고 가만히 서 있는다. 인라인을 타는게 아니라 주변의 까마귀나 다른걸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주차해 놓은 차에 들락날락거리며 템펠호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야가 가고 싶어했던 수영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늘 손님이 많고 평도 좋은 되너집으로 갔는데 되너 먹자고 노래부르던 두 녀석은 반도 못먹고 포기..

다음으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쉐네베악 로젠탈 수영장에 갔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는데 호야가 재밌게 놀아서 덩달아 신났다. 도전을 좋아하는 지우는 3미터 다이빙도 하고 50미터 수영장을 세번을 혼자 왕복했다. 지우는 제대로 가르쳐준게 하나도 없는것 같은데 하는것 마다 잘하고 재밌어하니 정말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지우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가는길에 차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놀고 같이 불렀다. 집에와서는 영화로 마무리..

피곤해서 조금 짜증은 냈지만 종일 싸우지도 않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아 주어서 나도 종일 행복했다. 간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있었던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도 오늘 하루는 최고였다고! 시우가 열이 내려야 할텐데..

일상

방학하고 처음으로 Hort 에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지난 2주간 Hort가 방학인줄도 모르고 몇 번 문을 두들겼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심 실망하던 지우였다. 오래간만에 둘이 손을 잡고 걸으니 그 새 지우 손이 커졌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부쩍 자라는 지우가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오늘은 열었을까? 아니면 어떡하지? 나누는 대화 중에 실망스러운 상황을 대비하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그래..너도 조금씩 철이 들었구나.. 이젠 지우도 조금씩 모든것이 다 자기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다행히 오늘은 Hort가 열었다. 한달음에 3층까지 뛰어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다. 대장 선생님과 껴안고 선생님은 지우 얼굴을 감싸고 진심으로 반가워한다. 그 모습에 덩달아 나도 그 손안에 있는 것처럼 웃음이 나온다.

호야는 요즘 부쩍 자기 옆에서 자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지 한참 뒤에는 엄마와 자리를 바꾸라고 이야기 하거나 엄마한테 굴러가 버린다. 엄마가 너무 좋지만 아빠도 좋아..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아빠를 속상하게 할 수도 없고 어쩌지…하는 생각이 보인다.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다.. 나도 어릴 때 마음이 여리여리 하고 딱 호야처럼 내성적이었던것 같다. 호야가 완벽주의자라는 것만 빼고는 성격이 나와 많이 닮았다. 여기 까지 생각하니 혼자 속상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많을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다. 하지만 또 혼자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자라나겠지…생각해본다.

막둥이 시우는 요즘 너무 바쁘다. 형이 하는 말과 행동은 다 따라해야 하고 거기에 또 자기 일 까지 해야 하니 안바쁠 수가 없다. 어제 한참 자는 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리 저리 넘어지면서 화장실에 갔다. 아주 한 참을 그곳에 있다가 (아마도 살짝 잠들었던 것 같다) 침대로 들어와 누웠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대견하다. 셋 중 가장 신경쓰지 않아 기저귀도 늦게 졸업하고 쉬야하는 것도 대충 가르쳤는데 자면서 실수한 적이 거의 없고 셋 중에 가장 적다. 아직도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좋다고, 엄마 얼굴에 수 십번씩 뽀뽀하고 안아주는 막둥이 덕분에 정은이 힘든 일상에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준다.

구입한 차도 도착하고 방학과 부모님 방문 덕에 정신 없이 2달을 보냈다. 2달 전에 살짝 추웠는데 그 사이 한 여름이 다 지나고 다시 추워지고 있는 요즘이다.

처음 독일에 와서 변덕스러운 날씨와 불편한 일상에 속상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한가득인데 지금은 바뀌는 날씨도 너무 좋고 사소한 불편함은 무리없이 잊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하루하루 즐거운일, 속상한일 많은 이벤트로 채워지고 있다.

