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고 처음으로 Hort 에 지우를 데려다 주었다. 지난 2주간 Hort가 방학인줄도 모르고 몇 번 문을 두들겼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심 실망하던 지우였다. 오래간만에 둘이 손을 잡고 걸으니 그 새 지우 손이 커졌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부쩍 자라는 지우가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오늘은 열었을까? 아니면 어떡하지? 나누는 대화 중에 실망스러운 상황을 대비하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그래..너도 조금씩 철이 들었구나.. 이젠 지우도 조금씩 모든것이 다 자기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다행히 오늘은 Hort가 열었다. 한달음에 3층까지 뛰어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다. 대장 선생님과 껴안고 선생님은 지우 얼굴을 감싸고 진심으로 반가워한다. 그 모습에 덩달아 나도 그 손안에 있는 것처럼 웃음이 나온다.
호야는 요즘 부쩍 자기 옆에서 자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지 한참 뒤에는 엄마와 자리를 바꾸라고 이야기 하거나 엄마한테 굴러가 버린다. 엄마가 너무 좋지만 아빠도 좋아..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아빠를 속상하게 할 수도 없고 어쩌지…하는 생각이 보인다.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호야다.. 나도 어릴 때 마음이 여리여리 하고 딱 호야처럼 내성적이었던것 같다. 호야가 완벽주의자라는 것만 빼고는 성격이 나와 많이 닮았다. 여기 까지 생각하니 혼자 속상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많을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다. 하지만 또 혼자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자라나겠지…생각해본다.
막둥이 시우는 요즘 너무 바쁘다. 형이 하는 말과 행동은 다 따라해야 하고 거기에 또 자기 일 까지 해야 하니 안바쁠 수가 없다. 어제 한참 자는 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리 저리 넘어지면서 화장실에 갔다. 아주 한 참을 그곳에 있다가 (아마도 살짝 잠들었던 것 같다) 침대로 들어와 누웠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대견하다. 셋 중 가장 신경쓰지 않아 기저귀도 늦게 졸업하고 쉬야하는 것도 대충 가르쳤는데 자면서 실수한 적이 거의 없고 셋 중에 가장 적다. 아직도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좋다고, 엄마 얼굴에 수 십번씩 뽀뽀하고 안아주는 막둥이 덕분에 정은이 힘든 일상에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준다.
구입한 차도 도착하고 방학과 부모님 방문 덕에 정신 없이 2달을 보냈다. 2달 전에 살짝 추웠는데 그 사이 한 여름이 다 지나고 다시 추워지고 있는 요즘이다.
처음 독일에 와서 변덕스러운 날씨와 불편한 일상에 속상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한가득인데 지금은 바뀌는 날씨도 너무 좋고 사소한 불편함은 무리없이 잊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하루하루 즐거운일, 속상한일 많은 이벤트로 채워지고 있다.
독일에 왔다는 사실도 한국을 떠나왔다는 사실도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우리는 이제 잘 적응하고 있다. 무려 2년이 넘었음에도 독일어 공부 하나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딱히 걱정은 안된다. 짧고도 긴 이 시간동안 우리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성장한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수 많은 생각들과 다른 환경 속에서 느끼고 바뀌게 된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해 줄 것임은 말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