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지난 한 달 간의 깨달음과 생각 정리.

.자신이 선택한 삶에는 후회가 없다

.깨닫는 것과 성장의 차이는 삶의 뱐화에 있다

.어리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하나씩 자세하게 정리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 프로젝트로 시직한 WebGl에 재미를 붙였다. 간만에 덕업이 일치하는 기분이다. 정은이는 다시 본격적으로 독일어를 시작했다.

유현이가 다시 수술을 해야했는데 다행히 잘되었다고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서 하루하루 안아주기가 바쁘다. 아이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8월이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지 두 달이 되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음악도 듣는다. 뭔가 공부할 거리를 들으며 출퇴근해야겠다 생각했다가 그냥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일은 많고 바쁘고 공부해야할것도 배우는것도 많다. 피곤하다. 다리근육은 엄청 늘었는데 살은 조금 빠지다 말았다. 부모님이 오셨다 가셨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지만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더 생긴것 같다. 나와 정은이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가족이 중심이 되는 시기인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이 시간도 없어지겠지..

자전거 타기가 힘들지만, 특히나 이 여름에, 재미있다. 건강해지는 기분도 흐르는 땀도 오가는 길의 풍경도 좋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부분 부분을 엿보며 지금 내가 가지게 된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돈, 건강 이런건 노력하면 얻을 수 있지만 배우자나 아이들은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베를린엔 멋진 곳과 멋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과 사람들도 많다. 어떤 곳에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 베를린에서의 삶이 달라진다.

열심히 사는 하루로 만족할 수 있다.

4월 근황

1-3월은 정리도 못하겠다.. 4월만큼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젠 보통 1년에 일어날 일들이 한 달동안 일어나는것 같다

  • 부활절 방학에 옷장 2개 만들기
  • 외국인청 가족비자 연장
  • 다니던 회사 철수 통보
  • 새로운 회사 계약
  • 사이드프로젝트 팀 조직 및 프로토타이핑
  • 또 다른 팀 조직 및 기획
  • 스마트홈 구현
  • 치과치료 후 2주간의 지옥, 그리고 신경치료 시작

다음 포스팅에 조금 상세하게 적는걸로..

2017 그리고 2018

매년 기록을 갱신하듯 올해도 우리가족은 최고로 힘들고, 최고로 많이 성취하고, 최고로 많이 성장했던 한 해를 보냈다. 매년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것들을 다 한거야? 하면서 덜덜덜 떨었는데 그것이 또 반복되었고 이제는 앞으로 매번 반복될 것이라는 것 또한 생각하게 된다. 2018년에는 더욱 힘들겠지만 그 만큼 우리가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2017년 우리집의 10대 뉴스를 정리하자면,

10 정은 옷 구입
조금 웃기지만 정은이의 겨울 패딩 구입이 10위를 차지했다. 평소 짠돌이/구두쇠라 생각하는 본인보다 더 짠순이인 정은이. 짠돌이 남편 만나 옷 한벌 제대로 못사입다가 나의 성화에 겨우 하나를 사게 되었다. 전에 입던 단벌 잠바 역시 10여년전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것.. 이 옷을 계기로 정은이 옷장을 예쁜 옷으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정말 이건 내 책임인것만 같아 속상하다. 패셔니스타가 되자는 계획은 2016년의 계획이었는데…ㅠㅠ

