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베를린의 게임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근무 시작일이 6월 1일인데 일요일이라 2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회사 직원은 120여명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이고 지금까지 2개의 타이틀을 개발하였다. 두 번째 타이틀이 어느 정도 알려진 Spec ops : The line 이라는 게임인데 내가 좋아하는 FPS 장르여서 나 또한 재미있게 즐겼던 경험이 있다(그 때는 이 회사가 그 회사인줄 몰랐지만..). 면접 과정에서 차기작으로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살짝 볼 수 있었는데 재밌어 보였다.
내가 하게 될 업무는 UI 개발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상의 UI 를 개발하는 것으로 UX 전반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제시해야 하고 모션에 대한 감각도 중요하다. 게임 회사여서 그렇지 업무만 놓고 보자면 슈투트가르트의 회사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도 중요하지만 최적화와 안정화가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될 것이다.
플래시가 죽어가는 마당에 플래시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케일폼을 이용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한 게임 자체가 언리얼엔진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언리얼엔진에 대한 스터디를 필요로 한다. 이것 또한 언젠가 공부해 보고 싶었던 부분이고 AAA타이틀을 만드는 게임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독일에서 일하고 싶었던 목표인 국제적인 업무 환경은 말할것도 없다.
독어와 영어로 함께 표기된 고용계약서와 각종 계약서를 읽고 사인하고, 독일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게 만든 바로 그 공보험에 가입 신청도 하고, 회사에서는 블루카드 신청을 위해 베를린 외국인청에 예약을 잡아놓은 상태이다. 또한 내가 최대 2달동안 머물 수 있는 임시 숙소를 찾아주고 있다. 이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베를린에 살 집을 구해야 하고, 그 곳으로 다시 전입신고를 해야 애들 유치원과 학교를 보낼 수 있다. 집을 찾는 동안 내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정은이가 애들 셋을 데리고 지낼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2주 이상은 무리일것 같다. 뭔가 대책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본인은 어떻게든 한다고 하는데..
오늘은 2년여만에 정은이와 맥주를 한 잔 같이 마셨다. 시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처음이다. 이제야 모유수유를 끊었기 때문인데 단 둘이 조용히 마시고 싶었지만 우리 사이에는 애들 셋이 껴 있었다..ㅠㅠ
독일로 이민..매번 말로만 독일 갈꺼야~ 그러면서 이런일 저런일 때문에 계속 미루고 준비도 하지 않고 진짜 가긴 가나..서로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다. 말이 행동의 씨앗이 되었고 두려움도 컸지만 그냥 실천도 해 보았더니 결국 이렇게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은 적어도 우리 스스로 노력여하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자신이 있다. 취업에 대한 불확실한 불안감은 지금 당장의 내 노력과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큰 일을 생각해 보면, 집 구하기, 살림 장만, 학교,유치원 보내기, 온 가족 독어 공부가 될 것 같다. 집도 잘 구할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