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나 빠르다. 지우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것 같다. 여전히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또래 아이들은 말로 의사소통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번 주 부터는 가을 방학이 시작되어 2주간 논다. 논다기 보다…학교가 노는 곳인데 못놀게 되어(?) 조금 아쉬워 하는것 같다.
호야도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데 큰 문제 없어 보인다.
시우는 여전히 활발하고 많이 먹고 시끄럽게 잘 크고 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아이들은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사실 그렇다. 문제라기보다는 생각보다 더 잘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것 같다. 문제는 우리들이다. 아직도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다. 정은이는 가끔 왜 우리가 독일에 와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 속상해 한다.
많은 부분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기대했던 것과도 다르다. 직접 겪어보는 생활은 어디에 살던지 비슷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도 있다. 심지어 기후가 다르고 먹거리가 다른것도 큰 스트래스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즐길 수 있었을 부분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애들이 셋이나 있고 아직 어리니 유럽의 중심에 와 있으면서도 베를린 바깥으로 여행이나 나들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멀리 가 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지금 가 봐야 더 고생이라는 걸 아니 늘 집 근처 놀이터나 동물원만 다니고 있다.
더구나 아직도 장만하지 못한 살림살이가 많아 이것도 어마어마한 스트래스다. 특히 우리와 같이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렇게 모든 살림을 장만해야 하는 상황은 어마어마한 스트래스다. 티비를 사야 하는데 티비장을 못골라서 못사고, 티비장을 사야하는데 쇼파가 없으니 컨셉을 못잡아서 못사고 쇼파는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 모든게 멈춰있는 상태다.
신발엔 구멍이 뚤렸지만 아직도 맘에 드는 새 신발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 물건은 그래도 어려움 없이 구입했는데 이것도 애들이 셋이다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금요일이 지우 생일이라 킥보드를 사러 갔다가 이걸 3개를 사야한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보호대도 헬멧도 전부..
그래도 지우가 학교에서 방과후 과정까지 하고 오후 4시에 오고 호야도 다음주 부터는 그 쯤 집에 올 것이다. 그러면 정은이도 조금은 시간이 생기겠지..
그래봐야 우리는 아직 독일어 공부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독일에 온지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스트래스들이 독일에 와서 신난다는 기분보다는 우울한 기분을 많이 느끼게 한다. 그리고는 모든 원망이 독일에 집중되어 버린다. 물론 독일 생활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다. 느린 일처리, 우울한 날씨, 맛없는 음식..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가족의 삶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우가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호야가 유치원을 옮겼다. 사실 이것만 해도 한국에 있었더라도 어마어마한 변화이고 스트래스였을 것이다. 더구나 매일 집에 있던 내가 회사를 다시 다니기 시작한 것도 엄청난 변화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들을 일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2014년의 어마어마한 하루 하루들이 지나고 있다. 단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었고 머리가 터지고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고민했던 하루 하루들…
아직도 사야할 물건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이다. 언젠가는 이런것들이 다 없어질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