9 부모님 방문
이젠 연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부모님 방문. 처가 식구들이 오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실때 한번이라도 더 방문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 방문 하셨을 때는 예년과 다르게 시차적응이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셔서 조금 걱정도 되었었다. 올해도 방문 계획이 있으신데 운동 열심히 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8 새로운 만남
아이들 학교를 옮기며 새로운 친구들과 그 부모들, 또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은이와 내가 따로 만나게 된 사람들도..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만나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국적과 나이도 다양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소중한 인연들을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7 아이들의 성장
세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빠르지만 2017년에는 특히 대단했던것 같다. 지우는 피아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작해 2달만에 성공적으로 연주회에 올랐고 이사 뒤에는 바이올린도 배우고 최근 피아노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공부나 본인의 책임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늘 그렇듯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고 있다. 마음에 딱! 맞는 단짝 친구를 찾지 못한게 조금 아쉽지만 그게 아니라도 지우는 너무 바쁘다. 호야는 까탈스러운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까탈스러운 성격이 호야 본인에게는 행복을 주는 기반이 되는것 같아 나쁘게 보고 있는건 아니다. 전학와서도 아이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고 덩치가 크지도 않으면서 여러 아이들을 리드하는게 보인다(성격이…). 쇼맨쉽도 있고 원하는게 뚜렸하니 2학년들 사이에서 주도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사람을 녹이는 표정이나 목소리는 후에 나쁜남자로 활약하게 해주겠지.. 따로 시키는것도 별로 없는데 독어든 한글이든 읽고 쓰는것에 재능을 보이고 마테에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두려움이 많지만 자신의 몸이 생각보다 잘 움직인다는걸 알고 여러 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호야 성장의 원천인것 같다. 여전히 머리를 많이 부딪히고 이마도 크게 다쳤지만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집 귀염둥이 시우는 귀여움을 졸업하는가 했는데 오히려 업그레이드 시켰던 한 해였다. 정말 귀여울 수 있는 아이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형과 누나의 모든 것을 따라하면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8월부터는 유치원에도 다니며 독일어도 많이 늘었다. 생각하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든 독일어든 쉬지 않고 말하고, 언어가 늘어나는게 하루하루 다르다. 부끄럼도 타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사랑받는것 같다. 아이들 모두 힘든 상황에서 잘 해준 한 해였다. 감정 조절도 모두 훨씬 잘하게 되었고 여러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하던 상황들이 많이 개선 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하루하루 조금씩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이 여유를 다시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기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니 오전에 조금 여유가 생긴 정은이가 독일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정은이의 대단한 노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이다..

6 이직
내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더 높은 연봉에 더 낮은 업무라…독일에서도 이정도 업무 강도라면 정말 축복받은 수준이다. 단 나 스스로 목표점을 찾지 못해 상반기에 조금 방황하고 스트래스를 많이 받았다. 10월정도부터 마음이 잡히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

5 아이들 파티
독일와서 처음으로 아이들 생일파티를 했다. 물론 가족끼리는 매년 했지만 친구들을 불러서 크게 파티를 한 건 처음이었다. 핑계지만 바쁘고, 말이 안통하고 해서 미뤄왔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좋았다. 아이가 셋이고 가족 생일파티를 같이 하다보니 무려 6번의 파티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대부분의 준비를 정은이가 하기 때문에 정은이 한테는 많이 다르게 느껴질것 같다. 올해는 내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어딜 데려가던지..

4 전학
입학해서 졸업까지 선생님과 반이 바뀌지 않는 독일 학교, 그리고 처음 다니고 있던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좋았기에..아이들에게 전학은 재앙 그 자체였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진것을 빼고는 단 하나의 장점..그러니까 전 학교와 비교해서 좋아진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학교. 거기에 지우,호야 선생님들 모두 학교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 선생님..다행히(?) 지우 선생님은 은퇴를 해서 지금은 만족스러운 선생님으로 바뀌었고 호야 선생님은 학부모의 성화에 3학년부터 교체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리라.. 다만 우리 가족은 이 상황을 계기로 만들어, 어차피 공교육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크지 않다는 명제 + 아이는 부모와 같이하는 것에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늘 그렇게 하고 있었던 정은이보다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결심이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방향성을 알게된 느낌이랄까..아이들도 잘 따라와주고 더 행복해하는걸 보니 우리가 고민끝에 좋은 결론을 내린것 같았다. 올해는 이 방향으로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려고 한다.

3 인테리어
새집으로 이사는 곧 빈집으로의 이사를 뜻한다. 전에 살던 곳에 가구가 대부분 있었기에 부엌과 모든 전구를 포함한 가구들은 모두 고르고, 주문하고, 조립해야 했다. 이케아는 한달에도 수십번씩..바우하우스와 베를린의 가구 전문점을 대부분 찾아다니며 노력한 결과 부엌과 우리방 옷장은 맘에 드는것으로..나머지는 이케아로 채웠다. 아이들 방이야 이케아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부엌과 거실 등 공용 공간과 우리 방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가구로 꾸미기로 결심하고 아직도 고르는 중이다. 아마 올해에는 우리 맘에 드는 가구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제발..

