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큰 이유는 아니었지만 회사업무가 너무 쉽고 지루해서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미 만으로는 이직을 할 수 없는 법..그리고 베를린에는 이제 게임 회사가 뻔하기 때문에 옮길 곳도 많지 않았다. 지금 받는 연봉도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회사에 연봉 차이로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 다닌 회사에 감원과 구조조정, 합병 등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그 와중에 회사 분위기는 더 나빠져갔다. 물론 내 기준으로 나빠진건데, 사실 회사 재정은 더욱 튼튼해지고 업무 부담까지 줄어드는..어찌보면 이게 일터인지 노는곳인지 모를 ‘천국’? 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속에서 무언가 해보고 배우려 노력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스트래스였고 다행히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조그만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회사에서 똑똑하고 열정적이라 느꼈던 사람들이 대거 이동한 회사로부터 최근 오퍼를 받아 이직까지 결정하게 되었다. 뭐랄까..지금 회사에서도 직접적으로 일을 같이 하진 않았지만 누가봐도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이곳과 비교해 더 바빠질것을 알면서도 옮기기로 하였다.
급여도 조금이지만 올리고 팀에서의 역할도 더 비중있고 책임도 더하게 되었다.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늘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성장하게 되었던 큰 계기가 되었던 지금의 회사 생활을 잊을 수 없을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노는 시간이 많아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하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포함해서..
나는 무려 3개월의 사직 통지 기간(notice perio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제 사직서를 냈지만 실제로 퇴사일은 내년 3월 31일이다. 따라서 입사일을 4월1일로 조정했는데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정말 긴 시간이 아닐수 없다. 물론 조만간 사장과 면담해서 이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결론을 낼 생각이다. 지금 회사 입장에서도 나를 3개월 잡아두는것이 크게 이익은 될 것 같지 않다.
Yager 그리고 Aeria 이제 새로운 회사로..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는 방향과 병행할 수 있고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꼭 나쁜것만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올 한해 질리도록 느꼈지만 시간은 내가 만들어 내는 거지 바빠서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욕없이 고민만 하는 동안에 시간이 남아돌았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한 정신을 따라 몸 컨디션도 나빠져 집안일도 많이 돕지 못했고 아이들한테 집중하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의욕과 의지에 대해 무섭게 느꼈던 지난 몇개월..이직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삶의 전환 포인트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