독일에 왔다는 사실도 한국을 떠나왔다는 사실도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우리는 이제 잘 적응하고 있다. 무려 2년이 넘었음에도 독일어 공부 하나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딱히 걱정은 안된다. 짧고도 긴 이 시간동안 우리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성장한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수 많은 생각들과 다른 환경 속에서 느끼고 바뀌게 된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해 줄 것임은 말 할 것도 없다.

 

쫄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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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엄마아빠가 배로 보낸 소포가 쫄에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한 1년 안걸리다가 오래간만에 걸린것 같은데 아예 내야할 세금이 30유로 정도로 계산되어 왔다. 회사가 끝나고 세관에 들렀더니 박스를 열어보라고 하는데 역시나 별게 없었다. 세금은 내지 않고 무거운 박스를 들고 집에 오는데 너무 힘들었다. 차가 있었으면 아무 부담 없을 일인데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이 상황도, 차를 사지 않고 이유없이 미루는 내 자신도.. 반면에 요즘 운동을 하려 노력하는데 이것처럼 좋은 운동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또 사야할 물건들이 밀려간다. 물건 구매가 두근두근 기대로 다가오는건 언제쯤일까? 우리한테 소비는 쌓인 빨래더미같이 어서 처리해야 할 또 다른 일로만 느껴진다.

