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2주일 전.
기숙사 옆방 친구가 소개팅을 하지 않을려냐고 물었다.
한달전쯤에도 그런말을 하더니…
평소와(?)는 다르게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군대도 가야하고..가서 맘에드는 여자 만난다 해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소개팅 1주일 전.
이 친구가 또 왔다.
정말 이쁘고 착한 여자애가 있다..는 결론의 칭찬을
그 후로 매일 내 방에 들려서 해주었다.
거절할고 또 거절…고마운데 좀 그래..이러면서..
딱 1주일 째 칭찬을 듣는날..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사람’에 대해 조금 불신이라던가 지쳐있었던 때였는데
사람들을 많이 알수록 더 많은 실망도 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칭찬을 하는걸까..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마음은 먹었는데 갑자기 1주일 뒤로 약속이 미뤄졌다.–;
2000년 10월 28일..
7시에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6시에 나가면 되겠구나..싶어서 나름대로 준비도 하고 방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6시가 넘었는데 친구가 오질 않아서 옆방에 가서 안가? 했더니..
오락하고 있던 친구가 깜짝 놀란다..
부랴부랴 친구가 준비하고 조금 늦게 홍대에 도착했다.
친구 여자친구와 정은이가 있었다.
훤칠한 이마에 긴 머리..
눈을 마주쳤지만 이내 지들끼리 이야기 한다.
스파게티 집을 가기로 정하고 휙 돌아 3명이서 성큼 성큼 걷는다.
수줍음을 잘 타는 나는 졸졸 혼자서 따라가는데 참 어색했다..
오라는 말도 안하고..
그 와중에 정은이가 앞에서 힐끔힐끔 나를 보는데 배로 어색했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는 너무너무너무 어색한 소개팅의 시작–;
이런저런 지금 생각하면 웃긴 질문하고..
먹는 와중에 정은이가 계속 스파게티를 먹기쉬운 크기로 돌돌 말아
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면류는 사람들 앞에서 교양있는척 먹기가 쉽지 않은데
저렇게 해놓으니 한입에 쏙쏙 너무 편했다–;
친구 커플은 자꾸 다른곳으로 갈려고 한다..
정은이는 안된다고 소리소리 지른다..
난..또 혼자서–; 우리끼리 놀면 되잖아..식의 의견을 내는데..
참 어색했다.. 길거리에서 여자 꼬시는것도 아니고..
왜 자꾸 내가 ㅠㅠ
암튼 난 홍대에 처음 와봤기 때문에(그때도 참 안돌아 다녔구나–)
홍대를 구경시켜달라고 했다.
물론 그 의미는 이 근처의 명소라던가..그런걸 말한건데..
나가자 마자 정은이는 홍대 입구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마자 전화를 받는 정은이…홍대 끝까지 갈때까지
전화를 한다..
그러다 전화를 잠시 쉬면서 ‘이게 다야..’
바로 유턴해서 돌아나오면서 정은이를 보기 시작한다..
이마도 넓고..왠지 키에비해 조그맣게 보였다..
목소리는 얼굴이랑 맞지 않게 좀 걸걸 했고
머리는 공주처럼 아래부분만 돌돌 말았다.
걸음걸이가 참 이뻤다..
홍대를 나와 바를 가기로 하고 바에서 그나마 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집에 갈 시간은 다가오고..
한정거장인 합정에 산다고 하길레 싫다는걸 바래다 주기로 하고..
같이 걸었다..
아까 친구랑 있을땐 소리도 지르고 잘 웃더니..나랑 있을땐
그냥 미소만 짓는다..
합정역..여기서 건널겸 나 가는걸 보겠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간다..
음..이제 몇걸음만 가면 이 아이랑은 영영 안보게 되는구나..
너무너무 싫었다..후회할거 같았다..
아주 어색하게 전화번호 안가르쳐 주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집에와서 친구를 찾았지만 친구가 없었다.
왠지 내가 정은이가 맘에 들었다고 좀 말해놔야 이 친구가
자기 여친한테 전해줄것 같았다.
다음날은 내가 술마셨고..
그 담날도 방에서 술먹고 있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소개팅 어땠냐고–;
난 응 재밌었어..이렇게 말했더니 친구가
역시 눈 높은 호철이구나 그 애는 너 괜찮았다고 하던데..
그래도 즐거웠다니 다행히다 하고 휙 간다–;
앗! 내가 괜찮았다고??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그리고 그 뒤로 정은이의 깜찍함과 귀여움을 알아가기 시작한다..