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쉬운길 말고 어려운 일 찾고 있다. 정은이나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어떨까..당연히 불안하겠지..

11월

나에게 11월은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연말의 설레임이 시작되는, 그런 시간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를 매일 매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 길어지는 밤, 낮아지는 온도, 불편한 옷들을 하나 둘 껴 입어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수 많은 나뭇잎들이 자라나는 속도보다 빠르게 메말라 떨어지고 매일 밤 우리를 귀찮게 하던 작은 벌레들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모든 생명이 죽어가는 것 처럼 보이는 이 상황이, 나를 조금은 쓸쓸하게 만든다. 한국과 비교해 더욱 긴 저녁과 흐린 날씨가 또 한아름의 쓸쓸함을 그 위에 얹는다.

겨울이 오고 그리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온 세상은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으로 가득하겠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마음이 단련되고 성장하는걸 느끼지만 생각 했던 주제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성장 보다는 늙어가며 깨달아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ㅠㅠ

나에게 이 시기가 지금의 11월이길 바래본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 여전히 성장하는 가운데,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이파리를 떨구는 나무처럼, 나도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라는걸..

휴가

3일부터 20일까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원래 계획은 10일정도 어느 따뜻한 나라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우아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지만 비용과 날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베를린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뒹굴거리고 있다기에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서 지난 8일간의 기억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단 그 동안 고생한 정은이를 대신해 집안일을 전담하기로 하였다. 물론 나 혼자만 한 것은 아니지만..아들들 방을 다시 각자 쓸 수 있도록 정리.. 대청소.. 그리고 매일 2회 이상의 빨래와 5인 3식 준비와 정리가 기본이다. 늘 휴가때 그렇듯 미뤄두었던 가구를 샀다. 이번엔 지난 번 보다 더 비싸게..거실장과 침대를 구경하고 결제했다. 슈틸베악에서 늘 둘러본 것들이라 큰 시간 쓰지않고 바로 질러 버렸다. 중고차 한 대 가격의 침대라니 두근두근..

아이들과 미니골프, 스파이 박물관, 푸투리움, 마크트할레에 다녀왔다. 침실 책상을 처음으로 제대로 정리했다. 아이들 머리도 깍아주었고 잔디도 깍고 잡초들도 정리했다. 1테라에 가까운 사진과 개인 자료들을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백업했다. 장보고 이것저것 아이쇼핑하고 아이들이랑 프로젝터로 영화도 같이보고 늦잠도 잤다.

이제 겨우 8일 동안이었는데 왜 이렇게 할 일들이 많은건지..그 동안 정은이 혼자(내가 도와주긴했지만..) 이 일들을, 아니 방학 중이 아니었으니 이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 왔다고 생각하니 미안할 따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3일 째 부터는 정은이 피부가 좋아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더라..

앞으로 10일, 내일은 트로피칼 아일랜드에 놀러가기로 하였고, 토일월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어딜 가도 좋을것 같다. 2,3일은 어디든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수요일 치과 약속이 있으니 다음주 목금토일까지 다녀오는게 좋으려나 아니면 날씨 좋은 이번 주말에 다녀오는게 좋을지 고민이다.

가을 방학이 끝나면 바로 지우 생일, 할로윈, 호야 생일에..12월이 되면 이런 저런 행사로 바쁘겠지.. 이렇게 또 1년이 지나겠구나.. 올해 말에는 또 우리 삶에 한 가지 변화가 있을것 같으니 이걸 기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여튼 앞으로 10일간 머릿속을 비우는데 집중하고 싶다.

조직관리

70명 회사의 이해관계, 50명 개발자의 성장.. 보다 더 어려웠던건 내 자신이 어떻게 포지셔닝해야하는가와 스스로 채워넣어야 할 나의 목표였다. 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고 그들과 동등한 레벨에서 의사소통해야하는, 준비가 되어있다 않다면 실패만이 결과인, 포기의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매 순간들이 더 버겁다.

하지만 나도 성장하고 있으니까, 나 하나로 얼마나 바뀔수 있을지 또 생각해 본다.

다시 서버 이전..

1기가 램으로도 디비가 계속 죽어서 이걸 어찌할까 하다가 일본에 있는 서버를 여기서 쓰는것도 웃기고 해서 독일 서버로 이전..독일에서 제공하는 가상 호스팅인데 월 5유로에 조건이 너무 좋다.

8기가 램, 4코어 시퓨 그리고 무제한 트래픽에 200기가 SSD? 이 조건에 월 5유로라니..10년전 같으면 사기라고 했을것 같다.

도메인 설정을 다시하고, 블로그 옮기는것도 이전에 도커로 해 놓은 지라 명령어 몇 줄로 땡… 서버가 가까워서 속도도 빠르고 램이 8기가라니..마음껏 낭비해 주겠어.. 서버를 세팅하고 무언가를 세상에 노출 시킬때 느끼는 그 설레임이 여전하다. 비록 아무도 찾지않는 블로그이지만 내 집을 짓는 그런 기분이 아닐까? 집을 지어본 적은 없지만..

이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희열을 잊지 못한다. 그 이후 다른 무엇도 그 때와 같은 감정을 만들지 못했던것 같다. 내가 하려고 했던 수 많은 시도들이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 처럼 두근거릴 수 있었다면… 그런 일들로 가득한 삶을 산다면 어떨까..너무 신나겠지..

나의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내가 내리는 결정과 선택에 어떠한 두근거림이 있었는지.. 나의 요즘을 돌아본다, 두근거림은 늘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사라지고 있는지..

Director of Software Development

지난 1년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여러 케이스와 상황으로 부터, 인사이트 있는 창업자들로 부터, 열정있는 동료들로 부터..

