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장인어른 생신이라 처가에 갔다.
처가에도 간만의 방문이라 정은이가 생신준비에 얼마간 드실 반찬 준비에 종일 부엌에서 일하고,
나는 처가의 컴퓨터에 인터넷이 안되어 윈도우를 새로 깔고 있었다.
밤 12시쯤 되었을까..토란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던 정은이가 손이 좀 가렵다고 한다.
꼭 애처럼 쪼르르 와서 이야기 하는게 귀엽기도 하고, 씩 웃으면서 보냈는데..
정말 5분도 지나지 않아 가려워 미치겠다고 다시 온다.
표정이나 분위기가 장난인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긁지말고 있으랬더니 빨리 뭔가 검색해 보란다.
알았다고 하고 네이버에 검색할려고 하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정은이 표정이 울상이 되고..
참을수가 없다고 한다.. 조금 달래다가 다시 돌아서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내 정신이 홀딱 빠져서
뭘 검색해야 할지도 생각이 안나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속이 깜깜해졌다.
정은이는 급기야 엉엉울기 시작했고(정신을 놨다), 난 아무것도 못하고 몸이 굳어버렸다.
자꾸 뭔가를 검색하는데 검색도 안되고 무슨 항문이 가렵다느니 이런 결과만 나와서
밖에 나가 약국이라도 찾아볼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밤중..
결국 머리속에 떠오르는건 형이랑 엄마아빠밖에 없더라..
엄마아빠는 2주간의 인도여행으로 방금 도착해 집에 쓰러져있는 상태..
형한테 전화를 하니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정확한 처방이었으나 문제는 항히스타민제가 뭔지–; 처가에 있는지 알수가 없다는것..
다시 엄마한테 전화를 하니 소금물에 씻으라고 한다.
형이랑 엄마랑 통화하면서 나도 좀 진정이 되었는데 이제야 ‘토란 가려움’ 이라는 극히 정상적인
검색어를 입력하고 바로 그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토란이 알칼리성이라 산성인 식초로 씻어주면 피부에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민간요법으로 치약을 바르고 있던 정은이를 다시 씻기고 사과식초를 가려운 부위에 부어주었더니..
5분정도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정신도 같이?)
가려움증 하나로 순간적으로 29살->5살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정은이는 기억안난다고 하지만 나는 부모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