2 영주권
독일에 와서 세운 몇가지 단기 목표중 마지막 목표가 달성되었다. 예상보다 싱겁게(?) 영주권이 나와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거주에 대한 불안감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실직을 해도 쫓겨나지는 않아! 물론 돈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있어야겠지만.. 영주권 취득은 거주에 대한 불안 해결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영원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고 또 그것을 바라고 독일에 온것이 아닌 만큼 올해는 정은이와 진지하게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

1 이사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진 이사. 집을 사면서 부터 돈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문제들(심지어 경찰과 관련된..) 부터 은행, 하자보수, 실질적 이사, 적응, 인테리어 등등..아직도 화장실은 손도 못대고 복도에 줄을 못맞춰 단 등도 다시 못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집이 생겨서 좋다는 생각과, 예상하지도 못했던 집에서 바라보는 일출 그리고 뻥 뚫린 경치, 좋은 이웃들..많은 것들이 정리 되고 마무리 되었던 한해였다. 우리는 이제 이 집을 베이스 캠프로 또 많은 꿈을 펼쳐 나가겠지..아이들은 10대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금은 늙어가겠지만 우리 가족 모두 이 집에서 꿈을 품고 노력하고 또 이루어낸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2018년에 예상되는 계획은 별로 없다. 좋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그만큼 안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거금을 들여 마음에 드는(그래봐야 우리 입장에서 거금이지..) 가구를 장만하고 마당을 정비해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들과 가능한 최대한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독일을 벗어나 유럽에서 가보고 싶었던 나라에 가 볼수도 있을것 같다. 무엇보다 나 개인적으로는 내 체력을 높일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물론 정은이와 함께 우리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발동이 걸릴듯 움직이고 있는 개인프로젝트도 정기적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것이다. 부족한 영어도 많이 보충하고 기본적인 독일어도 시작할 것이다. 12월부터 우리에게 늘 햇빛이 비추더니 이렇게 새해에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실감할 수 있는것이 신기하다. 정말 올해는 나 스스로가 기대된다.

결정장애

이사온지 8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냥 두거나 미루자니 집 정리도 안되고 한번에 처리하자니 결정을 못하겠다.

결정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때문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욕심..

그렇게 결정을 미루고 미룬게 너무 오래 되었고, 일들은 줄어들기는 커녕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늘어나 이제는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전선에 매달려 있는 전구나 화장실 한켠에 쌓인 수건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이다.

그 동안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여러 갈등과 고민을 겪어 왔으나, 나는 어제 결정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물론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희생하는 것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오늘부터 나는 우선순위를 정해 모든 일을 척척척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내가 기본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수 많은 일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오늘은 퇴근후 가구점에 들려 복도에 놓을 신발장, 화장실에 놓은 선반 및 가구, 호야 책상 등을 볼 예정이다. 이케아에서 상품권 구매시 10% 추가 증정 행사가 있으니 이케아에 들려서 미리 상품권도 좀 사 두어야 겠다. 그리고 Zigbee 통신으로 롤라덴 셔터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결론 내려야 한다. 아일랜드 식탁 위 전선 마감하는 것도, 거실 등도 빨리 처리하고 싶다. 정은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티비장도 바꾸고 시우 방에 있는 예전 이케아 책장도 다른 이쁜걸로 바꾸고 싶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제품들도 처리해야 하고 이불도 새로 사고 싶다. 애들 방에 꾸며주기로 했던 것들도..정원 용품도.. 창고와 지하실 정리도..

바꾸고 싶다는 것..

한 달 넘게 아이들한테 화내지도 짜증내지도 않았다가 호야 생일날 저녁에 또 화를 내고 말았다.
감기에 걸려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 회사에서도 스트래스가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었다.
바로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결국 화를 내지 않고 싶다는건 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말과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의 감정이 정상적이기는 어려울것 같다. 화를 내고 싶지 않다면 화를 참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여유를 찾도록 노력해야한다.