팀을 세팅하고 초기 회사 구조를 만드는 일은 내 회사를 가졌을때에도 가장 즐거웠던 경험중에 하나였는데 조금씩 시작한 그 일들이 인정을 받아 이제는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라는 멍석이 깔리기에 이르렀다.

이젠 헤드가 아니라 헤드를 관리하는..직간접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이 60여명에 달하는 약간은 부담되지만 즐거운 도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힘들고 거대해 보이지만 내 사업을 할 때 부족했던 모든 부분을 채워줄 동료들이 있으니 사실 그 때보다 훨씬 쉬울것이다. 그 땐 내가 잘하든 못하든 모든걸 혼자 했어야 했으니..

내 눈에 얼기설기 지어진것 처럼 보이는 이곳 저곳을 모두 덜어내고 뒤집어 엎고 하나하나 줄을 맞춰 늘어놓듯 정리할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람있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다. 나 또한 그런곳에서 일하고 싶으니까..

3달 뒤, 반년 뒤 이곳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한참 덥더니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문제는 오늘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것..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일도 힘들고 집에서도 잠만 오는데 일찍 가지도 못하고 사무실에 갇혀있었다.

비가 살짝 그친 틈을 타 열심히 자전거를 달려 집에 도착했고 바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리해서 달리는 바람에 아픈 다리와 땀으로 젖어버린 몸을 보며 도대체 이게 무슨 바보짓인가 싶었다.

바보같은게 딱 요즘의 나 같다. 아니 바보같다기 보다 조금 미련하다는게 맞는것같다. 결국 푹 젖어버리고 다리까지 아픈걸..

6월 웃음과 한숨

한숨이 나오는건 힘이 든다는 뜻이지만 웃고있다는것은 지금 행복하기 때문이기도, 혹은 행복하고 싶다는 바램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나 스스로에게 나는 언제나 웃는 사람이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살고싶은..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이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늘 행복하고 늘 긍정하며 늘 이상적으로 행동하는건 아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나의 힘듦으로 주목받아본 적이 없고 그런 상황을 불편해하는게 마음 편한채로 지내다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신경쓰는 일이 다반사다.

가끔 마음이 정말 힘들어질때면 나 스스로를 속이는것 같고 내 마음속에 가면이 있는것 같은 괴리감에 작은 화가 나기도, 조그마한 힘듦을 더 보태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다독여 달래고 얼러, 무엇이 되었든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배움으로, 때로는 거짓이지만 나만의 만족으로 포장해서 그렇게라도 나는 나를 아꼈어야 했다.

오늘은 지금 회사에서 일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독일에 직장을 잡고 일한지 딱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길게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7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년 그리고 5년간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많이 힘들기도 했다. 지난 17년간의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단 하루도 나의 휴식이나 즐거움을 위해 쉬어본적도 취미나 별다른 여유를 가져보지도 않았다. 수 많은 시간을 그 시간의 가치에 부족할 돈으로 바꿔왔지만 그 가치마저 희석되어 이젠 나의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것에 누구도 즐거워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며 이사람 저사람한테 그들의 잣대로 평가받아가며 바꿔온 나의 가치들, 나의 노력들 그리고 나의 시간들.. 그렇게 내 가정을 꾸릴 연료를 만들고 열거할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잡다한 집안일로 기름칠해가며 나는 또 다시 오늘을 맞이했다.

나님, 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5월, WP를 Docker로…

보안 때문인지..오래된 PHP때문인지..한시간이 멀다하고 서버의 CPU점유율이 100%로에..DB가 계속 죽어서 가벼운 블로그 솔루션을 찾다가 일단 OS를 초기화 하고 도커로 워드프레스를 띄웠다. 백업하고 리스토어 한 김에 고장난 URL들도 고치고 하다보니 새벽이 되어버렸다.

사진 확인차 슬쩍 읽어본 15년전 일상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금도 바쁘게… 무언가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다. 이제 자야지..고쳐놨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

추가..그럼에도 불구하고 DB가 계속 죽어서 더 확인해 보니 결국 메모리 이슈..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 🙁

Gaining trust

누군가를 선의로 도와줬는데 도움을 받은 당사자가 ‘선의’를 내 이익을 위해 본인을 이용한, 즉 ‘악의’ 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있다. 내 인생에도 크고작은..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또 그런 경험을 하게 되어 조금 속상하다.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본인이 부끄러워질 만큼 나의 선의를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상대방이 더 민망해질까봐 설명을 피한적도 있었다.

백이면 백 사과를 하거나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두 가지의 결론이 나는데,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는 나에게 너무 민망한 나머지..혹은 끝까지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두 경우 내 입장에서는 아쉬울것 없지만 선의가 악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다.

사람을 잘 믿고 손해보는것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나를, 정은이는 답답해 한다. 정은이는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신경쓰는지 알기 때문에 이런것들을 나누는 내가 못마땅하기 보다는 이것이 악의로 비춰지고 내가 상처받는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종종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런 일이 생기면 상대방의 그릇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봇짐 내놓으라고 한다’는 식의 사고전환이다. 나 또한 다른 분들의 도움 없이 오늘이 있을 수 없었겠지만 가능하면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는 주의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을땐 감사하다는 마음 뿐, ‘네가 더 이익이겠지’ 라던가 ‘네 이익 때문에 날 도왔겠지’ 라고 생각해본적도, 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나의 결론은 상호간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거나 선의를 보이는 입장에서는 ‘너는 이익인데 날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기를 치는 것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상대방의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 상대방을 돕거나 선의를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 조차도 서로에겐 신뢰를 쌓아가거나 잃어가는 과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전생의 업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이 업들이 서로의 관계를 정의하고 각자의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세상은 단순하게 사는게 이익인것 같다. 선의이든 악의이든 물에 빠진 놈 구하는거 포기하는건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빠진놈이 아쉬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