주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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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지우가 프란치스카 생일 파티에 가는 관계로 부득이 외출을 해야했다.
아침으로 빵과 만두를 준비하고 점심에는 미트볼로 먹었다. 밀린 빨래/건조를 마치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제인을 만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밀라는 프란찌네 고양이가 무서워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선머슴처럼 남자애들 하는것만 좋아하는 애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다니…
집에와서 쥬라기 공원을 함께 보고 공룡 놀이와 간지럼 놀이를 하였다.
시우가 장난기가 어찌나 넘치는지 울면서도 끝없이 놀려고 한다. 내가 그간 이렇게 놀아주지 못해서 더 재밌어 하는것 같다.
시우가 재미있으니 호야도 덩달아 신났다. 한참 놀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다. 점심에 먹니 마니 하더니 둘 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다.
실제로 키를 잰 다음부터는 부쩍 키를 의식하며 밥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웃는 것도 힘이 들었는지 시우는 쥬라기 공원 보는 도중에 잠시 졸았다. 재미가 없었는지 애들이 나중에는 계속 장난을 걸어서 또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었다. 지우는 프란치 엄마한테 이야기 해서 1시간 더 놀고오는걸로 해서 밤 늦게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호야가 자꾸 안나가려고 해서 자전거 라이트를 가지고 나가자고 하니 신이 났다. 프란치 엄마가 풍선도 챙겨주고 기분좋게 나왔다. 고양이 때문인지 지우가 눈이가려워 비볐는데 눈이 퉁퉁 부었다. 애들 씻기고 양치하고 눕히니 9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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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유부초밥과 주먹밥을 만들어서 애들에게 주었다.
시우가 제일 빨리 먹었고 호야는 제일 많이 먹었다. 어쩐일로 지우가 가장 늦게 먹었다. 어제 생일파티에서 받아온 과자를 동생들과 먹겠다고 하길래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껌도 씹었다고 카라멜도 먹었다가 하는걸 보니 귀엽다. 바깥에 눈이 많이 와서 나가 놀자고 하니 다들 반응에 시큰둥이다.. 독일 애들은 이런 날씨에 더 나가 노는데..게으른 아빠가 될 수 없어 수영장을 가자고 하니 다들 신났다. 애들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 동안 집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1주일 간 쌓인 빨래도 다 정리하고 울빨래도 한 번 돌렸다. 집을 출발하니 12시 50분.. 꼬맹이들 추울까봐 트레일러에 태웠다. 지우는 가는 도중에도 눈사람을 만들고 난리다. 수영장 가는 길에 있는 큰 공원에 썰매타고 눈놀이 하는 가족들로 바글바글하다. 겨울이라 수영장이 열었을지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지우는 혼자서 씻고 들어가보겠다고 난리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지우,호야,시우 모두 즐겁다. 어찌나 잘 노는지 정신이 없다. 야외로 연결된 수영장도 계속 운영중이라 모두 다같이 나가서 시원한 바람도 맞고 신이 났다. 그렇게 2시간 반을 쉬지않고 노니 모두들 입술이 파랗고 지쳤다. 애들 씻기고 옷 입고 나오는 것만 30분이 걸렸다. 또 눈밭을 걸어서 집에 가는 도중에 모두들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지우는 저번에 지나친 되너집이 아쉬웠는지 그 곳을 콕 찝어서 이야기 하길래 되너와 감자튀김을 샀다. 감자튀김은 가면서 먹으라고 트레일러에 넣어주니 호야랑 시우는 또 신났다. 나랑 지우도 걸어가면서 하나씩 빼 먹으니 더 맛있었다. 그 와중에 엘라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애 셋 데리고 수영장 다녀왔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자전거 끌고 가는 뒷모습이 좀 쓸쓸해보인다. 모두를 끌고 집으로 와서 남은 되너와 빵으로 밥을 먹으니 벌써 6시.. 수영복을 빨아 널어 놓고 집 정리하고 양치시키고 눕히니 8시다. 예상했지만 10분만에 모두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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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많이 커서 이제 같이 놀아주는 것도 힘들지 않고 재밌다. 무엇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그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바깥에 나가도 말을 잘 들으니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다. 1년전에 나 혼자 아이들 본다는게 얼마나 어려웠는지..시우가 어리고 말을 막 배울 시기에 엄마만을 찾아서 정말 힘들었다. 요즘은 잘 때 엄마 없이도 자고 밥도 잘 먹고 나랑 노는걸 즐거워 하니 어려움이 없다. 이번 주말은 나도 아이들도 재밌게 잘 보냈다. 주중에는 어렵지만 주말에는 꼭 이렇게 몸도 부비고 함께 있어야겠다. 길어봐야 저녁 8시까지인데 오늘은 조금 아쉽기 까지 하다.
날이 안풀리면 수영장, 풀리면 공원..할 일이 참 많은데 그 동안은 너무 힘들게만 생각했던것 같다. 주말동안 혼나는 아이들도 없었고 애들한테 짜증도 부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지우의 ‘이번 주말은 최고였어!’ 라는 칭찬에 지친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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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우리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큰 계획 없이도 작은 계획들 소소하게 이루고 더 성숙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독일학교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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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를 했더니 지우 학교를 보내라고 해서 학교에 상담차 다녀왔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의 학교에 아이들도 즐겁게 놀고있는 표정으로 행복해보였다.
아이들에게 권위없이 대하는 선생님들이나 하교후 잔디밭에 모여앉아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여유없는 학생들 모습과 겹쳐보였다.
나도 지우와 잔디에 앉아 도시락과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며 간만에 둘이서 데이트를! 종일 지우한테 집중했더니 지우도 바로 느끼고 오늘이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아이가 많으면 이럴때 조금 속상하다..

티스토리 해킹

티스토리 계정이 해킹당했는지..다음에서 일방적으로 계정을 막아버리고 소명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관리자 페이지까지 로그인이 안되어버리니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소명을 하려니 굉장히 답답했다.

무제한 용량이 아쉽지만 워드프레스로 바꿔버렸다. 최근 추세를 보아하니 국내 포털들은 블로그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다음은 네이버 따라하느라 플래닛이니 블로그니 중복된 서비스가 많아서 더 그럴것이다.

사진이 얼마나 유실되었는지 하나하나 확인은 못하겠지만 일단 데이터를 옮겼다. 티스토리는 현재 데이터 백업은 가능하지만 복원은 불가능한 상태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도 이전을 결심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이다.

모바일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으니 조금 더 일상의 모습을 많이 기록해야겠다.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하며!

 

슈퍼배드2



지우랑 호야끌고 슈퍼배드2 관람.
지우 세번째 영화, 호야는 두번째.

근데 호야는 영화 끝무렵에 잠들었다.
짜장면 탕수육 먹고싶다그래서 포장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