지난 시간동안의 경험으로 시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감정과 스트래스가 결국은 내 신체적인 컨디션으로부터 나온다. 잠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바로 감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다. 나는 몸이 육체적으로 충분히 건강하고 피곤이 없는 상태를 여유가 있는 상태라 생각하고 싶다.

요즘은 몸이 안좋아서인지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입맛도 별로 없다. 맥주도 커피도 마시지 않고 좋아하던 고기도 별로 먹지 않게 된다.

이번 감기가 좋아지면 다시 자전거 운동을 시작해야 겠다.

가을방학

아이들 가을 방학을 맞이하며 조금이나마 휴가를 냈다.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지만 막내가 열이 심한 관계로 오늘은 1,2번만 데리고 외출했다.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지난주 지우가 선물로 받은 롱보드도 개시하고 호야 인라인 연습도 할 겸 템펠호프로 갔다.

지우는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게 타고 호야는 한 번 넘어지더니 급 흥미를 잃고 가만히 서 있는다. 인라인을 타는게 아니라 주변의 까마귀나 다른걸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주차해 놓은 차에 들락날락거리며 템펠호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야가 가고 싶어했던 수영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늘 손님이 많고 평도 좋은 되너집으로 갔는데 되너 먹자고 노래부르던 두 녀석은 반도 못먹고 포기..

다음으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쉐네베악 로젠탈 수영장에 갔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는데 호야가 재밌게 놀아서 덩달아 신났다. 도전을 좋아하는 지우는 3미터 다이빙도 하고 50미터 수영장을 세번을 혼자 왕복했다. 지우는 제대로 가르쳐준게 하나도 없는것 같은데 하는것 마다 잘하고 재밌어하니 정말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지우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가는길에 차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놀고 같이 불렀다. 집에와서는 영화로 마무리..

피곤해서 조금 짜증은 냈지만 종일 싸우지도 않고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아 주어서 나도 종일 행복했다. 간만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있었던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도 오늘 하루는 최고였다고! 시우가 열이 내려야 할텐데..

스스로에게 칭찬

다시 태어나기 결심 후, 바램처럼 하루만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 하루 힘들고 피곤하고 무기력했는데, 그 시간들을 모아놓고 보니 ‘이게 다 내가 한거야?’ 싶을 만큼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오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정은이도..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것 조차 버릇이 되어버린건지, 내가 무기력해 있던 부분은 단지 직장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니..직장이라기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다시 찾은 방법들은 이미 2년전부터 해오던 일들이라 역시 그 때도 방향설정이나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독일에 온지 3년 하고도 반. 아이들 학교/유치원. 이직. 집 매매. 이사. 등등..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루어온 일들도 많지만 스스로 성장했다는 기분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없을 정도이다. 엘론머스크가 내 상황에 있었어도, 스티브 잡스가 내 상황에 있었어도 나보다, 우리보다 더 잘하지 못했을거라 확신한다.

잘했어. 잘하고 있다고 꼭 안아주고 칭찬해주고 싶다.

다시 태어나기

대학교때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날..

무언가 바꾸고 싶었던 날..

나는 정은이한테 ‘오늘부터 난 다시 태어날거야’ 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크게 바뀌는것도 없었다. 늘 말로만..

최근 2-3달 동안 많이 무기력하게 지냈다. 무기력하다고 해서 회사나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굴러다녔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의욕만 없었지 수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어쩌면 그 ‘수 많은’ 일들 때문에 의욕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기력했던 건지도.. 나한테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졸업이나 입학, 이직과 같은 하나의 이벤트 처럼 내 마음을 다잡을 계기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이런 일이 생기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억지로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바꿀 필요도 없으니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는 결국 ‘다시 태어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 오늘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 보자. 다시 태어난 삶이 이전과 똑같더라도 내가 손해볼건 없으니..적어도 오늘 아침에 이 선언을 함으로 정은이가 웃을 수 있었으니..

어제까지의 나야..고생만 죽도록 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부터의 나는 마음껏 즐기고 열심히 살게!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